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랑 놀자 39] 다음살이


  우리들은 오늘을 삽니다. 오늘을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제 목숨을 고이 건사합니다. 오늘을 살기에 ‘오늘살이’입니다. 오늘 저녁에 새근새근 잠을 자면 이튿날 어떻게 될까요. 우리들은 즐겁게 다시 눈을 뜨면서 새 하루를 맞이할까요, 아니면 반갑지 않다는 투로 또 하루가 이어지는구나 하고 여길까요. 불교에서는 사람살이를 놓고 ‘오늘살이’ 다음에는 ‘내세(來世)·내생(來生)·후생(後生)’이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오늘을 살다가 죽은 사람이 다음에 다시 태어나서 누리는 삶을 가리키는 이름이라고 해요. 한자로 지은 이름인데, 이런 저런 그런 이름을 곱씹으면서 내 다음 삶은 어떠할까 하고 그려 봅니다. 나는 다음에 다시 태어날 적에 얼마나 아름다울 수 있을까요. 나는 다음에 새로 태어날 적에 얼마나 사랑스러울 수 있을까요. 다음에 다시 맞이할 삶이니, 나로서는 ‘다음살이’가 되리라 느낍니다. 내 다음살이는 환한 웃음과 기쁜 노래가 어우러진 이야기잔치가 되면 참 아름다우면서 사랑스러우리라 생각합니다. 다음살이를 즐겁게 그리면서, 내 오늘살이부터 알뜰살뜰 눈부시게 가꾸자고 다짐합니다. 4347.6.13.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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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국'과 '자취'는 얼마나 다를까요. 이런 낱말을 갈라서 쓰는 한국사람은 얼마나 될까요.

이제는 한자말 '흔적' 아니고는 쓸 줄 모르는 한국사람이 되지 않았을까요.

아이들한테 물려줄 한국말을 곰곰이 생각해 봅니다.


..


발자국·발자취·자국·자취

→ ‘발자국’은 발로 만든 자국이고, ‘발자취’는 발로 만든 ‘자취’예요. 발자국과 발자취는 우리가 지나온 나날이나 삶을 빗대는 자리에 흔히 쓰곤 합니다. 그리고, ‘발자국’은 발로 밟아서 생긴 모양을 가리키며, ‘발자취’는 발로 밟고 지나가면서 생기는 모양이나 소리를 가리켜요. 쓰임새가 살짝 다릅니다. ‘자국’은 무엇인가 닿거나 묻으면서 생기는 모양을 가리킨다면, ‘자취’는 무엇인가 있는 동안 만드는 어떤 자리를 가리켜요.


