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들보라 어서 샘터에 가고 싶어


  샘터를 치우러 가자는 소리에 큰아이보다 작은아이가 먼저 “누나, 빨래터 간대! 어서 가자!” 하고 소리치면서 후다닥 마당으로 뛰쳐나온다. 그러고는 아침에 갖고 놀다가 마당 아무 데나 던져 놓은 막대수세미를 하나 집어서 어깨에 걸친다. 아이들한테 ‘샘터 치우기’는 ‘= 물놀이’이다. 샘터를 치우는 사람은 아버지이고, 아이들은 살짝 치우는 시늉을 하다가 힘들다고 그만둔 뒤 신나게 물놀이를 한다. 그래, 아직 너희가 어리고 힘이 여리니 샘터 치우기는 나중에 해도 돼. 너희 나이에는 신나게 뛰놀고 물장구를 치면 되지. 4347.6.12.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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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아이 74. 머리에 이고 손에 들고 (2014.6.11.)


  샘터를 치우려고 가는 길에 재활용쓰레기를 들고 가기로 한다. 빈 페트병 담은 봉지는 가벼우니 아이들이 서로 들겠다고 한다. 이쯤 되는 심부름은 아주 즐거운 듯하다. 작은아이가 먼저 콩콩 앞서 달리고, 큰아이가 수세미 담은 플라스틱 바구니를 머리에 얹고는 천천히 뒤따른다. 막 모를 심은 논을 따라 걷는다. 바람은 상큼하고 풀내음과 물빛이 맑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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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계곡의 나우시카
미야자키 하야오 (Hayao Miyazaki) 감독 / 대원DVD / 2004년 3월
평점 :
품절


바람골짜기 나우시카
風の谷のナウシカ, 1984


  작은 아이가 지구별을 살린다. 작은 아이가 지구별을 살리고 싶어 하는 마음을 작은 벌레가 알아차린다. 작은 풀씨가 작은 아이 곁으로 다가와서 돕는다. 작은 사람들이 작은 마을을 이루어 작은 사랑으로 지구별을 살찌운다.

  커다란 어른이 지구별을 망가뜨린다. 커다란 어른은 커다란 전쟁무기를 만든다. 커다란 어른은 더 커다란 싸움을 벌이고, 더 커다란 잇속을 헤아린다. 커다란 어른은 커다란 사랑이 없이, 커다란 미움과 커다란 꿍꿍이와 커다란 돈줄을 거머쥘 생각뿐이다.

  사랑은 사랑을 아끼면서 살찌운다. 꿈은 꿈을 돌보면서 키운다. 이야기는 이야기를 길어올려 해맑다.

  우리 스스로 어떻게 살아갈 적에 아름다운지 누구나 스스로 알리라 느낀다. 다만, 학교를 다니면서 교과서를 외우는 동안 마음소리를 스스로 닫고 만다. 학교를 다니고 사회에 길들면서 자본주의 틀에 길드는 동안 마음빛을 스스로 끄고 만다.

  바람골짜기 아이들은 학교를 다니지 않는다. 바람골짜기 아이들은 이야기밥을 먹고 자란다. 바람골짜기 아이들은 어른과 함께 흙을 일구고 숲을 돌보며 나무랑 어깨동무한다. 바람골짜기 아이들은 바람을 읽고 하늘을 읽으며 새와 벌레를 살가이 읽는다.

  삶은 어디에 있을까? 삶은 어디에서 태어날까? 삶은 어디에서 자랄까? 삶은 어디에서 환하게 빛날까? 전쟁무기로는 전쟁무기만 만들 뿐이다. 사랑이 있어야 사랑스러운 삶이 되어 지구별을 살린다. 4347.6.12.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영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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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량한 말 바로잡기
 (1564) 미소 2-1 : 미소를 지으면서

에이프릴이 진지하게 대답했습니다. “엄마, 아주 멋질 것 같아요!” 아빠가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습니다. “그럼 결정됐다.”
《클레어 터레이 뉴베리/김준섭 옮김-에이프릴의 고양이》(시공주니어,1998) 32쪽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습니다
→ 웃음을 지으면서 말했습니다
→ 웃으면서 말했습니다
→ 빙긋 웃으면서 말했습니다
→ 빙그레 웃으면서 말했습니다
 …


  퍽 어린 아이들이 읽는 그림책에 적힌 ‘미소’라는 한자말을 보면서 무척 슬픕니다. 그러나 아이들이 읽는 그림책에만 ‘미소’가 쓰이지 않습니다. 어른들이 읽는 문학책에도 ‘미소’는 자주 나타납니다. 더욱이, 방송이며 인터넷이며 이러한 말마디를 아무렇지 않게 씁니다. 널리 퍼지는 말마디요, 깊이 뿌리내린 말마디라 할 만합니다. ‘미소’라 하면 어쩐지 한결 나은 웃음인 듯 여기는 사람마저 있고, ‘미소’라 해야 비로소 예쁜 웃음이라도 되는 듯 생각하는 사람까지 있습니다.

 미소 천사 → 웃음 천사
 미소 만발 → 웃음꽃 터짐
 햇살 미소 → 햇살 웃음

  서너 살 적부터 어버이한테서 듣는 말마디가 ‘웃음’이 아닌 ‘미소’라면, 이 아이는 세 살 말버릇이 ‘미소’입니다. 세 살 버릇이 여든 간다는 말은 거짓이 아닙니다. 세 살에 길든 말버릇은 여든 살까지 이어집니다. 세 살에 익숙하게 쓰는 말버릇은 여든 살까지 익숙하게 쓰는 말버릇이 됩니다.

