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 명함



  책방 명함이 사라진다. 왜냐하면 책방이 사라지니까. 아니, 자그마한 책방이 사라지니까. 커다란 책방에 명함이 있을까? 이를테면 교보문고 명함이나 영풍문고 명함이 있을까? 누리책방인 알라딘이나 예스24에 명함이 있을까?


  책방 명함은 자그마한 책방에서 쓰던 쪽종이이다. 작은 책방은 책갈피(책살피)에 책방 이름을 조그맣게 박아서 나누어 주곤 했다. 커다란 책방도 커다란 책방 이름을 큼직하게 박아서 나누어 주기도 했다. 무엇보다 커다란 책방은 커다란 종이봉투까지 있다. 작은 책방에서는 엄두를 내지 못하는 종이봉투 또는 종이가방이다.


  아주 작지는 않고 아주 크지도 않은 책방에서는 ‘책방 비닐봉투’를 쓰기도 한다. 웬만한 책방은 책방 이름을 새긴 비닐봉투를 ‘책방 명함’으로 삼기도 한다.


  동네마다 있던 작은 새책방에서는 명함을 거의 안 썼다. 왜냐하면, 동네 새책방이라 하더라도, 전화를 걸어 책을 주문하고, 책방에 앉아서 새책을 받으니까.


  책방 명함은 으레 헌책방에서 썼다. 헌책방은 새책방과 달리 ‘책을 사려면 집집마다 돌아야’ 하거나 ‘책을 찾으려고 고물상이나 폐지수집상을 돌기’도 한다. 그러니, 헌책방으로서는 명함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동네를 돌면서 책방 명함을 뿌린다. 만나는 사람마다 명함을 건넨다. 집안에서 책을 치워야 한다면, 부디 명함에 적힌 전화번호로 연락해 주기를 바란다.


  지난날에는 동네마다 새책방이 많았고 헌책방도 많았다. 지난날에는 동네에서 읽은 책은 으레 동네에서 돌고 돌았다. 동네 새책방이 새로 나오는 책을 먼저 팔고, 동네 헌책방이 이 책들을 받아들였으며, 동네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저마다 이 책들을 사고 팔며 읽고 되읽으면서 마음을 살찌웠다.


  돈이 제법 넉넉하면 새책방을 찾는다. 돈이 좀 모자라면 헌책방을 찾는다. 비매품이라든지 도서관에서 버리는 책을 헌책방이 건사하기에, 돈이 제법 넉넉해도 ‘새책방에 없는 책’을 찾으려고 헌책방으로 나들이를 한다. 미군부대나 외국인학교에서 버리는 외국책을 만난다든지, 나라밖으로 떠나는 사람이 내놓는 값진 책을 만나고 싶어 헌책방으로 마실을 한다.


  이래저래 책방 명함은 쓸모가 많다. 아직 헌책방이 있다면, 아직 헌책방이 씩씩하게 동네마다 책삶을 밝히고 책빛을 가꾼다면. 4347.5.18.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헌책방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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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좋으니까



  책이 좋으니까 손에 쥔다. 책이 좋으니까 빙그레 웃음을 지으면서 한 쪽 두 쪽 읽는다. 책이 좋으니까 가슴에 포옥 안는다. 책이 좋으니까 나한테 사랑스러운 이웃한테 책을 한 권 선물한다.


  책이 좋으니까 한 권 두 권 그러모아 집안에 책을 모신다. 책이 좋으니까 다 읽은 책을 책꽂이에 곱게 건사한다. 책이 좋으니까 다 읽은 책을 동무한테 건넨다. 책이 좋으니까 ‘내 가슴을 촉촉하게 적신 아름다운 책’을 나도 스스로 써 보자고 생각하면서 연필을 쥔다. 4347.5.18.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헌책방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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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그림책은 내 친구 7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글 그림, 이지원 옮김 / 논장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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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391



아침저녁으로 생각하기

― 생각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글·그림

 논장 펴냄, 2004.3.20.8



  생각한 대로 이룹니다. 생각하지 않은 대로 이루지 않습니다. 생각할 수 없던 일은 이룰 수 없습니다. 아이들이 생각에 날개를 달아야 하는 까닭은, 아이 스스로 이루고 싶은 꿈을 키워야 비로소 이루기 때문입니다.


  어른들이 좀처럼 삶을 가꾸지 못하는 탓이라면, 어른들이 스스로 생각힘을 잃거나 잊거나 놓았기 때문입니다. 생각을 안 하면서 쳇바퀴 돌기를 할 뿐이면, 삶은 나아지지 않습니다. 생각을 지우거나 잊으면서 쳇바퀴 돌기에 머문다면, 날마다 고단하면서 지칠 뿐입니다.



.. 생각은 무엇일까? 글쎄……. 한번 생각해 볼까 ..  (5쪽)




  아름다움을 생각하는 사람이 아름다움을 낳습니다. 사랑스러움을 생각하는 사람이 사랑스러움을 낳습니다.


  누군가 전쟁을 생각한다면? 전쟁을 낳아요. 누군가 독재를 생각한다면? 독재를 낳지요. 누군가 국가보안법이나 막개발을 생각한다면? 참말 국가보안법이나 막개발을 낳아요.