발자국

1. 발로 밟은 자리에 남은 모양

 - 갯벌에 난 발자국을 보며 누구인지 알아볼까

 - 아침에 일어나고 보니, 새와 고양이가 지나간 발자국이 마당에 있다

 - 보송보송한 흙길을 걸어가니 내 발자국이 생긴다

2. 한 발을 떼는 걸음

 - 옆으로 두 발자국만 가면 되겠어

 - 너하고 나 사이는 열 발자국만큼 떨어졌구나

3. 지나온 나날이나 삶

 - 어젯밤에는 어머니가 걸어온 발자국을 차근차근 들었다

 - 우리 할아버지가 걸어온 발자국이 이 책에 담겼다고 해

발자취

1. 발로 밟고 지나갈 때 남는 자취나 소리

 - 발자취가 없이 조용히 걸으면서 하늘을 본다

 - 네가 발자취도 없이 갑자기 찾아와서 놀랐어

2. 지나온 나날이나 삶

 - 나도 내 발자취를 가만히 헤아려 보았습니다

 - 할머니는 여든 해를 살면서 어떤 발자취를 남기셨을까요

자국

1. 다른 것이 닿거나 묻어서 생기거나 달라진 자리

 - 유리창에 빗물 자국이 남았어

 - 책을 읽은 자국이 없는데, 읽기는 있었는지 모르겠네

 - 힘을 주어 꾹꾹 눌러서 썼는지 네 글씨 자국이 뒤에 있다

2. 다친 곳이나 부스럼이 생겼다가 다 나아서 사라진 자리

 - 여드름이나 사마귀는 자꾸 건드리면 안 없어지고 오히려 자국만 남는다

 - 자주 넘어져서 무릎에 성할 날이 없더니, 이제는 아무 자국이 없다

 - 내 손등에는 뜨거운 물에 덴 자국이 있어

3. = 발자국 1

 - 논에 들어가 모를 심으면 내가 지나간 데마다 자국이 생긴다

 - 아침에 일어났더니 눈이 소복소복 쌓여서 자국을 만들며 걸었어요

4. 무엇이 있었거나 지나가거나 겪은 뒤에 생긴 느낌이나 이야기

 - 그때 그 일은 나한테 크게 자국이 되었어

 - 처음 본 반딧불이는 내 마음에 커다란 자국으로 남았어

자취

1. 어떤 것이 있거나 생긴 동안 만든 자리

 - 어제 온 손님은 새벽에 아무 자취도 없이 떠났다

 - 댐이 들어서면서 수많은 마을이 자취도 없이 사라졌다

 - 저녁이 되자 낮에 북적거리던 사람들 자취를 찾을 길이 없다

2. 가거나 움직인 곳

 - 토끼가 어디로 숨었는지 자취를 못 찾겠어

 - 숨바꼭질을 하는데 동무들이 어디로 갔는지 자취를 찾지 못하겠다


(최종규 . 2014 - 새로 쓰는 우리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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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어떻게 쓸 생각인가 (새 한국말사전)



  출판사에 넘기기로 했으나 한 달이 넘도록 마무리를 못 짓는 글이 있다. 게다가 이 글은 한 해를 더 품을 들여 써야 마무리를 지을 듯하다. 앞으로 이틀쯤 더 품을 들이면 비로소 ‘처음 생각하던 글에서 반토막’을 마무리짓는다. 생각보다 글이 무척 늘어나는데, 책 한 권으로 나올 부피에 맞추어 글을 자르거나 줄일 수 없다고 느낀다. 왜냐하면, 이 글은 여느 글이 아니라 ‘새로 쓰는 한국말사전’이기 때문이다. 한국말을 새롭게 밝히면서 가꾸도록 이끄는 글인 터라, 부피가 늘어난다면 늘어난 부피를 모두 책으로 담아야 한다고 느낀다.

  낱말마다 새롭게 풀이를 달면서 생각한다. 좀처럼 실마리를 못 찾겠다 싶어도 살짝 지나칠 수 없다. 실마리를 찾을 때까지 생각을 거듭한다. 그동안 나온 온갖 한국말사전을 다시 들여다본다. 곁님한테 묻고 나 스스로 실타래를 찾으려고 한다.

  낱말풀이를 할 수 없는 낱말이 있을까? 나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 스스로 품은 생각 그대로 모든 낱말을 새롭게 풀이하는 길을 찾는다. 내가 스스로 달리 생각한다면, 그러니까, ‘낱말풀이를 할 수 없다’는 생각을 품는다면, ‘새롭게 낱말풀이를 붙일 수 없다’는 생각을 품는다면, 이 일을 못 하겠지. 그렇지만, 한국말사전은 꾸준히 새로 태어나야 한다. 낱말풀이를 더욱 쉽고 부드러우면서 또렷하게 밝힐 수 있어야 한다. 돌림풀이에 그쳐서는 안 된다. 한국말을 엉뚱하게 한자말로 바꿔치기하는 풀이를 해서는 안 된다. 한국말은 한국말로 풀어내어 한국사람이라면 누구나 환하고 밝게 알아차리도록 이끌어야 한다. 한국사람으로서 한국말을 새롭게 배우는 기쁨을 누리도록 도와야 한다.