  아이들하고 웃음을 나눌 때에 웃음꽃이 핍니다. 아이들한테 햇살 같은 웃음을 나눈다면 ‘햇살웃음’이라는 새 낱말을 빚을 수 있습니다. ‘봄웃음’이라든지 ‘무지개웃음’ 같은 낱말도 빚을 수 있어요.

  생각하면서 북돋우는 말이고, 사랑하면서 살찌우는 말입니다. 생각하기에 보살피는 말이며, 사랑하기에 어깨동무하는 말입니다. 4344.4.30.흙/4347.6.12.나무.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에이프릴리 얌전히 말했습니다. “엄마, 아주 멋질 듯해요!” 아빠가 웃음을 지으면서 말했습니다. “그럼, 다 됐다.”

“진지(眞摯)하게 대답(對答)했습니다”는 “얌전히 말했습니다”나 “차분히 말했습니다”로 다듬고, “멋질 것 같아요”는 “멋질 듯해요”나 “멋져요”나 “멋지겠어요”로 다듬습니다. “그럼 결정(決定)됐다”는 “그럼 다 됐다”나 “그럼 그렇게 하기로 하자”로 손질합니다.

..


 알량한 말 바로잡기
 (1601) 미소 2-2 : 엷은 미소

석가모니는 조금의 미동도 없이 그 자리에 앉아서 엷은 미소만 짓고 있었다
《강호진-10대와 통하는 사찰 벽화 이야기》(철수와영희,2014) 40쪽

 엷은 미소만 짓고 있었다
→ 엷게 웃음만 지었다
→ 엷게 웃기만 했다
→ 엷게 웃었다
 …


  웃음도 엷게 지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엷다’라든지 ‘가볍다’라는 낱말을 넣으면 으레 “엷은 미소”나 “가벼운 미소”처럼 쓰는 분이 많아요. 왜 이렇게 한국말을 얄궂게 쓸까요. 왜 “엷게 웃다”나 “가볍게 웃다”처럼 한국말을 올바르게 쓰지 못할까요.

  책이든 문학이든 대중노래이든, ‘미소’라는 한자말을 차근차근 ‘웃음’으로 바로잡아야 한다고 느낍니다. 워낙 오랫동안 굳어졌다 하더라도, 앞으로 태어나거나 자랄 아이들을 생각해서 한국말을 올바르게 되찾고 아름답게 살려야 한다고 느낍니다.

  말을 제대로 되살릴 적에 삶과 사랑을 제대로 되살립니다. 글을 제대로 쓸 적에 생각과 꿈을 제대로 펼칩니다. 말과 글을 제대로 가꾸지 못하면, 사회와 정치와 경제와 교육 모두 제대로 흐르지 못합니다. 아이와 어른이 서로 어깨동무하면서 즐겁게 노래할 만한 낱말로 곱게 꽃을 피울 수 있기를 빕니다. 4347.6.12.나무.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석가모니는 조금도 안 움직이고 그 자리에 앉아서 엷게 웃음만 지었다

‘미동(微動)’은 “약간 움직임”을 뜻합니다. 그러니 “조금의 미동”처럼 적으면 겹말이에요. “조금도 안 움직이고”나 “조금도 움직이지 않고”로 바로잡습니다. “엷은 미소만 짓고 있었다”는 “엷게 웃읏만 지었다”나 “엷게 웃었다”로 손질합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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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미나리 책읽기


  풀물을 짤 만한 풀을 뒤꼍에서 뜯는다. 한참 뜯다가 앙증맞도록 작은 풀이 옹기종기 돋은 모습을 본다. 너희가 왜 여기에 있지, 하고 고개를 갸웃하다가, 아하 하고 깨닫는다. 예전에 집이 있던 자리인데, 이쪽은 뒤꼍 가운데 파인 자리이다. 비가 오면 여러 날 물이 고인다. 돌미나리는 물이 고인 곳에서 잘 자란다. 물이 고였어도 비가 그치고 해가 쨍쨍 나면 물이 마르는데, 온갖 풀이 골고루 자라면서 풀힘으로 촉촉한 땅이 되었구나 싶다. 그래서 다른 높은 자리에서는 돋지 못하는 돌미나리가 이곳에 있구나 싶다. 돌미나리가 이곳에 있으면서 다른 풀은 이곳으로 못 뻗는구나 싶다. 올록볼록한 땅은 올록볼록한 대로 여러 가지 풀이 서로 다르게 자라는 터가 되는 셈이다. 땅은 꼭 반반해야 하지 않다는 뜻이다. 풀은 풀 나름대로 어디에서든 스스로 자랄 만한 터를 찾아서 씨를 퍼뜨려서 자란다는 이야기이다.

  돌미나리도 풀물로 짠다. 그렇지만 돌미나리는 풀물로 짜기에는 아쉬워 날로 먹는다. 작은아이한테 건네고 큰아이한테 건넨다. 두 아이가 묻는다. “이 풀은 무슨 풀이야?” “응, 돌미나리.” “돌미나리?” “응. 네 몸과 이를 튼튼하게 해 줄 예쁜 풀이야.” 4347.6.12.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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