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아이 144. 2014.5.4.ㄴ 후박꽃 피는 책읽기



  큰아이는 벌에 쏘인 지 이레만에 드디어 바깥놀이를 스스럼없이 한다. 후박나무에 피어난 꽃송이마다 벌이 모여 옹옹거려도 그리 아랑곳하지 않는다. 참 잘 되었다. 후박나무 그늘을 받으면서 조용히 동생하고 어울리다가 만화책을 펼친다. 작은아이는 세발자전거에 앉아서 누나를 바라보며 논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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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아이 143. 2014.5.4.ㄱ 책을 읽는 발



  아이들은 맨발로 다니기를 좋아한다. 맨발에 닿는 느낌이 재미있을까. 내 어릴 적을 돌아보아도 나부터 맨발을 아주 좋아했다. 비가 오는 날 국민학교 운동장에서 맨발로 찰박거리기를 즐겼고, 아스팔트 길바닥에서조차 맨발로 찰박찰박 물을 튀기면서 웃고 놀았다. 마당에서 고구마를 먹으며 무릎에 책을 얹은 큰아이가 맨발로 발가락을 꼬물꼬물 움직이면서 논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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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브르에게 배우는 식물 이야기 철수와영희 생명수업 첫걸음 1
노정임 지음, 안경자 그림, 이정모 감수, 바람하늘지기 / 철수와영희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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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386



꽃내음을 먹고 살아간다

― 파브르에게 배우는 식물 이야기

 바람하늘지기 기획

 노정임 글

 안경자 그림

 철수와영희 펴냄, 2014.5.5.



  꽃마다 꽃내음이 다릅니다. 바람이 싱그럽게 부는 날 꽃 옆에 서면 꽃에서 풍기는 냄새가 코와 입과 눈과 살결에 가득 스며듭니다. 아침에 우리 집 마당에서 풀을 뜯을라치면, 초피나무에서 피어난 초피꽃내음이 물큰 스며듭니다. 꽃내음이 워낙 짙어 가끔 머리가 어질어질합니다. 초피나무 옆에는 후박나무가 우람하게 있는데, 초피꽃과 후박꽃은 나란히 핍니다. 초피꽃내음에 후박꽃내음이 곁들이면 밥을 먹지 않아도 배부릅니다. 게다가 사월 한 달 동안 갓꽃내음과 유채꽃내음이 뒤섞이니 더욱 싱그러워요.


  동백꽃 옆에 서면 동백꽃내음을 맡습니다. 매화꽃이 피면 매화꽃내음을 맡습니다. 모과나무 옆에서는 모과꽃내음을 맡습니다. 올망졸망 피어난 봄까지꽃을 바라보며 쪼그려앉으면 봄까지꽃내음이 확 퍼집니다. 고개를 들이밀어 꽃마리꽃내음을 맡기도 합니다. 흔하게 피어나는 민들레꽃내음을 흰꽃과 노란꽃이 얼마나 다른가 헤아리며 맡기도 합니다.


  살갈퀴꽃내음을 맡다가 꽃술 그대로 달린 풀줄기를 톡 끊어서 냠냠 먹습니다. 돌나물에 노랗게 꽃이 올라와도 꽃과 함께 즐겁게 먹습니다. 오월에 눈부시게 피어나는 찔레꽃을 살그마니 뜯으면서 손과 혀에 찔레꽃내음이 감돌아요.




.. ‘식물과 동물은 형제’라는 걸 알아보러 이번에는 바닷속으로 가 보자. 그림은 바다에 사는 산호들이야. 산호는 식물 아니냐고? 겉모습은 작은 나무같이 생겼지만, 산호는 식물이 아니라 동물이야 … 이 돌기는 식물의 싹인 ‘눈’과 비슷해. 새로운 히드라와 폴립이 생겨나는 것과 마찬가지로, 식물도 줄기에 붙은 ‘눈’에서 잎과 꽃이 뻗어 나오는 거야. ‘눈’은 식물의 아기인 거지 ..  (18, 21쪽)



  꽃마다 냄새가 다르듯이 잎마다 냄새가 다릅니다. 꽃이 진 나무 곁에 서면 짙푸른 잎사귀에서 잎내음이 퍼집니다. 바람이 불든 안 불든 잎내음이 집 둘레를 감돕니다. 시골에서 살거나 도시에서 살거나 마당을 두어 나무를 돌볼 수 있다면 언제나 잎내음을 누릴 수 있어요. 그리고, 잎내음을 누릴 때에 몸과 마음이 정갈하게 거듭나는구나 싶습니다. 꽃내음은 몸을 살찌우고 잎내음은 몸을 보듬습니다.