  ‘바탕’과 ‘바닥’이 어떻게 다른가를 살핀다. ‘밑바탕’과 ‘밑바닥’을 어떻게 달리 쓰는가를 헤아린다. 여러 날 머릿속에서 뒤엉키던 생각을 하나씩 풀면서 새 낱말풀이를 마무리짓는다. 즐겁다. 4347.6.13.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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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142) -의 : 불꽃의 승부


영광의 미래를 앞두고 뭘 그리 두려워 해? 너는 나와의 불꽃의 승부에서 이겼어

《후루야 미노루/강동욱 옮김-낮비 5》(대원씨아이,2010) 42쪽


 불꽃의 승부에서

→ 불꽃 승부에서

→ 불꽃 튀는 한판에서

→ 불꽃 같은 한판에서

→ 불꽃 튀게 겨루어서

→ 불꽃처럼 겨루어서

→ 불꽃 튀게 한판 붙어서

 …



  한자말 ‘승부’를 그대로 두어 “불꽃 승부”처럼 쓸 수 있어요. 이만큼 쓸 수 있어도 반갑습니다. 그런데, 우리들은 “불꽃이 튄다”고 말하곤 해요. 서로 엎치락뒤치락 맞붙을 적에 이렇게 말합니다. 보기글은 “불꽃 튀게 겨룬다”처럼 손질할 수 있고, 한자말 ‘승부’를 아예 털면서 “불꽃 튀게 한판 붙어서”처럼 손질할 만합니다. 게다가 “불꽃의 승부” 앞에 ‘나와의’라 붙여요. ‘-의’가 잇달아 튀어나오는 말투입니다. 나와 벌이는 겨룸(승부)이고, 나와 겨루는 일입니다. 나와 한판 붙었으며, 나와 한판 불꽃 튀게 붙었어요. 4347.6.13.쇠.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빛나는 나날을 앞두고 뭘 그리 두려워 해? 너는 나와 불꽃 튀게 한판 붙어서 이겼어


한자말 ‘영광(榮光)’은 “빛나고 아름다운 영예”를 뜻합니다. “영광의 미래(未來)”는 “눈부신 앞날”이나 “빛나는 앞날”로 손봅니다. ‘승부(勝負)’는 일본사람이 ‘쇼부(しょうぶ)’라는 말로 아주 흔히 쓰는 한자말입니다. ‘겨루기’나 ‘한판 붙기’로 다듬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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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과 죽음 사이는 얼마나 멀까. 만화책 《낮비》는 삶과 죽음을 다루려고 여러모로 애쓴다. 그러나, 애쓰기만 할 뿐, 정작 삶은 어떤 빛이고 죽음은 어떤 빛인지 찬찬히 들여다보지 못하는구나 싶다. 겉에서 훑기만 한다. 어느 누구한테든 빛나지 않는 삶이란 없으나, 이러한 모습을 찬찬히 마주하지 못하는구나 싶다. 왜 그럴까. 왜 살짝 건드리기만 하고 들여다보려고는 하지 않을까. 어쩌면, 오늘날 현대 도시문명에서 거의 모든 사람들이 ‘삶은 무엇인가’ 하는 가장 커다란 이야기 앞에서 슬쩍 겉스치기만 할 뿐, 쳇바퀴와 굴레에 갇히기만 하니, 만화로 이러한 얼개를 다룬다고 할 적에도 겉핥기일 때에 가장 알맞다고 할 만할까. 수수하면서 투박한 일을 하는 사람한테서 외려 빛이 나는데, 이 빛을 느끼는 사람이 오늘날 거의 없기 때문에, 이러한 이야기를 들려주기란 힘들까. 만화책 《낮비》는 얼마든지 빛이 날 작품이 될 수 있지만, 자꾸 엇나간다고 느낀다. 왜 엇나갈까. 일부러 엇나가는 셈일까. 만화를 그린 분은 아직 이러한 이야기를 다룰 그릇이 안 될까. 스스로 이녁 삶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기에 만화책에서도 두루뭉술하게 짚다가 슬그머니 겉스치고 말 뿐일까. 그래도 끝에 가서는 뭔가 달라질는지 몰라 하는 마음으로 읽다가, 마지막 권까지 읽은 뒤, 조용히 덮는다. 아쉽다는 말만 끝없이 나온다. 미야자키 하야오 님 작품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를 읽으면서 아쉽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는데, 그 느낌하고 많이 닮는다. 4347.6.13.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한 줄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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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고화질] 낮비 05
Minoru Furuya / 대원씨아이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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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06월 13일에 저장

낮비 5
후루야 미노루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0년 9월
4,500원 → 4,050원(10%할인) / 마일리지 220원(5% 적립)
2014년 06월 13일에 저장
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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