‘철수’와 ‘영희’가 일하는 작은 출판사에서 “철수와 영희를 위한 대자보”를 내놓는다. 조그맣게 꾸리는 자그마한 책으로, 첫 이야기는 손석춘·지승호 두 사람이 《이대로 가면 또 진다》라는 이름을 붙여 선보인다. 참으로 맞는 이야기이다. 이대로 가면 정치와 사회와 경제와 문화와 언론 모두 바보스럽게 지고 말리라 느낀다. 왜냐하면, 스스로 배우지 않으니 진다. 스스로 가르치지 못하니 진다. 스스로 깨닫지 못하고, 스스로 생각하지 않으며, 스스로 사랑하지 않는데 이길 수 있는가. 삶에는 이기고 진다는 틀이 없다. 사랑이나 꿈을 이기고 진다는 틀로 가르지 못한다. 그예 즐겁게 살아가고, 그저 아름답게 꿈꾸면서 사랑한다. 다시 말하자면, 대통령 선거에서 아무개가 뽑힌다 한들 ‘지지’ 않는다. 정치란 ‘대통령 한 사람 뽑기’가 아니다. 정치란 그야말로 정치를 해야 정치이다. 이기고 진다는 틀을 내려놓고, 삶을 아름답게 가꾸면서 사회에 사랑과 꿈이 감돌도록 한다면, 언제나 이길 수 있고, 누구나 웃음꽃으로 노래할 수 있다. 4347.4.16.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한 줄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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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가면 또 진다- 손석춘과 지승호의 대자보, 창간호 01
손석춘.지승호 지음 / 철수와영희 / 2014년 4월
8,500원 → 7,650원(10%할인) / 마일리지 42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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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과 함께 41. 꽃과 꽃

 


  하늘을 사진으로 찍을 적에는 하늘을 찍는 한편, 하늘에 깃든 숨결을 찍고, 하늘을 바라보는 내 마음을 찍습니다. 하늘을 사랑하는 넋을 사진으로 담고, 하늘과 마주한 내 삶을 사진으로 담으며, 하늘숨 함께 마시는 이웃들 이야기를 사진으로 담습니다.


  어머니를 사진으로 찍을 적에는 무엇을 찍는다고 할 만할까요. 어머니를 마주하는 내 모습과 매무새, 어머니가 살아온 나날과 이야기, 어머니가 그리는 사랑과 꿈, 어머니를 사랑하는 내 마음과 빛, 어머니가 들려주는 웃음과 노래 들을 골고루 사진으로 찍을 테지요.


  매화꽃이 활짝 피어난 우리 집 뒤꼍에서 매화꽃내음을 아이와 함께 맡다가 사진을 찍습니다. 아이는 벚꽃 무늬를 새긴 긴옷을 입습니다. 꽃빛이 곱다면서 아이가 좋아하는 꽃옷입니다. 꽃옷을 입고 꽃나무 앞에 섭니다. 나는 매화꽃을 찍으면서 꽃아이를 찍습니다. 꽃빛과 꽃내음을 사진으로 담으면서 꽃아이 목소리와 몸가짐을 사진으로 옮깁니다.


  꽃을 사진으로 찍을 적에는 나 스스로 꽃이 됩니다. 스스로 꽃이 되기에 꽃을 사진으로 찍을 수 있습니다. 백두산을 사진으로 찍는 분이 있다면 백두산과 하나가 되기에, 아니 그분 스스로 백두산이 되기에 백두산을 찍을 수 있습니다. 아픈 이웃을 사진으로 찍는다면 스스로 아픈 마음과 몸이 되겠지요. 살가운 골목동네를 사진으로 찍는다면 스스로 살가운 골목사람이 될 테고, 어수선하고 시끄러운 도시 한복판을 사진으로 찍는다면 스스로 어수선하고 시끄러운 마음과 몸이 되리라 느껴요.


  이것을 찍기에 더 좋지 않습니다. 저것을 찍기에 더 나쁘지 않습니다. 그저 찍습니다. 좋거나 나쁨을 가리지 않습니다. 사진으로 찍을 만한 이야기가 있기에 사진을 찍습니다. 사진으로 들려줄 목소리가 있어서 사진을 찍습니다.


  글을 쓰는 이들은 글을 쓸 까닭이 있어서 글을 써요. 누군가는 전태일을 이야기하는 글을 쓸 테고, 누군가는 쌍용자동차를 이야기하는 글을 쓸 테지요. 누군가는 박정희나 박근혜를 이야기하는 글을 쓸 테며, 누군가는 정약용과 정약전을 이야기하는 글을 쓸 테지요. 무엇을 이야기하든 글은 글입니다. 무엇을 찍든 사진은 사진입니다. 스스로 쓰려는 글감에 녹아들면서 글이 태어납니다. 스스로 찍으려는 사진감에 스며들면서 사진이 태어납니다.


