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든 아이 책읽기


  개구지게 뛰논 아이가 잠든다. 아이는 어디에서나 잘 잔다. 왜냐하면, 제 어버이가 저를 살뜰히 건사해 주리라 믿기 때문이다. 아이는 버스에서도 택시에서도 기차에서도 스스럼없이 잠든다. 잠든 나머지 일어나지 못해도, 어버이가 따스하게 품어 차에서 내려 집까지 씩씩하게 걸어갈 줄 안다. 비록 집에 닿으면 눈을 번쩍 뜨면서 어버이가 너털웃음을 웃게 하지만, 아이는 곁에 있는 어버이를 믿는다.

  언제부터인가 서울이나 부산처럼 큰도시를 두고 ‘두 눈 뜨고도 코를 베이는 곳’이라 이야기한다. 아주 많은 사람이 모여 아주 바쁜 큰도시는 그야말로 이웃이 없이 굴러간다. 아주 많은 사람이 북적이다 보니, 이웃사랑이나 이웃돕기보다는 겨루기가 판친다. 옆사람을 등친다든지 옆사람을 밀친다든지 옆사람을 짓밟고 올라서야 비로소 살아남을 수 있다고 여긴다.

  눈을 떠도 코가 베이고 눈을 감아도 코가 베인다면, 이러한 곳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느긋하게 쉴 수 없고 넉넉하게 잠들 수 없다면, 이러한 터에서 어떤 빛이 될 수 있을까.

  잠든 아이를 바라본다. 네 살을 살아가는 작은아이는 살짝 혼자 두어도 버스 걸상에서 미끄러지거나 자빠지지 않는다. 많이 컸네. 잠든 아이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가만히 품에 안는다. 4347.6.7.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삶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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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구지를 끌고 숲집을 떠난 아재는 열흘 동안 소와 함께 걷는단다. 열흘에 걸쳐 천천히 숲길을 걸어 이 마을 저 마을 지나간 아재는 비로소 읍내에 닿고, 읍내에서 온갖 것을 내다 판다. 달구지에 잔뜩 실은 모든 것을 팔고, 달구지와 소까지 판다. 그러고 나서 깊디깊은 숲집에서 쓸 몇 가지 연장과 사탕 한 꾸러미를 산다. 이뿐이다. 곰곰이 생각하면, 달구지를 끌고 도시로 마실길을 나선 아재는 굳이 도시로 갈 일이 없다. 애써 도시로 나가야 하지 않는다. 달구지를 끌고 열흘을 걸어 바깥마실을 하고는, 다시 열흘을 걸어 숲집으로 돌아온 까닭은, 이웃과 숲바람을 나누면서 푸른 숨결을 널리 씨앗처럼 퍼뜨리고 싶기 때문이지 싶다. 바늘과 칼쯤 얼마든지 손수 만들 수 있지만, 여러 이웃을 만나고 사랑을 주고받고 싶은 마음이 있어, 한 해에 한 차례 스무 날에 걸쳐 천천히 마실을 하는구나 싶다. 스스로 삶을 짓는 사람은 어디에서나 고운 빛이 된다. 4347.6.7.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한 줄 책읽기)


2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Ox-Cart Man (Paperback)- 1980 Caldecott
바버러 쿠니 그림, 도날드 홀 글 / Puffin / 198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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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구지를 끌고
도날드 홀 글, 바바라 쿠니 그림, 주영아 옮김 / 비룡소 / 1997년 11월
14,000원 → 12,600원(10%할인) / 마일리지 7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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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4-06-07 0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참으로 그림도 글도 예쁘고 아름답지요~
즐겁게 읽은 생각이 납니다.^^
<달구지를 끌고>라는 책제목보다
'숲집에서 달구지를 끌고'라는 제목이 한결 좋습니다!

파란놀 2014-06-07 15:55   좋아요 0 | URL
여러 차례 곰곰이 읽고 보니,
숲에서 조용히 살아도 즐거운 네 식구인데,
가끔 재미 삼아서 도시로 마실을 가면서
모든 것을 다 내어주고
다시 모든 것을 새로 빚는 모습이
아름답구나 싶어요
 
밥그릇 경전 - 2010 제4회 시작문학상 수상작 실천문학 시집선(실천시선) 180
이덕규 지음 / 실천문학사 / 2009년 2월
평점 :
품절




시를 말하는 시 57



손바닥에 새기는 노래

― 밥그릇 경전

 이덕규 글

 실천문학사 펴냄, 2009.2.16.



