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에서 <책빛숲>을 소개하는 글을 써 주었습니다.

잘 살펴 주어서 참 고맙다고 느낍니다.

이 작은 책이

우리 책마을에 사랑스러운 씨앗이 될 수 있도록

예쁜 징검돌을 놓아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


[책과 삶]헌책방 단골 23년 ‘시간의 풍경화’
문학수 선임기자 sachimo@kyunghyang.com

▲ 책빛숲, 아벨서점과 배다리 헌책방거리…최종규 | 숲속여우비 | 384쪽 | 1만5000원


개인적 일기는 사회적이고 역사적인 기록으로 남을 수 있다. 이 책이 그렇다. 저자 최종규가 군에서 제대한 직후인 1998년부터 두 아이의 아빠로 살고 있는 지금에 이르기까지, 인천 배다리 헌책방거리를 드나들며 남겨놓은 개인의 기록이다. 글과 더불어 직접 촬영한 사진들도 수록했다. 책은 하나의 공간을 오래도록 지켜본 사람이 그려놓은 ‘시간의 풍경화’라고 할 수 있다. 짧은 단편들을 모아놓은 옴니버스 소설, 혹은 영화의 분위기를 풍기기도 한다.

저자는 이제 마흔 살이다. 그는 인천 배다리에 자리한 여러 헌책방 중에서도 특히 아벨서점의 단골이다. 이 책방에 처음 발을 디딘 것은 1992년 7월, 저자가 고등학교 2학년이었을 때다. 교보문고 같은 대형서점에서 살 수 없었던 독일어 교재가 물어 물어 찾아간 아벨서점에 있었다. 그때부터 주마다 두세 차례씩 아벨서점을 드나들었다. 말하자면 그는 ‘아벨서점 키드’였다. 군에서 제대해 PC통신 ‘나우누리’에서 ‘헌책방 사랑누리’라는 모임을 만든 것이 헌책방 거리에 대해 글을 쓴 계기였다. 카메라 조리개와 초점을 간신히 맞출 정도의 아마추어였지만 사진도 찍기 시작했다. 그것이 이 책의 출발점이다. 

책은 내레이션이 풍성한 한 편의 흑백영화를 보는 듯하다. 저자는 일기를 쓰듯이 헌책방거리에서 만난 책들과 그곳의 풍경을 묘사한다. 명절의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찾아간 아벨서점의 책시렁에는 대하소설 <임꺽정>과 <객주>가 얹혀 있었다. 주머니 사정을 걱정하다 <객주>를 집어든 그는 “열 권에 1만5000원, 신문 배달을 해서 한 달 버는 일삯 32만원 가운데 1만5000원이 한꺼번에 빠져나간다”고 푸념을 늘어놓기도 한다. 자신보다 어린 고등학교 여학생들이 소설책을 사는 모습을 빙그레 웃으며 바라보기도 하고, 서점을 나가는 여학생들의 뒷모습을 향해 “예쁘기도 하지!”라며 중얼거리는 주인 아주머니의 모습을 묘사하기도 한다. 

이런 유의 책이 대개 그렇듯, 책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따뜻하면서도 쓸쓸하다. 저자는 2001년부터 기획·편집자로 일하다 지금은 전남 고흥 동백마을에서 ‘사진책 도서관 함께살기’라는 모임을 꾸리고 있다. 그의 손을 거쳐간 책 중에는 <보리 국어사전>도 있다. 그의 배다리 헌책방거리 나들이는 2000년대로 들어서면서 차츰 뜸해진다. 일과가 바쁘고, 전남 고흥으로 삶의 터전을 옮긴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23년간의 헌책방거리 나들이는 올해 6월3일의 일기로 마무리된다. 저자는 두 아이를 데리고 배다리의 대창서림을 찾아가 이번에도 역시 몇 권의 헌책을 산다. 검은 비닐봉지에 담긴 책을 들고 서점 문을 나서는 순간, 거리에는 비가 내리고 아이들은 비를 맞으며 깔깔거린다. 책의 마지막 미장센마저도 흑백영화의 한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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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생각 2. 건널목에서



  건널목에서는 반드시 자전거에서 내린 뒤 두 다리로 거닐면서 자전거를 끌어야 합니다. 건널목에서 자전거를 탄 채 달리면 ‘교통법 위반’입니다. 오토바이도 그렇지요. 오토바이도 건널목을 달리면서 건널 수 없습니다. 이렇게 건너면 안 되지요. 사람들을 다치게 할 수 있어요. 오토바이뿐 아니라 자전거도 건널목에서는 반드시 끌면서 지나가야 합니다. 더 따지고 보면, 오토바이는 건널목으로 지나가면 안 돼요. 오토바이는 교통신호에 맞추어 찻길로 지나가야 합니다.


  오토바이가 건널목을 부릉부릉 달리며 지나갈 적에 붙잡아 딱지를 먹이는 경찰은 못 봅니다. 자전거가 건널목을 씽 달리며 지나가려 할 적에 멈춰 세워서 딱지를 먹인다든지 으름장을 놓는 경찰도 못 봅니다.


