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아이 69. 감꽃 세기 (2014.5.23.)



  감꽃을 줍는다. 꽃차례가 곱게 붙은 감꽃을 두 아이를 불러 손바닥에 쏟는다. 지난해에 먹은 감꽃인데, 올해에는 떠오르지 않을까? 한 해만에 먹으니 좀처럼 못 떠올릴 수 있다. 올해에도 며칠 감꽃을 먹고 이듬해에도 또 감꽃을 먹으면 그때부터는 감꽃을 안 잊을 수 있을까? 일곱 살 큰아이가 손바닥에 얹은 감꽃을 하나하나 센다. 네 살 작은아이가 누나처럼 감꽃을 세겠다면서 하나하나 손가락으로 짚는다. 작은아이한테도 곧 숫자를 가르쳐 볼까.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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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 나오는 책이란 (사진책도서관 2014.5.9.)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사진책도서관 함께살기’



  숱한 책을 만지고 다루면서 생각한다. 그동안 읽은 숱한 책을 되새겨 본다. 나 스스로 좋아하면서 장만한 이 책들은 내 서재이면서 조촐하게 도서관이 되었다. 나는 앞으로도 책을 꾸준히 더 장만할 테고, 내 서재이자 도서관에 둘 책은 훨씬 늘어나리라 본다.


  나는 이 책들을 왜 읽을까. 나는 이 책들을 왜 버리지 않고 건사할까. 한국 사회 공공도서관이나 대학도서관을 보면, 또 초·중·고등학교에 있는 도서관을 보면, 연도가 조금 묵은 책을 참 쉽게 버린다. 한국 사회 도서관에서 스무 해쯤 묵은 책을 구경하기란 아주 어렵다. 새로 나오는 책은 이제 쉽게 찾아볼 수 있지만, 오래된 책일수록 도서관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참말 도서관은 어떤 곳일까. 도서대여점 구실을 하는 데가 도서관일까. 책으로 삶을 배우면서 사랑을 가꾸도록 이끄는 곳이 도서관이 아닐까. 새로 나오는 책만 갖추려는 한국 사회 도서관이라 한다면, 철학도 사상도 역사도 문화도 예술도 모두 ‘새로 나오는 것’만 값있거나 뜻있다는 소리는 아닌가. 예전에 나온 책에서는 배울 것이 없다는 소리가 아닌가. 다시 말하자면, 새롭게 철학을 하건 사상을 하건 예술을 하건, 그동안 한길을 걸어온 옛사람 발자취는 돌아볼 까닭이 없이 ‘새로 짓기’만 하면 된다는 소리가 아닌가.


  누구한테서 배우는가. 무엇을 배우는가. 배우지 않고 가르칠 수 있는가. 지나온 수많은 책은 들추지 않아도 얼마든지 누군가를 가르칠 수 있는가.


  새로 나오는 책은 얼마나 새로운 이야기를 담는다고 할 만한지 궁금하다. 새로 쓰는 글은 얼마나 새로운 빛을 베푼다고 할 만한지 궁금하다. 새로 읽는 책이나 글은 우리 마음을 얼마나 북돋우거나 따사롭게 어루만지는지 궁금하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그저 ‘소비’만 하지 않나 궁금하다. 인문책도 소비하고 문학책도 소비할 뿐, 정작 삭혀서 삶을 북돋우는 기운은 못 길어올리지 않나 궁금하다.


  나무 한 그루를 바라보아도 나무를 알 수 있다. 그렇지만 나무 한 그루만 바라보아서는 나무를 제대로 알지 못한다. 나무 한 그루를 둘러싼 이웃 나무를 보고, 나무가 서로 얼크러진 숲을 보며, 나무를 둘러싼 풀을 보는 한편, 햇볕과 바람과 비와 흙을 골고루 보아야 나무를 알 수 있다. 어느 책 하나를 보면서 어느 책 하나를 알 수 있겠지. 그런데 어느 책 하나만 보아도 참말 이 책 하나를 제대로 안다 할 수 있을까? 이웃한 다른 책을 비롯해서 온갖 갈래 책을 두루 살펴야 하지 않을까? 무엇보다, 책을 이루는 바탕인 삶을 읽지 않고서 책을 안다고 할 수 있을까? 배우려는 사람이 책을 읽고, 가르치려는 사람이 삶을 사랑한다. ㅎㄲㅅㄱ



* 사진책도서관(서재도서관)을 씩씩하게 잇도록 사랑스러운 손길 보태 주셔요 *

* 도서관 지킴이 되기 : 우체국 012625-02-025891 최종규 *

* 도서관 지킴이 되어 주는 분들은 쪽글로 주소를 알려주셔요 (010.5341.71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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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손바느질 - 36.5℃ 손바느질 소품 37
송민혜 지음 / 겨리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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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삶읽기, 인문책 71



사랑하며 살아가는 손빛

― 처음 손바느질

 송민혜 글·사진

 겨리 펴냄, 2014.4.10.



