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할 수 없는 비밀 (2disc) [일반판]
주걸륜 감독, 계륜미 외 출연 / 프리미어 엔터테인먼트 / 2008년 3월
평점 :
품절


말할 수 없는 비밀
Secret, 2007


  속으로 감춘 이야기이니 말할 수 없을 테지만, 마음과 마음으로 사귀는 사람은 입으로 말을 하지 않아도 된다. 왜냐하면, 모든 이야기는 바로 마음과 마음으로 주고받기 때문이다. 입으로만 말을 해야 알아듣는다면, 두 사람은 얼마나 마음이 맞는다고 해야 할까? 글로 써서 보여주거나 몸짓으로 알려주거나 선물을 주어야 알아차린다면, 두 사람은 얼마나 마음이 이어진다고 해야 할까?

  그러니까, 사랑이 샘솟아 자란다고 할 적에는, 서로한테 비밀이 없다. 사랑이 샘솟아 자란다고 할 적에는, 비밀이 있더라도 비밀이 아니다. 서로를 아끼고 따사로이 돌보는 손길이 되고 숨결이 된다.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을 본다. 피아노를 마치 ‘내 몸’과 같이 여기면서 모든 가락과 노래와 빛과 이야기를 피아노로 풀어내는 아이들이 나온다. 이 아이들은 ‘피아노 천재’가 아니다. 때로 ‘피아노 천재’가 나오기도 할 텐데, 피아노를 치는 아이는 왜 천재가 되어야 할까? ‘피아노 천재’가 되면 무엇이 좋거나 기쁠까?

  피아노를 ‘내 몸’처럼 다룰 때에 즐겁지 않을까. 피아노를 ‘내 마음’처럼 맞아들일 때에 기쁘지 않을까. 피아노를 ‘내 사랑’처럼 느껴 얼싸안을 때에 아름답지 않을까.

  감추려고 하기에 비밀이 아니다. 서로 깊이 나누면서 오롯이 믿고 싶은 마음이기에 비밀이다. 털어놓고 싶기에 비밀이다. 둘이서 언제까지나 깊이 간직하면서 아끼고 보살피고 싶기에 비밀이다. 4347.6.8.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영화읽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한글노래 16. 그림 그리면


빛깔 고운 연필 쥐고
하얀 종이에
사각사각 서걱서걱
그림 그리면
어느새 하나씩 둘식
우리 집 마당으로 튀어나와
함께 뛰노는
즐거운 놀이동무 된다
제비야, 박새야, 까치야,
우리 모두
무지개 타고 날자.


2014.4.7.달.ㅎㄲㅅㄱ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책방마실



  책방마실을 할 적에 아이들은 책방에 깃든 기운을 누린다. 책방을 이루는 책꽂이뿐 아니라, 책방을 지키는 책방지기 마음씨를 함께 누린다. 책방이라는 곳은 책을 살피는 곳이요, 마음에 드는 책을 장만하는 곳이다. 책을 살피자면 누구나 책을 손에 쥐어 읽기 마련이니, 도서관 못지않게 조용한 곳이라 할 만하다. 그런데, 도서관이나 책방을 찾는 아이들은 으레 뛰거나 달린다. 아이들은 어디에서나 목소리를 높여 이야기를 하거나 노래를 부르고 싶다. 아직 많이 어리면 목소리를 낮추기 어렵지만, 아이들 누구나 ‘도서관이나 책방’은 다른 곳과 달리 차분하면서 조용하게 놀거나 지내는 곳이라고 알아챈다.


  도서관에서라면 아이들이 뛰거나 목소리를 높이면 으레 싫어한다. 도서관이라는 곳이 워낙 이렇다. 이와 달리 책방에서는 아이들이 뛰거나 목소리를 높일 적에 모두 싫어하지는 않는다. 새책방에서는 꽤 싫어한다 할 만하지만, 헌책방에서는 그렇게까지 싫어하지는 않는다. 어느 헌책방 책손은 ‘책방에서 아이들 목소리를 느낄 수 있어 좋다’고 말하기도 한다.


