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쥐가 싸운다. 쥐가 사람을 잡아먹고, 사람은 고양이를 시켜 쥐를 잡아먹도록 하고, 쥐를 불태우거나 파묻어 죽인다. 언제 적 이야기인가 하면, 만화책 《고양이mix 환기담 토라지》에 나오는 먼먼 옛날, 또는 먼먼 뒷날 이야기이다. 언제 적에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모른다. 다만, 쥐는 쥐대로 제 삶을 꾸릴 수 없다. 사람은 사람대로 서로 아끼거나 도우며 살지 않는다. 쥐는 지구별에서 살아남으려고 사람을 죽이거나 잡아먹는다. 사람은 지구별에서 혼자 살려고 쥐를 잡아서 족친다. 삶이란 무엇일까. 목숨이란 무엇일까. 사랑이란 무엇일까. 이웃이란 무엇일까. 만화책에 나오는 이야기는 만화책을 덮으면 끝이라 할 수 있다. 만화책에서 흐르는 이야기는 만화책을 안 보면 나하고는 동떨어진 꿈이라 여길 수 있다. 그러면, 참말 그러할까? 사람은 아름다운 숨결이 되어 지구별을 가꾸는가? 사람은 이 지구별에서 누구를 이웃으로 삼으면서 살아가는가? 사람은 사람끼리조차 서로를 적으로 여기면서 죽이거나 짓밟거나 손가락질하거나 괴롭히거나 따돌리지 않는가? 4347.4.29.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한 줄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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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MIX 환기담 토라지 1
타무라 유미 글 그림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9년 11월
4,000원 → 3,600원(10%할인) / 마일리지 2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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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아이 구멍난 바지 기우기



  큰아이가 입는 바지 무릎에 구멍이 났다. 처음에는 작더니, 차츰 커진다. 어제 자전거를 타고 면소재지 마실을 하면서 쳐다보니 무릎 구멍에 주먹이 들어갈 만큼 크다. 그런데 큰아이는 이를 아랑곳하지 않고 그냥 입는다. 아무래도 이 모습은 아니다 싶어 오늘 아침에 다른 바지를 입으라 하고 구멍을 기우기로 한다. 그냥 기울 수 없을 만큼 큰 구멍이기에 덧댈 천을 살핀다. 아이들이 갓난쟁이일 적에 입힌 바지를 꺼낸다. 네 살 작은아이조차 이 바지에 발 하나를 넣기 힘들 만큼 참으로 작은 바지이다. 그러나 두 아이 모두 이 바지를 입고 잘 크고 놀았다.


  헌 바지 한쪽을 가위로 석석 자른다. 천 조각을 큰아이 구멍난 바지 안쪽으로 댄다. 바늘을 한 땀 두 땀 넣는다. 방에서 바느질을 하다가 마당으로 나간다. 마당에 놓은 걸상에 앉아서 바느질을 잇는다. 후박나무 꽃에 벌떼가 모여 웅웅거린다. 처마 밑 제비집을 드나드는 제비가 부산스레 날갯짓하면서 노래를 한다. 바람이 분다. 밤새 노래하던 개구리는 아침에 조용하다. 비가 그친 아침바람을 느끼면서 바느질을 한다. 큰아이를 불러 옷을 잡으라고 이른다. 내 어릴 적이 떠오른다. 내 어머니도 내 무릎 구멍을 기울 적에 나를 불러서 이렇게 잡으라고 시켰다. 왜 시켰을까. 혼자서 얼마든지 할 수 있는데. 얌전히 앉아서 잡는 몸가짐도 익히라는 뜻이었을까. 곁에서 바느질을 지켜보면서 어깨너머로 배우라는 뜻이었을까.


  어머니 바느질을 지켜보는 동안 어느새 구멍은 덧댄 천으로 막히고, 새로운 바지가 태어난다. 큰아이 바지를 기우면서 어릴 적을 떠올린다. 우리 아이는 앞으로 커서 제 아이를 낳으면, 또 제 아이를 불러 옆에 앉히고는 무릎 구멍을 기울까. 4347.4.29.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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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랑 놀자 24] 길장사



  가게를 내어 장사를 하는 이웃이 있습니다. 가게를 내지 못하고 길에서 장사를 하는 이웃이 있습니다. 가게를 낼 만한 돈과 살림이 되기에 가게를 내고, 가게를 낼 만큼 돈과 살림을 갖추지 못했으니 길에서 장사를 합니다. 길을 갑니다. 길을 가는 사람은 길손입니다. 길손은 길에서 길밥을 먹습니다. 길밥을 먹으려고 길에서 장사를 하는 길장수꾼을 찾습니다. 길장수꾼은 길손한테 길장사를 합니다. 들에서는 들일을 하고 바다에서는 바닷일을 하듯이, 길장사를 하는 이웃은 길일을 합니다.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춥지만 씩씩하고 꿋꿋하게 길 한쪽에서 빙그레 웃고 노래하면서 길을 밝힙니다. 이 길에 길빛이 감돌고 길노래가 흐릅니다. 길장사를 하는 길사람은 서로 길벗이 됩니다. 4347.4.29.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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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월비에 쓰러진 갓꽃