  저녁에 잠자리에 들기 앞서 쌀을 씻습니다. 때로는 새벽에 일어나서 쌀을 씻습니다. 네 식구 함께 먹을 밥을 헤아리며 쌀을 씻습니다. 다음 끼니로 어떤 밥을 지어서 먹을까 하고 헤아립니다. 즐겁게 누린 한 끼니를 돌아보면서, 다음 끼니에도 다 같이 즐겁게 밥 한 그릇 누리자고 생각합니다.


  쌀은 손으로 씻습니다. 냄비에 쌀과 물을 받아 살살 젓습니다. 아침을 먹고 나서 쌀을 씻을 때에는 으레 아이들이 옆에서 지켜봅니다. 큰아이는 키가 웬만큼 자랐으니 손만 쭉 뻗으며 “나도 할래.” 하고 말합니다. 작은아이는 받침걸상을 가지고 와서 올라온 뒤 “나도 할래.” 하고 누나 말을 따릅니다.


  끼니로 먹는 밥은 논에서 거둔 벼입니다. 벼에서 겉껍질인 겨를 벗기면 비로소 쌀이고, 이 쌀을 솥이든 냄비이든 담아서 물을 맞추어 지으면 밥입니다. 요즈막에는 볍씨를 내어 모판을 만들고 모를 심는 일 모두 기계로 하지만, 예부터 모내기이든 씨뿌리기이든 모두 손으로 했습니다. 손으로 씨앗을 만져 흙에 두었고, 손으로 흙을 조물조물 만지면서 보살폈습니다. 이렇게 하고는 가을걷이에도 손으로 낫을 쥐고 손으로 볏포기를 움켜쥐면서 석석 베었어요.


  손으로 벤 볏포기는 이 다음에도 손으로 알맹이를 털지요. 손으로 짠 섬에 벼를 담고, 손으로 만든 절구에 벼를 넣어 손으로 깎은 절굿공이를 들고 겨를 벗겼습니다. 그러고는, 또 손으로 만든 키로 석석 날리면서 지푸라기가 날아가도록 했습니다. 지난날에 흔히 쓰던 조리도 손으로 만들었어요. 솥도 손으로 만들고, 부엌과 아궁이도 손으로 지으며, 집도 손으로 지었어요. 수저도 손으로 만들고, 밥상도 밥그릇도 누구나 스스로 손으로 만들었습니다.





.. 곰곰 제 어릴 때를 돌아보면 집에서 어른들이 바느질하는 모습을 곧잘 볼 수 있었어요. 할머니는 손수 한복을 지어 주셨고, 자투리 천으로 한복에 다는 동전들과 인형 옷을 만들어 주셨어요. 이불 호청을 빨아 풀 먹이고 다듬이질한 뒤에 시침질 하던 모습도 생각나네요. 집에서 쓰는 바구니와 채가 닳아 구멍이 나면 아버지가 바느질해 손을 보셨고 … 아이들에게 엄마 손길 담은 소품을 선물해 보세요. 제 쓰임이 있는 소품들이라면 아이가 늘 곁에 두고 쓰면서 엄마 사랑을 담뿍 받을 수 있어요 ..  (2, 12쪽)



  아이들 손을 잡고 걷습니다. 어디이든 가고 싶은 곳으로 손을 잡고 걷습니다. 숲에 가고 싶으면 숲으로 가지요. 들에 가고 싶으면 들로 가지요. 바다로 가고 싶으면 바다로 갑니다. 도시로 마실을 하려고 군내버스를 타고 읍내로 갈 수 있어요. 읍내에서 시외버스를 타고 서울이든 부산이든 인천이든 갑니다. 언제나 아이들 손을 잡습니다. 시골에서는 자동차가 뜸하니 아이들이 저희끼리 이리 달리든 저리 뛰든 그리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읍내에만 나와도 자동차가 복닥거리기에 아이들을 불러 손을 잡습니다.


  여름에도 손을 잡고 겨울에도 손을 잡습니다. 봄에도 가을에도 손을 잡습니다. 아주 꼬맹이였을 적에는 아이들이 위로 손을 뻗어야 했고, 네 살 일곱 살 천천히 자라니, 이제 아이들도 손잡기가 힘들지 않습니다.