  노래를 생각하는 사람이 있기에 노래가 흘러요. 즐거운 춤을 생각하는 사람이 있기에 즐거운 춤이 흐릅니다. 기쁜 놀이를 생각하는 사람이 있어 기쁘게 놀아요.


  아이들이 날마다 새롭게 놀 수 있는 까닭은 언제나 놀이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어른들이 날마다 즐거이 기운을 내면서 밥을 짓고 살림을 꾸릴 수 있는 까닭은 언제나 즐거운 삶을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 생각은 그림과 이야기가 가득한 아름다운 책 아닐까 ..  (20쪽)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님이 빚은 그림책 《생각》(논장,2004)을 읽습니다. 생각이 무엇인지 함께 찾아보자고 손을 내밉니다. 생각을 함께 찾고, 생각을 함께 누리자고 이야기합니다.



.. 생각은 이야기할 수도 있고, 가지고 놀 수도 있고, 그릴 수도 있고, 쓸 수도 있고, 춤추게 할 수도 있어요. 생각으로는 뭐든지 할 수 있어요 ..  (28쪽)



  아침저녁으로 슬기롭게 생각하면 아침저녁으로 슬기로운 빛이 감돕니다. 아침저녁으로 맑은 삶을 생각하면 아침저녁으로 맑은 노래가 감돕니다. 무엇을 생각하고 싶나요. 아이들과 어떤 생각으로 삶을 빛내고 싶은가요. 어떤 삶을 생각하고 싶나요. 어떤 사랑을 생각하면서, 어떤 꿈으로 나아갈 생각인가요.


  아이들이 자꾸 생각을 잃거나 잊으면서 입시지옥에 시달리니까 사회가 어둡습니다. 아이들이 입시지옥에 시달리면서도 꿈을 놓거나 내버리지 않으니까 사회가 아직 밝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생각을 지어요. 아이들과 함께 삶을 지어요. 아이들과 함께 사랑을 짓고, 꿈을 지으며, 이야기를 지어요. 삶을 지으려는 사람만 삶을 짓습니다. 생각을 지으려는 사람만 생각을 짓습니다. 사랑을 지으려는 사람만 사랑을 짓습니다. 4347.5.18.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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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말도 익혀야지

 (973) 것 55 : 놓아 주는 것


모두 빙 둘러서서 강이가 연못에 아기붕어를 놓아 주는 것을 지켜보았습니다. 연못 속으로 들어간 아기붕어는

《이금이-땅은 엄마야》(푸른책들,2000) 80쪽


 붕어를 놓아 주는 것을

→ 붕어를 놓아 주는 모습을

→ 붕어를 놓아 줄 때에

 …



  어떤 모습을 가리킨다면 ‘모습’이라고 적습니다. 어느 때를 나타낸다면 ‘때’나 ‘적’이라고 적습니다. 모습이나 때를 ‘것’이라는 낱말로 가리키지 않습니다. 부디 동화책에서 이런 말잘못이 나타나지 않기를 바랍니다. 아이들이 이런 글을 읽으면서 자꾸 잘못된 말버릇이 들고 맙니다. 4347.5.18.해.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모두 빙 둘러서서 강이가 연못에 아기붕어를 놓아 주는 모습을 지켜보았습니다. 연못에 들어간 아기붕어는


붕어는 “연못에 들어갑”니다. “연못 속으로 들어가”지 않습니다. 헤엄을 치려고 “냇물로 뛰어듭”니다. “냇물 속으로 뛰어들”지 않습니다. 물고기는 냇물에서 살거나 바다에서 살거나 못에서 삽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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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량한 말 바로잡기

 (1599) 시작 43 : 전쟁을 시작합니다


친척들이 모두 돌아가시면 열 시 반 정도. 우리는 또다시 전쟁을 시작합니다

《고은명-후박나무 우리 집》(창비,2002) 83쪽


 전쟁을 시작합니다

→ 전쟁을 합니다

→ 전쟁을 벌입니다

→ 한바탕 바쁩니다

→ 한바탕 북새통입니다

→ 몹시 바쁩니다

→ 할 일이 넘칩니다

 …



  친척이 많이 모여 제사를 지낼 적에는, 제삿밥을 올리느라 부산하게 뛰어야 하고, 제사를 모두 마친 뒤에는, 또 치우고 설거지하고 이것저것 할 일이 많다고 합니다. 제사를 으레 치르는 집이라면 이 모습을 훤히 그림으로 그릴 만하리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바쁘거나 부산한 모습을 놓고 ‘마치 전쟁통 같다’고 여길 수 있습니다.


  그런데, 굳이 전쟁하고 빗대어야 할까 모르겠습니다. 아이들이 읽는 글, 그러니까 동화책에 굳이 “전쟁을 시작합니다” 하고 말해야 할는지 모르겠습니다. 전쟁에 빗댄다 하더라도 “전쟁을 합니다”나 “전쟁을 벌입니다”로 가다듬어야 알맞습니다. 하나 둘 셋! 하면서 전쟁을 벌어지는 않으니까요. 4347.5.18.해.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친척들이 모두 돌아가시면 열 시 반 즈음. 우리는 또다시 북새통이 됩니다


“열 시 반 정도(程度))”는 “열 시 반 즈음”으로 다듬습니다. 이 보기글에 쓴 ‘전쟁(戰爭)’이라는 낱말은 ‘북새통’으로 손보면 좋겠습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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