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는 마음


  새로운 책을 선보입니다. 책은 지난주에 나온 듯하지만, 아직 책방에 들어가지 않은 듯하고, 나한테도 오지 않았습니다. 지난주에 오겠거니 하고 잔뜩 꿈꾸며 기다렸으나, 또 지난주에 받으면 곧바로 우체국으로 가져가서 하나하나 부치려 했으나, 한 주를 넘겨 새 월요일을 맞이합니다. 오늘은 꼭 올 테지요. 얼른 내 새로운 책을 받아쥐고 싶으며, 얼른 이 새로운 책을 내 아름다운 이웃과 고마운 분들한테 선물하고 싶습니다. 4347.6.30.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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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이름 : 책빛숲, 아벨서점과 배다리 헌책방거리
- 펴낸곳 : 숲속여우비
- 글과 사진 : 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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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마다 1000권씩 팔아서 즐거이 읽힐 수 있도록 모두 힘을 모아 주셔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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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량한 말 바로잡기

 (1162) 지인 1


물론 몇몇 지인들이야 있었지만, 내가 옮기고자 한 지역은 아니었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 125호(2006.10.) 59쪽


 몇몇 지인들이야 있었지만

→ 몇몇 아는 사람들이야 있었지만

→ 몇몇 사람을 알았지만

→ 아는 사람이 몇몇 있었지만

 …



  한국말사전은 역사사전이 아닙니다. 인물사전도 아닙니다. 백과사전도 아닙니다. 백과사전은 백과사전다워야 하고 인물사전은 인물사전다워야 합니다. 역사사전 또한 역사사전다워야겠지요. 한국말사전은 한국말사전답게 올림말을 고르고 말풀이를 가려야 합니다. 그러나 이 나라 사전은 저마다 제구실을 못한다고 느낍니다. 이 가운데 한국말사전처럼 제구실을 못하는 사전은 없다고 느낍니다. 정작 다루어야 할 낱말풀이와 보기글 쓰임새는 아무렇게나 달거나 돌림풀이(순환정의)가 되기 일쑤이고, 바탕 낱말이 무엇인지 제대로 갈피를 못 잡습니다. 한겨레가 예부터 쓰던 낱은 업신여기고 한자말을 우러르는 데다가, 프랑스 역사학자와 영국 철학자 이름까지 실으니, 이 무슨 한국말사전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한국말사전을 살펴보면, 모두 여덟 가지 한자말 ‘지인’이 나옵니다. 이 가운데 우리가 쓰는 지인은 몇 가지가 될까요? ‘至人’이나 ‘至仁’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이 있을까요? 이런 말을 우리가 알아야 할까요? 이런 말을 한국말사전에서 다루어야 할까요?


  “아는 사람”을 뜻하는 ‘知人’ 하나만큼은 한국말사전에 실을 수 있다고 할 분들이 있을 텐데, ‘知人’ 또한 한국말이 아닙니다. 한국말사전에 이 낱말을 싣는다고 한다면 ‘외국말’로 실어야지 ‘한국말’로는 실을 수 없습니다.


 그 친척과 지인 관계까지도 (x)

 그 친척과 아는 사람까지도 (o)


  “아는 사람”을 가리킨다는 한자말 ‘知人’을 받아들여서 쓰는 일은 아름답지 않습니다. “아는 사람”을 가리키는 한국말은 ‘아는 이’나 ‘아는 사람’일 뿐입니다. 또는, ‘이웃’이나 ‘동무’입니다.


  덕이 높으면 덕이 높다고 할 일이고, 마음이 어질면 어질다고 할 일이며, 마음이 따뜻하다면 따뜻하다고 할 일입니다. 우리한테는 ‘지인(遲引)’도 ‘지연(遲延)’도 아닙니다. ‘늦어지다’나 ‘질질 끌다’나 ‘더디어지다’입니다. 한국말사전이 한국말사전 구실을 제대로 못하니, 올림말이 엉망이면서 사람들 말씀씀이마저 엉망이 됩니다. 4339.10.26.나무/4341.8.1.쇠/4347.6.30.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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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몇몇 사람을 알았지만, 내가 옮기고자 한 곳은 아니었다


‘지역(地域)’은 ‘곳’으로 고쳐씁니다. ‘물론(勿論)’은 ‘뭐’나 ‘그럭저럭’이나 ‘이래저래’나 ‘두말할 것 없이’로 손볼 만한 낱말인데, 글흐름으로 본다면 ‘아무튼’이나 ‘그래서’나 ‘그러니까’를 넣어도 잘 어울립니다.