  어른인 나도 건널목에서 자전거를 마주치면 움찔합니다. 아이들은 건널목에서 자전거를 마주치면 깜짝 놀라 얼어붙어 그 자리에 우뚝 섭니다. 건널목에서 함부로 자전거를 싱 달리며 건너는 짓은 대단히 아슬아슬해요. 생각을 해야 합니다. 건널목을 건너야겠으면 자전거에서 내리셔요. 자전거에서 반드시 내려야 합니다.


  저도 철이 들기 앞서까지는 이렇게 해야 하는 줄 몰랐습니다. 건널목에서 그냥 자전거를 탄 채 건너기 일쑤였어요. 둘레에서 알려주는 사람도 없었어요. 철이 들고 나서 혼자 이럭저럭 ‘교통 법규’와 ‘자전거 교통법’을 살피면서 뒤늦게 알았어요.


  생각해 보면, 건널목에서 자전거를 타는 짓은 참 우악스럽습니다. 굳이 교통 법규나 자전거 교통법을 익힌 뒤에 깨달을 일이 아닙니다. 핑계일 뿐입니다. 사람이라면, 어른이라면, 이런 대목은 스스로 몸으로 알아야 합니다. 나도 참 철부지였으니 스물대여섯 살이 넘도록 바보스럽게 자전거를 탔습니다.


  자전거를 타고 건널목을 건너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찻길로 달려야지요. 자전거에서 내리지 않으면서 길을 건너고 싶다면 그저 찻길로만 달려야지요. 건널목으로 넘어오면 안 됩니다. 건널목은 오직 ‘걷는 사람’ 자리입니다. 걷는 사람이 다니는 길에는 섣불리 자전거로 올라와서는 안 됩니다. ‘자전거 다니는 길’에 오토바이나 자동차가 올라오면 어떻겠어요? 끔찍하겠지요. 사람이 걷는 길에 자전거가 올라오면 어떠할까요? 어른도 아이도 모두 고단합니다. 4347.7.12.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자전거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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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생각 1. 안장 높이



  내가 처음 두발자전거를 타던 때를 떠올려 봅니다. 그때 참 많이 넘어지거나 부딪혔습니다. 어떻게 넘어졌느냐 하면 꽈당 하고 넘어지고, 와장창 하면서 부딪혔습니다. 나는 인천에서 나고 자랐습니다. 도시인 인천이니 흙바닥 아닌 아스팔트바닥입니다. 이런 길바닥에서 처음으로 두발자전거를 달리며 무릎과 정강이가 길게 긁히거나 찢겼습니다. 전봇대나 가로등에 아주 세게 부딪혔습니다. 머리통이 깨지는 줄 알았고, 자전거가 부서지는 줄 알았습니다. 그래도 다리를 절며 자전거를 타려 했습니다.


  나한테 안장 높이를 알려준 어른이나 동무는 없었습니다. 다만 한 가지는 있었습니다. 나이가 어리고 몸이 작던 우리들은 어른들처럼 ‘높은 자전거’를 타고 싶었습니다. 발이 안 닿아도 안장을 높이 올리고 싶었습니다.


  안장을 허리보다 살짝 낮은 자리에 맞추어야 하는 줄 알려준 어른은 왜 없었을까요. 엉덩이보다 안장이 높아야 하는 줄 가르친 어른은 왜 없었을까요. 자전거에 올라타서 발판을 구를 적에 무릎이 안장 위로 올라오면 안 되는 줄 살핀 어른은 왜 없었을까요.


  발판을 구르는 무릎은 안장보다 낮은 데에서 가볍게 맴돌아야 합니다. 발판은 앞꿈치로 가볍게 구르면서, 발판이 한 바퀴를 돌 적에 앞꿈치에 살짝 힘을 주며 끌어당기듯이 하고, 다른 발로는 앞꿈치로 가볍게 누르듯이 발판을 밟아야 합니다. 이렇게 하면 자전거가 안 흔들리고 곧게 나아갑니다. 무릎과 발목도 아프지 않습니다.


  안장 높이를 제대로 맞추어야 등허리를 곧게 폅니다. 빨리 달리려는 ‘사이클’은 등허리를 구부정하게 하면서 타지요. 그러나, ‘사이클’이라는 자전거가 아니라면 등허리를 곧게 펴면서 타야 합니다. ‘산 타는 자전거(멧자전거)’도 등허리를 곧게 펴면서 타기에는 어울리지 않습니다. 아이와 어른이 여느 마을에서 가볍게 타면서 다니는 자전거라면 모두 등허리를 곧게 펴면서 탑니다. 팔은 손잡이까지 곧게 뻗습니다. 손목은 아래로 처지지 않게 팔 흐름에 따라 곧게 폅니다.


