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책빛숲》을 교정한다. 어제는 처음부터 끝까지 교정지를 주욱 살폈고, 오늘은 한 줄씩 찬찬히 읽는다. 아침 11시 30분에 일산 대화역 치과에서 두 아이 이를 고친다. 그때까지 어느 만큼 살필 수 있을까. 치과에 들러 아이들 이를 다시 고친 뒤 장모님 장인어른 댁에 돌아오면 다시 교정을 봐야지. 이럴 때에는 태블릿피시 같은 것이 있으면, 돌아다니면서도 교정을 볼 수 있겠구나. 아무튼, 아이들과 다닐 때에는 아이들을 바라보고, 셈틀 앞에 앉을 적에는 이 일에 마음을 쏟자.


이번 주에 교정과 보도자료를 마치기로 했으니, 다음주에 인쇄를 할는지 모른다. 그러면 다음주 주말이나 그 다음주에 책이 나올까?


와. 드디어, 인천 배다리 헌책방거리와 아벨서점 이야기를 《책빛숲》이라는 이름으로 선보일 수 있구나. 헌책방에, 내 오랜 단골인 헌책방에, 인천에, 인천 배다리에, 인천 배다리 헌책방거리에, 그리고 책을 아끼고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과 숨결한테, 이 작은 책 《책빛숲》이 아름다운 빛으로 스며들 수 있기를 빌어 마지 않는다.


책으로 짠 하고 태어나면 기쁘게 주머니를 털고 지갑을 열어 장만해 주시면 고맙겠다. 책을 널리 알려주시기도 하고, 별점도 만점으로 팍팍 붙여 주시기까지 하면 참으로 고맙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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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단어 문학과지성 시인선 393
유희경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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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말하는 시 58



시와 우산

― 오늘 아침 단어

 유희경 글

 문학과지성사 펴냄, 2011.6.6.



  일산마실을 하면서 송전탑을 봅니다. 곁님 어버이가 지내는 경기도 일산에 있는 조그마한 집 코앞에는 아주 커다란 송전탑이 있습니다. 이 송전탑은 일산 바깥쪽에 있는 논 한복판에 버티고 섭니다. 얼마나 높고 큰지 고개를 위로 한참 쳐들어야 꼭대기를 볼 만합니다. 요즈막에 한전에서 경남 밀양에 박으려 하는 송전탑도 이만큼 클까 하고 헤아려 보곤 합니다.


  전기를 쓸 사람이 많으니 발전소를 짓고 송전탑을 박습니다. 큰도시에 커다란 아파트를 잔뜩 지을 뿐 아니라 온갖 건물이 많으니 발전소도 송전탑도 많아야 합니다. 게다가, 큰도시는 땅값이 비쌀 뿐 아니라 사람들한테 안 좋다고 하니까 시골이나 숲에 발전소를 지으려 하겠지요.


  우리 사회에서 전기를 안 쓴다면 모르되, 전기를 꼭 써야 한다면, 집집마다 전기를 스스로 만들어서 쓸 수 있는 길을 찾아야지 싶습니다. 우리들 누구나 밥을 안 먹는다면 모르되, 누구나 밥을 꼭 먹어야 한다면, 우리 스스로 손수 밥을 지어서(그러니까 씨앗을 뿌리고 보살피며 거두어서) 먹는 길을 찾아야지 싶습니다.



.. 비밀은 비밀이어야 한다고 / 나는 돌멩이처럼 말했다 / 내 말이 굴러가는 소리, / 물이 흔들리는 소리 ..  (深情)



  평화를 바라지 않으니 전쟁을 일으킵니다. 어깨동무를 바라지 않으니 전쟁무기를 만듭니다. 사랑을 키우거나 꿈을 보듬고 싶지 않으니 싸웁니다.


  전쟁으로 이루는 평화는 없습니다. 전쟁무기를 내세우는 어깨동무는 없습니다. 싸우면서 자라는 사랑이나 꿈은 없습니다.


  우리가 평화를 이루려면 삶을 어떻게 지어야 할까요. 우리가 전쟁무기를 없애면서 서로 돕고 아끼는 어깨동무를 이루자면 삶을 어떻게 바꾸어야 할까요. 우리가 날마다 즐겁게 사랑하거나 꿈꾸자면 삶을 어떻게 가꾸어야 할까요.



