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지기 안경



  안경을 쓴다. 잔글씨가 잘 보이지 않아 안경을 쓴다. 책방지기 할배와 할매 모두 잔글씨를 보려 할 적에는 돋보기 안경을 쓴다. 잔글씨를 보기 어려운 만큼 책을 펼쳐 읽기에도 어렵다고 할 만하다. 그렇지만, 책방을 찾는 손님이 바랄 만한 책을 하나둘 건사해서 책시렁에 둔다. 예전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수없이 나오고 새로 나오는 책들 가운데 책손한테 기쁨과 웃음과 보람을 베풀면서 책방살림 꾸릴 돈을 벌도록 해 줄 책을 고른다.


  책방지기가 돋보기 안경을 쓸 무렵, 책방을 오래도록 찾던 책손도 안경을 쓴다. 안경 없이 척척 책을 알아보아 갖추던 책방지기도, 안경 없이 척척 책을 골라내어 읽던 책손도, 다 같이 안경을 쓰고 새롭게 만난다. 4347.6.7.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헌책방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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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을 까는 헌책방



  헌책방지기 할아버지가 콩을 깐다. 책손을 기다리면서 콩을 깐다. 처음 헌책방이 문을 열 적에 어떤 책손이 찾아왔고, 오늘은 어떤 책손이 깃드는가를 헤아리면서 콩을 깐다. 콩깍지는 책방 바닥에 놓는다. 콩알은 자루에 담는다. 푸른 빛깔로 잘 익은 통통한 콩알은 헌책방지기 할아버지 손을 거쳐 자루로 들어가는데, 헌책방을 그득 채운 책을 가만히 둘러본다. ‘우리는 어느 곳에 와서 무엇을 구경할 수 있을까?’ 하고 콩알이 서로 속닥속닥 이야기꽃을 피운다.


  콩내음이 책방에 퍼진다. 콩빛이 책시렁에 번진다. 콩을 까던 손길로 내가 고른 책을 받으시고, 콩내음이 묻은 손길로 책값을 셈하신다. 내가 고른 책마다 콩내음과 콩빛이 서린다. 4347.6.7.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헌책방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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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글 읽기

2014.6.4. 큰아이―도라에몽 만화를



  큰아이가 〈도라에몽〉 만화책을 읽다가, 이 책에 나오는 글을 공책에 옮긴다. 큰아이는 만화책 없이 글만 읽으면서도 만화책에 흐르는 그림을 마음속으로 떠올리면서 논다. 재미난 놀이를 한 가지 생각해 냈구나. 그래, 그렇게 하면서도 얼마든지 책읽기가 되고 글쓰기도 되지.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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川の光 (單行本)
松浦 壽輝 / 中央公論新社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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냇빛 (강의 빛)

川の光, 2010

마츠우라 히사키(松浦壽輝) 원작소설



  냇물에서는 냇빛이 퍼진다. 냇물이 흐르는 냇가에서는 냇것이 산다. 냇것 가운데에는 냇짐승이 있고 냇풀이 있으며 냇새가 있다. 냇가에서는 냇바람을 마신다. 냇가에서는 냇노래를 부른다. 오래디오랜 옛날부터 흐르던 냇넋이 있고, 앞으로도 흐를 냇숨이 있다.


  문명을 세우거나 문화를 닦는다는 나라에서는 냇가를 그대로 두지 않는다. 냇가에 시멘트를 퍼붓는다. 냇가 둘레로 찻길을 놓는다. 냇가에서 함께 살아가던 냇짐승이나 냇벌레 같은 냇동무를 하나도 헤아리지 않는다. 일본도 한국도 모두 같다. 미국이나 유럽도 서로 같을 테지. 게다가 한국에서는 대통령과 공무원이 앞장서서 ‘4대강사업’이라는 끔찍한 시멘트 막짓을 퍼부어댔다.


  냇빛이란 무엇일까. 이 나라 아이들은 냇빛을 알 수 있을까. 이 나라 어른들은 냇빛을 하루라도 생각하거나 그리는가. 이 나라 아이들은 냇빛뿐 아니라 하늘빛이나 풀빛이나 꽃빛을 어느 만큼 제대로 알 수 있을까. 이 나라 어른들은 스스로 냇빛이든 하늘빛이든 풀빛이든 꽃빛이든 제대로 누릴 마음이 어느 만큼 있을까.


  아이들과 만화영화 〈냇빛(川の光)〉을 본다. 만화영화 〈냇빛〉에는 ‘곰쥐’가 나온다. 들이나 숲에 살면서 들내음과 숲내음을 사랑할 뿐 아니라, 냇내음을 마시고 냇노래를 듣는 자그마한 이웃이 나온다. 아이뿐 아니라 어른도 냇노래나 바닷노래를 들으면 살살 졸음이 오면서 포근히 잠든다. 들짐승도 숲벌레도 냇노래나 바닷노래를 들으면 가만히 졸다가 살가이 잠든다. 삶을 이루는 빛은 숲에서 나온다. 4347.6.7.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영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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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아이 152. 2014.6.4. 할아버지 침대에서



  일산 할아버지가 주무시는 침대에 두 아이가 올라가서 논다. 누나가 만화책을 집으니 동생은 그림책을 집는다. 동생이 집은 그림책을 본 누나는 “어, 누나가 그림책 읽어 줄까?” 하고 묻는다. 동생은 “싫어. 내가 읽을래.” 하면서 혼자 보겠다 하고, 누나는 “넌 아직 책을 못 읽잖아. 누나가 읽어 줄게. 같이 보자.” “음, 좋아.” 이제 누나가 그림책을 읽고, 동생은 누나 목소리를 들으면서, 할아버지 침대에서 함께 책놀이를 즐긴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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