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마다 새로운 이야기를 조곤조곤 들려주는 《경계의 린네》 열셋째 권을 읽는다. 이 만화를 그린 타카하시 루미코 님은 사람살이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궁금하다. 《경계의 린네》 열셋째 권에는 우리가 스스로 내 삶을 만들어서 하루하루 누린다는 이야기를 참말 넌지시 보여준다. 스스로 ‘나는 못 해’ 하고 생각하기에 참말 스스로 ‘나는 못 하는’ 삶을 이루고, 스스로 ‘나는 이렇게 하겠어’ 하고 생각하기에 참말 스스로 ‘씩씩하게 이렇게 하는’ 삶을 이루는 빛을 보여준다. 만화책에 나오는 이야기로만 여길 수 있을까? 아니라고 느낀다. 마음을 어떻게 다스리거나 건사하느냐에 따라 삶은 늘 움직인다. 마음을 다스리거나 건사하는 길을 슬기롭게 깨우쳐서 아름답게 나아가려는 사람은 삶이 언제나 맑으면서 곱다. 4347.6.10.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한 줄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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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의 린네 13
다카하시 루미코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4년 5월
4,500원 → 4,050원(10%할인) / 마일리지 220원(5% 적립)
2014년 06월 10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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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트 그레이더
저스틴 채드윅 감독, 나오미 해리스 외 출연 / 비디오여행 / 2012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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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트 그레이더

The First Grader, 2011



  케냐에는 ‘키마니 마루게(Stephen Kimani Maruge)’라는 할아버지가 있다. 2009년에 숨을 거두었고, 2004년에 여든네 살 나이로 초등학교에 들어가서 처음으로 글을 배운 할아버지이다. 케냐가 케냐이기 앞서 영국 식민지일 적에, 영국이 케냐에서 떠나기를 바라면서 싸운 독립운동가 가운데 한 사람이었다고 한다. 마루게 할아버지는 기나긴 해에 걸쳐 수용소에 갇혀야 했으며, 영국 군인과 영국 군인한테 빌붙는 똘마니한테 끔찍하게 고문을 받았다고 한다. 영화 〈퍼스트 그레이더〉를 보면 마루게 할아버지가 받은 고문 가운데 몇 가지가 나온다. 이 영화는 어린이와 함께 보아도 아름다운 이야기가 흐르는데, 할아버지가 고문을 받는 몇몇 대목은 재빨리 넘겨야 한다. 아이들 마음을 너무 아프게 하기 때문이다.


  마루게 할아버지는 지난날에는 ‘식민지에서 독립하는’ 운동을 하느라 싸웠다. 그리고, 숨을 거두기 앞서 여든네 살부터 여든아홉 살까지는 ‘차별사회에서 독립하는’ 몸짓으로 살았다.


  모든 어린이가 참되게 배워야 한다면, 모든 할머니와 할아버지도 참되게 배워야 한다. 모든 어린이가 아름답게 살아야 한다면, 모든 할머니와 할아버지도 언제나 아름답게 삶을 누리면서 이 땅이 환하게 빛나야 한다.


  그러면, 한국에서 ‘식민지에서 독립하는’ 운동을 했던 이들은 어떻게 되었는가. 독립운동을 하던 이들이 낳은 아이들은 어떻게 되었는가. 군국주의 정치권력에 빌붙거나 군부독재 정치권력에 빌붙은 사람들은 어찌 지내는가. 오늘 이곳에서 우리는 어떤 사회와 삶과 교육과 문화를 빛내면서 살아가는 사람인가. 4347.6.10.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영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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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살배기가 미끄럼틀에서 똥을 쌀 적에



  바다에서 신나게 놀면서 낮잠을 거른 네살배기 산들보라가 면소재지 초등학교 놀이터에서 놀다가 그만 똥을 바지에 싼다. 그런데 마침 여름이라 반바지를 입다 보니 똥이 그대로 흘러서 미끄럼틀에 쏟아진다. 작은아이는 똥을 가린 지 꽤 되었으나, 몸이 많이 고단한지 어제는 똥을 못 가리고 만다.


  아이 밑을 씻기고 미끄럼틀을 치워야겠는데, 초등학교 운동장에 있는 바깥물꼭지에서 물이 안 나온다. 왜 안 나올까. 왜 물꼭지를 바깥에 두고 물이 안 나오게 막았을까. 초등학교 옆에 면사무소가 있다. 면사무소 뒷간이 떠오른다. 초등학교는 저녁 여섯 시가 넘었기에 문을 닫아 들어갈 수 없지만, 면사무소에는 갈 수 있다. 면사무소로 가다가 길가에 버려진 물병을 본다. 돌아오는 길에 가져가서 미끄럼틀을 닦으면 되겠네.


  면사무소 뒷간에서 작은아이 고추와 똥꼬와 허벅지를 씻긴다. 손닦개로 물기를 훔친다. 똥범벅 바지는 똥 기운만 헹구어서 빼낸다. 초등학교 놀이터로 돌아가는데, 일곱살배기 사름벼리도 똥이 마렵다면서 어머니하고 면사무소 뒷간으로 오는 길이다. 이동안 곁님이 미끄럼틀 똥을 치웠단다.


  작은아이가 똥을 누니 큰아이도 똥을 눈다. 거꾸로, 집에서도 큰아이도 똥이 마렵다면서 똥을 누면 작은아이도 똥을 누겠다고 달라붙으며, 참말 작은아이도 똥을 눈다. 두 아이는 함께 똥을 누고 오줌을 눈다. 두 아이는 함께 자고 함께 일어난다. 두 아이는 함께 놀고 함께 노래하며 함께 자란다. 4347.6.10.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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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집 48. 바다를 누리는 집 2014.6.9.



  바닷가에 살더라도 바다로 나들이를 가지 않으면 바다를 알 길이 없다. 바닷가에 살지만 다른 일에 바빠서 바다를 바라보거나 쳐다보지 않으면 바다에서 흐르는 바람을 마시지 못한다. 우리는 어디에서 살며 어떤 바람을 마시는 어떤 빛이 될까. 우리는 어떤 보금자리를 일구면서 어떤 꽃을 피우는 어떤 노래가 될까. 바닷가 모래밭을 네 식구가 함께 맨발로 걷는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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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 소라게 책읽기


  바닷가에서 소라게를 본다. 소라게는 얼른 제 집에 숨는다. 모래밭에 내려놓아도 한동안 꼼짝을 안 한다. 그러다가 살그마니 고개를 내밀고, 천천히 몸을 빼낸 뒤, 뒤집힌 몸을 얼른 바로세운다. 자, 몸을 바로세웠으니 이제 ‘사람 손길 없는’ 곳으로 가 볼까. 소라게를 쥐어 본 손끝에 파르르 하고 떨린 작은 숨결이 오래도록 남는다. 4347.6.10.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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