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아이 147. 2014.5.10.ㄴ 누워서 읽는 맛


  엎드려서 누나 자리를 빼앗은 작은아이가 이제 드러눕는다. 작은아이는 이렇게 엎드리다가 드러누워서 얼마쯤 책을 들추다가 일어난다. 오랫동안 이 놀이만 하기에는 따분할 테니까. 작은아이가 누워서 책을 펼치면서 비행기가 나온다고 혼자 종알거리다가 다른 데로 가면, 큰아이는 낼름 이 자리로 와서 앉는다. 누나가 앉은 자리를 한 번 빼앗은 작은아이는 아쉬움을 남기지 않고 다른 데에서 논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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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아이 146. 2014.5.10.ㄱ 혼자 엎드려서



  서재도서관에는 제법 길고 폭신한 걸상이 하나 있다. 두 아이는 이 걸상에 나란히 앉아서 놀기도 하지만, 곧잘 작은아이가 누나를 밀치고 저 혼자 드러눕거나 앉겠다고 버티곤 한다. 누나는 쳇쳇 하더니 다른 걸상에 가서 앉는다. 작은아이가 한 살 두 살 더 먹으면, 누나와 사이좋게 앉는 넋을 다스릴 수 있을까. 앞으로 작은아이는 이 걸상에서 둘이 오붓하게 앉아서 책빛을 먹을 수 있겠지.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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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즈에 미우치 단편 1 - 요귀비전
스즈에 미우치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5년 5월
평점 :
절판





만화책 즐겨읽기 339



마음을 움직이는 힘

― 스즈에 미우치 단편 1 요귀비전

 스즈에 미우치 글·그림

 대원씨아이 펴냄, 2005.6.15.



  땅거미가 질 무렵 나타나는 박쥐를 보며 무섭다 여기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러나, 박쥐이든 생쥐이든 무섭다고 여기지 않는 사람이 있습니다. 어두운 곳에서 갑자기 후드득 날아가면 깜짝 놀랄 만합니다. 그러나, 달리 생각하면 박쥐도 사람이 무서울 만해요. 박쥐로서는 사람을 놀래키면서 재빨리 내빼려는 마음일 수 있습니다.


  박쥐가 무서웁다면 왜 무서울까 생각해 봅니다. 방송이나 영화에서 박쥐를 무섭게 그리기 때문은 아닌가 싶습니다. 문학이나 만화에서 박쥐를 으레 무섭게 보여주려 하기 때문은 아니랴 싶습니다.


  이를테면, 뱀을 무섭게 여길 까닭이 없습니다. 개구리도 두꺼비도 무섭다고 할 까닭이 없습니다. 지네도 나방도 무서울 까닭이 없어요. 모두 다른 목숨이고, 저마다 다른 숨결로 지구별에서 살아가는 이웃일 뿐입니다.





- “아무도 없는 백화점 안은 꼭 무덤 같아.” (53쪽)

- ‘미야노우치, 요귀비! 지하감옥과 그 기묘한 인형무리. 아흑왕! 우리가 본 건 대체 뭐지?’ (107쪽)

- “불타고 있는 게 아니야, 캐롤. 숲이 모래와 싸우는 거야. 잎이 갈가리 찢겨지고 가지가 꺾이고 쓰러져 파묻히면서도 어떻게든 살려고 하는 거야. 레노아 마을의 주민도 200년 전부터 싸워 왔어. 저 숲처럼. 파묻히고 파괴당하면서 공격해 오는 모래와 몇 번이고 몇번이고 싸워 왔어. 누가 뭐래도 먼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이 토지를 포기하지 않았던 거야. 살아남으려면 모래를 막아 줄 숲이 필요했어. 저런 숲이라도 마을 사람들에겐 신과 같은 존재지.” (341쪽)



  누군가는 박쥐나 뱀을 무서워 할 만하지만, 도시에서 박쥐나 뱀이 나올 일은 아예 없다시피 합니다. 누군가는 범이나 곰을 무서워 할 만하지만, 도시뿐 아니라 이 나라 시골에서 범이나 곰을 만날 일은 아예 없다고 할 만해요. 정작 무서운 무엇인가를 꼽으라 하면, 바로 사람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사람 못지않게 무서운 무엇인가를 들라 하면, 자동차나 전쟁무기나 핵발전소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송전탑이 무섭고 댐이 무섭습니다. 화학공장이 무섭고 농약이 무섭습니다. 바다에서 뒤집히면서 기름을 엄청나게 흘리는 배가 무섭습니다. 흙과 물을 모두 죽이는 쓰레기를 내놓는 공장이 무섭습니다.


  하나하나 따진다면, 오늘날 사회는 사람이 스스로 만든 무서운 것투성이입니다. 사람은 사람이 스스로 무섭도록 문명이 치닫습니다.


