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제 삶터를 사진으로 찍는다. 제 삶터가 아니라면 사진으로 찍지 못한다. 제 삶터가 아닌 곳에서 사진을 찍으면 겉스쳐 지나가는 기운이 물씬 흐른다. 처음 발을 디디는 곳이기에 내 삶터가 안 될 수 없다. 오래도록 눌러앉은 데라서 내 삶터가 될 수 없다. 스스로 사랑하고 좋아하며 아끼는 마음이 될 때에 비로소 ‘내 삶터는 어디인가?’ 하는 물음에 스스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그러니까, 내가 나고 자란 곳을 찍어야 가장 잘 찍지 않는다. 내가 가장 좋아하고 사랑하며 아끼는 곳을 찍어야 가장 잘 찍는다. 이 골목을 알거나 저 동네를 알기에 더 낫거나 멋지거나 아름다운 사진을 낳지 않는다. 마음속에 기쁨과 웃음과 사랑과 눈물과 노래가 있을 때에 이야기 한 자락 살포시 담으면서 아름다운 사진을 낳는다. 사진책 《북촌》은 어떤 넋으로 찍은 사진을 그러모았을까. 4347.4.29.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한 줄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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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촌- 나의 서울
한정식 지음 / 눈빛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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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소리 듣는 책읽기



  영화 〈어거스트 러쉬〉를 이틀에 걸쳐 두 차례 본다. 영화를 보고 나서 인터넷으로 살펴보니 ‘씨네21’이라는 잡지에 어떤 전문비평가가 매긴 평점이 나온다. 10점 만점에 5점이란다. 독자평점은 10점 만점에서 9점이라고 나온다. 그나마, 이 영화를 놓고 기자나 전문비평가나 영화평론가가 매긴 점수는 ‘씨네21’이 하나 있고, 거의 없지 싶다.


  그러면 나는 영화 〈어거스트 러쉬〉에 점수를 얼마쯤 주는가? 글쎄, 나는 점수를 주고 싶지 않다. 즐겁게 본 영화에 왜 점수를 줄까? 그저 ‘즐거운 웃음’과 ‘즐거운 눈물’이면 되지 않을까? 그리고, 나는 이 영화를 일곱 살 큰아이와 함께 두 차례 볼 수 있던 만큼, 10점 만점에서 9.5점을 주고 싶다. 0.5점은 영화 끝자락에서 조금 더 마음을 쓰지 못한 아쉬움 때문에 깎는다.


  어쨌든, 영화 〈어거스트 러쉬〉를 보면 처음부터 끝까지, 영화 주인공인 열두 살 어린이가 ‘소리를 듣’고 ‘소리에 웃’으며 ‘소리를 노래하’는 이야기가 흐른다. 아이는 소리를 사랑한다. 아이는 소리에서 빛을 찾는다. 아이한테 찾아드는 소리는 아이 어버이가 들려주는 소리이기도 하지만, 아이 마음속에서 퍼져나오는 소리요, 온 우주에서 흐르는 소리이기도 하다.


  어제와 오늘 빗소리를 듣는다. 빗물이 우리 집 처마를 따라 흐르다가 줄줄 떨어지는 소리를 듣는다. 빗방울이 지붕을 때리는 소리를 듣고, 비가 오니 온 들과 논과 숲에서 개구리가 깨어나 왁왁 노래하는 소리를 듣는다. 이 빗줄기 사이로 먼 멧자락에서 소쩍새 우는 소리까지 듣는다.


  아아, 얼마나 아름답고 사랑스러운가. 나는 이 밤에 개구리 노래와 소쩍새 노래와 사월비 노래를 들으면서 도무지 잠들지 못한다. 이 아름다운 소리가 가슴을 적시고 후벼파며 어루만지기에 즐겁게 웃고 운다. 그러나, 두 아이가 나를 기다린다. 두 아이를 먼저 재우는데, 큰아이도 작은아이도 “아버지 언제 와요? 곧 와요? 얼른 와요. 같이 자요.” 하고 부른다. 나는 아이들 사이로 파고들어 자야 한다. 나는 아이들 사이에서 달게 꿈나라로 접어들어 아이들과 웃고 노래하련다. 비가 흐르고, 노래가 흐르며, 사랑이 흐른다. 작은 초피꽃에 떨어진 빗방울을 바라보며 가슴이 찡한 하루였다. 4347.4.28.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삶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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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꽃 알려주어 고맙구나



