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을 고르는 책읽기


  이웃 할매가 이녁 논 가장자리에 쌓인 돌을 함께 치우자고 말씀한다. 마을에 상수도를 놓는다며 군청에서 공사를 벌이고 고샅길을 새로 시멘트로 덮으면서 시멘트 조각과 덩어리와 돌이 할매네 논에 잔뜩 떨어졌다. 공사를 하는 이들은 논에 돌이랑 시멘트를 떨어뜨리고는 하나도 안 치웠다. 돌무더기와 시멘트덩이를 이래저래 주워 우리 집 무너진 돌담을 쌓을 적에 쓰면 어떠할까 하고 생각해 본다.

  나는 처음에 큰 돌만 골랐다. 할매는 작은 돌을 많이 골라 준다. 큰 돌을 가져가는 만큼 작은 돌도 치워야 하는가 보다 하고 생각한다. 그런데 막상 돌담을 쌓으면서 보니 작은 돌이 꽤 많이 든다. 큰 돌로만 돌담을 쌓지 못한다. 큰 돌을 얹으면서 생기는 틈에 작은 돌을 끼워맞춰야 한다.

  너무 마땅한 일인데 내가 생각을 못 했다고 해야겠지. 어찌 큰 돌로만 돌담을 쌓겠는가. 그동안 돌담을 여러모로 손질하면서 느끼기도 했는데, 왜 돌을 주울 적에는 잊었을까.

  마당 한쪽에 돌을 잔뜩 쌓았다. 푸대에 담아 손수레로 나른 돌이 무척 많다. 시골에서 공사하는 이들이 남긴 찌꺼기 또는 쓰레기가 이토록 많다는 뜻이면서, 시골에서 공사하는 이들이 논자락에 돌을 함부로 버리는 마음이 이렇게 얄궂다는 뜻이로구나 싶다. 공사 일을 하는 이들은 흙을 일구지 않겠지. 그러나 공사 일을 하면서 바깥에서 밥을 사다 먹겠지. 밥집에서 차려 주는 밥은 어디에서 누가 거둔 쌀일까. 4347.5.4.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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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그림 읽기

2014.5.2. 큰아이―네 식구 사는 집



  얼굴을 동그랗게 그린다. 가장 마음에 드는 동그라미가 되도록 새로 그린다. 모든 사람을 똑같은 얼굴로 그리는 듯하지만 모두 똑같지 않다. 네 식구가 사는 집을 두 층으로 그리면서 사다리를 넣고 서로 한 마디씩 주고받는 모습으로 어울려 놓는다. 아버지와 동생한테는 바지를 입히고, 어머니와 저한테는 치마를 입힌다. 네 사람 모두 키가 다르게 그리고, 머리카락 길이도 다르게 그린다. 집안은 온통 별빛이 가득하다. 마음속에 있는 별이 보금자리에서 환하고, 눈망울에 깃든 별이 둘레에 퍼진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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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진 그릇



  작은아이가 밥그릇을 들고 마루를 돌아다니다가 그만 툭 떨어뜨려서 퍽 깨진다. 두꺼운 그릇이기에 꽤 무거운 만큼 밥상에 놓고 먹어야 하는데, 작은아이가 이 장난 저 장난을 하다가 떨어뜨려 깨뜨린다. 큰아이도 작은아이도 그릇과 잔을 수없이 깨먹는다. 나도 어릴 적에 곧잘 그릇과 잔을 깨먹었다. 물이든 밥이든 밥상 언저리에서만 마시고 먹은 뒤 갖고 돌아다니지 말라는 소리를 참 징하게 안 들었다. 이런 내 어린 나날 모습이 우리 아이들한테 똑같이 이어졌을까. 왜 아이들은 잔이고 밥그릇이고 자꾸 들고 다니면서 놀려 할까. 손에서 안 미끄러지도록 잘 붙잡고 돌아다닐 수 있다는 모습을 어른한테 보여주고 싶을까. 나 이렇게 잘 들고 돌아다닌다고 자랑하고 싶을까.


  깨진 그릇은 어찌해야 할까. 어쩔 길 있나. 돌담에 얹어야지. 또는 밭자락 끝에 얹어야지. 4347.5.4.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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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밥 먹자 71. 2014.5.2.



  밥상에 맨 먼저 올리는 접시는 풀접시이다. 마당에서 뜯은 풀을 물에 헹군 뒤 접시에 담아 밥상 한복판에 놓는다. 배가 고프면 풀부터 입에 넣어 잘근잘근 씹어야지. 다른 것을 먹으면 배고픔이 쉬 가시지 않지만 풀줄기나 무를 씹으면 배고픔이 살살 가신단다. 이제 너희가 수저를 정갈하게 놓고 밥상맡에서 노래를 부르면서 국이며 밥이며 다른 반찬이며 올리기를 기다리면 돼.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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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밥 먹자 70. 2014.5.1.



  어여쁜 아이들아, 볕 좋은 봄날에는 마당에서 먹는 밥이 한결 맛있단다. 햇볕을 듬뿍 쬐고, 꽃내음을 맡으면서, 나뭇잎을 스치는 싱그러운 바람을 함께 들이켜 보렴. 네 몸이 무럭무럭 자라면서 씩씩하게 빛나는 기운을 느낄 수 있어.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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