  오늘 나는 아이들과 책방마실을 한다. 지난날 나는 혼자 책방마실을 했다. 예전에 혼자 책방마실을 하던 나날을 돌이켜본다. 나는 새책방에서나 헌책방에서나 ‘아이들이 뛰노는 소리’가 하나도 거슬리지 않았다. 아이들이 뛰놀건 말건 ‘내 책읽기’를 거스르거나 가로막거나 헤살을 놓지 못한다. 왜냐하면, 내 마음을 사로잡는 책을 만나면, 이 책을 읽는 데에 온마음을 쏟기 때문에 다른 소리를 못 듣거나 안 듣는다. 나는 내 책에 마음을 기울이지, 다른 움직임이나 소리에 마음을 기울일 까닭이 없다.


  헌책방을 다닐 적에 아이들을 만나면 괜히 기쁘다. 이 아이들은 속깊은 어버이를 만나서 어릴 적부터 재미나고 아름다운 책터를 만날 수 있겠다고 느껴 기쁘다. 이 아이들은 헌책방이든 새책방이든 그리 대수롭지 않다. 이 아이들은 책방마실을 하면서 ‘책방에서 감도는 기운’을 받아먹을 수 있으면 즐겁다. 책방지기가 가꾸는 책방 이야기를 몸으로 느끼고 마음으로 받아안으면 된다.


  책은 틀림없이 책이기에, 종이로 된 책을 손에 쥐어 펼쳐야 이야기를 얻는다. 그리고, 이런 책들을 가득 그러모은 책시렁을 살피면서 새롭게 이야기를 얻는다. 책시렁을 살피는 사람들 둘레로 흐르는 바람을 함께 마시면서 새삼스럽게 이야기를 얻는다.


  인터넷으로만 책을 살 적하고 책방마실을 하며 책을 살 적은 다르다. 아이들을 자가용에 태워 돌아다닐 적하고 아이들과 군내버스를 타거나 자전거를 타거나 두 다리로 돌아다닐 적하고 다르다. 어른들도 이웃을 만나며 물건을 장만할 적과 인터넷으로 물건을 장만할 적이 다르다. 어른들도 두 다리로 걷거나 자전거를 달릴 적하고 자가용을 몰 적에 받아들이는 기운과 바람과 숨결이 모두 다르다. 4347.6.8.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책 언저리)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책아이 154. 2014.6.2.ㄴ 책바구니와 놀다



  책바구니를 보더니 네 살 산들보라는 저도 하나 들겠다고 말한다. 그러더니 바구니에 책을 넣어 달란다. 등에 멘 빨간 가방까지 내려놓는다. 오직 책바구니만 엉덩이에 낀 채 천천히 걷는다. 가벼운 시집을 아이 책바구니에 넣는다. 작은아이는 시집 담은 책바구니를 들고 두리번두리번 살피면서 걷는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책 읽는 아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책아이 153. 2014.6.2.ㄱ 책에 사로잡힌 아이


  바깥마실을 한 지 꽤 여러 날 되었을 적에 일곱 살 큰아이가 아버지한테 묻는다. “아버지, 내 책은요?” 이제껏 책 없이 신나게 뛰놀다가, 문득 책이 고픈가? “벼리야, 이제 네 책은 네가 챙겨야지. 네가 챙기지 않아서 안 가지고 왔어.” “이힝. 그래도 챙겨야지요.” “다음에는 네가 스스로 잘 챙겨.” 곰곰이 생각해 보다가, 아무래도 책방마실을 해야겠다고 느낀다. 마침 곁님은 일산에서 동무를 만나기로 한다. 나는 아이들을 데리고 일산에 있는 알라딘 매장에 가 보기로 한다. 여느 책방에서는 사진찍기를 할 수 없지만, 알라딘 매장에서는 이럭저럭 사진을 찍어도 된다. 큰아이는 혼자서 이 계단 저 계단을 오르내리다가 ‘만화책’ 있는 칸을 알아본다. 다만 아무 만화책이나 끄집어 내도록 할 수 없기에, 《도라에몽》 만화책을 하나 꺼내어 내민다. 일곱 살 큰아이는 아버지한테서 새로 건네받은 《도라에몽》을 받아들고 서서 읽다가, 어느새 얌전히 바닥에 앉아서 모든 소리를 잊고 책에 사로잡힌다. 불러도 소리를 못 듣기에 멀찌감치 떨어져서 한참 지켜본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책 읽는 아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