  일곱 살 큰아이가 지난주에 길에서 벌에 넉 방 쏘인 뒤로는 마당에서 놀 생각을 않는다. 벌한테 쏘이기 앞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내내 마당에서 놀던 아이가 이제는 파리가 웅웅거리는 소리까지 무서워하고 만다. 마침 비가 오니, 비가 오는 날에는 벌도 파리도 날아다니지 못해, 큰아이가 걱정없이 마당에 내려온다. 다만, 내가 마당에 나오니 살그마니 달라붙으며 따라온다. 얼마나 마당에 내려와서 놀고 싶을까. 얼마나 바깥바람 쐬면서 숲노래를 부르고 싶을까.


  나는 아침저녁으로 풀을 뜯기만 하며 미처 살피지 못했는데, 모처럼 마당에 내려온 큰아이가 나를 부르며 말한다. “아버지, 우리 집 장미꽃 피었어요!” 어, 어, 그러네. 우리 집 장미꽃이 피었네. 언제 피었지?


  오늘도 어제도 우리 집 장미꽃 둘레에 돋은 돌나물을 뜯었다. 그제도 그끄제도 우리 집 장미꽃 둘레에서 풀을 뜯었다. 그러나 나는 우리 집 장미꽃이 봉오리를 터뜨린 줄 알아채지 못했다. 한 송이는 봉오리를 막 터뜨리려 하고, 한 송이는 벌써 봉오리를 활짝 터뜨렸다.


  속으로 ‘쳇! 쳇!’ 한다. 우리 집 장미꽃을 알아보아도 내가 먼저 알아보고 알려주고 싶었는데, 네 녀석이 먼저 알아보다니. 그래도 네 마음속에 언제나 꽃빛이 있으니 이렇게 모처럼 마당에 내려섰을 적에 장미꽃이 터진 줄 알아차렸겠지. 장미꽃은 네 꽃이다. 장미빛은 네 마음빛이다. 4347.4.28.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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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정거장 Happy Station - I Love Madagascar
신미식 지음 / 푸른솔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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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 읽는 사진책 166



즐겁게 찍는 사진은

― 행복정거장

 신미식 사진·글

 푸른솔 펴냄, 2008.11.22.



  사진‘은’ 어떻게 찍어야 할까요? 사진‘을’ 어떻게 찍으면 될까요? 사진을 배우려는 분들은 으레 이렇게 물을 만하리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물을 까닭은 없어요. 왜냐하면, ‘사진’이라는 낱말을 바꾸면 되거든요. 자, 다시 물을게요. 어떻게 살면 될까요? 사랑을 어떻게 하면 될까요?


  어떤 일을 하면 될까요? 일을 어떻게 하면 될까요? 아이와 어떻게 살면 될까요? 아이를 어떻게 사랑하면 될까요?


  마음이 있다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마음이 없다면 쉽게 알지 못합니다. 마음이 있다면 ‘사진을 어떻게 찍느냐’는 ‘삶을 어떻게 꾸리느냐’와 똑같은 줄 알 수 있습니다. 마음이 없다면 ‘사진을 찍는 까닭’과 ‘아이를 사랑하는 까닭’이 서로 같은 줄 느끼지 못합니다.


  사진책 《행복정거장》(푸른솔,2008)을 내놓은 신미식 님은 “마다가스카르를 여행할 수 있었던 것은 나에겐 행복이었다.” 하고 말합니다. 사진책 《행복정거장》은 사진책이면서 사진공책입니다. 신미식 님이 찍은 사진을 담은 책이면서, 사이사이 수첩이나 공책으로 쓸 수 있도록 빈자리가 많습니다.


  사진책을 왜 이렇게 만들었을까 하고 고개를 갸우뚱해 봅니다. 머리말에만 짤막하게 적은 글을 읽어 봅니다. 신미식 님은 “내가 이 나라를 처음 방문했을 때 난 이 나라가 나에게 사랑한다고 고백하는 소리를 들었다.” 하고 말합니다. 그렇군요. 신미식 님은 마다가스카르가 신미식 님한테 ‘나 너 사랑해’ 하고 읊은 노래를 들었습니다. 마음으로 들은 노래를 마음으로 사진을 찍어서 마음으로 책을 엮습니다.