  시 한 줄이란 무엇일까 하고 생각해 봅니다. 해가 넘어갈 무렵 왁왁거리는 소리가 흘러넘치는 시골집에서 개구리를 떠올리면서 시 한 줄은 어떤 글인가 하고 헤아려 봅니다. 아이들이 깊이 잠든 밤에 홀로 일어나, 어느덧 잦아든 개구리 노래잔치를 가만히 그리면서 시 한 줄은 어떤 글인가 하고 곱씹어 봅니다.


  시를 쓰는 사람은 어디에서 살아갈까요. 시를 쓰는 사람은 날마다 어떤 빛을 볼까요. 시를 쓰는 사람은 마음속에 어떤 꿈을 품을까요. 시를 쓰는 사람은 이웃과 어떤 사랑을 속삭일까요.



.. 거센 물살에 떠밀려 치고받히며 만신창이로 구르고 구르다가 / 읍내 개울 옆 순댓국밥집 마당에서 / 다리 부러진 평상 한 귀퉁이를 다소곳이 떠받들고 앉아 있는 닳고 닳은 몽돌까지 ..  (머나먼 돌멩이)



  시 한 줄은 손바닥에 새기는 노래이리라 생각합니다. 손바닥에 따사롭게 그리는 노래일 때에 시가 되리라 느낍니다. 손바닥에 고즈넉하게 스며드는 노래인 싯말이리라 생각합니다. 때로는 굳은살로 박히고 때로는 아련한 빛으로 젖어드는 노래가 될 시가 되리라 느낍니다.


  맑게 웃는 아이를 바라보다가 두 손으로 볼을 살살 어루만집니다. 아이 볼을 어루만진 기운은 오래오래 손바닥에 남습니다. 아이 볼에는 내 손바닥 기운이 두고두고 남습니다. 나는 아이한테서 새로운 숨결을 얻습니다. 아이는 나한테서 새로운 숨결을 받습니다.


  시를 쓰는 사람은 둘레에서 온갖 숨결을 얻습니다. 시를 읽는 사람은 시인한테서 갖은 숨결을 받습니다.



.. 볕 좋은 절집 뜨락에 / 가부좌 튼 개밥그릇 하나 / 고요히 반짝입니다 ..  (밥그릇 경전)



  이덕규 님은 《밥그릇 경전》(실천문학사,2005)이라는 시집을 내놓습니다. 밥그릇을 경전으로 바라보는 눈썰미를 싯말로 풀어놓습니다. 어느 밥그릇이든 경전이 될 수 있다고 느껴 시를 씁니다. 어느 밥그릇이든 삶을 살찌우고 사랑을 북돋우는구나 하고 깨달아 시를 씁니다.



.. 풀을 베다가 낫 끝에 손등을 찍혔다 / 순간, 허옇게 눈뜨는 상처를 / 와락 감싸 쥐고 / 팽개친 낫 앞에 두 무릎 꿇은 채 / 엎드려 여러 번 머리 조아렸다 ..  (낫께서 나를 사랑하사)



  밥그릇이 경전이듯이, 숟가락이 경전입니다. 빨래비누 한 장이 경전이고, 종이 한 장이 경전입니다. 호미 한 자루가 경전이요, 풀 한 포기가 경전입니다.


  온누리 어디를 둘러보아도 경전입니다. 이 땅 어느 곳을 찾아가 보더라도 경전입니다. 우리는 언제 어디에서나 늘 경전을 만납니다. 누구라도 언제 어디에서 날 경전을 마주하면서 새롭게 빛 한 줄기 받습니다.


  이리하여, 먼먼 옛날부터 책 한 권 없고 글 한 줄 읽지 못한 시골내기 흙일꾼과 고기잡이는 숲과 들과 바다와 마을에서 경전을 만났어요. 숲이 경전이고 바다가 경전입니다. 들과 냇물이 경전입니다. 절구와 베틀이 경전입니다. 낫과 쟁기가 경전입니다. 박꽃과 찔레꽃이 경전입니다.



