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들보라도 씨앗 호 불어



  면소재지 놀이터에서 놀던 사름벼리가 민들레 씨앗을 보고는 한 줄기 톡 꺾어서 동생한테 건넨다. “자, 불어서 날려.” 그러고는 저도 한 줄기 톡 꺾어서 호호 불어서 날린다. 산들보라는 입으로 호 불지만 잘 안 되어 손으로 복복 뜯은 뒤 손바닥을 휘휘 털면서 호호 하고 날린다. 4347.6.26.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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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름벼리는 종이비행기와 함께



  사름벼리는 종이비행기와 함께 달리고 뛰다가 폴짝 난다. 서로 한몸이 된다. 함께 놀고 웃는다. 종이비행기는 사름벼리가 빚어 주었고, 종이비행기는 사름벼리가 함께 놀면서 기쁘게 사르르 하늘을 가른다. 장난감 하나에도 고운 빛이 서린다. 4347.6.26.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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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들은 서로 사랑하며 살아간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서로 사랑하고, 언니와 동생이 서로 사랑한다. 사랑은 살섞기가 아니다. 살섞기는 살섞기이고 사랑은 사랑이다. 삶을 빛내는 길이란 사랑이니, 차근차근 걸어온 이 길에 아름다운 꿈이 드리우기를 바라면서 사랑을 꽃피운다. 참말, 사랑이 없으면 어떻게 살아갈까. 참말, 사랑이 아니고 어떻게 살아가는가. 누군가 죽는다면 사랑이 스러지거나 시들거나 사라졌기 때문이다. 누군가 ‘살 기운’을 낸다면 사랑을 찾거나 바라보거나 생각하기 때문이다. 호즈미 님 만화책 《결혼식 전날》을 읽으면서 생각한다. 두 사람 사이에서 흐르는 사랑은 두 사람을 살리고, 두 사람 곁에서 이웃과 동무가 되는 사람들을 나란히 살린다. 4347.6.26.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한 줄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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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 전날
호즈미 지음 / 애니북스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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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06월 26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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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길들인다



  우리 집 큰아이는 2014년에 일곱 살이다. 이 말은 무슨 뜻인가 하면, 나는 아이하고 일곱 해를 오롯이 살았다는 뜻이다. 지난 일곱 해를 가만히 돌아보면, 나는 큰아이한테도 작은아이한테도 노래를 참 자주 많이 불러 주었다. 처음 큰아이한테 노래를 불러 주던 때에는, 그러니까 예닐곱 해 앞서는 수줍음이 많았다. 누가 옆에 있으면, 이를테면 곁님이 옆에 있을 때조차 노래를 못 불렀다. 이러다가 작은아이가 태어나고 두 아이를 데리고 나들이를 다니면, 전철에서건 버스에서건 길에서건 스스럼없이 노래를 부른다. 참말 서울 지하철이나 부산 지하철에서도 자장노래를 부른다. 한길에서도 노래를 부르고, 식당에서도 노래를 부른다. 아이들이 느긋하면서 너그러운 마음이 되어 잠들 수 있도록 내 온 넋을 기울인다.


  늘 노래와 살아가는 아이들인 터라 아이들은 내가 노래를 부르지 않아도 스스로 부른다. 아이들은 스스로 말과 가락을 지어서 부르기도 한다. 내가 몸이 참 많이 고단해서 도무지 자장노래를 못 부르겠구나 싶은 날에는 두 아이가 갈마들면서 저희끼리 자장노래를 부르다가 곯아떨어진다.


  잠든 아이들 이마를 쓰다듬고 이불깃을 여미면서 생각한다. 나는 우리 아이들을 길들이는가? 어찌 보면 길들인다고도 할 만하다. 그러나, 나는 우리 아이들한테 아무 마음이 없다. 아이들한테 들려주는 노래란, 무엇보다 내가 나한테 불러 주는 노래이다. 아이들과 나누는 이야기란, 무엇보다 내가 나한테 베푸는 이야기이다.


  아이들이 스스로 노래를 부르는 까닭을 늘 느낀다. 아이들은 안다. 스스로 부르는 노래는 바로 스스로 마음속으로 스며든다. 스스로 읊는 말은 언제나 스스로 스며든다. 어른들이 아이더러 고운 말 쓰라고 가르칠 까닭이 없다. 어른도 아이도 스스로 느끼면 될 뿐이다. 우리가 스스로 쓰는 말은 늘 스스로 젖어든다. 우리가 스스로 가꾸는 삶은 언제나 스스로 이루는 새로운 하루가 된다.


  어느 누구도 아이를 길들일 수 없다. 우리는 언제나 아이들한테 삶과 사랑과 꿈을 ‘빛’으로 보여줄 뿐이다. 얘들아, 참 고맙구나. 4347.6.26.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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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144] 빗물이 흐르는


  빗물이 흐르면 좋다.
  아니, 좋다 나쁘다라기보다는
  비가 오면 싱그럽다.


  숲에서 풀과 나무가 많이 목이 말랐는지, 목을 축여 주려고 어느 날은 비가 신나게 오네요. 이러다가 비가 그치고, 또 비가 오래도록 안 오고, 또 구름만 잔뜩 끼면서 빗방울이 들을 생각을 않고. 가만히 하늘을 올려다보며 생각합니다. 내가 비를 반가이 여기면 비가 자주 올까요? 내가 비를 서운하게 여기면 비가 안 올까요? 가슴에 손을 얹고 조용히 생각에 잠깁니다. 비야, 비야, 나는 빗물이 흐를 때에는 빗물이 흘러서 즐겁고, 햇볕이 쨍쨍 내리쬘 적에는 땀을 뻘뻘 흘리면서 즐겁단다. 4347.6.26.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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