  시골에서나 도시에서나 자전거를 타는 아이들이 꽤 많습니다. 어버이라면 아이한테 자전거를 한두 차례 장만해 주지 싶습니다. 그러나, 자전거를 제대로 모르는 채 장만해 줄 뿐 아니라, 안장 높이를 아이가 스스로 알맞게 맞추도록 가르치지 못할 뿐더러, 어버이(어른) 스스로 아이 자전거 안장을 맞추어 주지도 못합니다. 자전거를 타면서 안장 높이를 제대로 맞추지 않으면 무릎이 힘들어 얼마 못 타거나 외려 다리가 아프고 몸이 결리기 마련입니다. 4347.7.12.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자전거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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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4-07-12 07:28   좋아요 0 | URL
안장 높이가 이래야 하는군요. 언젠가 자전거를 타다가 자꾸만 안장이 내려 앉아 혼난적이 있었어요. ㅎㅎ
앞으로 '자전거 생각'을 열심히 읽으며 자전거에 대해 많이 배워야겠습니다~

파란놀 2014-07-12 07:37   좋아요 0 | URL
<난 자전거를 탈 수 있어>에 나오는 안장은
'최소 높이'입니다 ^^

이 그림에서 안장은 살짝 낮은데,
아이가 일곱 살이라 이만큼으로 했구나 싶은데,
팔을 저렇게 곧게 뻗고
손목도 팔흐름에 따라
이렇게 되면서
등허리를 반듯하게 펴야
자전거를 타는 '가장 바른 매무새'예요.

이렇게 하면 자전거를 오래 타도
몸이 힘들지 않아요~
 

나는 2009년에 <자전거와 함께 살기>라는 책을 선보였습니다.

다만, 이 책은 그리 팔리지 못했습니다.

'자전거 여행기'가 아닌

'자전거 생활기'는 팔기가 어렵다는 이야기를

이겨 내지 못했습니다.


그렇지만 언젠가 '자전거 생활기'를 다시금 선보여

내 고운 이웃들이

자전거와 함께 삶을 즐거이 가꾸는 길에

살가운 동무가 되는 이야기책을 꾸려야겠다고

생각하며 지냅니다.


마음에 얹힌 응어리처럼

'자전거 이야기'가 맴도는데

요 며칠 일산마실을 하면서

이곳저곳에서 자전거를 마주치면서

"자전거 생각"을 찬찬히 써야겠다고 느낍니다.


취미로 즐기든

여행으로 삼든

출퇴근 벗님이 되든

아이들 태우고 마실 다니든

자전거가

삶에서 어떠한 빛이 되는가 하는 이야기를

조곤조곤 적어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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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산 라페스타 알라딘 책방



  곁님 어버이와 동생들은 경기도 일산에 산다. 우리 집 아이들은 일산 할머니 할아버지 이모 이모부 삼촌을 보고 싶어 경기도 일산으로 온다. 두 아이 이를 고칠 적에도 경기도 일산으로 온다. 이를 고친 뒤 아이들이 놀고 싶다는 바람을 들어 주려고 이래저래 놀이터를 찾다가 라페스타라는 데에 온다. 이쪽에 뽕뽕이 놀이기구가 있기 때문이다.


  금요일 낮에도 사람이 북적거리는 곳에서 살짝 책방을 들른다. 라페스타라는 데에 책방이 있었는지 잘 모르겠지만, 알라딘 책방이 몇 해 앞서 문을 열었다. 책을 한두 권 구경해서 집어들더라도, 나로서는 가뭄에 단비 같은 쉼터이다. 아이들 오줌도 누이고 그림책 한 권과 만화책 두 권을 고른다.


  책방이란 어떤 곳일까. 책방은 어디에 있어야 할까. 책방은 마을에서 어떤 몫을 할까. 아이들을 헤아려 책방을 꾸미거나 보듬는 어른은 얼마나 있을까.


  예부터 시골에서든 서울(도시)에서든 아이들 웃음소리가 들리는 데가 ‘사람내음이 고소하게 풍기는 아름다운 삶터’라 했다. 그런데, 오늘날 시골에서나 서울에서나 아이들 웃음소리를 듣기 어렵다. 전철이나 버스나 기차에서 아이들이 하하 호호 깔깔 낄낄 웃고 뛰놀려 하면, 어른들은 이맛살이나 눈살부터 찌푸린다. 공공기관이나 학교 같은 데에서 아이들이 달리거나 뛰려 하면, 어른들은 큰목소리부터 낸다.


  아이들은 어떡해야 하나. 아이들은 동네 골목길마저 없다. 아이들은 아파트 놀이터조차 너무 좁다. 마음껏 달릴 곳도, 신나게 연을 날릴 곳도, 구슬을 치거나 금긋기놀이를 할 만한 곳도 없다. 한참 놀다가 낯이나 손발을 씻을 냇가도 없고, 한참 놀다가 다리를 뻗으며 폭 주저앉을 풀밭이나 나무그늘도 없다. 웬만한 길바닥은 어른들이 술을 마시다 얹혀서 게운 자국이 또렷하고, 어른들이 뱉은 침과 어른들이 버린 쓰레기가 그득할 뿐 아니라, 자동차가 끊임없이 달린다.


  복닥복닥 웃음소리와 노래가 흐르는 책방이나 도서관이 생길 수 있기를 빈다. 아이도 놀고 어른도 노래하는 ‘삶마당’답게 나무가 있고 냇물이 흐르는 동네와 마을이 퍼질 수 있기를 빈다. 4347.7.12.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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