  두 아이 어버이인 나 또한 내 어버이와 손을 잡고 컸습니다. 내 어버이도 꼬맹이인 내 손을 바투 잡았습니다. 손만 잡을 뿐 아니라 몸도 가까이 붙어요. 착 달라붙으면서 어버이 발걸음에 내 발걸음을 맞춥니다.


  참말 그래요. 사람이 많거나 자동차가 오가는 곳에서 어떤 어버이라도 이녁 아이 손을 꼬옥 잡기 마련입니다. 놓치지 않으려고, 다치게 하지 않으려고, 아끼려고, 보살피려고 어버이는 아이 손을 힘껏 잡습니다.





.. 큰 통에 물을 담고 천을 넣어 서너 시간쯤 담가 두세요. 천을 만들 때 쓴 화학약품과 풀기가 잘 빠질 수 있게 조물락조물락 해 주면 좋아요. 그리고 잘 말립니다. 빳빳이 다 마르기 앞서 살짝 덜 말랐을 때 다림질을 해 주면 구김을 쉽게 펼 수 있어요 … 작은 소품 하나로 아이에게 빛나는 하루를 선물할 수 있어요 … 봄에 조카가 놀러 와서 놀다가 덥다고 바지를 벗었어요. 개구쟁이라서 내복바지에 구멍이 두 개 났네요. 그래서 자투리 천으로 퀼트솜을 덧대 꿰매 주었더니 집에 돌아가서 엄마에게 자랑을 했대요 ..  (6, 24, 30쪽)



  우리 네 식구는 시골에서 두 다리로 걷기도 하고, 자전거를 타기도 하며, 버스를 타기도 합니다. 두 아이를 자전거에 태우고 달릴 때에는, 혼자 달릴 때하고 사뭇 다릅니다. 힘이 여러 곱 들기도 하는데, 이보다 두 아이와 함께 달리는 자전거는 한결 느긋하고 차분히 달려야 한다고 느낍니다. 굳이 더 빨리 달리려 하지 않습니다. 애써 큰길로만 다녀야 한다고 느끼지 않습니다. 조용하며 오붓한 길을 찾아 달립니다. 아이들이 자전거에서 노래를 할 수 있는 한갓진 길이 즐겁습니다. 들바람을 마시고 바닷바람을 먹을 만한 길을 달리면 아이도 어버이도 함께 기쁩니다.


  자동차가 나쁘다고 생각한 적은 없어요. 자동차는 아무 데에서나 함부로 씽씽 달리면 안 될 뿐입니다. 자동차는 아무 데나 마구 휘젓고 들어서지 말아야 할 뿐입니다. 시골이라면 마을 어귀에 자동차를 대고, 마을 안쪽으로는 걸어서 들어와야지요. 도시에서도 자동차는 동네 바깥에 대고, 동네로는 걸어서 들어서야지요.


  집 앞에는 자동차를 대지 말아야 한다고 느껴요. 자동차는 집 앞까지 들어와서는 안 된다고 느껴요. 왜냐하면, 집 앞은 아이들 놀이터이거든요. 집 앞은 아이들이 노는 곳인 한편, 어른들이 일할 곳이고, 텃밭이나 꽃밭이 될 곳이며, 이웃과 만나서 어울리는 쉼터가 되어야 하니까요.


  집 앞에는 자동차를 세우지 말고 나무를 심어야 한다고 느껴요. 집 앞에는 나무가 우람하게 자라 고운 그늘을 드리우고 싱그러운 바람을 베풀도록 해야지 싶어요. 우리들은 집 앞에서 자라는 나무를 날마다 바라보면서 두 손으로 살살 어루만지지요. 나무 둘레에서 자라는 풀도 살살 쓰다듬고, 풀꽃이 피면 풀꽃한테도 인사하지요. 아이는 어버이 손을 잡으면서 즐겁고, 어버이는 아이 손을 잡으면서 기쁩니다. 사람은 나무와 풀을 쓰다듬으면서 즐겁고, 나무와 풀은 사람 손길을 타면서 기쁩니다.





