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돌아온 먼길


  아침 일찍 고흥집을 떠나 신안으로 갔다. 신안에서 지도읍과 압해읍을 돌고 고흥집으로 돌아온다. 아침 열 시에 길을 나선 뒤 밤 열 시에 집으로 돌아온다. 아이들은 차에서 잠을 거의 안 자며 버티고 놀다가 집으로 돌아와서 조금 노닥거린 뒤 손발을 씻고 낯을 씻은 다음 잠자리에 눕히니 이내 곯아떨어진다. 먼 마실을 다닐 적에 아이들이 잘 놀고 잘 자면 더없이 고마우면서 미안하다.

  신안에서 하룻밤을 묵을 생각을 했으나 곁님은 오늘 돌아올 생각을 했다. 모르는 일이기에 집식구 옷가지를 모두 챙겼는데, 느즈막하게 고흥집으로 돌아왔다. 꾸린 짐은 이튿날 아침에 풀어야지. 그나저나 이튿날 아침에 밥을 차려서 먹을 수 있을까. 뭐, 먹어야 하지 않겠나. 아이들을 먹이고 나도 먹어야 할 텐데, 나는 밥 생각이 없을 듯하고, 아이들이 배를 곯지 않게 먹이고는 좀 드러누워 쉬어야지 싶다.

  숲이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시골은 어디일까. 숲을 숲답게 사랑하고 아끼는 시골은 어디일까. 글쎄, 한국에 그런 시골이 있을까. 잘 모르겠다. 4347.4.24.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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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식구 함께 신안마실을 한다.

순천에 있는 헌책방 아저씨와 함께 나들이를 한다.

신안에는 어떤 빛이 우리를 기다릴까.


모처럼 네 식구가

가까운 전라남도 쪽으로 간다.

가깝다지만

두 시간 가까이 달리는 길이다.


잘 달리고

차근차근 돌아보면서

우리 식구들 앞길과

도서관 앞날을

곰곰이 헤아려 본다.


짐은 거의 다 꾸렸다.

신나게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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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베개 작은 베개



  일곱 살 큰아이가 제 베개를 안 쓰겠다고 한다. 큰아이는 어른들이 베는 큰 베개를 쓴다. 누나가 큰 베개를 쓰니 네 살 작은아이도 작은 베개를 안 쓰겠다고 한다. 이리하여 두 작은 어린이가 큰 베개를 쓴다. 작은 베개는? 작은 베개는 어른인 내가 쓴다. 4347.4.24.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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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운 이웃님이 선물한 책



  고운 이웃님이 책을 한 권 선보였다. 《처음 손바느질》(겨리 펴냄,2014)이라는 책이다. 손으로 조물조물 만져서 여러 가지를 빚는 이웃님은 이녁이 그동안 손빛을 뽐내어 누린 이야기를 책으로 갈무리했다. 고운 눈빛처럼 곱게 나온 책은 가만히 바라보아도 예쁘고 펼쳐서 읽어도 예쁘다. 아이들한테 물려줄 책을 나 스스로 쓰기도 하지만, 이웃님이 쓴 고운 책을 아이들한테 함께 물려줄 수 있을 때에 얼마나 즐거운가 하고 새삼스레 느낀다.


  내 이웃님이 쓴 책이기에 자꾸 들추거나 읽지 않는다. 눈길을 사로잡거나 이끄는 빛과 이야기가 있기에 찬찬히 되읽거나 다시 들춘다. 짧고 가볍게 느낌글을 하나 쓰고, 살짝 들여다보는 느낌글을 하나 쓴다. 깊이 들여다보는 긴 느낌글을 곧 쓸 생각이다.


  돌이켜보면, 마음을 사로잡는 책은 느낌글을 여럿 써도 재미있다. 느낌글을 쓸 적마다 새로운 이야기가 샘솟는다. 그러니까, 새로 이 책 하나를 손에 쥐어 넘길 적마다 새로운 느낌이 마음속으로 스며들어 새삼스러운 노래가 흐른다.


