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집에서 노는 아이들은



  열흘에 걸친 바깥마실을 마치고 시골집으로 돌아온다. 시골집에서 아이들은 거리낄 일이 없다. 피아노를 치든 바이올린을 켜든, 또는 온 기운을 쏟아 노래를 부르든, 아랑곳할 일이 없다.


  아이들이 꺼내는 소리는 모두 노래가 된다. 개구리와 풀벌레와 새가 들려주는 노래하고 섞인다. 바람이 나뭇잎과 풀잎을 살랑이며 들려주는 노래하고 어우러진다.


  아이가 부르는 노래는 고루고루 퍼진다. 아이가 부르는 노래는 이곳저곳으로 흩어지다가 다시 아이 몸으로 스며든다.


  시골집에서 노는 아이들은 언제나 노래와 하나가 되는 삶이다. 지난날에는 시골과 도시가 따로 있지 않았기에, 아이들은 어디에서라도 즐겁게 노래와 하나가 되는 삶을 늘 누렸다. 그러나, 이제 시골과 도시를 금을 긋듯이 가르는 사회가 되었고, 시골에서도 읍내와 면소재지와 두멧시골을 금으로 가르기에, 아이들은 어디에서라도 느긋하지 못하다. 시골 아이라 하더라도 면소재지나 읍내에서는 자동차 때문에 고단하다. 도시 아이 가운데에는 자동차 등쌀에 시달리지 않고 놀 수 있는 아이가 있기도 하다.


  도시에 있느냐 시골에 있느냐 하는 대목은 대수롭지 않다. 어떤 삶을 누리고, 어떤 빛을 먹으며, 어떤 꿈을 꿀 수 있느냐를 보아야 한다. 우리 보금자리, 우리 시골집에서 노는, 우리 아이들이 아침부터 밤까지 즐겁게 노래하는 빛을 누리기를 빈다. 4347.6.6.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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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비름을 바라보면서



  2011년에 고흥에 보금자리를 얻어 살아가는 우리 식구는 2012년에 쇠비름을 엄청나게 만났다. 여기에도 저기에도 쇠비름이 돋았다. 그런데 2013년부터 쇠비름이 자취를 감춘다. 아니, 얘들이 어디로 갔담?

  누군가는 쇠비름을 끔찍한 ‘잡풀’로 여긴다. 모조리 뽑아서 없애야 할 풀로 여긴다. 우리 네 식구가 충청도 음성에 살 적에도 밭뙈기에 돋는 쇠비름은 빨리 없애야 한다는 이야기만 들었다. 쇠비름 때문에 다른 풀(우리가 심어서 거두려는 남새)은 제대로 못 자란다고들 했다.


  2012년부터 쇠비름을 먹는다. 하도 곳곳에 돋는 쇠비름이기에, ‘쇠비름’이라는 이름을 알지 못한 채 쇠비름을 먹는다. 먹어 보니 쓴맛도 시큼한 맛도 없다. 꽤 좋다. 아이들한테도 내민다. 아이들도 잘 받아먹는다. 한참 쇠비름을 먹고 나서 사진으로 찍어 이름을 여쭈니, ‘쇠비름’이라고 했다. 그리고, 쇠비름은 우리가 즐겁게 먹는 수많은 나물 가운데 하나라고 한다.


  아직까지 쇠비름을 ‘잡풀’이니 모조리 없애려는 분이 많다. 쇠비름은 아주 맛난 나물인 줄 깨달아 즐겁게 먹는 분이 많다. 그리고, 쇠비름이라는 풀은 아예 모른 채, 생각조차 안 하며 살아가는 분이 많다. 어느 쪽 사람이 가장 많을까?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때에 즐거울까? 4347.6.6.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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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싹을 보다



  내가 알기로는 틀림없이 당근싹이다. 당근싹이 돋았다. 곁님 아버지와 어머니가 돌보는 밭자락 한쪽에 당근싹이 돋았다고 느낀다. 나도 당근씨를 심어서 키운 적이 있기에, 이 싹은 당근싹이라고 이내 알아챈다. 이와 같은 모습이면서 당근싹 아닌 다른 싹일 수 있을까. 한번 곰곰이 생각에 잠겨 본다. 풀싹은 어떤 모습일는지 가만히 헤아려 본다. 민들레싹과 씀바귀싹은, 부추싹과 질경이싹은, 꽃마리싹과 꽃다지싹은 저마다 어떤 모습일는지 하나하나 헤아려 본다.


  우람한 느티나무가 되기 앞서, 아주 조그마한 느티씨가 떨어져 돋는 느티싹은 어떤 모습일는지 천천히 그림으로 그린다.


  사람들은 ‘밥’이라기보다 ‘먹이’로 삼으려고 씨앗을 심어서 기르곤 한다. ‘사랑’을 듬뿍 받아서 나눌 밥으로 풀포기를 얻으려는 마음이 아니라, 더 많은 ‘영양소’와 더 나은 ‘돈벌이’가 되기를 빌면서 씨앗을 심어서 기르곤 한다.


  밥은 어떻게 지어야 맛있을까? 손쉽게 짓는 밥이 맛있을까? 사랑을 담아 짓는 밥이 맛있을까? 즐겁게 노래하면서 짓는 밥이 맛있을까? 전화를 걸어 시켜서 먹는 밥이 맛있을까? 어떤 밥이든 함께 웃고 이야기꽃을 피우면서 먹는 밥이 맛있을까?


  당근싹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동안 온갖 생각과 이야기가 줄줄줄 흐른다. 4347.6.6.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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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살배기 산들보라 첫 머리깎기



  네살배기 산들보라가 처음으로 머리를 깎는다. 아이는 어떤 마음일까? 아이는 어떤 느낌일까? 나는 산들보라 몸짓과 눈길과 얼굴빛을 가만히 살펴본다. 산들보라는 머리를 깎는 내내 움직이지 않는다. 곧잘 빙그레 웃고, 가끔 뚱한 모습이다가, 이내 모두 잊은 느낌이다.


  보라네 누나인 사름벼리는 몇 살에 처음으로 머리를 깎았더라? 다섯 살 적에는 틀림없이 한 번 깎았는데, 이에 앞서 한 번 깎았는지 안 깎았는지 헷갈린다. 아무래도 한 번 더 깎은 적 있지 싶다. 그런데, 사름벼리 누나는 머리를 깎을 적에 몸이 잔뜩 얼어붙었다.


  곰곰이 돌아보면, 사름벼리가 머리를 깎도록 할 적에 곁님과 내가 제대로 마음을 추슬러 주거나 이끌지 못했다. 산들보라와 머리를 깎으러 마실을 할 적에는 홀가분한 마음이었다. 아이도 이러한 기운을 잘 알고 느끼겠지. 사름벼리 머리를 깎을 적에는 나도 좀 굳은 몸짓이었다면, 산들보라 머리를 깎을 적에는 가만히 지켜보면서 빙그레 웃는 몸짓이 된다. 4347.6.6.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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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다리놀이 1 - 혼자 올라가서 내려오기



  네살배기와 일곱살배기가 사다리를 오르내린다. 일곱살배기는 맨끝까지 척척 올라가고는 다시 땅으로 내려온다. 네살배기는 일곱살배기가 어떻게 오르내리는가를 물끄러미 지켜본 뒤, 천천히 사다리를 오르내린다. 네 발이 닿는 자리마다 새로운 자국이 생기고, 네 발을 디디는 곳마다 이야기가 자란다. 4347.6.6.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놀이하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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