.. 수업 준비하면서 재료 살 때는 되도록이면 무턱대고 비싸거나 폼 잡는 재료들은 사지 않는다. 중요한 재료라기보다 얼마나 할 마음이 있는지(하고 싶은 마음)와 ‘기본’이니까 … 아이들과 함께 그림을 그리고 이야기를 나누고 소품을 만들어 보세요 …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재료를 아이들 스스로 찾아보면서 계절에 따라 무슨 열매들이 있는지 둘레 모습은 어떻게 바뀌는지 살펴볼 수 있어요 … 책에서 말하는 대로 가로로 꽂든 내가 쓰듯 세로로 꽂든 꼭 어떻게 해야 하는 일이란 없다. 그저 쓰기 편한 대로 ‘나’에 맞춰 쓰면 된다 ..  (32, 50, 53, 63쪽)



  송민혜 님이 쓴 《처음 손바느질》(겨리,2014)을 읽습니다. 손바느질이 아직 익숙하지 않은 이들한테 길잡이가 되도록 쓴 책입니다. 바느질을 이럭저럭 할 수 있지만, 바느질을 하는 즐거움을 아직 모르는 이들한테 길동무가 되도록 엮은 책입니다. 솜씨 좋게 바느질을 하는 이들한테 살가운 이웃이 되자면서 빚은 책입니다.




.. 그림 그린 날이나 아이 이름을 바늘땀으로 넣어 보세요. 누가 그렸는지 언제 그렸는지 남겨둘 수 있어 좋아요 … 아이는 자르고 엄마는 바느질, 사이좋게 뚝딱. 안 입는 옷과 자투리 천으로 만든 장식줄 … 나뭇가지를 엮을 때 쉽게 글루건이나 본드를 쓸 수도 있지만 번거롭더라도 실이나 끈으로 엮어 주세요. 나뭇가지도 숨을 쉬어야 해요 … 필요해서 만들어 쓰는 물건은 만들면서도 만들고 나서도 참 기분이 좋아요 … 유리병 주머니는 작업실 겸 가게 할 때 재활용 수업으로 처음 만들었어요. 사과주스를 담았던 호리호리한 병이라 그냥 쓰기에도 예뻤지만 이야기를 넣고 싶었어요 ..  (66, 70, 77, 84, 107쪽)



  바느질은 언제나 손바느질입니다. 손이 없으면 바느질을 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바느질이 손바느질이 아닙니다. 오늘날에는 글쓰기가 손글 아닌 기계글이기 일쑤입니다. 오늘날에는 빨래가 손빨래 아닌 기계빨래이기 일쑤입니다. 밥 또한 손으로 짓는 손밥이 아니라 기계로 짓는 기계밥이거나 전화로 시켜서 먹는 바깥밥이기 일쑤입니다. 가게에서 사다 먹는 공장밥까지 있어요.


  우리가 입는 옷은 어떤 옷일까 생각해 봅니다. 손으로 알뜰살뜰 지은 ‘손옷’일까요, 아니면 기계로 지은 ‘기계옷’일까요, 아니면 공장에서 찍은 ‘공장옷’일까요. 우리가 입는 옷은 어떤 사람 손길이 탔을까요. 어떤 사람이 어떤 손빛으로 어루만진 옷을 입으면서 살아가는가요.


  바느질을 하는 까닭은 살림을 가꾸고 싶기 때문입니다. 바느질을 하는 마음은 살림을 사랑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밥을 지을 적에도, 흙을 보살필 적에도, 아이와 살아갈 적에도, 또 책을 읽거나 노래를 부를 적에도, 또 자전거를 타거나 마실을 다닐 적에도, 우리들은 삶을 가꾸고 사랑을 하고 싶습니다.





.. 느리게 / 한 땀 두 땀 // 빛깔 고르고 / 바늘땀 더하는 재미 // 손꽃 핀다 … 다림질한 가방을 한지에 싼다. / 바늘땀을 넣는다. / 꽃으로 여민다 ..  (17, 97쪽)



  《처음 손바느질》은 바느질을 누구나 집에서 손쉽게 즐기는 길을 보여줍니다. 나 스스로 내 옷가지를 누리고, 내 곁님과 살붙이한테 우리 옷가지를 나누며, 동무랑 이웃하고도 서로 옷가지를 주고받는 웃음을 스스로 짓도록 도와줍니다. 《처음 손바느질》은 서로 오붓하게 나누면 기쁠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바느질을 잘 하는 법보다는 바느질을 하는 즐거움을 조곤조곤 들려줍니다.