.. 개똥 무더기 위에 / 분홍빛 복숭아 꽃잎이 / 팔랑팔랑 날아와 찰싹 / 달라붙었습니다 ..  (찰떡궁합)



  아침저녁으로 출퇴근을 하면서 고단한 사람이라면, 전철이나 버스가 경전이 됩니다. 택시가 경전이 되고, 고속도로가 경전이 돼요. 손전화도 경전이 됩니다. 텔레비전과 라디오도 얼마든지 경전이 됩니다.


  스스로 바라볼 수 있을 때에 느낍니다. 스스로 바라보아 느끼면서 알아차릴 때에 마음에 담습니다. 마음에 담아 살포시 내려놓을 수 있다면, 저절로 노래가 흘러나와요. 저절로 노래가 흘러나올 때 이야기꽃이 피고, 이야기꽃이 피면 뒤따라 웃음꽃이 핍니다.



.. 해마다 봄이 되면 어김없이 들판에는 참 많은 꽃들이 피어나지만 그 이름들을 / 낱낱이 아는 이는 우리 동네엔 아무도 없었다 ..  (식물도감을 던지다)



  식물도감에도 꽃은 나와요. 그리고, 식물도감 아닌 들과 숲과 골목과 마을에도 꽃은 피어요. 꽃이름은 무엇일까요. 꽃이름은 누가 붙여야 할까요. 학자가 붙이는 꽃이름을 알아야 할까요, 아니면 한의사가 붙이는 풀이름을 알아야 할까요. 시골마을마다 다 다르게 붙이는 이름을 알면 꽃이나 풀을 잘 아는 셈일까요. 꽃이나 풀마다 나 스스로 이름을 붙일 수 있을까요. 내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옛날 옛적에 꽃마다 풀마다 나무마다 벌레마다 새마다 짐승마다 다 다르게 이름을 붙여 주었듯이, 오늘 나는 내가 발 딛은 이곳에서 모든 꽃과 풀과 나무한테 새롭게 이름을 붙여 줄 수 있을까요.


  손바닥에 이름을 새깁니다. 손바닥에 사랑을 새깁니다. 손바닥에 빛을 새기고, 손바닥에 노래를 새깁니다. 4347.6.7.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집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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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들보라는 걸어가며 춤놀이



  산들보라가 누나 가방을 물려받는다. 누나가 메던 ‘빨간 고양이 가방’을 물려받는다. 일곱 살 누나한테 ‘빨간 고양이 가방’이 작다. 누나는 새 가방을 장만하기로 하고, 예쁘장한 가방은 동생 산들보라가 물려받는다. 누나 가방을 메고 첫 바깥마실을 나선 길에, 산들보라는 이 가방을 멜 적마다 하늘을 날듯이 훨훨 걷는다. 나비가 춤추듯이 이리 날고 저리 난다. 이렇게도 기쁘며 좋구나. 부러 산들보라 뒤를 따라 걸어간다. 산들보라가 보여주는 춤을 한껏 누린다. 4347.6.7.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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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4-06-07 09:42   좋아요 0 | URL
빨간 고양이 가방을 메고 춤을 추며 걸어가는 산들보라의 뒷모습도 예쁘지만,
손을 꼭 잡고 걸어가는 사름벼리와 어머니의 뒷모습도 참~ 예쁘네요~
뒷모습,은 늘 참...많은 느낌과 생각을 그림처럼 보여주는 듯 합니다.^^
사진도 가족들의 모습도 참 멋지고 좋네요~*^^*

파란놀 2014-06-07 15:56   좋아요 0 | URL
아, 저 긴치마는 아이들 이모예요.
우리 곁님은 치마를 거의 안 입으니까요 ^^;;;

앞모습도 뒷모습도
모두 우리들 아름다운 빛이 서리는
사랑스러운 삶이지 싶스빈다 ^^
 

산들보라 신나게 코후비기



  아이들이 곧잘 코를 후빈다. 코가 막혔다고 느끼니 코를 후비겠지. 코가 막히지 않았으면 코를 후빌 까닭이 없다. 네살배기 산들보라는 코후비기가 ‘지저분하다’고 여기지 않는다. 둘레에서 어른들이 ‘지저분하다’고 말할 뿐이다. 코후비기는 지저분할까? 지저분하다면 무엇이 지저분할까? 손가락을 넣어 코가 잘 뚫리니? 코를 흥흥 풀어야 하지 않겠니? 4347.6.7.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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