  때로는 학력차별이 무섭습니다. 때로는 남녀차별이 무섭습니다. 때로는 따돌림과 괴롭힘이 무섭습니다. 때로는 정치와 경제가 무섭습니다. 때로는 언론 매체가 무섭고, 때로는 제도권 교육과 신분 사회가 무섭습니다. 경찰이나 군인이 무섭기도 하고, 돈이나 카드회사가 무섭기도 합니다.





- “실은 이때부터 요귀비는 자신의 힘을 깨닫고 힘을 키우기 시작했던 모양이야. 몸을 움직일 수 없기 때문에 갖고 싶은 게 있어도 잡을 수 없고, 말도 못 했지. 그래서 차츰 염력으로 물건을 움직이기 시작했던 것 같아.” (125쪽)

- “가면을 쓰고 남의 눈을 피했지만, 이윽고 나의 몸도 죽음을 맞이하게 되었다. 숨이 끊어지고 심장소리도 멈췄는데 그래도 내 영혼은 아직 살아 있었다! 그때 처음으로 깨달았지. 이 추한 몸은 그저 영혼을 담아두는 그릇에 지나지 않는다는걸!” (163쪽)



  《스즈에 미우치 단편 1 요귀비전》(대원씨아이,2005)을 읽으며 생각합니다. 스즈에 미우치 님이 짤막하게 그렸다고 하지만, 그리 짧지 않은 만화를 읽으며 생각합니다. 《스즈에 미우치 단편》에 나오는 작품은 어느 모로 보면 《유리가면》과 이어집니다. 《유리가면》에 흐르는 수많은 이야기는 《스즈에 미우치 단편》에 흐르는 여러 이야기와 맞닿습니다.


  이 작품과 저 작품 모두 마음을 다룹니다. 짧게 그린 만화도 《유리가면》도 우리 삶에서 사람을 바라보는 마음을 다룹니다. 사랑을 그리는 마음을 다룹니다. 하루하루 살아가면서 어떤 마음이 되는가를 다룹니다. 즐거움을 나누는 마음을 다루고, 두려움이 찾아들면서 덜덜 떠는 마음과 두려움을 털어내려는 마음을 다룹니다.





- ‘난 완전히 평화로운 일상으로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지금도 문득 생각날 때가 있습니다. 지하철 미야노우치역 저편은 대체 어디로 통하고 있을까 하고.’ (183쪽)

- ‘분신사바니 지박령이니 제령이니 심령사진이니 하는 건, 나와는 상관없는 책에서나 나오는 얘기인 줄 알았는데, 설마 정말로 있었을 줄이야. 그것도 내가 직접 경험하게 되다니.’ (224쪽)



  누군가는 풀을 맛있게 먹습니다. 누군가는 고기가 없으면 밥을 못 먹습니다. 누군가는 물 한 잔을 마시면서 배가 부릅니다. 누군가는 밥그릇을 여럿 비워도 배가 고프다고 합니다. 밥그릇에서 한 숟가락을 덜어 이웃과 나누는 사람이 있습니다. 밥그릇에서 한 숟가락을 던 일이 없는 사람이 있습니다. 내 밥그릇을 아예 통째로 이웃한테 건네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웃이 굶든 말든 아랑곳하지 않는 사람이 있습니다.


  내 어버이가 아플 적에 곁에서 아픈 어버이를 돌본다면, 우리 가운데 아픈 어버이한테서 ‘돌봄삯’을 받을 사람이 있을는지 모르나, 아마 거의 모든 사람은 어버이를 돌보면서 돈을 받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동무가 아프거나 이웃이 아플 적에도 돈을 받으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으리라 생각해요. 아픈 동무나 이웃한테 죽을 끓여서 내밀면서 ‘죽값’을 받을 생각은 아닐 테지요.


  그러면, 어디까지 이웃이고, 어디까지 동무일까요. 내 이웃과 살가운 이웃이라면? 내 동무와 아주 가까운 동무라면? 내 동무와 아주 가까운 동무하고 아주 가까운 동무라면? 우리 마음은 어디까지 즐겁게 손길을 내밀고, 우리 마음은 어디부터 돈을 바랄 만할까요?





- “너 자신이 코모리 사요코의 영혼과 싸워야 한다. 널 죽이려는 저주에 대항해 살고 싶다고 강하게 비는 거야. 그리고 사요코의 저주를 물리치는 거다. 살아야겠다는 각오로 영혼이 비집고 들어올 틈을 줘서는 안 돼. 만약 조금이라도 그 신념이 무너지거나 공포를 이겨내지 못하면 넌 죽는다. 사고일지 병일지 알 수는 없지만 결국 죽게 될 거다!” (238쪽)

- ‘살고 싶어! 살고 싶어! 살고 싶어! 살고 싶어! 살고 싶어! 하느님, 살려 주세요! 죽고 싶지 않아. 코모리 사요코! 난 이 세상에 살아서 하고 싶은 일이 아직도 잔뜩 있어! 살고 싶어! 절대로 죽고 싶지 않아!’ (240쪽)



  온누리에는 무서운 것이 없습니다. 그러나 무서운 것은 꼭 한 가지 있으리라 느껴요. 무서움을 생각하는 마음이 가장 무서우리라 느낍니다. 무서움을 생각하는 마음이 없다면 무서운 것이 없으리라 느껴요.