  그런데 어느 도감이나 사전이나 식물지를 들추더라도, 꽃내음이나 잎내음을 다룬 책이 없습니다. 어느 학자도 꽃내음이나 잎내음이 얼마나 다른가를 밝히지 못합니다. 아니, 아예 생각을 안 할는지 모릅니다. 꽃내음이나 잎내음은 학문으로 다룰 만하지 않다고 여길 수 있고, 다룰 만한 깜냥이나 깊이가 없을 수 있습니다.


  봄바람이 싱그러운 까닭은 꽃가루가 그득 깃들면서 불기 때문입니다. 여름바람이 시원한 까닭은 잎빛이 솔솔 서리면서 불기 때문입니다. 가을바람이 고운 까닭은 잎이 지면서 열매가 익는 기운이 찬찬히 스미면서 불기 때문입니다. 겨울바람이 추운 까닭은 잎이 모두 떨어지고 알몸뚱이로 겨울눈을 돌보려고 옹크리는 나무만 있기 때문입니다.





.. 나무는 해마다 새로운 나이테를 만들면서 대개 수백 년을 살아가지. 나무가 아무리 오래되었다 해도 언제나 새롭고 젋은 나이테를 동시에 갖추고 있어 … 왜 소나무의 속심과 겉껍질을 빼고 흰 속껍질을 먹었는지 알겠지? 양분이 흐르고 있고 세포가 살아 있는 부분을 먹은 거야. 옛사람들은 참 지혜롭게도 나무의 영양이 흐르고 있고 세포가 살아 있는 부분을 알았던 거지 ..  (45, 67쪽)



  풀이 있기에 나무가 있습니다. 나무가 있기에 숲이 있습니다. 숲에는 햇볕이 드리웁니다. 숲에 비가 옵니다. 숲에 바람이 입니다. 햇볕과 비와 바람이 어우러지면서 숲을 푸르게 가꿉니다. 사람은 숲 둘레에서 집을 짓고 살림을 꾸립니다. 숲 한쪽을 일구어 들로 거느립니다. 들을 조금 거느릴 뿐, 숲은 통째로 보살피면서 나무를 얻고 땔감을 얻으며 나물을 얻습니다.


  나물은 들에서도 얻습니다. 사람이 손수 거두는 남새뿐 아니라, 남새 곁에서 자라는 모든 풀이 나물입니다. 사람이 먹지 못하는 풀은 없습니다. 사람이 쓰지 못하는 풀은 없습니다. 입에 넣어 먹거나, 실을 뽑아 옷을 짓거나, 새끼를 꼬아 신을 삼거나 바구니를 짜거나, 짚을 이어 지붕으로 삼습니다. 사람은 숲이 있기에 살아왔으며, 사람은 숲이 있어 살아갈 수 있습니다. 지구별에서 숲이 사라진다면 사람은 살아남을 수 없어요. 어떤 현대문명으로도 사람 앞날을 밝히지 못합니다.


  그러나, 서양문명뿐 아니라 한국 사회에서도 숲을 지키려 하지 않아요. 도시에서는 아파트를 때려짓느라 바쁘다면, 시골에서는 고속도로를 놓고 공장을 세우며 골프장을 마련하고 관광단지를 꾸릴 뿐 아니라 발전소와 송전탑을 때려막느라 바쁩니다. 들과 숲마다 농약을 뿌려 애벌레와 풀벌레를 잡느라 골을 냅니다.


  숲이 없이 얼마나 버틸까요. 한국에 숲이 사라져 외국에서 나무를 사들이고 곡식과 열매와 푸성귀를 잔뜩 사들이는데, 앞으로 이웃나라에서 돈을 손사래치면서 나무도 곡식도 열매도 푸성귀도 안 팔겠다고 하면, 한국이라는 나라는 어떻게 될까요. 숲이 없이 이 나라가 제대로 굴러갈 수 있을는지요.





.. 동물이든 식물이든 모든 생명체가 썩지 않았다면 지구는 벌써 쓰레기더미가 되었겠지 … 잎은 햇빛이 꼭 필요해. 햇빛을 받지 못하면 누렇게 되고 잘 자라지도 못해 … 만약 식물의 잎들이 광합성을 멈춘다면? 식물 자신도 살 수 없지만, 모든 동물은 먹을 게 없어지겠지 ..  (61, 102, 113쪽)



  노정임 님이 글을 쓰고 안경자 님이 그림을 그린 《파브르에게 배우는 식물 이야기》(철수와영희,2014)를 읽습니다. ‘파브르 식물기’를 알뜰히 사랑하는 넋으로 빚은 ‘풀과 나무 이야기’입니다. 파브르한테서 배운 이야기를 찬찬히 들려주는 책입니다. 파브르한테서 배우고, 들한테서 배우며, 숲한테서 배운 이야기를 어린이와 함께 누리려는 책입니다.