 지인(至人) : 더없이 덕(德)이 높은 사람

 지인(至仁) : 더없이 인자함

 지인(知人)

  (1) 아는 사람

   - 도현의 가족뿐 아니라 그 친척과 지인 관계까지도 세밀히 파악하고 

  (2) 사람의 됨됨이를 잘 알아봄

 지인(知印) : [역사]고려 시대에, 중서문하성과 도평의사사에 속한 구실아치

 지인(指印) = 지장(指章)

 지인(智仁) : [역사] 통일 신라 시대의 중

 지인(智印) : [불교] 보살의 지혜(智慧)를 나타내는 표지인 인계(印契)를 통틀어 이르는 말

 지인(遲引) = 지연(遲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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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량한 말 바로잡기

 (1606) 지인 2


얼마 전 지인에게서 가정 폭력 문제가 있는 어느 가족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루리-아빠와 함께 그림책 여행》(북극곰,2014) 341쪽


 지인에게서

→ 아는 사람한테서

→ 어떤 사람한테서

→ 이웃한테서

→ 동무한테서

 …



  “아는 사람”은 누구일까요. 말 그대로 “아는 사람”일 테지요. 그러면 ‘이웃’은 누구일까요. 말 그대로 ‘이웃’일 테지요. 이웃 가운데 아주 가까운 사이를 ‘이웃사촌’이라고 가리킵니다. 그러니까, 이웃이라 해서 모두 가깝다는 뜻은 아닙니다. 말 그대로, 나와 가까운 곳에서 사는 사람을 이웃이라 합니다. 다시 말하자면, “아는 사람”이란 ‘이웃’입니다. 조금 더 가까이 “아는 사람”일 때에는 ‘알음알이’라고 합니다. 꽤 많이 가까운 “아는 사람”일 적에는 ‘몸알리’라고 해요. 허물이 하나도 없이 매우 가까운 사이인 “아는 사람”이라면 ‘너나들이’입니다.


  우리가 “아는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요. 우리는 어떤 사람을 얼마나 알까요. 그리고, 한국사람으로서 한국말을 얼마나 아는가요. 4347.6.30.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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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앞서 이웃한테서 ‘식구한테 주먹다짐을 하는 사람’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얼마 전(前)”은 “얼마 앞서”로 다듬습니다. “가정(家庭) 폭력(暴力)에 문제(問題)가 있는”은 그대로 둘 수 있을 테지만 “식구를 때리는”이나 “식구한테 주먹다짐을 하는”으로 손보면 한결 낫습니다. “어느 가족(家族)에 관(關)한 이야기”는 “어느 식구 이야기”로 손질합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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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화과를 더 많이 얻는 길



  무화과알을 더 많이 얻는 길을 석 달쯤 앞서 배웠다. 아니, 아마 더 일찌감치 배웠을는지 모른다. 그런데, ‘배웠다’고 해야 할는지 잘 모르겠다. 배웠다기보다는 ‘보았다’고 해야 옳지 싶다.


  무화과알을 더 많이 얻으려면 해마다 가지를 뭉텅뭉텅 자르면 된다. 능금알도 배알도 포도알도 이와 같다. 해마다 나뭇가지를 뭉텅뭉텅 잘라 주면 된다. 감알도 이와 같다. 감알을 더 많이 더 크게 얻고 싶다면, 가지를 뭉텅뭉텅 자르면 된다.


  그런데, 나뭇가지를 더 치고 자꾸 쳐야 열매를 더 많이 얻을 수 있을까. 열매를 더 많이 얻는 길은 오직 이 하나뿐일까.