  신미식 님으로서는 “이제는 어느덧 고향과도 같은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이 땅과 사람들. 그리움을 두고 떠나온 것은 사람만은 아니었다.” 하고 덧붙입니다. 그리고, “이번에 선보이는 사진들은 그동안 숨겨져 있던 나만의 보물이다. 자칫 세상에 등장하지 못할 뻔한 아이들과 아름다운 풍광들을 마음껏 넣을 수 있어서 기분이 좋다.” 하고 마무리짓습니다.


  누군가한테는 서울 북촌이 좋습니다. 누군가한테는 부산 광복동이 좋습니다. 누군가한테는 라다크가 좋습니다. 누군가한테는 핀란드가 좋습니다. 누군가한테는 마다가스카르가 좋습니다.


  사진책을 덮고 문득 생각에 잠깁니다. 한국을 좋다고 말할 사진가는 있을까요. 한국땅 구석구석을 두 다리로 천천히 밟으면서 한국을 사랑한다고 말할 사진가는 있을까요. 풍광이나 풍경이 아닌 삶을 사진으로 담으면서 한국을 아름답게 노래할 사진가는 있을까요. 그림쟁이 고흐 님이 감자 먹는 시골사람을 그림으로 담았듯이, 시골에서 흙을 가꾸며 아끼는 사람을 사진으로 담을 분이 있을까요.


  아무렴, 틀림없이 있습니다. 〈전라도닷컴〉이라는 잡지는 오로지 시골 할매와 할배를 사진과 글로 보여줍니다. 시골에서 뿌리를 내리며 즐겁게 웃고 노래하는 할매와 할배가 늘 주인공이 되어 잡지를 가득 채웁니다. 한국에서 이런 잡지는 아직 없습니다. 농협에서 내는 잡지나 신문에서도 농사꾼이 주인공이 되지 않아요. 농림수산부에서 내는 기관지나 사외보에서는 농사꾼이 주인공이 될까요? 된 적이 있을까요?





  즐겁게 찍는 사진은 이웃한테 즐거운 웃음을 베풉니다. 즐겁게 찍는 사진은 사진쟁이 스스로 아름답게 웃는 씨앗을 베풉니다. 더도 덜도 아닙니다. 즐겁게 살 때에 아름답습니다. 즐겁게 찍을 때에 아름답습니다. 즐겁게 찍으면 됩니다. 사진 역사에 이름이 남아야 하지 않습니다. 비평가나 평론가가 눈여겨보아 주어야 하지 않아요. 사진잡지에 실려야 하지 않아요. 사진은 그저 즐겁게 찍을 뿐입니다. 삶은 그저 즐겁게 가꿀 뿐입니다. 우리 삶이 신문에 나거나 방송에 나거나 책으로 나와야 하지 않아요. 우리 삶은 늘 그 모습 그대로 아름답습니다. 사진으로 찍든 안 찍든 언제나 즐거운 하루입니다. 사진으로 돌아보지 않더라도, 글로 되새기지 않더라도, 그림으로 다시 보지 않더라도, 우리 삶은 날마다 새롭게 아름다운 빛을 뽐냅니다. 사진책 《행복정거장》은 신미식 님이 들려주고 싶은 노래를 담습니다. 작고 수수한 이야기가 가만히 흐릅니다. 4347.4.28.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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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월비 내리는 소리를 들으며 시집을 펼친다. 한 달쯤 책상맡에 두었다가 펼친다. 비가 오는 날 읽기에 알맞을 시집이었을까. 한 쪽 두 쪽을 읽는 동안 마음이 포근해진다. 시인이 싯말로 읊은 노래를 살피면 가슴을 에는 이야기가 꽤 있는데, 가슴을 에는 이야기를 읽으면서도 마음이 포근하다. 왜 그럴까? 아픔과 생채기를 이야기한다 하더라도, 아픔과 생채기를 구경하거나 나 몰라라 하지 않고 품에 안으면서 따사로이 보듬으려는 손길이기 때문 아닐까? 아픔을 말한대서 다 아픔을 말하는 시가 된다고 느끼지 않는다. 생채기를 주제로 다룬대서 모두 생채기를 슬기롭거나 제대로 보여준다고 느끼지 않는다. 시가 되려면, 문학이 되려면, 이야기가 되려면, 시를 쓰는 넋이 스스로 숲이 되어야 할 테지. 그러니 시집 이름이 《침엽수 지대》이다. 4347.4.28.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한 줄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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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엽수 지대
김명수 지음 / 창비 / 199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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