.. 노래는 끝나고 그들이 떠난 뒤 / 술집은 단단히 문을 잠글 테지만 / 끝은 끝내 알 수 없는 것 ..  (어쩔 수 없는 일)



  아침 낮 저녁으로 늘 생각합니다. 내 마음을 살찌울 이야기를 언제나 생각합니다. 내 마음에 심고 내 몸에 담을 낱말을 늘 되새깁니다.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은가 하고 돌아봅니다. 사랑을 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나는 사랑을 생각하고 ‘사랑’이라는 낱말을 마음에 심습니다. 글 한 줄을 쓰건 아침저녁으로 밥을 짓건, 언제나 사랑이 되도록 하자고 여깁니다. 두 아이를 자전거에 태워 나들이를 다닐 적에도 사랑을 떠올립니다. 아이들과 하얀 종이를 펼쳐 그림을 그릴 때에도 사랑을 슥슥 그립니다. 빨래를 해서 마당에 널 적에도 사랑을 헤아립니다. 옷가지를 개고, 아이들 머리카락을 쓸어넘길 적에도 사랑을 품습니다.


  읽을 책을 책방에서 고르면서 사랑을 생각하고, 기쁘게 장만한 책을 손에 쥐어 펼칠 적에도 사랑을 생각합니다.



.. 우산에 대해서라면 오래오래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검은빛이고 나는 펼쳐진 시간을 사랑한다 ..  (우산의 과정)



  유희경 님이 내놓은 시집 《오늘 아침 단어》(문학과지성사,2011)를 전철에서 읽습니다. 고흥을 떠난 시외버스가 서울에 닿고, 서울에서 내린 뒤 아이들과 함께 해바라기를 하며 숨을 고르고 나서 전철로 갈아타서 일산으로 가는 길에 시집을 읽습니다. 아이들은 해바라기를 하는 동안 신나게 뛰놉니다. 전철을 탄 뒤에도 이곳저곳 뛰어다니고 싶습니다. 아마 아이들 눈높이로 보자면, 전철에서 멀뚱멀뚱 서서 아무것도 안 하는 어른이 재미없지 싶습니다. 전철에서든 버스에서든 사람들이 가만히 앉거나 서면 따분하지 싶습니다. 노래해야지요. 뛰놀아야지요. 춤을 춰야지요.


  개구진 아이들을 타이르다가 문득문득 생각이 스칩니다. 그래, 전철에서 다 같이 뛰놀면 얼마나 재미있을까요. 시외버스이든 시내버스이든, 버스 일꾼과 손님이 저마다 노래를 부를 수 있다면, 춤을 출 수 있다면, 삶은 얼마나 빛나면서 놀라울까요.


  어른이라는 이들은 왜 양복을 빼입고 회사에 가서 돈을 버는 ‘일’만 할까요. 민소매에 반바지 차림으로 일을 할 수 있을 텐데요. 신분과 계급과 재산을 가르지 말고 서로 즐겁게 얼크러지면서 평화와 평등과 자유와 민주를 누리면 그야말로 기쁠 텐데요.



.. 이곳은 쓸쓸합니다 나를 알아보는 이가 없기 때문이죠 사실 혼자 있고 싶었어요 발바닥을 밟고 걸어가는 것처럼 문득 돌아보아도 여전히 나는 있는 것처럼 이곳에도 들판은 없어요 ..  (보내지 못한 개봉 엽서)



  유희경 님은 ‘우산 이야기라면 오래오래 할’ 수 있으리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우산의 과정〉이라는 시를 씁니다. 유희경 님은 유희경 님 나름대로 이녁 삶을 빛낼 만한 낱말을 골라서 시집 《오늘 아침 단어》를 선보입니다.


  스스로 빛나기에 삶이 빛날 수 있습니다. 스스로 노래하기에 삶을 노래할 수 있습니다. 스스로 사랑하기에 삶이 사랑스러울 수 있습니다.


  거꾸로, 스스로 골을 내기에 언제나 골부림입니다. 스스로 주먹다짐이기에 이곳저곳에서 싸움과 다툼이 판칩니다. 스스로 쇠밥그릇을 붙잡는다면 이 사회에는 전쟁이 자꾸 불거질 테지요.


  아침에 품은 낱말을 저녁에 거둡니다. 아침에 뿌린 ‘말 씨앗’을 저녁에 갈무리합니다. 아침에 건넨 사랑을 저녁에 받습니다. 아침에 노래한 빛이 저녁에 곱게 퍼집니다. 4347.6.17.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에서 시집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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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141] 온힘을 다해



  꽃 한 송이는

  온힘을 다해 피어나면서

  지구별을 환하게 밝힌다.