.. 엄마 시집 오실 때 외할머니께서 주셨다는 실패. 가만가만 가져다가 살몃살몃 담는다. 빨간 실패에는 이제 바로 감은 실, 까만 실패에는 손때 묻은 옛날 시침실. 한참 물끄러미 바라보니 엄마가 옆에서 “너 가져다 쓸래?” 하신다. 잠깐 탐이 났다가 “아니요.” 한다. 그대로 엄마 곁에서 할머니 곁 잇고 엄마 결이 스미기를 바라면서 ..  (167쪽)




  글을 쓰는 까닭을 생각해 봅니다. 우리는 작가가 되려고 글을 쓸까요? 책을 내려고 글을 쓰나요? 아마 이런 까닭 때문에 글을 쓰는 분도 있으리라 느껴요. 그렇지만, 나는 즐겁고 싶어 글을 쓰고, 이웃한테 즐거운 빛을 노래하고 싶어 글을 씁니다.


  맛있게 먹으려고 밥을 지을 테지요. 그렇지만, 맛 하나로만 밥을 짓지는 않아요. 오늘 하루를 살아가는 기운을 즐겁게 받아들이고 싶은 꿈을 담아 밥을 짓습니다. 이 밥 한 그릇으로 고운 숨결을 북돋우면 얼마나 예쁠까 하고 생각하며 밥을 짓습니다.


  마실을 다닐 적에도, 이웃을 만날 적에도, 하늘을 올려다보고, 우리 집 처마에 깃든 제비집을 물끄러미 바라볼 적에도, 나비 날갯짓과 잠자리 춤사위를 지켜볼 적에도, 늘 같은 마음입니다. 내 손에서는 손빛이 우러나오기를 바랍니다. 내 눈에서는 눈빛이 해맑기를 바랍니다. 내가 쓰는 글은 글빛이 밝기를 바랍니다. 내가 읽는 책은 책빛이 따스하기를 바랍니다. 이럭저럭 살림을 꾸릴 때에는 살림빛이 넉넉하기를 바랍니다. 다 같이 사랑빛을 나누는 삶이 되기를 바랍니다. 삶은 삶빛이 아리땁게 드리우기를 바라고, 노래 한 가락은 노래빛이 눈부시기를 바라요. 


  바느질을 하는 손마다 손빛이 손꽃과 같이 새롭게 피어나리라 생각합니다. 글 한 줄은 글빛이 밝으면서 글꽃이 되고, 이야기 한 타래는 이야기빛이 푸근하면서 이야기꽃이 됩니다. 사랑은 사랑빛이 퍼지면서 사랑꽃으로 피어납니다. 삶은 삶빛이 자라면서 삶꽃으로 피어납니다.


  바느질을 하는 손을 느껴요. 스스로 손을 움직이면서 이 손길로 쓰다듬고 보살피는 이웃을 생각해요. 내 손은 너를 어루만집니다. 네 손은 나를 어루만집니다. 서로서로 어루만지고, 스스로 어루만집니다. 어머니 손도 할매 손도, 아버지 손도 할배 손도, 아이 손도 이웃 손도, 언제나 약손이요 사랑손이며 꿈손입니다. 4347.5.23.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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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아이 150. 2014.5.9. 작은 책상에 모여 앉아



  책상이 곳곳에 있는데 두 아이가 꼭 작은 책상에 모여 앉는다. 아니, 누나가 앉는 자리에 동생이 꼭 다가와서 달라붙는다. 따로따로 떨어져 앉으면 한결 넉넉할 수 있지만, 서로 달라붙듯이 모여 앉으면 재미나거나 즐거울 수 있겠지.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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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봄까지꽃 책읽기


  한국에서 자라는 풀과 일본에서 자라는 풀은 이름이 같을 수 있고, 다를 수 있다. 한국사람은 한국말로 이름을 붙이고, 일본사람은 일본말로 이름을 붙인다. 학문을 하는 이들은 ‘먼저 학문이름을 올리’면 이러한 이름을 써야 한다고 밝히는데, 학문이름이 없더라도 나라와 겨레마다 예부터 쓰던 이름이 있다. 학문이름은 학문이름으로 두면서 먼먼 옛날부터 즐겁게 가리키던 이름을 쓰면 된다.

  ‘봄까지꽃’이라는 조그마한 봄풀이자 봄꽃이 있으나, 아직 ‘개풀알풀’이라는 이름이 많이 퍼졌다. 이러다 보니, ‘선개불알풀’이나 ‘큰개불알풀’까지 갈래를 뻗는다. ‘선-’이든 ‘큰-’이든 이름을 알맞게 가다듬어서 ‘선봄까지꽃’과 ‘큰봄까지꽃’으로 가리켜야 올바르리라 느낀다.

  어른부터 이름을 제대로 깨우치고 살펴서, 아이들이 풀이름과 꽃이름을 똑똑히 바르게 헤아리면서 아끼고 사랑도록 이끌 수 있기를 빈다. 4347.5.23.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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