  납작하게 엎드린 채 살그마니 고개를 내미는 들꽃이 있다. 껑충껑충 높이높이 꽃대를 올리는 들꽃이 있다. 저마다 새끼를 낳는 모습이 다르다. 저마다 씨앗을 퍼뜨리는 길이 다르다. 들풀 가운데 갓과 유채는 퍽 남다르다 할 만큼 꽃대를 높이높이 올린다. 어른 키보다 높게 꽃대를 올리곤 한다. 맨 밑둥은 무척 두껍다. 아이들이 갓풀이나 유채풀이 꽃대를 높다라니 올린 모습을 옆에서 바라보노라면 꼭 나무라고 느낄 만하다. 옥수수도 그렇고 해바라기도 그렇다. 아이들한테는 옥수수와 해바라기는 나무와 같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비가 내리니 꽃대만 높다라니 올린 갓풀 몇 포기가 버티지 못하고 쓰러진다. 쓰러진 갓풀과 갓꽃을 바라본다. 높은 줄기와 두꺼운 밑둥을 보자니, 뿌리가 참 얕다. 이렇게 뿌리는 얕게 내면서 키는 그리 높게 올리나. 설마 쓰러지려고 키가 자라는 풀은 아닐 테지.


  풀 가운데에는 제법 두툼하다 싶은 갓꽃이 쓰러지니, 갓꽃이 쓰러진 자리에서 돋던 풀이 모조리 눕는다. 쓰러진 갓꽃을 들어 풀이 없는 자리로 옮긴다. 돌나물도 쑥도 몽땅 넘어갔다. 사람 눈으로 보자면 작은 풀끼리 넘어지고 깔린 모양새인데, 개미나 진딧물이나 무당벌레 눈으로 보자면 숲에서 우람한 나무가 쓰러지면서 작은 나무가 몽땅 넘어간 모양새가 되겠구나 싶다.


  갓꽃에 깔려 드러눕고만 풀은 어찌 될까. 커다란 갓풀줄기를 치웠으니 다시 씩씩하게 일어설 수 있을까. 풀은 한 번 밟히면 꼿꼿하게 다시 서고, 두 번 밟히면 누운 채로 살다가, 세 번 밟히면 그예 죽는다고 한다. 우리 집 풀은 어찌 될까. 한 번 깔렸으니 꼿꼿하게 다시 설 수 있을까. 갓꽃은 조금 더 버티었으면 씨앗을 맺을 수 있었을 텐데, 안쓰럽다. 4347.4.29.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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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살이 일기 52] 사월에 내리는 비

― 봄비에 젖은 나뭇잎



  사월비가 내립니다. 봄은 비가 잦은 철은 아니나, 꼭 알맞게 비가 오는 철입니다. 겨울에 딱딱하게 굳은 땅을 봄비가 녹입니다. 녹은 땅에 알맞게 촉촉한 기운이 흐르도록 때 맞추어 비가 내립니다. 봄비가 내리면서 곳곳에 둠벙이 생기고, 논에 물이 고입니다. 이때에 개구리는 새로 깨어나고 알을 낳을 수 있습니다. 개구리한테 새 숨결을 불어넣는 봄비입니다. 풀잎도 나뭇잎도 봄비를 맞으면서 한결 싱그럽습니다. 볕만 드리우면 몇 가지 풀은 살짝 억척스레 올라옵니다. 이때에 봄비가 한 줄기 훑으면 억척스럽던 풀은 고개를 꺾습니다. 나무는 봄비를 먹으면서 줄기와 가지가 굵습니다. 이른봄에 꽃을 피웠다가 일찌감치 꽃송이를 떨군 나무는 열매가 잘 익도록 물을 듬뿍 빨아들입니다. 그야말로 지구별 들과 숲에 싱그러우면서 새로운 빛을 베푸는 봄비입니다.


  봄비를 안 반기는 사람은 없습니다. 봄비는 온갖 숨결을 살리는 빗물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올봄 사월에 한국에 커다란 일이 터졌습니다. 바다에서 배가 한 척 가라앉았습니다. 참 많은 아이들이 바닷속에 잠겼습니다. 바닷속에 잠긴 아이들을 건져야 할 텐데 비가 오고 바람이 불면, 가냘픈 아이들을 건지는 일이 힘겹습니다.


  이 봄비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요. 이 봄비는 무엇일까요. 이 봄비는 내려야 할 때에 내리는 비입니다. 그리고, 바다에서 가라앉은 배는 가라앉지 말아야 하는데 가라앉은 배입니다.


  시골에서는 비를 맞으며 땅을 갑니다. 이 비와 함께 땅을 갈아야 푹푹 잘 들어가고 깊이 갈리기 때문입니다. 시골에서는 이 비를 기다리며 씨앗을 심고 모를 냅니다. 고춧모를 심든 토마토 모를 심든 오이 모를 심든, 이 비가 내리기를 기다려 여러 가지 씨앗을 심고 모를 냅니다.


  봄에 비가 오지 않기를 바랄 수 없습니다. 사월에 비가 내리지 않기를 바랄 수 없습니다. 사월은 씨앗을 심는 달이기에, 사월에 씨앗을 심지 않으면 시골에서나 도시에서나 밥을 먹을 수 없습니다. 시골에서도 도시에서도 밥을 얼마든지 굶겠다고 한다면, 밥을 안 먹고 견디겠다고 한다면 사월에 비가 안 내리기를 바랄 수 있겠지요.


  빗물은 초피꽃을 적십니다. 빗물은 느티꽃을 적십니다. 빗물은 가시나무 꽃을 적시고, 장미나무 꽃을 적십니다. 빗물은 우리 온몸을 적시고 우리들 마음을 살살 달래면서 내립니다. 온 땅에 푸른 빛이 짙도록 북돋우는 사월비입니다. 기쁜 마음에도 아픈 마음에도 푸른 숨결이 감돌 수 있기를 빕니다. 4347.4.29.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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