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읽는 책 129] 마음자리



  즐거운 날에 새롭게 웃고

  고단한 날에 다시 노래해

  언제나 따사롭게 사랑하지.



  즐거울 적에 쓰는 글은 나중에 지칠 적에 읽으면서 새롭게 웃는 힘이 됩니다. 고단할 적에 쓰는 글은 나중에 까마득할 적에 읽으면서 다시 눈을 뜨도록 합니다. 아플 적에 쓰는 글은 나중에 또 아플 적에 읽으면서 천천히 일어나도록 돕습니다. 마음자리를 따사롭게 보듬는 이야기는 언제나 스스로 남깁니다. 마음자리를 괴롭히거나 들볶는 이야기 또한 언제나 스스로 남깁니다. 하루하루 새 빛을 고운 씨앗으로 심을 수 있습니다. 4347.5.2.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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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 안양시 덕천마을 재개발 모습을 다룬 사진책 《HUMAN》을 본다. 재개발이 한창 이루어지는 모습을 담은 사진책이다. 집이 헐리고 동네가 사라지는 동안에도 마지막까지 조용히 깃들어 지내는 사람들이 있고, 사진책 《HUMAN》은 이런 모습과 저런 모습을 고즈넉하게 보여준다. 빈집을 찍어도 빈집에 깃들어 오래오래 살아온 사람들 이야기가 깃들기 마련이다. 아주 마땅하다. 그런데, 사진책 《HUMAN》은 살짝 거리가 있지 싶다. 사진을 찍은 분은 덕천마을과 얼마나 가까운 사이였을까. 덕천마을에서 나고 자랐는가 아닌가는 대수롭지 않다. 덕천마을을 얼마나 이녁 삶자리나 보금자리로 느끼거나 여기거나 맞아들이면서 사진을 찍었을까. 사진을 찍은 김야원 님은 김야원 님 나름대로 덕천마을과 사귀면서 사진을 찍었다고 느낀다. 흑백으로 담은 사진은 차갑지도 메마르지도 않다. 그러나 따스하거나 포근한 기운까지 스미지는 못한다고 느낀다. 곱게 찍은 사진이로구나 하고 느끼면서도 따스한 기운은 잘 못 느끼겠다. 작은 사람들이 살던 작은 동네에 있던 작은 집이란 무엇일까. 더 작게 마주하고, 더 가까이 들여다보면서 쓰다듬을 때에, 더 자그마한 빛이 샘솟는 이야기가 흐르리라 본다. 골목빨래는 흑백사진으로 찍을 수도 있지만, 무지개빛이 눈부신 사진으로 찍을 때에 한결 맑다. 골목꽃 또한 흑백사진으로 찍을 수도 있으나, 무지개빛이 어여쁜 사진으로 찍을 적에 한결 밝다. 처음부터 모든 사진을 흑백 아닌 무지개빛으로 찍었으면, 덕천마을에서 무엇을 보고 무엇을 나눌 만한가를 더 또렷하게 찾지 않았을까? 골목집 문패와 골목집 누름단추와 골목집 대문·창문 문살은 한 장도 못 찍은 모습이 무척 아쉽다. 4347.5.2.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한 줄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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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
김야원 사진 / 이담북스 / 2014년 4월
17,000원 → 15,300원(10%할인) / 마일리지 85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3월 4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2014년 05월 02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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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한테 호



  저녁에 셈틀을 켜고 글을 쓰는데 거미 한 마리가 줄을 가늘게 드리우면서 죽 내려온다. 문득 입에서 “너, 뭐니?” 하는 말이 튀어나온다. 입김을 후 분다. 거미는 화들짝 놀라 거미줄을 거둬들이면서 위로 죽 올라간다. 아차 하고 놀란다. 참 내가 생각이 없이 산다고 느낀다. 거미는 거미대로 먹이를 찾으려고 줄을 치려는 마음에 내려오지 않았겠나. 그런 거미한테 무슨 소리를 했나.


  집 둘레로 개구리 노랫소리가 가득하다. 사월이 지나고 오월을 맞이했으니까. 마당으로 내려서면 개구리 노랫소리에 먼 멧골에서 소쩍새 노랫소리가 퍼진다. 다른 새들은 잠들었지 싶다. 풀벌레는 아직 깨어나려면 멀었고, 우리 집 처마에 깃든 제비는 새근새근 자겠지.


