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름벼리는 풀도 잘 뜯지



  날마다 아침저녁으로 풀을 뜯으니 큰아이는 아버지가 풀을 뜯을 적에 마당으로 내려와서 함께 풀을 뜯으려 한다. 제법 손놀림이 야무지다. 바구지 하나 가득 쉽게 뜯는다. 큰아이가 쑥을 뜯으면 쑥밥을 짓고, 큰아이가 나물을 뜯으면 물에 헹구어 나물로 먹는다. 벼리야, 너도 알 텐데, 풀을 뜯어서 입에 넣어도 맛나지만, 손으로 톡톡 끊을 적에 우리 손도 풀내음을 먹고 우리 눈과 마음도 풀빛을 먹는단다. 4347.4.18.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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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아이 57. 정구지 뜯는 아이 (2014.4.15.)



  아버지가 풀을 뜯으니 일곱 살 큰아이가 “나도 뜯을래.” 하면서 함께 뜯는다. 누나가 풀을 뜯으니 네 살 작은아이가 “나도 뜯을래.” 하고 누나 말을 똑같이 따라하면서 풀을 뜯는다. 누나가 “나는 긴 풀(정구지) 뜯어야지.” 하고 말하니, 동생도 “나는 긴 풀 뜯어야지.” 하고 똑같이 말한다. 궁둥이를 실룩 내밀면서 뜯는다. 얘야, 정구지잎이니 다른 풀잎이니? 네가 뜯은 잎은 네가 다 먹으렴. 알겠지? 스스로 먹을 풀은 스스로 뜯자, 좋지?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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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피꽃 바라보기



  초피나무에 꽃이 핀다. 아주 조그마한 꽃망울이 터진다. 이 작은 꽃망울이 터지기에 초피알이 맺는다. 초피알은 작은 새들이 아주 좋아한다. 새들은 초피알을 먹으면서 겨울나기를 한다. 초피잎에 붙은 범나비 애벌레를 잡아서 먹고, 초피나무 둘레에서 먹이를 찾는 사마귀와 방아깨비를 잡기도 한다.


  살짝 피어났다가 살며시 사라지는 초피꽃을 눈여겨보는 이웃은 누구일까. 초피나무를 바라보면서 언뜻선뜻 노르스름한 빛이 감도는 꽃잔치를 웃으며 들여다보는 동무는 누구일까. 봄볕이 작은 꽃송이에도 곱다라니 내려앉는다. 4347.4.18.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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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민들레 노래



  우리 집 둘레에 흰민들레가 많이 핀다. 흰민들레가 꽃이 핀 뒤 씨앗을 골고루 날리도록 돌보니, 대문 앞에도 꽃밭에도 뒤꼍에도 옆밭에도 흰민들레가 하나둘 퍼져서 하얗게 빛난다. 다른 마을에서는 흰민들레를 뿌리째 캐어 읍내 저잣거리에 가지고 나와 판다. 약풀로 많이 사고팔리니 캐낼 만하다고 느끼지만, 씨앗을 날리도록 남겨 두면서 캐야 하지 않으랴 싶다. 곁님과 나는 잎사귀만 조금 뜯어서 먹는다. 뿌리까지 캐내어 먹으면 더 좋다 하지만, 온통 민들레밭이 될 때까지는 고이 건사하고 싶다. 우리 집뿐 아니라 우리 마을 어디에서나 흰민들레가 춤출 수 있기를 꿈꾼다. 4347.4.18.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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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과 함께 42. 이야기가 쏟아진다



  즐겁게 지켜보면서 기쁘게 노래하다가 사진을 찍으면 예술이 되리라 느낍니다. 이름난 작가가 찍든 일곱 살 아이가 찍든, 즐겁게 지켜보다가 찍는 사진은 늘 예술이 되는구나 하고 느껴요. 사진길 걸은 지 마흔 해가 넘든 사진기 붙잡은 지 넉 달이 되든, 기쁘게 노래하면서 찍는 사진은 언제나 예술이 된다고 느껴요.


  예술품을 만들려고 하기에 예술이 되지 않습니다. 즐겁게 누리는 삶이 예술입니다. 예술가들이 만들기에 예술이 되지 않습니다. 기쁘게 노래하는 삶이 예술입니다.


  송송 썰어서 접시에 얹은 가지런한 오이채와 무채가 예술입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보들보들한 밥을 정갈하게 담은 밥그릇이 예술입니다. 개운하면서 구수한 맛이 나는 된장국이 예술입니다. 갓난쟁이 똥오줌이 묻은 기저귀를 척척 비비고 헹구고는 빨랫줄에 널어 해바라기 시키는 하루가 예술입니다. 아이들이 한글을 처음 익힌 뒤 연필을 야무지게 쥐어 또박또박 깍두기공책에 적는 글이 예술입니다.


  오이채와 무채가 예술인 까닭은 오이채와 무채에 이야기가 깃들기 때문입니다. 밥 한 그릇이 예술인 까닭은 밥 한 그릇에서 이야기가 쏟아지기 때문입니다. 된장국이 예술인 까닭은 된장국에서 이야기가 샘솟기 때문입니다. 기저귀 빨래가 예술인 까닭은 기저귀를 빨고 널고 말리고 개고 다리는 삶에서 이야기가 넘치기 때문입니다. 아이들 한글 익히기가 예술인 까닭은 글빛을 처음 느끼는 아이들이 눈빛을 또랑또랑 밝히기 때문입니다.


  사진은 예나 이제나 예술입니다. 사진이라는 갈래가 예술이기 때문에 예술이 아닙니다. 사진이 이야기를 찍어서 나누기 때문에 예술입니다. 사진은 언제나 문화입니다. 사진찍기와 사진읽기가 문화생활이기 때문에 문화가 아닙니다. 사진을 찍고 읽는 동안 서로 이야기꽃을 피우기 때문에 문화입니다.


  사진기를 손에 쥘 적에는 이야기를 생각하셔요. 내가 찍은 사진을 들여다보거나 이웃이 찍은 사진을 바라볼 적에는 이야기를 헤아리셔요. 나 스스로 어떤 이야기를 이 사진에 담았는지 살피고, 내 이웃은 이녁 이야기를 저 사진에 어떻게 담았는지 돌아보셔요.


  사진은 이야기밭이 됩니다. 사진은 이야기바다가 됩니다. 사진은 이야기누리가 됩니다. 사진은 이야기숲이 되고, 이야기터가 되며, 이야기빛이 됩니다. 4347.4.17.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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