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그림 읽기

2014.5.28. 큰아이―그리고 싶은 둘



  일곱 살 사름벼리는 언제나 스스로 그리고픈 모습만 그린다. 스스로 그리고프지 않은 모습은 그리지 않는다. 늘 저 스스로를 바라보면서 아이 모습을 그리고, 곁에는 저랑 함께 놀 동무를 그린다. 아이는 가장 빛나는 모습을 그림으로 담으면서, 늘 스스로 빛나려 한다. 더없이 옳으면서 예쁜 그림이리라 느낀다. 우리들도 누구나 스스로 가장 빛날 수 있는 그림을 그리면서 놀아야 아름답다고 느낀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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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몸으로 놀 수 있는 아이들



  아이들이기에 알몸으로 놀 수 있을는지 모른다. 오늘날에는 어른이 아무 곳에서나 알몸으로 놀 수는 없겠지. 더더구나 도시에서는. 마을 어귀 빨래터에서 말끔하게 물이끼를 걷은 뒤, 아이들이 스스로 옷을 벗고 논다. 작은아이는 옷이 젖었다면서 벗고, 큰아이는 옷을 적시기 싫다면서 벗는다. 아이들은 알몸으로 놀아도 그리 안 춥다. 개구지게 뛰거나 달리니까. 다만, 아이들이라 하더라도 삼십 분 즈음 놀다 보면 스스로 춥다고 말한다. 빨래터 물은 여느 물이 아니라 멧골부터 흐르는 매우 차가운 물이기 때문이다. 물다운 물을 온몸으로 누리면서 바람과 풀내음과 물빛을 골고루 맞아들일 수 있으면 언제나 즐겁다. 4347.6.16.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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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순이 9. 수세미 들고 빨래터에 (2014.6.11.)



  수세미 담은 그릇을 머리에 이고 빨래터에 간다. 빨래터에 닿으면 수세미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안다. 다만, 아직 혼자서 빨래터를 치우지는 못한다. 이레나 열흘이나 보름에 한 차례씩 빨래터 물이끼를 치우다 보면, 어느새 빨래터 치우는 일을 몸으로도 머리로도 마음으로도 환하게 알아차리리라 생각한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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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님이 누고 간 똥
정세기 지음, 고성원 그림 / 창비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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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사랑하는 시 32



어린이와 부르는 바람노래

― 해님이 누고 간 똥

 정세기 글

 고성원 그림

 창비 펴냄, 2006.1.20.



  나무그늘에서 놀면 시원합니다. 나무그늘에서 자면 시원합니다. 나무그늘에 앉아서 책을 읽으면 시원합니다. 건물이 드리우는 그늘에서는 시원하다고 느끼지 못하지만, 나무가 드리우는 그늘에서는 시원하다고 느낍니다. 큰 자동차가 만드는 그늘에서도 시원하다고 느끼지 않지만, 나무가 그늘을 만들면 시원하다고 느낍니다.


  나무 곁에 서서 소리를 듣습니다. 바람이 세게 부는 날에는 나뭇가지와 나뭇잎이 물결처럼 일렁이는 소리가 납니다. 바람이 옅게 부는 날에는 나뭇가지와 나뭇잎이 살랑살랑 속삭이는 소리가 납니다. 바람이 새근새근 자는 날에는 나뭇가지와 나뭇잎이 가만히 서서 해바라기를 하는 웃음소리가 조용히 흐릅니다.



.. 단독주택에 살 때는 / 우리 집을 / 한결이네 집이라 했는데, / 아파트로 이사 오니 / 모두들 503호라고 해요 ..  (아파트 1)



  나무가 있는 곳에서 놀 때에는 한참 놀다가 나무 밑에 모입니다. 저마다 줄줄 흘리는 땀을 식히고 다리를 쉽니다. 살짝 쉬다가 나무 밑에서 새로운 놀이를 떠올립니다. 나무 밑에서 흙을 밟으면서 놀고, 그저 맨손이라 하더라도 온갖 손놀이를 만들어 내요. 이러다가 땀이 식을 즈음 나무를 타지요. 높이 올라가든 몇 발 못 올라가든 나무를 탑니다. 나무를 만지고, 온몸을 나무에 기대며, 낭창거리거나 휘청거리는 나뭇가지를 느낍니다.


