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랑 놀자 40] 천바구니 (천가방)


  내 가방에는 언제나 천바구니(또는 천가방)가 여럿 있습니다. 자전거로 마실을 다닐 적에도 천바구니를 늘 챙깁니다. 비닐봉지를 쓰고 싶지 않을 뿐더러, 어쩔 수 없이 받는 비닐봉지조차 너무 많이 쌓이니, 천으로 된 바구니나 가방을 씁니다. 지구별을 생각하거나 환경을 헤아린다는 대단한 마음까지는 아닙니다. 천바구니가 훨씬 많이 담고 튼튼하며 들기에 낫습니다. 옷이든 책이든 먹을거리이든 비닐봉지에 담고 싶지 않아요. 보드라운 천으로 짠 바구니나 가방에 담아서 집으로 가져오고 싶습니다. 우리 식구 둘레에도 천바구니나 천가방을 챙기는 이웃이 많습니다. 우리 이웃은 언제나 ‘천바구니’나 ‘천가방’이라고 말해요.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이 이름을 안 쓰고 ‘에코백(ECO-BAG)’이라는 영어를 쓰는 이웃이 늘어납니다. 요새는 ‘에코백’이라는 이름이 아니면 못 알아듣는 이웃마저 있고, 백화점이든 누리책방이든 온통 ‘에코백’이라고만 말합니다. 앞으로는 ‘환경책’이라는 말조차 없애고 ‘에코북’이라 하겠구나 싶습니다. 가만히 보면, 그리 지구별을 사랑하지 않는 곳에서까지 무턱대고 ‘에코’를 앞세웁니다. 그렇잖아요. 이 나라에서 아이들과 함께 나눌 사랑과 꿈이라면 ‘에코’가 아닌 ‘푸른 별’을 아끼려는 넋을 담는 말이어야 맞잖아요. 4347.6.15.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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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래터놀이 14 - 빨래터에서는 빨래놀이



  빨래터에 왔으니 빨래놀이를 빼놓을 수 없겠지? 봄까지는 알몸으로 놀지 못했지만, 이제 여름으로 접어들었기에 빨래터에서 너희들은 알몸으로 뛰놀 수 있어. 그리고, 너희가 벗은 땀에 절은 옷은 너희가 손수 빨거나 헹굴 수 있고. 4347.6.15.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놀이하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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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래터놀이 13 - 씩씩하게 청소하기



  나날이 아귀힘이 붙고 키가 자라는 아이들이다. 빨래터에 오면 빨래터 치우기보다는 물놀이에 더 마음을 쏟지만, 처음에는 물을 퍼내거나 솔질을 하면서 애쓴다. 아이들이기에 아이답게 살짝 일하다가 슬그머니 놀이로 바꾸지만, 처음에 애쓰면서 빨래터를 치우는 모습을 보면 대견하면서 얼마나 씩씩한지 모른다. 4347.6.15.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놀이하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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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아이 75. 오디 먹고 싶은 아이 (2014.6.13.)


  오디를 훑으며 산들보라를 부른다. 산들보라는 아버지가 풀숲에 가려 안 보이니 다른 데로 가다가, 아버지가 부르니 풀숲을 씩씩하게 헤치면서 다가온다. “어떻게 가?” “응, 잘 오면 돼.” 산들보라는 아버지 말대로 잘 온다. 풀이나 넝쿨은 밟거나 헤치면 되지. 아무 걱정이 없단다. 내 손바닥에 놓은 오디를 산들보라가 손에 쥔 통에 넣는다. “뭐야?” “오디.” “오디? 먹는 거야?” “응, 맛있어.” “저기도 오디?” “응.” “저기는 안 따?” “까맣게 익은 아이만 따고, 아직 빨간 아이는 익을 때까지 기다리면 더 맛있어.”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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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보는 한국말사전이든 어린이가 보는 한국말사전이든

이 세 낱말을 알아보기 좋도록 풀이한 책은 

아직 한국에 없습니다.


거의 비슷하게 쓰거나 똑같이 쓰기 때문일까요?

그러나 세 낱말은 여러모로 닮기는 했어도

똑같지 않고, 다른 느낌과 빛이 있어요.


..


벌써·이미·어느새

→ “내 키가 벌써 이만큼 자랐어요”는, 생각보다 빠르게 키가 자랐다는 뜻입니다. “내 키가 이미 이만큼 자랐어요”는, 키가 이만큼 자란 지 한참 되었다는 뜻입니다. “내 키가 어느새 이만큼 자랐어요”는, 스스로 느끼거나 알지 못하는 동안 키가 자랐다는 뜻입니다. 더 살피면, ‘이미’와 ‘미리’는 비슷하다 싶은 대목이 있습니다. 그런데 두 낱말에서 ‘이미’는 지난 어느 때에 다 끝난 일을 가리키고, ‘미리’는 지난 어느 때에 다 끝냈어야 하는 일을 가리킵니다. 한편, “이미 먹은 밥”은, 다 먹어서 이 자리에 없는 밥을 가리켜요. “미리 먹은 밥”은, 나중에 바쁘다거나 없어지리라 여겨 일찌감치 먹은 밥을 가리킵니다.

 

벌써

1. 생각보다 빠르거나 일찍

 - 보글보글 소리가 나니, 밥이 벌써 다 되는가 보다

 - 저녁쯤에 올 줄 알았더니 벌써 왔구나

 - 벌써 오슬오슬 찬바람 부는 겨울인 듯하다

2. 한참 앞서

 - 할아버지는 새벽에 벌써 밭을 다 매셨다

 - 설거지는 벌써 다 해 놓았지

 - 내가 탈 버스는 벌써 떠났구나

3. 아주 많은 나날이 지나갔다고 느낄 적에 쓰는 말

 - 우리가 벌써 열 살이로구나

 - 우리 집 마당에 아왜나무를 심은 지 벌써 쉰 해가 지났대요

이미

: 어떤 때보다 앞서 (지난 어느 때나 다 끝난 때를 가리키며 쓰는 말)

 - 부리나케 달려왔지만 이미 늦어 문이 닫혔다

 - 이미 먹은 밥을 어떻게 내놓겠니

어느새

: 알거나 느끼지 못하는 동안

 - 동생은 어느새 훌쩍 자라 나보다 키가 크다

 - 아침에 눈발이 날린다 싶더니 어느새 수북하게 쌓였다


(최종규 . 2014 - 새로 쓰는 우리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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