.. 가느다란 줄기로 와글와글 모여 달린 무거운 알갱이를 매달고 있는 힘은 어디서 나올까? 바로 줄기 속에 비어 있기 때문이지. 새가 가볍게 날갯짓을 하며 몸을 하늘로 띄울 수 있는 건 날개 뼈의 속이 비어 있기 때문인 것과 비슷해 … 줄기가 해마다 새롭게 태어나듯 뿌리도 멈추어 있지 않아 … 나무마다 잎은 생김새가 다 달라.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모양을 하고 있어. 게다가 웬만하면 잎 모양을 절대 바꾸지 않아. 수억 년 전에 생긴 은행나무는 그때나 지금이나 잎 모양이 같아 ..  (72, 90, 98쪽)





  풀을 모르고서는 사람이 사람답기 어렵습니다. 꽃을 모르고서는 사람이 사람답지 못합니다. 나무를 모르고서는 사람이 사람다운 길을 사랑하지 않습니다.


  풀을 모를 적에는 이웃을 아끼지 않아요. 꽃을 모를 적에는 착한 넋을 가꾸지 않아요. 나무를 모를 적에는 삶을 올바로 추스르지 않아요.


  가까운 숲이나 들로 찾아가서 나무한테 몸을 기대어 헤아려 보면 좋겠어요. 풀밭에 드러누워 눈을 감고 풀내음을 맡으면서 헤아려 보면 좋겠어요. 우리들은 어떤 목숨인가요. 우리들은 어느 때에 아름다운 숨결일까요. 우리들은 어디에서 무엇을 하며 누구와 어떤 삶을 지을 때에 사랑을 속삭일 수 있나요.


  꽃내음을 먹는 사람입니다. 풀내음을 마시는 사람입니다. 나무내음으로 집을 짓고 살림을 가꾸는 사람입니다. 4347.5.9.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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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137) -의 : 같은 이름의 괴물

 

그리스 신화에도 같은 이름의 괴물이 나와. 신화 속 히드라는 수십 개의 머리가 달린 뱀이지

《노정임·안경자-파브르에게 배우는 식물 이야기》(철수와영희,2014) 14쪽

 

 같은 이름의 괴물

→ 같은 이름인 괴물

→ 이름이 같은 괴물

→ 같은 괴물

 …

 

 

  “동명(同名)의 괴물”이라 하지 않고 “같은 이름의 괴물”처럼 적으니, 어느 한편으로는 반갑지만, 토씨 ‘-의’를 털지 못해 아쉽습니다. 한국 말투로 올바르게 쓰자면 “이름이 같은 괴물”입니다.

 

  토씨 ‘-의’를 제대로 건사하지 못하다 보니, 곧바로 “수십 개의 머리가 달린”처럼 잘못 써요. “한 권의 책”이나 “한 잔의 차”가 영어를 잘못 옮긴 말투인 줄 깨닫는다면, 이런 말투도 잘못 쓰는 번역 말투인 줄 알아채리라 생각합니다. 4347.5.9.쇠.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그리스 옛이야기에도 이름이 같은 괴물이 나와. 신화에 나오는 히드라는 머리가 수십 개 달린 뱀이지

 

‘신화(神話)’는 “거룩한 이야기”를 뜻합니다. ‘그리스 신화’는 그대로 두어도 됩니다. 다만, ‘그리스 옛이야기’처럼 쓸 수 있습니다. ‘단군 신화’도 ‘단군 옛이야기’처럼 쓸 수 있어요. 거룩한 이야기일 뿐 아니라, 예부터 내려오는 이야기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신화 속 히드라”는 “신화에 나오는 히드라”로 손질합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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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131] 바람과 나무



  바람이 불어 꽃내음이 흐르고
  꽃내음이 흘러 바람이 푸르며
  내 가슴에 꽃바람 살포시.


  바람과 나무는 언제나 함께 흐르면서 푸릅니다. 바람이 있어 나무가 푸르고, 나무가 있어 바람이 푸릅니다. 나무는 나무만 덩그러니 자라지 못합니다. 나무가 자라는 데에는 반드시 풀밭이 있습니다. 풀이 우거지면서 나무가 푸르고, 나무가 푸르면서 풀이 우거져요. 풀은 조물조물 밭을 이루면서 겉흙을 단단히 붙잡습니다. 나무는 깊이 뿌리를 내리면서 속흙을 돌봅니다. 풀과 나무는 흙을 살찌웁니다. 나무가 잘 자라는 숲에 깃들면 흙내음이 고소한 까닭은 풀이랑 나무가 서로 아기자기하게 어우러져 흙을 보살피기 때문입니다. 4347.5.9.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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