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는 곳에 부는 바람 책을 읽고 싶다면 늘 읽는다. 덜컹거리는 소리가 시끄러운 전철에서도 책을 읽는다. 흔들리는 버스에서도 책을 읽는다. 책이 무엇이기에 읽는가. 마음을 살찌우는 밥이기에? 생각을 가꾸는 숨결이기에? 그러나 어느 책이건 어디에서나 읽는다. 마음이 가면 읽는다. 생각이 열리면 읽는다. 뜻이 맞는 이웃이 있을 적에는 이야기꽃을 피운다. 깊은 밤이건 어두운 곳이건 총알이 춤추는 곳이든 이야기꽃은 활짝 핀다. 어떻게 이야기꽃을 피울까? 어떤 넋으로 이야기꽃이 피어나는가? 책을 읽는 곳에 바람이 분다. 따스하게 분다. 보드랍게 분다. 살가이 분다. 바람은 그치지 않는다. 손에 책을 쥔 사람한테 바람은 늘 싱그럽다. 사랑이 묻어나며 흐르는 바람이다. 꿈이 녹아들며 퍼지는 바람이다. 어느 책을 쥐어도 바람이 분다. 모든 책은 그예 책이다. 어떤 책을 몇 쪽 넘기든 바람이 분다. 살근살 바람이 불어 빙그레 웃는다. 4347.5.29.ㅎㄲㅅㄱ (최종규 . 2014)
[말이랑 놀자 33] 삶그릇 밥그릇에 밥을 담아요. 국그릇에 국을 담아요. 마음그릇에 내 마음을 고이 담아요. 너를 사랑하고 서로를 아끼는 마음은 마음그릇에 차곡차곡 담지요. 사랑을 담아 사랑그릇이 되겠지요. 꿈을 그득 담아 꿈그릇이 되고, 노래를 담뿍 담아 노래그릇이 되어요. 나는 어떤 그릇을 건사할까요. 너한테 어떤 그릇을 내밀며 함께 즐거운가요. 우리 삶에 고운 빛을 담도록 삶그릇을 보듬습니다. 삶그릇에 꿈도 사랑도 이야기도 웃음도 노래도 살포시 담습니다. 말그릇에는 아름다우며 맑은 말을 하나둘 담고요. 4347.5.29.나무.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글을 쓰는 동안 글을 쓰는 동안 오직 글만 생각한다. 어디에서나 언제나 글빛만 흐른다. 글을 쓰며 다른 데에 눈길을 두면 글이 샘솟지 않는다. 글쓰기이니 글쓰기이지, 다른 무엇이 아니다. 사랑을 할 적에는 사랑에만 마음을 쏟는다. 책을 읽을 적에는 책만 읽는다. 밥을 먹을 적에는 밥만 먹는다. 아이들이 어떻게 노는지 바라보라. 아이들은 자동차가 다가오든 어른이 곁에 있든 모른다. 노는 아이들 눈길과 마음에는 없기 때문이다. 어른들도 이녁 삶에 제대로 마음을 기울일 때에 삶이 빛난다. 둘레가 시끄럽든 고요하든 대수롭지 않다. 삶은 나 스스로 바라보며 가꾸니까. 4347.5.29.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큰아이가 돌쟁이일 때부터 함께 본다. 젤소미나 둘레에는 언제나 아이들이 있다. 젤소미나는 슬프며 무거운 노래를 부르는데, 이러한 노래를 부르더라도 웃고 춤을 춘다. 눈물을 흘리더라도 웃음을 함께 품고 노래와 나란히 춤을 펼친다. 젤소미나는 어떤 길에 선 아이일까. 참파노는 어떤 길을 가는 아이인가. 둘은 몸뚱이는 어른이지만, 마음은 늘 아이요, 삶 또한 아이라고 할 만하다. 그러면 다른 사람들은? 다른 어른들은? 내가 선 길을 걷는다. 아이들은 저마다 선 길에서 뛰논다. 내가 선 길에서 내 노래를 부른다. 아이들은 저마다 선 길에서 깔깔 웃고 노래한다. 바람이 분다. 나무 사이를 흐른다. 달이 뜨고 해가 진다. 새가 날고 풀벌레가 깨어난다. 개구리가 노래하고, 왜가리는 개구리를 찾아 논을 걷는다. 오월이 저물며 유월이 다가온다. 날마다 새길이다. 4347.5.29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장난감 자동차
작은아이가 장난감 그득 넣은 빨간 가방을 일산 할머니 댁에 놓고 나왔다. 밖에서 만난 언니들이 작은아이한테 장난감을 빌려주다가 도로 가져간다. 작은아이가 눈물을 똑똑 떨구며 서럽게 운다. 내 앞가방에 늘 건사하는 쪼끄만 장난감 자동차를 꺼내어 내민다. 여느 때에 작은아이는 이 장난감을 거들떠보지 않았으나 이 녀석을 한손에 쥐고는 눈물을 거둔다. 이윽고 웃으며 뛰논다. 4347.5.29.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버지 육아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