  이때 나무는 무엇을 느낄까요. 저를 타고 오르겠다는 조그마한 아이들을 만날 적에 나무는 어떤 생각을 할까요. 꼬맹이를 귀엽다고 여길까요. 꼬맹이가 디디는 발도 아프다고 여길까요. 나뭇가지가 부러지거나 나뭇잎이 떨어지면 서운하다고 여기려나요. 이 아이들이 앞으로 얼마나 오래 찾아와서 놀아 줄까 하고 먼먼 나날을 그릴까요.



.. 할 수 없이 강아지를 / 외갓집에 다시 데려다 주었습니다. // 엄마, 우리도 / 마당이 있는 집으로 이사 가요. // 내 말에 엄마는 /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습니다 ..  (아파트 2)



  나무가 서면 새가 모입니다. 새는 나무가 있는 곳에 내려앉습니다. 새는 섣불리 맨땅에 내려앉지 않습니다. 새는 맨땅에 내려앉더라도 가까이에 나무가 있는지 없는지 살핍니다. 새로서는 제 몸을 숨길 만한 나무가 있어야 느긋합니다.


  나무가 서고 새가 모이면, 나무에 깃들던 애벌레는 숨을 죽입니다. 그렇지만 새는 곧바로 알아채요. 웬만큼 자란 애벌레는 머잖아 고치를 틀어 나비로 깨어날 텐데, 마지막 한때를 버티지 못하고 새한테 먹이가 됩니다.


  나무는 모두 지켜봅니다. 나비가 낳은 알이 애벌레로 깨어나서 제 잎사귀를 갉아먹는 모습을 지켜보고, 나비가 되기 앞서 새한테 잡아먹히는 애벌레를 지켜봅니다. 그리고, 새한테 잡아먹히지 않고 살아남아서 나비로 깨어난 뒤, 나무 둘레를 팔랑팔랑 날아다니면서 나무가 피운 꽃에 가만히 앉아서 꿀이나 꽃가루를 빨아먹으면서 꽃가루받이를 도와주는 모습까지 낱낱이 지켜봅니다.



.. 애국 조회 시간에 / 교장 선생님이 말씀하신다. // 줄을 똑바로 섭시다 / 깟 / 청소를 잘합시다 / 깟깟 / 조용히 합시다 / 깟깟깟 ..  (까치 소리)



  그런데, 사람들이 나무를 벱니다. 사람들이 나무를 벤 자리를 깊이 팝니다. 사람들이 나무를 벤 자리를 깊이 파더니 돌을 쏟아붓고 시멘트를 붓거나 아스팔트를 깝니다. 때로는 우람한 쇠붙이를 파묻습니다. 아이에서 어른이 된 사람들은 나무가 아파 하는 소리를 듣지 않습니다. 아이를 지나 어른이 된 사람들은 나무가 얼마나 눈물을 흘리는지 알아채지 못합니다.


  새로운 고속도로가 납니다. 새로운 송전탑이 섭니다. 새로운 발전소가 들어서고, 새로운 공장과 골프장이 늘어납니다. 사람들은 종이를 많이 써야 하기에 나무를 베고 또 베며 자꾸 벱니다. 새로운 나무가 자라기 앞서 자꾸자꾸 나무를 벱니다.


  옛날에는 배도 나무로 뭇고, 집도 나무로 지으며, 땔감도 나무로 썼어요. 그러나 옛날에는 나무가 모자라지 않았습니다. 다만, 나무를 끔찍하게 베어 없앤 몇몇 유럽 문명은 이슬처럼 사라졌어요. 나무가 사라지면서 숲이 사라지면 냇물이 마르고 가뭄이 들면서 논이고 밭이고 말라비틀어질밖에 없습니다. 나무를 아끼지 않는 문명은 사라지기 마련입니다. 나무가 우거지는 숲을 지키지 않는 문화는 모조리 없어지기 마련입니다.



.. 와글와글 개구리 떼 / 그 소리만큼이나 수많은 / 밤하늘에 / 총총한 별들 / 들꽃 향기로 밀려온다 ..  (여름밤)



  정세기 님 동시집 《해님이 누고 간 똥》(창비,2006)을 읽습니다. 정세기 님은 동시가 아닌 어른시를 쓰던 분인데, 이녁 몸이 몹시 아파서 끙끙거릴 적에 손으로도 못 쓰는 글을 입으로 읊으면서 옮겨적도록 했다고 합니다.


  정세기 님은 왜 이녁 마지막 삶자락을 어른시 아닌 동시로 마무리지었을까요. 정세기 님은 어떤 넋을 동시 한 줄에 담고 동시 두 줄에 실으며 동시 석 줄로 들려주려고 했을까요.



