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알아본 뒤에는 (사진책도서관 2014.4.15.)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사진책도서관 함께살기’



  책은 읽으려고 만든다. 도서관은 책을 건사하려는 곳이다. 우리는 책을 쓰고 만들며 사고팔고 읽으며 갈무리한다. 그러면, 책은 왜 쓰고 왜 읽는가. 책을 쓴 뒤에는 어떻게 살아가고, 책을 읽은 뒤에는 어떻게 살아가는가.


  책을 쓰는 사람은 책을 쓰면서 스스로 삶을 어떻게 바꾸는가. 책을 읽는 사람은 책을 읽으면서 스스로 삶을 어떻게 바꾸는가. 책을 건사하는 도서관을 지키는 사람은 책을 건사하고 도서관을 지키면서 스스로 삶을 어떻게 바꾸는가.


  지난날에는 도서관이 공공도서관뿐이었고, 공공도서관을 지키는 이는 공무원이라 할 만하다. 오늘날에는 공공도서관 아닌 사립도서관이 생기고, 개인도서관이 태어난다. 사립도서관과 개인도서관을 꾸리는 이들은 저마다 삶을 어떻게 가꾼다고 할 수 있을까. 공공도서관이 있는데 우리들은 왜 사립도서관이나 개인도서관을 스스로 돈과 품을 잔뜩 들여서 열고 가꾸며 꾸리는가.


  그러고 보면, 사람들은 공공도서관에도 가지만 사립도서관이나 개인도서관에도 간다. 우리 ‘사진책도서관’ 같은 전문도서관을 찾아다니는 사람이 있고, 자그마한 동네도서관으로 나들이를 다니는 사람이 있다. 더 많은 책이 더 가지런하게 놓인 곳을 바라면 공공도서관을 가면 될 일인데, 왜 굳이 작은 개인도서관까지 찾아가서 책을 보려고 할까.


  다른 나라는 어떠한지 모른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나라를 놓고 말한다면, 한국에서는 공공도서관이 책을 버린다. 공공도서관은 책을 오래오래 품지 못한다. 새로 나오는 책을 꾸준히 사들여 갖추는 일은 반가우면서 고맙지만, 애써 사들여 갖추는 책을 두고두고 건사하지 못한다. 사립도서관이나 개인도서관이 생기는 까닭은 ‘공공도서관에 책이 없’고 ‘공공도서관이 책을 버리’기 때문 아닐까 싶다. 공공도서관에 책이 있을 뿐 아니라, 공공도서관이 책을 알뜰살뜰 건사하면서 지키는 몫을 톡톡히 한다면, 굳이 개인도서관을 열 까닭이 있을까.


  동네나 시골에 조그맣게 도서관을 가꾸면서 책쉼터에다가 책배움터를 일구고 싶으면 따로 개인도서관을 열 만하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책이 책답게 자리를 못 잡는다. 아무래도 이런저런 안타깝거나 슬픈 까닭이 뒤엉키기에, 곳곳에서 자그맣게 도서관을 여는 책이웃이 늘어나지 싶다.


  책을 알아본 뒤에는 무엇을 해야 아름다울까? 책을 알아본 뒤에는 책에 깃든 이야기를 마음 깊이 아로새겨서 삶을 새롭게 가꿀 때에 아름답겠지. ㅎㄲㅅㄱ



* 사진책도서관(서재도서관)을 씩씩하게 잇도록 사랑스러운 손길 보태 주셔요 *

* 도서관 지킴이 되기 : 우체국 012625-02-025891 최종규 *

* 도서관 지킴이 되어 주는 분들은 쪽글로 주소를 알려주셔요 (010.5341.7125.) *

* 도서관 나들이 오시려면 먼저 전화하고 찾아와 주셔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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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아이 38. 2014.4.15. 등꽃아이



  등꽃이 피었다. 늦여름부터 가으내 등나무 줄기가 얽혀 도서관 창문을 다 가린다 싶더니, 봄에는 등꽃이 찰랑찰랑 빛난다. 등꽃을 보면 등나무 줄기가 휘휘 뻗는 일을 미워하지 못한다. 치렁치렁 고운 등꽃을 한 줄기 따서 큰아이한테 건넨다. 예쁘장한 등꽃줄기를 들고는 좋아서 노래를 한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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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자꽃은 눈부시게



  탱자꽃이 눈부시다. 하야말갛게 피어나는 탱자꽃은 이른 봄날 새하얀 꽃잔치를 벌이다가 저무는 봄꽃나무와 사뭇 다르게 눈부시다. 봄꽃나무는 이른봄에 사람들 눈을 환하게 틔우는 꽃송이를 베푼다면, 탱자꽃은 봄이 무르익는 푸른 물결이 우리 숨결을 시원하게 어루만지는 빛이 얼마나 눈부신가를 알려주지 싶다.


