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랑 놀자 44] 풀



  이웃한테서 ‘산야초 발효원액’을 선물로 받습니다. 고운 상자에 담은 고운 병을 만지면서 즐겁습니다. 이 고운 병에는 얼마나 고운 풀물이 깃들었을까 하고 생각하면서, 병에 붙은 종이딱지를 읽습니다. ‘○○○ 산야초 발효원액’이라는 이름을 읽습니다. ‘산야초(山野草)’라 하는군요. 그러고 보면, 마을 할매와 할배는 늘 ‘잡초(雜草)’를 뜯거나 농약을 뿌려 죽입니다. 도시에서 지내는 이웃들은 ‘채식(菜食)’이나 ‘생채식(生菜食)’을 합니다. ‘유기농 채소(菜蔬)’를 찾아서 먹는다든지 아이들한테 ‘야채(野菜)’를 먹이려고 애쓰기도 해요. 아이들과 아침을 먹으면서 한동안 생각에 잠깁니다. 중학교 적에 배운 김수영 님 시 〈풀〉을 떠올립니다. 오늘날에도 학교에서 아이들은 〈풀〉이라는 시를 배우리라 느껴요. 그러나, ‘풀’을 풀로 배우거나 바라보지는 않습니다. 늘 풀에 둘러싸여 살아가면서 풀을 풀로 느끼지 못하기 일쑤이고, 언제나 풀을 먹으면서 풀을 풀이라 여기지 못하기 일쑤입니다. 숲에도 들에도 밭에도 멧골에도 바닷가에도 길에도 빈터에도 꽃그릇에도 푸르게 빛나는 싱그러운 풀이 돋습니다. 4347.6.28.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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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자귀나무 씩씩하게



  군청에서 골짜기를 왕창 파헤친 지 이태가 된다. 군청에서는 ‘정부가 꾀한 4대강사업’ 가운데 ‘지류사업’으로 돈을 받아서 골짜기 바닥을 헤집은 뒤 바닥에 시멘트를 퍼붓는 끔찍한 막짓을 저질렀다. 이러면서 숲을 더 망가뜨렸고, 나무가 우거진 숲은 몹시 앓아야 했다. 그런데 요즈음 이곳에 새로운 숨결이 몽실몽실 피어난다. 큰나무가 떨군 씨앗이 하나둘 퍼져 아기나무가 자란다. 곳곳에서 자그맣게 나무싹이 돋고 풀싹이 오른다. 사라졌던 꽃이 다시 핀다. 짓밟혀 죽은 꽃과 나무는 흙에 씨앗을 남겨 새롭게 자라난다.


  어린 자귀나무를 알아보고는 몹시 반가워 아이들을 부른다. “얘들아 여기를 봐. 아기나무가 자라는구나. 아기나무 예쁘지?”


  어린 자귀나무야, 부디 씩씩하게 자라서 이곳에 다시 푸른 기운이 감돌도록 해 주렴. 앞으로 야무지게 줄기를 올리가 잎을 뻗어 이곳이 다시 새까만 흙빛을 되찾고 푸른 내음이 감도는 숲이 되도록 해 주렴. 4347.6.28.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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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갓버섯 책읽기



  두 아이를 자전거에 태우고 골짝마실을 한다. 골짜기에 닿아 자전거를 세우는데 큰아이가 외친다. “아버지! 저기 버섯이에요!” 응? 어디에? “여기요!” 자전거를 세운 자리 바로 옆에 있다. 자전거 앞바퀴에서 오십 센티미터쯤 떨어진 자리에 버섯이 제법 크게 돋았다. 어떤 버섯일까?


  척 보아도 ‘먹는 버섯’이지 싶다. 한참 두리번거린다. 그래, 뜯자. 버섯이 이곳에 한 송이 돋았으니 다른 곳에서도 자라리라 본다. 차츰차츰 퍼지겠지. 골짜기 안쪽 숲으로 깃들면 그곳에도 이 버섯이 있을 테고.


  큰아이는 버섯을 어떻게 알아보았을까. 나와 작은아이는 못 알아본 버섯인데. 게다가 자전거를 세운 바로 옆에 있던 버섯인데.


  집으로 돌아와서 이름을 알아보니, 큰아이가 찾은 버섯은 ‘큰갓버섯’이라고 한다. 삼십 센티미터까지 자라기도 한단다. 아직 덜 여문 버섯이로구나. 더 여물 버섯이로구나. 그나저나, 곧 여름 물놀이철이 되면 도시에서 이 골짜기로 온갖 사람이 찾아들 텐데, 그네들이 이 버섯을 찾는다면 어찌 되려나. 버섯을 찾는다며 숲을 헤집지는 않을까. 아무쪼록 뜨내기 관광객 눈에는 이 버섯이 눈에 안 뜨이기를 빈다. 4347.6.28.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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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나무 새잎 책읽기



  아이들과 면소재지 초등학교 놀이터로 마실을 간다.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학교나무를 가만히 살핀다. 초등학교와 맞붙은 유치원에서 자라는 가시나무를 들여다보다가 새로 돋는 줄기와 잎을 만난다. 그런데, 새로 돋는 줄기와 잎이 붉은 빛이네.


  후박나무는 새 줄기와 잎이 돋을 적에 짙은 귤빛이 감돈다고 할 만하다. 가시나무는 새 줄기와 잎이 처음에 이러한 빛깔로 돋는구나.


  가지치기를 가지런하게 한 가시나무인데, 유치원지기는 이 새잎을 어떻게 바라볼까 궁금하다. 이쁜 빛깔로 이쁜 잎과 줄기가 돋았으니 그대로 두려 할까. 아니면, 볼썽사납게 튀어나왔으니 가지런하게 가지치기를 할까.


  저마다 비죽비죽 돋으면서 하늘바라기를 하는 새잎이 싱그럽다. 4347.6.28.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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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놀이 3 - 아이들 숨바꼭질



  잘 때에 방바닥에 까는 평상을 마당에 내놓고 말린다. 평상을 마당에 내놓아 말리면, 두 아이는 어김없이 슬금슬금 마당으로 가서는 숨바꼭질을 한다. 잠자리에서는 깔개가 되고, 마당에서는 놀잇감이 된다. 아이들은 평상과 함께 햇볕을 쬔다. 두 아이는 서로 숨고 찾기를 되풀이한다. 한낮이 맑게 흐른다. 4347.6.28.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놀이하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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