  꽃 한 송이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해 봅니다. 꽃 한 송이 핀다 한들 어마어마하게 커다란 도시를 밝힐 수는 없을까요? 언뜻 보기에 조그마한 들꽃 한 송이는 대수롭지 않다고 여길 만합니다. 그러나, 작은 들꽃 한 송이가 피어 씨앗을 퍼뜨리니, 열 송이 백 송이가 되고, 천 송이 만 송이가 됩니다. 앞으로 천만 송이 천억 송이로 퍼져요. 조그맣다는 사랑이나 꿈도 처음에는 모두 조그마할 테지만, 즐겁게 씨앗을 뿌리거나 심을 적에는 차근차근 퍼져서 지구별뿐 아니라 온누리에 골고루 아름다운 빛으로 퍼지리라 느낍니다. 모든 삶은 바로 가장 작은 곳에서 온힘을 다해 기울인 사랑과 꿈에서 태어날 테니까요. 4347.6.17.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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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랑 놀자 41] 치마순이, 바지순이



  우리 집 일곱 살 큰아이는 며칠 앞서까지 ‘치마순이’였습니다. 언제나 치마만 입겠다 했고, 바지를 입더라도 치마를 덧입겠다 하며 지냈습니다. 이러다가 그제부터 갑자기 바지를 입습니다. 웬일인가 하며 놀라는데, 일곱 살 아이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아버지, 내가 예전에 치마만 입었어요? 아, 그렇구나.” 하고 말합니다. 고작 이틀만에 지난날은 깡그리 사라집니다. 돌이켜보면, 큰아이가 치마순이로 지내는 동안 작은아이도 치마돌이로 지냈습니다. 작은아이는 누나만 ‘고운 옷’을 입는다며 투정을 부렸고, 저 고운 옷(치마)을 저한테도 달라며 울었어요. 이리하여 두 아이는 치마순이와 치마돌이로 지내며 놀곤 했습니다. 나와 곁님은 아이들을 굳이 치마순이로 키우거나 바지순이로 돌볼 마음이 없습니다. 치마도 좋고 바지도 좋습니다. 때에 맞게 즐겁게 입으면서 뛰놀면 된다고 느낍니다. 작은아이도 치마돌이가 될 수 있고, 바지돌이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옷은 스스로 몸을 보살피면서 즐겁게 갖출 때에 아름다우니, 아이 스스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빛을 바라보기를 바랍니다. 4347.6.17.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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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량한 말 바로잡기

 (1602) 왜소


외계인의 몸은 아주 깡마른 다섯 살 아이의 몸 정도밖에 되지 않아서 그 의자에 앉으니 더욱 왜소해 보였습니다

《로렌스 R.스펜서/유리타 옮김-외계인 인터뷰》(아이커넥,2013) 71쪽


 더욱 왜소해 보였습니다

→ 더욱 작고 초라해 보였습니다

→ 더욱 작아 보였습니다

→ 더욱 초라해 보였습니다

→ 더욱 가녀리게 보였습니다

 …



  한자말 ‘왜소(矮小)하다’는 “몸뚱이가 작고 초라하다”를 뜻한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한국말 “작고 초라하다”를 한자말로 옮기면 ‘矮小’가 되는 셈입니다. 한자말을 쓰기 좋아하는 분이라면 이런 낱말을 쓸 법합니다. 영어를 쓰기 좋아하는 분들이 ‘스몰(small)’이나 ‘빅(big)’을 쓰듯 말이지요.


  보기글에서는 “작고 초라하다”를 넣어도 되고 “작다”나 “초라하다” 가운데 하나만 넣어도 됩니다. “가녀리다”를 넣을 수 있고, 느낌을 바꾸어 “앙증맞다”를 넣을 수 있습니다. 4347.6.17.불.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외계인은 몸이 아주 깡마른 다섯 살 아이만큼밖에 되지 않아서 그 걸상에 앉으니 더욱 작아 보였습니다


첫머리 “외계인의 몸은 아주 깡마른 다섯 살 아이의 몸 정도밖에”에 ‘몸’이라는 낱말이 두 차례 나오는데, 앞이나 뒤에서 덜면 한결 낫습니다. 이 글월은 “외계인은 아주 깡마른 다섯 살 아이 몸만큼밖에”나 “외계인은 몸이 아주 깡마른 다섯 살 아이만큼밖에”로 손봅니다. ‘의자(椅子)’는 ‘걸상’으로 손질합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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