  하얀 꽃잎이 팔랑거리는 탱자나무 줄기와 가시는 푸르다. 탱자꽃이 피고 질 무렵 땅바닥에서는 딸기넝쿨이 퍼지면서 딸기꽃이 피고 진다. 탱자꽃이나 딸기꽃을 보려고 마실을 하는 사람은 아주 드물 텐데, 탱자꽃과 딸기꽃은 새벽빛을 부르고 저녁빛을 밝힌다. 아침저녁으로 봄들에 고운 손길을 흩뿌린다. 4347.4.20.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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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히려고 만드는 책



  모든 책은 읽히려고 만든다. 아름답구나 싶은 이야기를 알뜰살뜰 담아서 널리 읽히려고 만든다. 삼백 권을 찍는 책은 삼백 사람한테 읽히려는 뜻으로 만든다. 그러나 삼백 사람한테만 읽히고 싶지 않다. 삼백 사람을 비롯하여 삼천 사람과 삼만 사람한테 아름다운 넋을 나누어 주면서 함께 즐기고 싶다. 삼천 권을 찍는 책은 삼천 사람한테 읽히려는 뜻으로 만든다. 그러나 삼천 사람한테만 읽히고 싶지 않다. 삼천 사람을 비롯하여 삼만 사람과 삼십만 사람한테 아름다운 숨결을 베풀면서 같이 누리고 싶다.


  삼백 사람한테 읽히려고 찍은 삼백 권이 때로는 삼백 사람은커녕 서른 사람한테 가까스로 읽힐 수 있다. 삼천 사람한테 읽히려고 찍은 책이 삼천 사람은커녕 삼백 사람한테 겨우 읽힐 수 있다. 그렇지만, 서른 사람이 알아보았고 삼백 사람이 사랑했다. 서른 사람 손길을 타며 즐겁게 피어나고, 삼백 사람 눈길을 받으며 살가이 노래한다.


  오늘 읽히는 책이 있다. 모레 읽히는 책이 있다. 어제 읽힌 책이 있다. 먼 앞날에 읽히는 책이 있다.

  누가 알아보는가. 누가 사랑하는가. 어떻게 알아보는가. 어떻게 사랑하는가. 책을 읽히려는 손길에는 얼마나 넓고 깊은 사랑이 깃드는가. 책을 읽으며 즐겁게 웃는 손길에는 얼마나 기쁘며 반가운 꿈이 자라는가.


  오랫동안 읽히지 못한 채 먼지만 곱게 내려앉은 책을 바라본다. 살살 쓰다듬는다. 책에 내려앉은 먼지가 내 손가락과 손바닥에 까맣게 묻는다. 이 먼지는 무엇일까. 이 고운 책먼지는 무엇을 말하는가. 내가 오늘 치운 책먼지는 며칠 뒤 다시 내려앉을까. 오늘은 누군가 책먼지를 닦아 주었으나 몇 해 지나도록 다시 책먼지가 두껍게 내려앉을까. 4347.4.20.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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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끈은 낡지 않다



  눈으로 바라보면서 낡다고 생각하면 낡은 끈이 된다. 눈을 감고 손으로 살살 어루만지면서 끈이로구나 하고 생각하면 끈이 된다. 끈은 아랑곳하지 않고 책을 손에 쥐어 한 쪽씩 넘기면 그예 책이 된다. 낡은 끈으로 묶은 낡은 책이라고 여기면 그예 낡은 책이 된다.


  2004년에 처음 나오고 2014년에 여러 쇄를 찍은 책은 어떤 책일까. 낡은 이야기를 담은 책일까 새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일까. 1994년에 처음 나온 뒤 더 찍지 못했기에 1994년에 나온 대로 내 앞에 놓인 책은 어떤 책일까. 1974년에 처음 나오고 2014년에 새로 찍은 책은 어떤 책일까.


  많은 사람들이 아끼고 사랑해서 앞으로도 꾸준히 찍는 책이 있다. 몇몇 사람들이 아끼고 사랑하기에 한 번 찍고 나서 다시 못 찍지만, 헌책방에서 애틋한 손길을 받는 책이 있다. 책은 책을 읽는 사람 몫이지, 책 몫이 아니다. 책은 그저 책으로 있을 뿐이요, 우리들이 책에 빛과 값과 넋과 숨결을 불어넣는다. 책에 깃든 이야기는 글쓴이 몫이 아닌 읽는이 몫이다. 글쓴이는 이녁 온 사랑과 꿈을 이야기로 엮어 책으로 묶는다. 읽는이는 글쓴이가 바친 사랑과 꿈을 이야기로 읽을 뿐 아니라, 읽는이 나름대로 새로운 빛과 숨결을 불어넣으면서 새로운 이야기로 짓는다.


  낡은 끈이 낡은 까닭은 낡았다고 생각하는 마음 때문이다. 끈이 끈인 까닭은 그저 끈으로 마주하면서 아끼기 때문이다. 헌책도 없고 새책도 없다. 모두 똑같은 책이다. 종이로 빚은 책과 종이에 앉히지 않고 마음에 담는 책은 모두 똑같은 책이다. 4347.4.20.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헌책방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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