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서 흙을 만지며 살아온 여느 사람이 어떤 이야기를 빚었는가 하고 돌아보는 학자가 아주 드물다. 조선왕조실록이라든지 여러 지식인이 남긴 책과 문학을 돌아보는 학자는 아주 많지만, 정작 이 나라 99%를 넘는 거의 모든 사람이 살아온 발자취를 돌아보는 학자는 왜 이리도 없을까? 주강현 님이 쓴 《두레, 농민의 역사》는 바로 이 나라 99%를 넘는 사람이 살아온 길을 돌아보면서 밝힌 책이다. 한겨레 시골살이를 이루는 바탕을 ‘두레’로 읽으면서 쓴 책이다. 시골살이에 두레만 있었겠느냐 싶지만, 마을에서는 두레가 피어난다. 마을과 두레가 있으면서 숲과 들을 사랑하고, 숲과 들을 사랑하면서 흙과 풀을 아낀다. 흙과 풀을 아끼면서 해와 바람과 비를 고맙게 여기고, 날마다 새로운 노래와 이야기를 짓는다. 곰곰이 돌아보면, 학교에서는 교과서로 지식을 가르치기 앞서 아이들이 스스로 호미와 낫과 삽을 들고 흙을 만지면서 씨앗을 심고 풀과 나무를 돌보는 일부터 보여주고 알려주며 가르칠 노릇이다. 두레를 하지 않는 학교라면 교육이 없는 셈이라고 느낀다. 4347.5.7.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한 줄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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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레, 농민의 역사
주강현 지음 / 들녘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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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살이 일기 53] 뜀박질

― 놀고 일하며 쉬는 곳



  나는 국민학교를 다닐 적까지 ‘집’이 어떤 곳인 줄 생각하지 않고 지냈습니다. 그만큼 내 어버이가 살림을 알뜰살뜰 꾸리셨기에 즐겁게 뛰놀았구나 싶습니다. 국민학교를 마치고 중학교에 들어간 뒤부터 ‘집’을 생각합니다. 중학교와 고등학교 여섯 해 다니는 동안 새벽 다섯 시 반이나 여섯 시 사이에 집을 나섰고, 학교에는 열한 시까지 머물다가 집으로 돌아왔어요. 걷거나 버스를 타느라 길에서 보내는 때를 빼니, 중·고등학교 여섯 해에 걸쳐 ‘집’이라는 곳에 머무는 때는 고작 다섯 시간 즈음이었습니다.


  하루 다섯 시간, 게다가 이 다섯 시간이란 누워서 자는 때라면, 집은 어떤 곳일까요. 집이 집다울 수 있을까요. 짐은 그저 “자는 데”을 뿐이고, 학교가 학교이면서 집 구실을 해야 하는 셈 아닐까요.


  새벽부터 밤까지 학교에 머물지만, 학교는 학교 노릇도 집 구실도 하지 않습니다. 학교는 오직 입시지옥입니다. 사람이 살아가는 슬기나 즐거움을 가르치지 않는 학교입니다. 사람이 기쁘게 웃고 어깨동무하는 슬기를 보여주지 않는 학교입니다. 이웃이 서로 아끼고 동무가 서로 사랑하는 길을 밝히지 않는 학교입니다. 게다가 이런 학교에서는 뛰거나 놀지 못합니다. 수업을 받으며 웃어도 안 되고, 쉬는 때라서 노래를 해도 안 됩니다. 허울은 ‘학교’이지만 속내는 ‘감옥’과 같습니다.


  아이들과 시골에서 살아가며 날마다 ‘집’을 생각합니다. 집은 어떤 모습일 때에 집이 될까요. 집이 모인 마을은 어떤 빛일 때에 마을이 될까요. 그저 여러 집이 모이면 마을이지 않습니다. 집은 집답게 예뻐야 하고, 마을은 마을답게 사랑스러워야 합니다.


  아이와 어른이 함께 웃고 떠들면서 노래할 수 있을 때에 집입니다. 농약바람이 아닌 풀바람이 흐르면서 풀내음이 싱그러울 때에 마을입니다. 나무가 우거지면서 나무그늘과 나무노래가 감돌 때에 집이면서 마을입니다. 함께 놀고 함께 일하며 함께 쉬는 곳이 집이 되겠지요. 함께 웃고 함께 노래하며 함께 이야기꽃 피우는 데가 집이 될 테지요. 4347.5.7.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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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아이 64. 하늘타리 고샅길 달리기 (2014.5.5.)



  하늘타리 넝쿨이 돌울타리를 뒤덮는다. 돌울타리에 이렇게 넝쿨이 덮여야 바람이 불어도 끄떡없다. 넝쿨은 뻗고 죽고 되풀이하면서 흙이 되고, 흙이 된 풀잎과 풀줄기는 돌울타리 구석구석으로 스민다. 잎이 뻗을 적에는 다른 풀과 나무처럼 푸른 숨결을 나누어 준다. 아이들은 푸른빛 가득한 고샅길을 저마다 신나게 달린다. 작은아이가 다섯 살을 넘어서면 누나와 살짝 나란히 달릴 수 있을까.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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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인형놀이 3 - 종이인형 만들기



  종이인형을 만들자면 먼저 종이에 그림을 그린다. 그림을 곱게 그린다. 그림을 다 그렸으면 가위를 쥔다. 석석 자른다. 그림이 다치지 않도록 살살 자른다. 혼자서 힘들면 동생을 불러 종이 한쪽을 붙잡으라 한다. 둘이 씩씩하게 천천히 잘라서 멋진 종이인형 하나 태어난다. 4347.5.7.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놀이하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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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름벼리는 높이 올라가



  한손으로 척 잡고 한발로 척 디디면서 높이 올라간다. 땅에서 맞는 바람과 높은 데에서 맞는 바람은 다르다. 땅에서 보는 모습과 높은 데에서 보는 모습은 다르다. 아이는 제 손발을 믿고 올라간다. 아이는 온몸을 쓰고 온힘을 들여 씩씩하게 올라간다. 즐겁게 올라간 뒤 기쁘게 내려온다. 4347.5.7.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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