  꽃과 꽃입니다. 찍는 꽃과 읽는 꽃입니다. 보는 꽃과 ‘(스스로 하나가) 되는 꽃’입니다. 피어나는 꽃과 저무는 꽃입니다. 맑은 꽃과 밝은 꽃입니다. 잠자는 꽃과 숨쉬는 꽃입니다. 노래하는 꽃과 춤추는 꽃입니다. 꽃으로 살고 꽃으로 사랑합니다. 4347.4.16.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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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어지면 일어나면 돼

 


  아이가 놀다가 넘어진다. 아이가 걷다가 넘어진다. 아이가 달리다가 넘어진다. 아이는 두 살이건 네 살이건 열 살이건, 으앙 하고 울음을 터뜨릴 수 있지만 아무렇지 않게 툭툭 털고 일어날 수 있다. 아이가 어떻게 하기를 바라는가? 어버이 스스로 바라는 대로 아이가 살아간다. 어버이 스스로 어떻게 살아가기를 바라는가에 따라 아이 매무새가 달라진다. 얘야, 괜찮아, 툭툭 털고 일어나렴, 다시 잘 뛰면서 안 넘어지면 돼. 또 넘어지면 또 일어나면 돼. 다시 넘어지면 다시 일어나면 돼. 콩콩콩 씩씩하게 달리고 뛰면서 이 땅을 네 숨결로 가득 채우렴. 4347.4.16.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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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넋 26. 말을 가꾸면서 삶을 가꾼다
― 말과 넋과 삶

 


  러시아사람 코르네이 추콥스키 님이 쓴 《두 살에서 다섯 살까지》(양철북,2006)라는 책이 있습니다. 이 책은 두 살과 다섯 살 사이 아이들 말을 귀여겨들으며 이 아이들 말에서 얻은 슬기로운 빛을 갈무리해서 보여줍니다. 이를테면 30쪽과 35쪽에서 “어린 시절에 익히는 것 가운데서도 가장 가치 있는 것은 단어와 문법이라는 보물이다 … 우리에게는 아이들이 입말에 대한 지식을 익히도록 도우면서 점점 더 많은 새 단어를 알려줘 어휘력이 풍부해지도록 해 줘야 할 임무도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다. 아이들의 정신 발달은 어휘 성장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으므로 이 임무는 무척이나 중요하다. 이런 뜻에서 아이들이 말을 잘하도록 가르치는 것은 아이들이 생각을 잘하도록 가르친다는 뜻도 된다.” 하고 이야기합니다. 아이들한테 낱말과 말씨를 올바로 가르쳐야 한다는 소리인 한편, 아름답고 알차게 가르쳐야 한다는 뜻입니다. 아이들이 말을 잘하도록 가르치면 아이들은 스스로 생각을 잘 가꾼다고 해요.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을 잘 가꾸면 어떻게 될까요? 아이들은 스스로 아름다운 길을 찾고 삶을 즐겁게 가꾸며 힘껏 배울 테지요.


  그런데, 지구별 여러 나라 가운데 한국에서만큼은 한국 어린이가 한국말을 제대로 못 배웁니다. 한국에서 아이를 낳는 어버이는 이녁 아이한테 한국말보다 영어와 한자를 더 많이 더 빨리 가르치려 합니다. 아직 한국말을 제대로 쓸 줄 모르는 아이한테 영어와 한자를 억지로 쑤셔넣으려 해요.


  왜냐하면, 영어와 한자를 더 이른 나이에 배우면 더 잘한다고 여기기 때문이에요. 이 말은 참으로 맞습니다. 더 일찍 배우면 더 잘하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어느 한 가지를 더 일찍 배워서 더 잘하면, 다른 것은 뒤로 밀리면서 제대로 못합니다. 무슨 뜻인가 하면, 한국말을 제대로 배우고 올바르게 써야 할 아이들이 영어와 한자를 배우느라 한국말은 제대로 모르거나 엉터리로 쓰고 맙니다.


  영어와 한자를 학교와 집에서 일찍부터 가르친 지 제법 오래되었습니다. 영어와 한자를 너무 일찍부터 배운 아이들이 어느새 어른이 되었고, 이 어른들이 새롭게 아이를 낳았습니다. 이른바 ‘영어·한자 조기교육’이 한 세대를 돌았어요. 어릴 적부터 한국말을 제대로 익히지 못하며 자란 아이들이 어버이가 되어 아이를 낳아 돌볼 적에 예전처럼 영어와 한자를 또 너무 일찍 함부로 가르칩니다. 이렇게 되면 아이들은 무엇을 배울까요. 이 아이들은 한국에서 살아가며 어떤 한국말을 쓸까요.


  우리 겨레는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일본말과 일본 한자말과 번역투 물결에 휘둘려야 했어요. 일제강점기가 끝난 뒤에는 미국에서 들어온 영어와 서양 문명 소용돌이에 휘둘려야 했어요. 이런 틈바구니에서 한국말은 뿌리내리지 못하거나 제대로 자라지 못합니다. 새로운 문화와 문명을 가리키는 낱말은 으레 서양말이거나 한자말일 뿐입니다. 한국말로는 새로운 시설이나 설비를 가리키지도 못해요.