.. 민속촌에 가서 / 호미를 보았어요. // 민속촌에 가서 / 쟁기를 보았어요. // 민속촌에 가서 / 따비도 보았어요 ..  (민속촌에서)



  요즘 도시 아이들은 호미도 쟁기도 모릅니다. 요즘 도시 어른들도 호미나 쟁기를 모릅니다. ㅅㄱㅇ이라고 하는 한국에서 내로라하는 대학교를 다니는 젊은이는 호미나 쟁기를 알까요. 요즘 시골 아이들도 호미나 쟁기를 잘 모르는데, 신문기자나 방송피디는 호미질이나 쟁기질을 할 줄 알까요. 먹는 풀과 실을 얻는 풀과 바구니를 엮는 풀을 가릴 줄 아는 아이나 어른은 요즘 몇이나 될까요.


  아이들과 부를 바람노래를 생각합니다. 나는 시골집에서 두 아이와 살아가면서 나 스스로 바람노래를 부르자고 생각합니다. 아이한테 물려주는 바람노래이면서, 어른인 내 삶을 사랑하고 아끼는 바람노래를 부르자고 생각합니다.


  바닷가에 서면 바닷내음 물씬 흐르는 바람노래를 부릅니다. 들에 서면 들빛 곱게 번지는 바람노래를 부릅니다. 부엌에서 밥을 지으면 솔솔 밥 익는 냄새 고이 감도는 바람노래를 부릅니다. 척척 빨래를 하면서 싱그러운 새 빛으로 다시 태어나는 바람노래를 부릅니다.


  바람이 불어 지구별이 푸르고, 바람이 불어 여름이 시원하며, 바람이 불어 온누리 풀과 나무가 기쁘게 웃습니다. 4347.6.16.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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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일산마실을 앞두고


  보름쯤 앞서 일산마실을 하면서 두 아이 이를 살폈다. 치과라는 데를 아이를 데리고 처음 가 보기도 했으니, 아이 이가 썩었다고 하면 그날 바로 고치든지 이튿날에 고치는 줄 알았지만, 그렇지도 않아서 새롭게 배웠다. 가만히 보니, 아이를 데리고 치과에 오는 손님이 무척 많아서, 큰도시에서도 줄을 서서 여러 날 기다린다. 우리 아이들도 첫 치료를 받기까지 보름을 기다려야 했기에 고흥으로 돌아와서 풀물을 먹이고 이와 몸을 다스리도록 하면서 지냈다.

  이제 이튿날 아침에 일산으로 가서 모레 아침에 처음으로 고친다. 한 차례로 그칠는지 앞으로 더 일산마실을 해야 할는지 모른다. 이를 고치는 값 못지않게 고흥과 일산을 오가는 데에 드는 찻삯이 많이 들는지 모른다. 아무렴, 네 식구가 한 번 일산을 오가려면 찻삯으로 삼십만 원 즈음 드니까.

  이래서 사람들이 시골에서 안 살고 도시에서 사는구나 하고 깨닫는데, 거꾸로 본다면 시골에서 씩씩하고 튼튼하게 살면서 병원에 갈 일을 안 만들면 된다. 우리 식구는 아이들 이를 제대로 다스리거나 건사하지 못한 바람에 이렇게 돈과 품을 들여서 먼 마실을 해야 할 뿐이다.

  보름 앞서 일산마실을 할 적에 끝내려고 했으나 끝내지 못한 일이 있어, 오늘 밤까지 반드시 끝내려고 여러 날 용을 썼다. 오늘은 새벽부터 이 일에 매달리면서 골이 띵하고 허리가 결리기도 하다. 이제 거의 다 마친다. 마지막 하나를 추스르면 이야호 하고 두 손을 번쩍 치켜들 수 있다. 참 오래 끌었네 싶지만, 오래 끈 만큼 더 깊이 살피거나 들여다볼 수 있었다. 애벌 원고를 마치면, 곧바로 다시 읽고 살피면서 두벌 원고로 만들어야지. 세벌까지 살핀 뒤 출판사로 보낼는지, 두벌째만 살피고 출판사로 보낼는지 모르겠다. 출판사에 넘기기로 한 때를 지난 만큼 두벌 원고로 넘긴 뒤, 혼자서 더 살펴서 세벌 원고로 만들어야지 싶다. 4347.6.15.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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