  생각하고 또 생각해 본다. 열매를 열 알 먹으면 배부른가, 배가 덜 부른가. 열매를 스무 알 먹으면 배부른가, 배가 덜 부른가. 열 알 거둔 열매 가운데 다섯 알을 이웃과 나눌 적하고, 여섯 알이나 일곱 알을 나눌 적하고, 어느 쪽이 배가 부를까. 꼭 스무 알이나 서른 알을 거두어서 열 알이나 스무 알쯤 이웃하고 나누어야 배가 부를까.


  해마다 가지를 끔찍하게 잘린 채 열매를 내놓아야 하는 나무는 오래 살지 못한다. 몇 해 못 살고 죽는다. 열매장사를 하는 이들은 으레 열 해쯤 이렇게 나무를 들볶다가 새 나무를 심는다고 한다. 오늘날 열매장사는 나무 한 그루로 열 해 동안 엄청나게 열매를 뽑아내도록 들볶는단다.


  들볶인 나무가 내놓는 열매를 먹는 사람은 얼마나 즐거울 만할까 궁금하다. 들볶인 나무가 피처럼 내뱉은 열매를 먹는 사람은 얼마나 배부를 만할까 궁금하다. 들볶인 닭이 낳은 달걀은 우리한테 얼마나 맛있거나 즐거울까.


  나무 한 그루가 천 해쯤 살면서 나와 내 아이들과 내 아이들이 낳을 아이들이 오래오래 두고두고 열매를 얻을 수 있는 길을 헤아려 본다. 나로서는 ‘무화과를 더 많이 얻는 길’은 나뭇가지를 해마다 뭉텅뭉텅 자르는 짓이 아니다. 무화과나무가 우람하게 자라서 푸르게 고운 그늘을 베풀고, 싱그러운 잎사귀를 선보이면서, 곧잘 열매를 맺는 길이라고 느낀다. 천 해에 걸쳐 누릴 열매를 고작 열 해 동안 울궈내고 싶지는 않다. 4347.6.30.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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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걀꽃에 내려앉는 나비



  달걀꽃에 나비가 내려앉습니다. 우리 집 풀숲이나 여느 들이나 빈터에서 하얗게 꽃잔치를 이루는 달걀꽃을 물끄러미 바라볼라치면, 언제나 나비가 이곳에서 춤을 춥니다. 오늘날 퍽 많은 사람들은 망초나 개망초라는 풀을 썩 안 좋아할는지 모르지만, 나비는 이를 가리거나 따지지 않습니다. 나비는 달걀꽃을 퍽 좋아합니다. 아니, 나비가 안 좋아하는 꽃이 있겠느냐만, 어느 나비이든 달걀꽃을 무척 좋아합니다.


  나비가 달걀꽃을 좋아하니 달걀꽃은 꽃가루받이를 한결 잘 할 수 있겠지요. 꽃가루받이를 한결 잘 할 수 있으면 씨앗도 더 널리 퍼뜨릴 테지요.


  요즈음 시골에서는 꽃가루받이를 나비나 벌이 하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하나하나 손으로 하기 일쑤입니다. 요즈음 시골에서는 나비나 벌을 ‘사람한테 도움이 되는 벌레’로 여기지 않습니다. 나비 애벌레가 남새를 갉아먹는다고 하면서 ‘사람한테 도움이 안 되는 벌레’로 여깁니다. 요즈음 시골에서는 농약과 살충제를 써서 ‘남새 아닌 풀’을 죽이고 ‘남새이든 남새 아닌 풀이든 내려앉아 꽃가루를 빨아서 먹는 나비’를 죽입니다.


  달걀꽃을 바라봅니다. 예부터 나비는 사람들과 동무였습니다. 아직 애벌레일 적에는 온갖 풀을 조금씩 갉아먹으면서 살고, 다 큰 어른인 나비가 되면 꽃가루받이를 할 뿐 아니라, 우리 두 눈을 즐겁게 해 주기에 오랜 동무였습니다. 이제 현대문명 사회에서는 빈터와 풀밭이 사라집니다. 빈터와 풀밭이 사라지니, 애벌레가 갉아먹을 만한 여느 풀잎이 자취를 감추어요. 여느 풀잎이 자취를 감추니, 사람들이 심은 남새 잎사귀만 갉아먹을 수밖에 없습니다.


