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함께 쓸고 닦자



  책 한 권으로 여밀 글을 쓰느라 꽤 여러 날 집안을 쓸지도 닦지도 못했다. 눈에 보이는 곳만 얼추 쓸고 머리카락을 치울 뿐이었다. 오늘 아침 드디어 글 하나를 마무리짓고는 즐겁게 아침을 차린 뒤 살며시 잠자리에 드러누워 허리를 펴면서 생각한다. 여러 날 청소를 못하고 아이들하고 제대로 안 어울리기도 했으니, 온 집안을 찬찬히 쓸고 닦은 뒤 아이들하고 놀아야겠구나.


  쓸고 쓸고 또 쓴다. 닦고 닦고 또 닦는다. 이불과 깔개를 마당에 내놓아 해바라기를 시킨다. 땀을 똑똑 흘리면서 자질구레한 것을 버리고, 방바닥과 온갖 곳을 닦는다. 걸레를 빨고 또 빨며 다시 빤다. 큰아이도 집안 치우기를 거든다.


  자, 오늘은 이만큼 하고 쉰 다음, 이튿날 또 할까? 차근차근 신나게 집안을 치우자. 땀 쪽 빼도록 치우고서 찬물로 몸을 씻고는 또 치우자. 4347.6.26.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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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감 자동차 놀이 3 - 모래밭에서 굴리기



  이모한테서 선물로 받은 장난감 자동차를 늘 갖고 다니는 산들보라는, 면소재지에 있는 놀이터 모래밭에서도 자동차를 굴린다. 빨래터에서도 자동차를 물속에서 달리도록 하더니, 어디에서나 굴린다. 장난감 자동차를 굴리면서 빙그레 웃는 산들보라는 마음속에서 어떤 빛이 자랄까. 어떤 숨결이 노래할까. 물끄러미 지켜본다. 4347.6.26.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놀이하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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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레스트 검프 (2disc) - 할인행사
파라마운트 / 2007년 5월
평점 :
품절


포레스트 검프

Forrest Gump, 1994



  영화 〈포레스트 검프〉를 본다. 영화에 나오는 ‘포레스트 검프’는 아이에서 어른이 된다. 이 아이는 사회나 학교나 정부나 군대에서 보자면 덜 떨어진 사람일는지 모르나, 이 아이 어머니는 아이한테서 다른 빛을 본다. 그리고, 포레스트 검프한테 첫 동무가 된 아이도 이 아이한테서 다른 빛을 본다. 포레스트 검프한테 말을 걸면서 함께 새우잡이를 하자고 하던 사람도 이 아이한테서 다른 빛을 보았고, 베트남전쟁에서 다리가 잘린 장교도 끝내 이 아이한테서 다른 빛을 본다.


  무엇을 바라보려 하는가. 사람을 앞에 두고 무엇을 바라보려 하는가. 그리고, 내 삶을 앞에 두고 무엇을 바라보려 하는가. 스스로 어떤 삶을 일구려 하는가. 스스로 내 삶을 어떤 빛으로 눈부시게끔 가꾸려 하는가.


  포레스트 검프는 나이를 먹으면서 스스로 생각하는 길을 걷고, 스스로 생각을 하고 다시 하면서 시나브로 철이 든다. 포레스트 검프는 ‘어른’이 된다. 이와 달리, 포레스트 검프 둘레에 있는 수많은 사람들은 생각을 하지 않는다. 편견과 선입관만 머릿속에 가득 채운 채 나이를 먹을 뿐이다. 나이만 먹는대서 어른이 되지는 않기 때문에, 다시 말하자면 나이를 먹되 철이 들지 않으면 철부지이기 때문에, 포레스트 검프를 둘러싼 수많은 사람들은 어른이 아니다.


  포레스트 검프와 처음 동무가 된 아이는 나중에 이르러서야 포레스트 검프를 제대로 바라본다. 제대로 바라보면서 천천히 느낀다. 제대로 바라보면서 천천히 느끼기에, 비로소 깨닫는다. 삶이 무엇이고 사랑이 무엇인지 알아차린다. 포레스트 검프는 철이 들면서 삶과 사랑을 새롭게 느끼고, 이처럼 새롭게 느낀 삶과 사랑을 ‘새 아이’와 함께 씩씩하게 일구려고 한다.


  영화를 보는 내내 즐거운 빛이 흐르는데, 포레스트 검프가 태어나서 자란 숲과 시골이 곱다. 그런데, 포레스트 검프와 첫 동무가 된 아이도 숲과 시골에서 자랐으나, 그 아이한테 어릴 적 보금자리는 안타깝게도 즐거운 빛이 되지 못했다. 숲과 시골이라 하더라도 늘 즐거운 빛이 되지는 못한다. 숲과 시골은 무척 대단한 터이기는 하지만, 숲과 시골에 있더라도 스스로 마음을 어떻게 다스리는가에 따라 삶과 사랑이 달라진다. 몸만 숲과 시골에 있어서는 모자라다. 몸만 숲과 시골에 있다면 철부지에서 헤어나지 못한다. 마음이 함께 숲과 시골에 있어야 하고, 넋을 차근차근 가다듬어 스스로 빛날 수 있어야 한다. 4347.6.26.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영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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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낮



작은아이는 무릎에서 자고

큰아이는 어깨에 기대어 자며

한낮이 흐른다.


눈을 감고

한손으로 작은아이 머리를

살살 쓸어넘기다가

큰아이 무릎과 팔을 주무르다가


작은 공책을 집어

몇 글자 끄적인다.


오늘 하루 가운데

가장 사랑스러우며 아늑한

한때.



4347.6.19.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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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한 살만 더 먹으면”



  면소재지 초등학교에 있는 놀이터에 두 아이를 데리고 가서 함께 노는데, 이곳에 먼저 와서 놀던 여덟 살 어린이가 우리 집 일곱 살 큰아이한테 한 마디 한다. “너도 한 살만 더 먹으면 올라갈 수 있어.” 큰아이가 여덟 살 언니 꽁무니를 따라서 높은 데로 올라갔으나 무서워 한다. 이때에 여덟 살 어린이가 한 마디 한다. “무섭다고 하지 말고, 재미있는 것만 생각해. 하나둘셋 하면서 짠 하고, 아 놀이공원 가서 재미있다, 아 놀러가서 재미있다 …….” 일곱 살 큰아이는 이 말들을 잘 들었을까. 이 말들을 가슴에 담았을까.


  나이에 따라 ‘언니’나 ‘오빠’를 써야 하는 줄 아직 잘 모르는 우리 집 큰아이는 여덟 살 어린이한테 “너도 나처럼 해 봐.” 하고 말한다. 여덟 살 어린이는 “난 여덟 살이거든.” 하고 말하면서 왜 ‘언니’라고 안 하느냐고 입을 비죽 내민다. 그래도 같이 섞여 잘 논다. 그나저나, 여덟 살이 되면 훨씬 잘 놀 수 있다는구나. 그래, 그럴 테지. 4347.6.26.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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