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찍는 눈빛 4. 사진은 어디에 있나



  빛이 있어야 사진이 있는데, 삶이 있어야 빛이 있습니다. 모든 목숨이 싱그럽게 살아야 빛이 있으며, 이 빛은 모든 숨결이 즐겁게 살아가는 밑바탕입니다.


  배를 굶는 곳에 사진은 없습니다. 전쟁이 물결치는 곳에 사진은 없습니다. 독재와 폭력이 날뛰는 곳에 사진은 없습니다. 따돌림과 미움이 불거지는 곳에 사진은 없습니다. 사진은 언제나 삶이 있는 곳에 있는데, 삶은 빛이 있는 곳에 있으며, 빛은 사랑이 있는 곳에 있습니다.


  사진과 빛은 언제나 한몸입니다. 빛과 사랑은 언제나 한몸입니다. 사랑과 삶은 언제나 한몸입니다. 삶과 이야기는 언제나 한몸입니다.


  배를 굶는 곳에 누군가 찾아가서 사진을 찍을 수 있습니다. 이른바 ‘기록’을 하거나 ‘다큐’를 만들 수 있어요. 전쟁이 물결치는 곳에도 누군가 찾아가서 사진을 찍을 수 있고, 독재와 폭력이 날뛰는 곳에도 누군가 찾아가서 사진을 찍을 만합니다. 살가도 님이 찍은 사진이든, 로버트 카파 님이 찍은 사진이든, 남아프리카공화국 뱅뱅클럽 젊은 작가들 사진이든, ‘사진이 없는’ 곳에서 사진을 찍을 수 있어요.


  이들은 어떤 사진을 찍으려 했을까요. 삶이 삶답게 흐르지 못하고 이야기가 이야기답게 꽃피우지 못하는 곳으로 왜 찾아가서 어떤 사진을 찍으려 했을까요. 고발하려는 사진일까요. 돈을 벌려는 사진일까요. 작품으로 삼으려는 사진일까요. 이웃을 도우려는 사진일까요.


  아파서 드러누운 아이는 놀지 못합니다. 마냥 누운 채 심심하면서 아픕니다. 심심하면서 아픈 아이 곁에 있는 어버이는 아이한테 이야기를 지어 들려줍니다. 노래를 불러 주고 빙긋빙긋 웃음을 지어 줍니다. 아이가 아프대서 아이가 늘 아픔만 생각하지 않도록 이끌려 합니다. 아이가 아프니 아이가 늘 ‘안 아프고 즐거운 삶’을 생각하도록 이끌려 합니다. 아픈 아이한테 ‘아이고 얼마나 아프니?’ 하고 날마다 재우쳐 묻는 바보스러운 어버이는 없습니다.


  사진을 찍을 적에 바보스럽게 재우쳐 묻는 사진을 찍는 이가 있습니다. 사진을 찍을 적에 ‘아프고 심심한 아이를 달래면서 맑은 빛을 선물하’듯이 사진을 찍는 이가 있습니다.


  아픈 아이한테 때로는 ‘아픔’을 그대로 이야기하곤 합니다. 아픔을 이야기하는 까닭은 이 아픈 데가 곧 낫는다는 생각을 심으려 하기 때문입니다. ‘잘 보렴. 이 생채기는 차근차근 낫는단다. 네 몸한테 스스로 말해 줘. 아픈 데야 얼른 나아라, 씩씩하게 뛰놀면서 웃자, 다 괜찮아, 다 좋아, 하고.’


  사진은 어디에 있는가요. 사진은 어디에서 무엇을 하는가요. 사진은 어디에서 무엇을 바라보면서 어떻게 나아가려 하는가요.


  한 곳에 똑같이 머무르려고 찍는 사진이 아닙니다. 새롭게 살아가는 힘을 길어올리는 사진입니다. 언제까지나 똑같은 모습으로 머무르라고 다그치는 사진이 아닙니다. 어제에 이은 오늘과 오늘에 이은 모레와 글피가 아름답게 빛나도록 북돋우는 사진입니다. 4347.5.8.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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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밥 먹자 74. 2014.5.6.