  나비가 살아남으려면 빈터와 풀밭이 있어야 합니다. 빈터와 풀밭이 있어야 아이들이 뛰놀 자리가 생깁니다. 아이들이 뛰놀아야 이 나라와 지구별이 싱그럽게 되살아납니다. 아이들이 뛰놀면서 이 나라와 지구별이 싱그럽게 되살아나야, 비로소 사랑이 싹터서 자랍니다. 4347.6.30.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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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 없는 도서관은 때려부수자



  어릴 적부터 곧잘 들은 이야기 가운데 하나는 “도서관에는 만화책이 없다.”이다. 왜 도서관에 만화책이 없지? 도서관이 얼마나 대단한 곳이기에 만화책을 안 두지?


  책을 무엇으로 보기에 이 따위로 하는가 하고 그동안 생각했다. ‘십진분류법’을 살펴본다는 생각은 여태 품지 않았다. 오늘 비로소 십진분류법을 살펴본다. 어디 보자, 만화책은 어디에 들어가야 할까? ‘예술’ 갈래에? ‘문학’ 갈래에? 또는 ‘총류’ 갈래에?


  십진분류법을 살펴보는 김에 ‘한국 십진분류법’뿐 아니라 ‘일본 십진분류법’을 살펴본다. 어라. 일본에서도 ‘만화’가 들어갈 자리가 없네?


  그렇구나. 도서관에서는 아예 만화책을 책으로 다루지 않는구나. 만화책을 아예 십진분류법 갈래에 안 넣었으니, 도서관에서는 만화책을 둘 까닭이 없구나. 만화책은 어디에도 낄 자리가 없으니, 얌전히 공부해서 자격증을 딴 도서관 사서가 스스로 만화책을 장만해서 갖출 일이 없을 뿐더러, 도서관 책손이 만화책을 갖추어 달라고 말해도 만화책을 챙겨서 갖출 까닭조차 없구나.


  더 재미있는 대목이 있으니, 도서관 십진분류법에는 ‘어린이책’이 없다. 어린이책도 만화책과 똑같이 도서관에 들어갈 자리가 없다. 그래서 예전에는 도서관에 참말 동화책도 동시집도 없었다. 요즈음은 ‘어린이책 도서관’을 새로 짓고 ‘어린이책 십진분류법’도 새로 만든 줄 아는데, 이렇게 하더라도 도서관이라는 곳이 어른만 다니는 곳이 아니기 때문에, 마땅히 어린이책을 갖추어야 하지만, 도서관 사서는 이러한 대목을 헤아리지 않는다. 아름다운 어린이책을 ‘어른도 함께 읽’도록 이끌거나 알려주는 도서관 사서가 한국에 몇이나 있을까? 아니, 어린이책을 함께 읽지 않는 어른이 어떻게 아이들을 사랑하거나 아끼거나 돌볼 수 있는가? 어린이책을 함께 읽지 않는 어른이 어떻게 교육정책이나 사회정책이나 문화정책 따위를 내놓을 수 있는가?


  그리고, ‘환경책’도 십진분류법에서 들어갈 자리가 없다. 지구 환경을 생각하는 이야기를 담은 책은 언제나 엉뚱한 자리에 꽂혀야 한다. 무슨 소리인가 하면, 도서관 십진분류법은 책을 알맞게 나누어 갈무리하는 얼거리가 아니다. 사람과 삶 사이에 높다랗게 세우는 울타리가 십진분류법이다. 십진분류법에 따라 책을 나누어서는 안 된다. 삶에 따르고 사람에 따라 책을 살펴야 한다. 이야기에 따라 책을 가누고, 이야기를 헤아리면서 책을 갖추어 꽂아야 도서관이다.


  만화책 없는 도서관은 때려부수어야 한다고 느낀다. 어린이책 없는 도서관도 함께 때려부수어야 한다고 느낀다. 만화책과 어린이책이 없는 곳은 도서관이 아니다. 책무덤일 뿐이다. 4347.6.30.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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