  한 번 읽고 나서 덮어도 책은 책이리라. 그런데, 한 번 읽고 다시 들출 일이 없으면 어떤 책이라고 할 만할까. 책이라 할 때에는 두고두고 되읽거나 다시 들추면서 환한 웃음빛을 짓도록 이끌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책꽂이에 모셔 놓고 ‘장서 자랑’이 되도록 한다면 책이 책다울 수 없다고 느낀다. 책이 책다울 때에는 손때를 타고 손길이 묻으며 손내음이 물씬 풍겨야 한다고 느낀다. 고운 이웃님은 우리 식구한테 이야기밥을 선물했다. 이 고운 이야기밥은 우리 식구뿐 아니라 이 나라 수많은 ‘아직 낯선 다른 이웃’한테도 즐거운 선물이 되겠지. 4347.4.24.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삶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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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4-04-24 06:03   좋아요 0 | URL
작년에 도서관지원으로 구입한 책들이 책꽂이에서 '장서 자랑'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부지런히 읽고 이웃들과도 나누렵니다.^^
<처음 손바느질> 책은 클릭하여 살펴봅니다~

파란놀 2014-04-24 07:32   좋아요 0 | URL
요 책이 참 잘 나오고
보기에도 즐겁고
재미있어요.

아이들과 바느질놀이를 할 만하도록
잘 이끌기도 하고요.

순오기 님은 알뜰살뜰 잘 하시리라 생각해요~ ^^

appletreeje 2014-04-24 08:24   좋아요 0 | URL
함께살기님의 꽃밥상과 책이 왠지 잘 어울립니다~
손에 마음을 담아 짓는 예쁜 삶이요~
'처음'이라는 말도 '손바느질'이라는 말도 참 좋구요.^^
바느질을 잘 못하는데 이 책을 보며, 한땀 한땀 해보고 싶은 마음이 드네요. ㅎㅎ
감사히 담아갑니다~*^^*

파란놀 2014-04-24 08:39   좋아요 0 | URL
아이들과 함께 즐기도록 엮었더라구요.
이 책을 쓰신 분이
다시 혼자 손바느질 하시기 앞서
이오덕자유학교와 산촌유학센터에서
아이들과 지내면서
여러모로 '아이와 함께 하는 바느질 삶'을
많이 느끼셨구나 싶어요.

보름쯤 이 책을 곁에 두면서
날마다 즐거웠습니다 ^^

그렇게혜윰 2014-04-24 10:10   좋아요 0 | URL
밥상이 더 눈길을 끌어요^^ 건강한 삶이 물씬 느껴집니다. 책도 아기자기 예쁘네요^^

파란놀 2014-04-24 22:31   좋아요 0 | URL
그냥 늘 먹는 밥이랍니다.
저도 처음부터 이렇게 먹지는 않았는데
이제는 이렇게 안 먹으면
속이 더부룩하고 힘들어요 ^^
 

[말이랑 놀자 22] 자리끼



  나는 언제부터 ‘자리끼’라는 말을 들었을까 헤아려 봅니다. 아주 어렸을 적이지 싶습니다. 아버지가 자리끼를 찾으시기에 밤에 물을 가져다주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어릴 적에 외가에 놀러갔을 적에도 머리맡에 스텐그릇으로 자리끼가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렇지만 잘 떠오르지 않습니다. 다만 ‘자리끼’라는 낱말은 어릴 적부터 오래도록 내 마음에 남습니다. 우리 두 아이와 살아가며 밤에 재우다가 아이가 “물 마시고 싶어.” 하면 아주 어릴 적에는 물을 떠서 건네다가 이제는 아이 스스로 물을 마시도록 합니다. 가끔 큰아이한테 ‘자리끼’라는 낱말을 들려준 적 있지만 자주 쓰지는 않습니다. 큰아이가 갓난쟁이였을 적에 곁님 손이 닿는 가까운 데에 늘 자리끼를 두었습니다. 자다가 잠자리에서 마시는 물을 왜 자리끼라 했을까 늘 궁금한데, 그냥 ‘물’이라 하지 않는 까닭은 마시는 물과 천에 적셔서 아기들 땀을 훔치는 데에 쓰는 물과 다른 여러 가지 말을 잘 나누어야 하기 때문이 아닐까 하고 문득 느끼곤 합니다. 우리 집 아이들이 열 살쯤 넘어가면 그때부터 밤에 ‘물’이 아닌 ‘자리끼’를 찾을 수 있겠지요. 4347.4.24.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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