  오늘날 지식인을 돌아보면, 인문 지식이나 역사 지식이나 사회 지식은 있으나 ‘한국말 지식’이 없지 싶습니다. 인문이나 역사나 사회를 슬기롭게 바라보거나 살피는 눈썰미 있는 지식인은 있으나, 한국말을 슬기롭게 바라보거나 제대로 살피는 눈썰미 있는 지식인은 드물구나 싶어요. 지식인들은 ‘하여’ 같은 말투를 자꾸 씁니다. 한국말 아닌 얄궂은 말투입니다. ‘이리하여’나 ‘그리하여’라 써야 올바르지만, 지식인은 한국말을 올바로 쓰지 않습니다. 글머리에 ‘아울러’나 ‘더불어’를 외따로 쓸 수 없는데 이런 말투가 자꾸 퍼져요. ‘이와 아울러’나 ‘이와 더불어’처럼 적어야 올바릅니다. ‘하지만’이 잘못 쓰는 말투인 줄 헤아리는 국어학자나 교사는 매우 드뭅니다. ‘그러하지만(그렇지만)’처럼 적어야 올바른 줄 알아차리지 않아요.


  이제 한국 사회에서 ‘-를 통하다’나 ‘-에 대한’이나 ‘-에 있어서’ 같은 일본 말투나 번역 말투뿐 아니라 ‘-의’하고 ‘-적’을 함부로 붙이는 일본 말투와 일본 한자말을 바로잡거나 고치려는 사람조차 퍽 드물어요. 오랫동안 길들다 보니 이러한 말투가 아니면 이녁 뜻을 나타낼 수 없는 줄 여깁니다. 지식인과 문학인이 이런 말투를 쓴 지 고작 백 해가 안 되었으나, 오늘날에는 지식인과 문학인뿐 아니라 여느 어버이와 교사와 아이들까지 이런 말투를 아무렇지 않게 써요. 백 해만에 이런 말투가 한국말을 잡아먹어요.


  현기영 님이 쓴 청소년소설 《똥깅이》(실천문학사,2008)를 읽다가 “집구렁이는 곡식을 축내는 쥐들을 없애 주는 고마운 존재이면서 가까이 할 수 없는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같은 글월을 보았어요. 청소년문학에 나타나는 “고마운 존재”와 “두려움의 대상”이라는 일본 한자말과 일본 말투는 거의 걷잡을 수 없다고 할 만합니다. 이 글월은 “집구렁이는 곡식을 거덜내는 쥐들을 없애 주어 고마우면서도 가까이 할 수 없도록 두렵다.”처럼 적어야 올바릅니다. 또는 “고마운 님”이나 “두려운 님”처럼 적어야겠지요. 집에 있는 성주인 구렁이인 터라 ‘님’이라고 가리켜야 알맞아요. ‘존재’도 ‘대상’도 아닙니다.


  청소년은 청소년문학을 읽으면서 말을 익힙니다. 어린이는 어린이문학을 읽으면서 말을 배웁니다. 여기에 덧붙여 텔레비전에서 흐르는 말을 듣습니다. 손전화나 컴퓨터를 켜면 뜨는 온갖 말을 바라봅니다. 학교와 마을에서 어른들이 읊거나 외거나 지껄이는 갖가지 거칠거나 막된 말까지 청소년과 어린이가 듣습니다. 신문에 나오고 책에 적히는 수많은 말을 청소년과 어린이가 찬찬히 마주합니다.


  알맹이만 훌륭하면 알맹이를 담은 그릇인 말이 안 훌륭해도 된다고 느끼지 않습니다. 알맹이를 훌륭하게 가꾸느라 알맹이를 담는 그릇인 말은 안 훌륭하게 내팽개칠 만하지 않다고 느낍니다. 훌륭한 알맹이처럼 훌륭한 그릇이어야지 싶습니다.


  말과 넋과 삶은 언제나 하나입니다. 말만 깨끗할 수 없고, 넋만 깨끗할 수 없으며, 삶만 깨끗할 수 없습니다. 말이 깨끗하기에 넋을 깨끗하게 가꾸고 삶 또한 깨끗하게 가꾸려고 해요. 넋이 깨끗하기에 말과 삶을 함께 깨끗한 길로 가꾸려 합니다. 삶이 깨끗한 사람은 아주 마땅히 말과 넋을 깨끗하게 가꾸어요. 4347.3.27.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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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125] 크기

 


  초피꽃에 붙은 진딧물은 작고
  나는 지구에서 작은 숨결이고
  지구는 온누리에 깃든 작은 별이고.

 


  작은 것은 얼마나 작고 큰 것은 얼마나 클까 싶습니다. 크기를 따지는 일은 얼마나 대수로울까 싶습니다. 작다고 여기니 작을 테고, 크다고 여기니 클 테지요. 아주 자그맣다 싶은 꽃은 사람이 바라볼 적에 아주 작고, 아주 곱다 싶은 꽃은 사람이 마주할 적에 아주 곱지 싶어요. 키가 작은 사람도 키가 큰 사람도 모두 사람입니다. 나이가 적은 사람도 나이가 많은 사람도 모두 사람입니다. 지구도 달도 해도 모두 별입니다. 개미도 진딧물도 사람도 모두 목숨입니다. 다 다른 숨결이면서 다 같은 숨결입니다. 4347.4.16.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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