  돼지고기튀김을 올리려면 불판에 기름을 둘러서 지져야 하나 생각하는데, 곁님이 문득 말한다. 튀긴 것을 또 튀기면 너무 기름지다고. 스탠냄비를 달구어 구워 보라고 덧붙인다. 그렇구나 하고 스탠냄비를 한참 달군다. 밥과 국을 끓이면서 스탠냄비를 달군 뒤 밥이 끓을 즈음 스탠냄비에 손가락을 살살 스쳐 본다. 제법 뜨겁구나 싶으면 언 돼지고기튀김을 올린다. 그러고는 뚜껑을 덮는다. 국이 끓어 간을 맞출 즈음 돼지고기튀김을 뒤집는다. 밥이 얼추 익어 섞을 즈음 한 번 더 뒤집는다. 국이 다 끓어 불을 끌 즈음 또 뒤집는다. 마당에 내려가 풀을 뜯은 뒤 새로 뒤집고, 풀을 다 헹구어 접시에 담아 밥상에 올리고 나서 마지막으로 뒤집고 불을 끈다. 아이들을 불러 수저를 바르게 놓도록 하고는 국과 밥을 먼저 떠서 건넨다. 이제 가위로 알맞게 썰어 밥상에 올린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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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밥 먹자 73. 2014.5.3.



  무밥을 끓인다. 어제 먹고 남아 아침까지 온 무조각을 밥냄비에 넣는다. 보글보글 밥이 끓고 무는 밥 사이에서 알맞게 익는다. 밥에 섞인 무는 속이 맑게 비친다. 된장을 푼 국을 놓고 돌나물 하나 밥그릇에 올린다. 얘들아 푸른 빛이 고운 밥을 먹으면서 푸른 숨결 그득한 노래를 부르면서 놀자.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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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NY 2014-05-08 09:17   좋아요 0 | URL
그릇들도 예쁘네요~

파란놀 2014-05-08 09:59   좋아요 0 | URL
예쁜 마음으로 예쁜 밥을 먹기를 바라면서
이럭저럭 밥상을 차리곤 해요~ ^^
 

꽃밥 먹자 72. 2014.4.26.



  날마다 먹고 또 먹으니, 정구지잎이 쓰거나 매운지 못 느낀다. 아니, 우리 집에서 돋는 정구지잎은 달고 맛나다고 느낀다. 집에서 뜯는 풀을 먹다가 밥집에서 내놓는 풀 반찬을 먹으면 거의 맹물과 같은 맛이 난다고 느낀다. 풀을 먹는대서 다 좋은 밥이 아니라, 제 보금자리에서 돋는 풀을 먹어야 비로소 좋은 밥이 된다고 느낀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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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랑 놀자 26] 펼침책



  펼치면 그림이 튀어나오는 책이 있습니다. 여느 책은 종이를 한 쪽씩 넘기면서 읽고, 펼칠 적에 그림이 튀어나오는 책은 좍 펼치는 그림을 두루 살피면서 읽습니다. 올록볼록 올망졸망 튀어나와 이루는 무늬와 빛을 읽습니다. 그러고 보면, 종이를 알맞게 자르고 두꺼운 판을 왼쪽과 오른쪽에 대어 붙인 뒤, 살짝 덮었다가 가만히 펼치는 놀이를 어릴 적에 곧잘 했습니다. 펼칠 적에 어떤 무늬와 모양이 생길까 하고 생각하면서 종이를 알맞게 자르거나 오리거나 붙입니다. 한국도 책을 묶은 발자취는 제법 깊지만, 여느 사람들이 두루 즐길 만한 책을 만들어 널리 읽는 발자취는 그리 길지 않습니다. 그래서 흔히 ‘팝업북(pop-up book)’과 같은 영어를 쓰는데, 아이들 눈높이에서 바라본다면, 펼치는 책이기에 ‘펼침책’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어요. 4347.5.8.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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