  거미는 어디로 갔을까. 내 셈틀 모니터 앞에 줄을 쳐서 집을 만들려 하던 거미는 어디에다가 줄을 드리우면서 집을 만들까. 우리 집은 거미한테 얼마나 즐겁고 살가운 보금자리가 될까. 4347.5.1.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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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잡지 《포토닷》 6호가 나왔구나. 이달에는 내가 좋아하는 사진가 가운데 김지연, 오진령, 김미루 세 사람 이야기가 실린다. 서로 마음이 맞는다고 할까, 요즈음 여러모로 사랑을 받는 사진가는 함께 알아본다고 할까, 혼자서 좋아하다가 여럿이 함께 좋아할 수 있도록 사진잡지에 이야기가 실리니 무척 반갑다. 그런데, 어느 한편으로는 아쉽기도 하다. 《포토닷》 6호에 실린 오진령 님 이야기를 읽으니, 이녁이 2004년에 사진책 《곡마단 사람들》을 내놓고 나서 ‘초상권’ 때문에 몹시 힘들었다고 한다. 그 뒤로 ‘사람 얼굴이나 모습’을 사진으로 잘 안 담는다고 한다. 이 이야기를 읽으며 다른 젊은 사진가들 사진을 하나하나 살펴본다. 그렇구나, 그럴 수 있구나, 그렇네, 하는 생각이 든다. 아무리 아름답거나 사랑스러운 이야기를 보여주는 사진을 찍는다 하더라도 ‘얼굴이나 몸이 찍힌 사진’을 놓고 실랑이가 벌어질 수 있구나. 모델을 쓰지 않고 ‘이웃’을 살가이 사진으로 담을 때에도 여러모로 힘들구나. 사진이란 무엇일까. 사진으로 우리는 무엇을 할까. 아이들이 노는 소리를 들으면서 사진잡지를 넘기면서 한참 생각에 잠긴다. 4347.5.1.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한 줄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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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닷 Photo닷 2014.5- Vol.6
포토닷(월간지) 편집부 엮음 / 포토닷(월간지) / 2014년 4월
10,000원 → 9,000원(10%할인) / 마일리지 270원(3% 적립)
2014년 05월 01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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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자말 ‘존재’가 어지럽히는 말과 삶

 (180) 존재 180 : 개성만발한 존재들


아이들은 저마다 다른 속도의 시계를 가지고 있는 개성만발한 존재들입니다

《박은영-시작하는 그림책》(청출판,2013) 27쪽


 개성만발한 존재들입니다

→ 개성만발입니다

→ 꽃을 피웁니다

→ 빛입니다

→ 숨결입니다

→ 귀염둥이입니다

→ 귀여운 꽃을 피웁니다

→ 고운 숨결입니다

 …



  “개성만발한 존재”는 아이들을 가리킵니다. ‘개성’이라는 한자말 뜻을 살피고, 보기글 첫머리를 돌아봅니다. “저마다 다른 속도”라는 대목이 있으니, 글 뒤쪽에 ‘개성’이라는 낱말을 안 넣어도 됩니다. 다 다른 모습을 가리키는 ‘개성’인 만큼, 글 앞뒤에 이렇게 넣으면 겹말이 돼요.


  보기글에 있는 ‘시계를 가지고’를 살린다면 “아이들은 저마다 다르게 흐르는 시계를 가지고 꽃을 피우는 넋”으로 고쳐쓸 만합니다. 아이들이 ‘시계를 가진’다고 하는 말은 ‘자란다’를 나타냅니다. 그러니, 이 대목을 덜어내면 “아이들은 저마다 다르게 자라며 꽃을 피우는 숨결”처럼 고쳐쓸 수 있어요. 4347.5.1.나무.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아이들은 저마다 다르게 흐르는 시계를 가지고 꽃을 피우는 숨결입니다


“다른 속도(速度)의 시계를 가지고 있는”은 “다르게 달리는 시계를 가진”이나 “다르게 흐르는 시계를 가진”이나 “다른 시계를 가진”으로 손봅니다. ‘개성(個性)’은 “다른 사람이나 개체와 구별되는 고유의 특성”을 뜻하고, ‘만발(滿發)’은 “꽃이 활짝 다 핌”을 뜻합니다. ‘개성만발’이란 “개성이 꽃을 피운다”는 소리이고, 이는 “다 다른 모습이 활짝 꽃피운다”를 가리킵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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