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서 시내버스


  일산에서 시내버스를 탄다. 우리 아이들은 시골에서 하듯이 인사를 하고는 버스에 오른다. 작은아이를 안고 카드를 대기 무섭게 부르릉 시동을 걸어 떠난다. 문득 흔들릴 뻔했으나 잘 버틴다. 아이를 자리에 앉히고 손잡이를 잡는다. 시골버스를 떠올린다. 시골에서는 할매나 할배가 자리에 앉지 않으면 떠나지 않는다. 도시에서는 너무 바쁘고 길이 막히기 때문일까. 아기 안고 버스 타는 어머니들을 살펴보는데, 모두 잔뜩 굳은 얼굴로 달리기하듯이 안쪽으로 서둘러 들어간다. 그렇구나. 도시에서는 버스 타기가 그렇구나. 4347.6.5.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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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치기를 하지 않는 나무

 

 

  가지치기를 하지 않는 나무를 본다. 가지를 조금만 친 나무를 본다. 가지를 많이 친 나무를 본다. 나무가 뭉텅뭉텅 잘린 모습을 본다. 나무가 아예 없는 빈터를 본다. 나무가 들어설 틈이 없이 시멘트와 아스팔트가 척척 들어선 곳을 본다.

 

  내 마음은 어느 곳에서 아늑한가. 내 마음은 어느 곳에서 사랑스러운가. 그리고, 다시 생각한다. 숲에 깃들 때에 늘 아름다운 마음이 되는가. 숲이 아닌 곳에 깃들면서도 늘 아름다운 마음이 될 수 있는가.

 

  가지를 덜 치거나 안 친 나무가 스무 해쯤 자란 곳을 버스를 타고 지나면서 바라본다. 마음속으로 푸르게 스며드는 바람을 느낀다. 이 바람은 무엇인가. 이 숨결은 무엇인가. 우리가 무엇을 바라는가. 우리가 무엇을 맞아들이면서 빙그레 웃는가. 나무 한 그루 있는 도시와 나무 한 그루 없는 시골은 저마다 어떤 빛이 될까. 4347.6.4.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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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노래 15. 쑥을 뜯다가

 


쑥을 뜯다가
쑥밭 한복판에 노랗게 핀
민들레꽃 두 송이 만났어요.
가만히 들여다보니
곁에 제비꽃도 있고
쇠별꽃이랑 꽃마리꽃이
살그마니 어깨동무하면서
바람 따라 한들거려요.
보글보글 끓는 국에
쑥 듬뿍 넣고 봄내음 먹어요.

 


2014.3.27.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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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 틈바구니 나무

  일산에서 택시를 타고 인천으로 간다. 고속도로는 여러 도시를 가로지른다. 창밖을 내다보니 공장이 줄짓는다. 아 온통 공장이네, 하고 생각하는데, 길이 막히고, 저쪽에 은행나무 한 그루가 내 눈으로 들어온다.

  공장은 무엇이고, 나무는 무엇인가. 공장 사이에 있는 나무는 무엇이고, 나무가 우거진 곳에 있는 공장은 무엇인가. 나무 한 그루를 오래도록 바라본다. 또 보고 다시 본다. 푸르면서 파랗고, 맑으면서 고운 바람이 살살 분다. 이곳은 고속도로가 아닌 숲이로구나. 4347.6.4.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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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랑 놀자 35] 길찾기



  네 식구가 함께 택시를 타고 경기도 일산에서 움직입니다. 나는 작은아이를 안고 앞자리에 앉습니다. 문득 내 눈에 한 가지가 들어옵니다. 어라, 택시에 붙은 ‘네비게이션’ 기계에 한글로 ‘내비’라 적혔네? 피식 웃습니다. 빙그레 웃습니다. 큼큼 재채기를 하면서 목소리를 고른 뒤, 택시 일꾼 아저씨를 부릅니다. 택시 일꾼 아저씨하고 ‘네비게이션’과 ‘내비’ 이야기를 나눕니다. 택시 일꾼 아저씨는 ‘네비’인지 ‘내비’인지 몰랐다고 합니다. ‘ㅓ’인지 ‘ㅐ’인지 모를 뿐더러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네비’게이션 기계에 적힌 ‘내비’라는 낱말이 틀린 줄 느끼지 않은 셈입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문득 한 가지가 떠오릅니다. “그러게요. 처음부터 ‘길찾기’라고 하면 이렇게 ㅓ와 ㅐ를 틀리지도 않고, 더 알아듣기 좋았을 텐데요.” 택시 일꾼 아저씨는 내 말을 듣고서 “그래, ‘길찾기’라고 하니까 바로 알겠네요. 그 말 좋네.” 합니다. 우리는 왜 ‘길찾기’로 나아가지 못할까요. 왜 한국말사전에 아직 ‘길찾기’라는 낱말을 안 실을까요. 4347.6.4.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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