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들보라 신나게 코후비기



  아이들이 곧잘 코를 후빈다. 코가 막혔다고 느끼니 코를 후비겠지. 코가 막히지 않았으면 코를 후빌 까닭이 없다. 네살배기 산들보라는 코후비기가 ‘지저분하다’고 여기지 않는다. 둘레에서 어른들이 ‘지저분하다’고 말할 뿐이다. 코후비기는 지저분할까? 지저분하다면 무엇이 지저분할까? 손가락을 넣어 코가 잘 뚫리니? 코를 흥흥 풀어야 하지 않겠니? 4347.6.7.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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묶음표 한자말 192 : 도화桃花



옅은 바람이 불 때마다 / 도화(桃花) 년은 하르르

《이덕규-밥그릇 경전》(실천문학사,2009) 113쪽


 도화(桃花) 년은

→ 복사꽃 년은

→ 복숭아꽃 년은

 …



  한글로 ‘도수’라 적으면 알아차릴 사람이 얼마나 될까 궁금합니다. 한자를 잘 안다는 분도 ‘도수’를 못 알아채리라 느낍니다. 한자로 ‘桃樹’라 적으면 얼추 알아차리기는 하겠지요.


  한국말사전을 들추면 ‘도화’뿐 아니라 ‘도수’라는 한자말을 싣습니다. 한국말사전이지만 한자말을 함부로 싣습니다.


  한국사람이 쓸 한국말은 ‘복숭아꽃(복사꽃)’과 ‘복숭아나무(복사나무)’입니다. 한국사람이 한국말 아닌 다른 말을 쓸 까닭은 없습니다. 다만, 문학을 하는 자리라면, 시를 쓰는 자리라면, 말빛을 가꾸려고 이런 말이나 저런 말을 쓸 수 있을 텐데, “도화 년”이라고는 못 쓰고 애써 묶음표까지 쳐야 한다면, 싯말에 한자를 굳이 집어넣어야 한다면, 이러한 시는 어떤 빛이 될까 궁금합니다. 복숭아꽃을 복숭아꽃이라 말하지 못하고, 복사나무를 복사나무라 말하지 못한다면, 한국말과 시와 노래와 문학은 어떤 빛이 될는지 궁금합니다.



* 보기글 새로 쓰기

옅은 바람이 불 때마다 / 복사꽃 년은 하르르


한국말사전에 실린 한자말 ‘도화(桃花)’ 말풀이는 “= 복숭아꽃”이라 나옵니다. ‘도화’는 한국말이 아닙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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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141) 중량의 1 : 무거운 중량의 시집


이덕규의 첫 시집 《다국적 구름공장 안을 엿보다》는 다양한 내용물이 담긴 무거운 중량의 시집이었다

《이덕규-밥그릇 경전》(실천문학사,2009) 113쪽


 무거운 중량의 시집이었다

→ 무거운 시집이었다

→ 무게가 무거운 시집이었다

→ 무게가 나가는 시집이었다

→ 무게가 묵직한 시집이었다

 …



  보기글을 생각해 봅니다. “무거운 무게의 시집”이라고 적은 셈입니다. 우리는 “무게가 가볍다”나 “무게가 무겁다”라고도 이야기합니다. 다만, 보기글은 글차례가 뒤틀렸습니다. “무거운 무게의 시집”이 아닌 “무게가 무거운 시집”으로 바로잡아야 합니다. “무게가 가벼운 아이”라 적어야 올바릅니다. “가벼운 무게의 아이”처럼 적으면 틀려요. ‘무겁다·가볍다’라는 낱말은 무게를 가리키는 만큼, ‘무게’라는 낱말은 덜어도 됩니다. “가벼운 아이”나 “무거운 시집”이라고 적으면 넉넉합니다.


  한국사람이라면 한국말 ‘무게’를 써야 올바를 텐데, 한국말 ‘무게’를 쓰더라도 토씨 ‘-의’가 끼어드는 번역 말투가 되지 않도록 차근차근 추스르기를 바랍니다. 4347.6.7.흙.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이덕규가 낸 첫 시집 《다국적 구름공장 안을 엿보다》는 여러 이야기가 담겨 무거웠다


“이덕규의 첫 시집”은 “이덕규가 낸 첫 시집”이나 “이덕규가 쓴 첫 시집”으로 다듬습니다. “다양(多樣)한 내용물(內容物)이 담긴”은 “여러 이야기가 담긴”이나 “온갖 이야기가 담긴”으로 손보고, ‘중량(重量)’은 ‘무게’로 손봅니다. 그런데 한자말 ‘중량’은 두 가지가 있다 합니다. ‘中量’은 “무겁지도 가볍지도 아니한 중간 정도의 무게”라 하고, ‘重量’은 “(1) = 무게 (2) 아주 큰 무게”라고 해요. 보기글에서는 둘째 낱말일 테고 ‘무게’를 가리키겠지요.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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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137] 아무는 생채기



  어떤 꽃이 피려고

  겨우내 찬바람 먹으면서

  작고 단단히 망울을 맺을까.



  생채기란 아물라고 있구나 싶어요. 아물려고 생기는 생채기이고, 아물면서 새롭게 빛나는 생채기이지 싶어요. 넘어져서 무릎이 까지든, 누가 나를 괴롭히거나 따돌리면서 마음이 다치든, 새롭게 피어나는 꽃송이가 되려는 생채기이지 싶어요. 봄꽃도 여름꽃도 가을꽃도 모두 겨우내 찬바람을 먹고 자란 숨결이에요. 살구도 복숭아도 감도 대추도 겨우내 찬바람을 듬뿍 머금고는 맺는 예쁜 열매예요. 4347.6.6.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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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써서 나누는 이웃


  글을 써서 나누는 이웃이 있기에 꾸준히 글을 쓰는지 모른다. 내가 쓴 글을 읽을 이웃은 몇이나 되는지 모른다. 다만, 어디엔가 언젠가 있는 줄 안다. 이웃한테 푸른 숨결을 불어넣을 수 있으니 글을 쓴다. 이와 마찬가지로, 내 이웃이 나한테 불어넣으려 하는 푸른 숨결을 느끼려고 글을 읽는다. 내 이웃이 쓴 글은 언제 썼거나 어디에서 썼는지 모를 노릇이다. 다만, 내 이웃도 나와 같은 글동무를 생각하면서 차근차근 즐겁게 글을 썼으리라 느낀다. 지구별 맞은편에 있든, 백 해나 삼백 해쯤 앞서 살았든, 이웃은 서로를 헤아리면서 마음속에 씨앗을 심고, 이 씨앗은 무럭무럭 자라 오래오래 잇는다. 4347.6.6.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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