  온누리에는 사랑이 가득합니다. 그러나 사랑이 없을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내 마음속에 사랑이 없으면 사랑이 없다고 느낄밖에 없습니다. 내 마음속에 사랑이 가득하면 어디에서나 사랑을 심고 꽃피우며 가꿉니다. 내 마음이 사랑으로 아름다우면, 나 스스로 즐겁게 웃으면서 이웃과 어깨동무를 합니다.


  마음에 따라 삶이 다릅니다. 마음을 어떻게 다스리느냐에 따라 삶을 다르게 일굽니다. 마음을 읽으면서 삶을 읽습니다. 마음을 아끼면서 이웃을 아낍니다. 마음을 빛내면서 하루를 새롭게 빛내고, 마음을 노래하면서 언제나 기쁘게 노래합니다. 4347.5.12.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에서 만화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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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5-12 18: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파란놀 2014-05-12 20:21   좋아요 0 | URL
잘 날아갔네요.
한국에서는 거의 사랑받지 못해서
아마 초판만 찍고 재판을 못 찍지 않았나 싶은 책인데,
우연하게 한 권을 보았어요.
잘 아끼고 사랑해 주는 분 손길을 타면
예쁜 이야기가 되살아나리라 생각해요~
 



  아이들을 자전거에 태우고 면소재지를 다녀오다가 큰아이가 문득 “아, 냄새 좋다!” 하고 말하기에 두리번두리번 살피니, 아하, 저쪽에 아카시아꽃이 활짝 피었다. 그러네, 넌 코도 좋구나. 바야흐로 아카시아철이네. 너희는 시골에서 살아가니 언제나 온갖 꽃내음을 맡고 꽃빛을 누리지. 꽃잎을 먹고, 꽃이 진 뒤 흩날리는 잎이 바람 따라 사르르 구르는 모습을 볼 수 있지. 어디에서나 꽃을 꺾어 머리에 꽂거나 손가락에 두를 수 있어. 자전거를 달리다가 논둑길에서 멈추어 들꽃을 바라보고, 살갈퀴나 꽃마리는 꽃송이 달린 채 뜯어서 냠냠 맛나게 먹지. 오월은 참으로 푸르고 곱구나. 오월로 접어드니 풀빛도 꽃빛도 한결 맑고 밝구나. 이 꽃내음을 가슴속에 잘 담아서 언제나 즐겁게 노래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림책 《아카시아 파마》는 시골에서 시골빛을 누리며 놀던 시골아이들 예쁘장한 놀이 가운데 하나이리라 느낀다. 4347.5.12.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한 줄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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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주 그림, 이춘희 글 / 사파리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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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4-05-12 1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 정말 요즘은 아카시아꽃 향기가 코끝을 감싸네요~~
어지러운 세상에서도 이렇게 아카시아꽃은 제 모습대로 피어나고
또 아름다운 향기로 저절로 자연의 기쁨을 안겨줍니다.^^

언젠가, 친구가 아카시아꽃을 따서 달걀을 풀어 아카시아꽃전을 지져 주었는데
너무나 향긋하고 맛있었습니다~*^^*

파란놀 2014-05-13 08:32   좋아요 0 | URL
아카시아 꽃술을 그대로 튀겨서 먹기도 하더라구요.
봄날 꽃은 그대로 튀겨서 먹으면 맛이 참 남달라요.
동백꽃도 그렇게 동백꽃지짐으로 먹기도 한답니다~

분꽃 2014-05-17 16: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카시아 꽃차를 만들기도 하더이다. ^^*

파란놀 2014-05-17 19:52   좋아요 0 | URL
네, 그렇군요~ ^^
 

[시로 읽는 책 132] 멸치



  멸치 똥과 내장을 함께 먹으며

  멸치가 마시던 바다를

  같이 마신다.



  크다 싶은 멸치는 똥과 내장을 바를 수 있으나, 작다 싶은 멸치는 똥과 내장을 바르기 어렵습니다. 아주 작은 멸치라면 똥도 내장도 아랑곳하지 않으면서 통째로 먹습니다. 잘디잔 멸치를 먹으면서 이 멸치에도 똥과 내장이 있겠지 하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저 받아들입니다. 멸치 한 마리에는 멸치가 깃들어 헤엄치던 바다내음이 감돕니다. 멸치가 마시던 바닷물과 멸치가 누리던 바다 빛깔과 냄새와 숨결이 고스란히 나한테 스며듭니다. 4347.5.12.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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