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읽는 책 131] 바람과 나무



  바람이 불어 꽃내음이 흐르고
  꽃내음이 흘러 바람이 푸르며
  내 가슴에 꽃바람 살포시.


  바람과 나무는 언제나 함께 흐르면서 푸릅니다. 바람이 있어 나무가 푸르고, 나무가 있어 바람이 푸릅니다. 나무는 나무만 덩그러니 자라지 못합니다. 나무가 자라는 데에는 반드시 풀밭이 있습니다. 풀이 우거지면서 나무가 푸르고, 나무가 푸르면서 풀이 우거져요. 풀은 조물조물 밭을 이루면서 겉흙을 단단히 붙잡습니다. 나무는 깊이 뿌리를 내리면서 속흙을 돌봅니다. 풀과 나무는 흙을 살찌웁니다. 나무가 잘 자라는 숲에 깃들면 흙내음이 고소한 까닭은 풀이랑 나무가 서로 아기자기하게 어우러져 흙을 보살피기 때문입니다. 4347.5.9.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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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들보라 아버지한테 꽃을



  함께 들마실을 하던 산들보라가 문득 노란 꽃 한 송이를 꺾는다. 누나와 놀면서 꽃꺾기를 배웠구나. 그런데, 꽃을 꺾은 아이가 불쑥 내민다. “자, 아버지, 받아요.” 어쩜 너는 네가 꺾은 꽃을 나한테 줄 수 있니. 네 머리에 꽂아도 되고, 네 손가락에 돌돌 싸매도 되는데. 또는 네 입에 넣고 살근살근 씹을 수 있어. 민들레는 뿌리도 줄기도 잎도 먹을 뿐 아니라 꽃도 먹지. 너는 아니? 지난해에는 민들레꽃이나 동백꽃도 지짐이에 섞어서, 때로는 달걀말이에 섞어서 넣기도 했는걸. 4347.5.9.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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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은 빈손을 들어 무언가 새롭게 만든다. 일곱 살 큰아이가 먼저 “아버지 케익 드셔요.” 하고 한손으로 받치고 한손으로 건넨다. 나는 손을 펼쳐 “고맙습니다.” 하고 받는다. 그러면 네 살 동생이 누나를 따라 ‘빈손 케익’을 건넨다. ‘빈손 우유’도 준다. 때로는 ‘빈손 돈’을 주기도 한다. 그러면, 나도 빈손에 무언가를 담아 아이들한테 준다. 즐거운 놀이는 장난감이 있어야 하지 않는다. 스스로 삶이 즐거우면 언제나 놀이가 깨어나고 이야기가 태어난다. 아이들 옷가지와 자그마한 살림살이로 인형을 꾸며 보여주는 《옷과 소품으로 만든 재미난 그림책》은 하나도 남다르지 않다. 즐겁게 생각하고 마음을 기울이면 누구라도 만들면서 놀 만하다. 재미있고 재미없고를 떠나, 삶을 즐기려는 매무새라면 신나게 마음껏 온갖 이야기가 샘솟으리라 느낀다. 4347.5.9.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한 줄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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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과 소품으로 만든 재미난 그림책
주경호 지음 / 보림 / 2000년 1월
8,000원 → 7,200원(10%할인) / 마일리지 40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3월 4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2014년 05월 09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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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먹는 즐거움이란 무엇일까. 살아가는 즐거움이란 무엇일까. 사랑하는 즐거움이란 무엇일까. 남이 차려서 주는 밥과 내가 차리는 밥은 맛이 얼마나 다를까. 손수 일구어 거두는 남새와 가게에서 사다가 먹는 남새는 맛이 얼마나 다를까. 사회에서 만든 얼거리를 고스란히 따르는 삶과 내가 손수 짓는 삶은 얼마나 다를까. 봄에는 봄맛이 있고 여름에는 여름맛이 있으며 가을에는 가을맛이 있다. 다 다른 맛을 우리들은 얼마나 누리면서 살아가는가. 어쩌면, 철마다 다른 맛을 모르고, 달마다 다른 맛을 모르며, 날마다 다른 맛을 모르는 채, 늘 쳇바퀴를 돌듯이 살아가지는 않는가. 만화책 《키친》 넷째 권은 수많은 맛 가운데 ‘삶맛’을 이야기한다. 4347.5.9.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한 줄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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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 Kitchien 4
조주희 글 그림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10년 10월
10,000원 → 9,000원(10%할인) / 마일리지 5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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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걷는 시골길



  삼월꽃과 사월꽃이 저문다. 이제 오월꽃이 핀다. 그런데 오월꽃이 핀대서 벌꿀 모이는 이들이 벌통을 두지는 않는다. 오월로 접어드니 비로소 벌통을 치운다. 사월에 흐드러졌던 갓꽃이랑 유채꽃은 거의 다 저물었고, 우리 집 마당에서 자라는 후박나무도 후박꽃이 많이 떨어졌다. 아직 모든 꽃이 떨어지지 않는다. 이런 꽃과 저런 꽃이 지더라도 새롭게 오월꽃이 핀다. 이를테면, 오월이 되면서 찔레꽃이 피고 붓꽃이 핀다. 장미꽃도 오월부터 핀다. 젓가락나물꽃도 오월에 고운 빛이 노랗다. 괭이밥꽃은 사월에도 피지만 오월에도 예쁘다. 토끼풀꽃도 사월뿐 아니라 오월에도 한껏 흐드러진다. 아무튼 꽃은 봄부터 가을까지 꾸준히 피니까, 벌도 봄부터 가을까지 꾸준히 있는데, 삼월과 사월처럼 벌이 마구 날아다니지는 않는다. 이제 벌 소리를 거의 못 들으니, 큰아이는 벌에 쏘인 일을 곧잘 잊으면서 마당에서 잘 논다.


  작은아이는 벌에 쏘이지 않았다. 작은아이는 벌에 안 쏘였기에 벌을 무섭게 여기지 않고, 마실을 신나게 다닌다. 큰아이가 집 바깥으로 안 나가겠다고 하는 날 작은아이만 데리고 마실을 다니다가 생각에 잠긴다. 작은아이가 벌에 쏘였으면 어떠했을까. 큰아이는 안 쏘이고 작은아이만 벌에 쏘였으면, 큰아이는 제 동생을 어떻게 이끌었을까.


  얘들아, 너희가 뛰놀다 넘어져서 무릎이 깨진대서 다시 안 뛰니? 너희가 아침 일찍부터 저녁 늦게까지 놀다가 몸이 고단해 코피가 주루룩 흐른대서 일찍 자니? 벌한테 쏘일 수도 있는 일이야. 벌이 또 쏘면? 또 맞지 뭐. 다시 쏘면? 또 맞으면 돼. 괜찮아. 벌한테 쏘여도 며칠 지나면 다 가라앉아. 네 아버지를 보렴. 모기한테 물리든 벌한테 쏘이든 아랑곳하지 않아. 건드리지도 긁지도 쳐다보지도 않아. 우리는 우리가 하고픈 일을 하면 돼. 너희는 너희대로 놀고 싶은 대로 실컷 놀면, 벌은 우리와 아주 살가운 동무가 되어 고운 노래를 들려준단다. 4347.5.8.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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