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글 읽기

2014.7.14. 큰아이―할머니



  일산마실을 끝내고 고흥으로 돌아오는 날 아침, 일곱 살 사름벼리는 오늘도 씩씩하게 일찍 일어난다. 모두 바쁘게 아침을 맞이한다. 동생은 아주 고단해서 늦게까지 안 일어나고, 혼자 뛰노는 사름벼리는 할머니 집 밭자락 한쪽에 나뭇가지로 글씨를 쓴다. 할·머·니.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나야? 고양이야? - 베틀리딩클럽 저학년 그림책 2002 베틀북 그림책 10
기타무라 사토시 지음, 조소정 옮김 / 베틀북 / 2000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410



아이들 눈망울을 보셔요

― 나야? 고양이야?

 기타무라 사토시 글·그림

 조소정 옮김

 베틀북 펴냄, 2000.5.20.



  풀벌레가 노래하는 밤입니다. 아직 칠월인데 이 밤에 풀벌레 노랫소리만 들릴 뿐, 개구리 노랫소리가 들리지 않습니다. 지난해에도 이런 여름밤을 맞이한 적이 있습니다. 그러께에도 이런 여름밤을 맞이하기도 했습니다. 하루아침에 온 들판 개구리 노랫소리가 끊어집니다. 왜 개구리 노랫소리가 사라질까요. 왜 논에서 개구리가 울지 않을까요.


  풀벌레가 노래하는 곳도 그리 넓지 않습니다. 풀벌레는 풀숲이 있어야 노래할 수 있습니다. 풀숲이 없다면 풀벌레는 깃들기 어렵고, 풀숲이 없는 데에서 풀벌레는 알을 낳아 새끼를 보기 어렵습니다.


  개구리와 풀벌레가 사라지는 데에서는 벌과 나비도 자취를 감춥니다. 개구리와 풀벌레와 벌과 나비가 사라지는 데에서는 어린이도 자취를 감춥니다. 다시 말하자면, 들이 들답지 못하거나 숲이 숲답지 못할 적에는 시골마을에 아이들이 사라집니다. 아니, 시골마을에서 태어나 자라던 아이들을 몽땅 도시로 보내면서, 시골마을 자그마한 학교가 문을 닫고, 시골마을에 남은 늙은 할매와 할배는 농약과 비료와 항생제와 비닐을 쓰는 ‘새마을 농업’을 할 뿐입니다.



.. 아래층으로 내려갔는데, 엄마 때문에 밥도 못 먹었어요. 엄마가 무지무지 화를 내더라고요. 나는 엄마 손에 붙들려 스쿨버스 타는 곳까지 끌려갔어요. 그렇게 학교에 가게 됐는데……. 그런데 아직도 내가 집에 있는 거예요 ..  (6쪽)




  도시에서는 ‘친환경’이나 ‘무농약’이나 ‘저농약’이나 ‘유기농’ 같은 이름을 붙인 곡식과 열매를 다룹니다. 도시에는 들도 숲도 없지만, 가까운 어느 가게를 가든 ‘농약을 안 썼다’고 하는 곡식이나 열매를 장만하기 쉽습니다. 돈만 있으면 못 사는 것이 없는 도시입니다.


  도시에서는 언제나 사람이 넘치고, 시골에서는 언제나 사람이 모자랍니다. 도시에서는 언제나 기계가 넘치고, 시골에서도 언제나 기곗소리가 가득합니다. 도시에서는 사람이 많아도 기계가 넘치며, 시골에서는 사람이 모자라기에 기계가 넘칩니다.


  생각할 노릇입니다. 사람들이 온통 도시로 몰리는 오늘날 얼거리에서, 시골에 몇 안 남은 사람들이 어떻게 ‘농약 안 쓰는 농업’을 할 수 있을까요. 아이를 낳으면 시골에서 키우지 않는 오늘날이고, 아이들이 자랄 적에 아이들더러 ‘너 농사꾼이 되렴’ 하고 이끌거나 가르치지 않는 오늘날인데, 왜 도시사람은 ‘농약 안 쓰거나 덜 쓴 것’을 그토록 찾으려 할까요.



.. 일어나 보니 기분이 한결 나았어요. 고양이가 돼 보는 것도 나쁘지만은 않은 것 같았죠. 고양이는 학교에 안 가도 되잖아요, 안 그래요 ..  (10쪽)





  마을마다 거의 비슷한 때에 농약을 칩니다. 우리 마을과 이웃 여러 마을은 올해부터 ‘친환경농업단지’에서 ‘풀렸’습니다. 여러 해에 걸쳐 ‘농약 검사에서 걸렸’기 때문입니다. 농약을 안 쓰든 ‘친환경 이름이 붙은 농약을 쓰’든 해야 했을 테지만, 두 가지를 모두 어겼으니, 농약 검사를 할 때마다 걸릴 수밖에 없었으리라 느낍니다.


  참으로 마땅한 일인데, 논에 농약을 치면 개구리가 모조리 죽습니다. 개구리를 비롯해서 거미와 잠자리도 다 함께 죽습니다. 이와 함께 제비와 수많은 새들이 죽고, 벌과 나비까지 죽어요.


  개구리와 거미와 잠자리와 제비와 새가 죽으면 어찌 될까요. 모기와 파리가 들끓습니다. 모기와 파리가 들끓으면 어떻게 할까요? 다시금 벌레 잡는 약을 끝없이 뿌리지요. 끝없는 수렁이 되풀이되는 셈이고, 끝 간 데 없이 쳇바퀴를 도는 모습입니다. 사람들은 무엇을 하려고 농약을 칠까요. ‘새마을 농업’은 왜 농약과 비료와 항생제와 비닐을 앞세워 ‘수확량 늘리기’를 꾀할까요. 더 많이 거두어서 무엇이 좋을까요. 흙을 농약과 비료와 항생제와 비닐로 망가뜨리면, 이런 흙에서 이듬해에 무엇을 거둘 수 있을까요. 흙이 망가지고 들과 숲이 엉망진창이 된 시골에 어떤 어버이가 어떤 아이를 그대로 두면서 삶을 가꾸고 싶을까요.



.. 엄마는 마침내 아들에게 뭔가 심상찮은 일이 일어났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엄마는 걱정이 됐는지 의사 선생님에게 전화해서 당장 와 달라고 했어요 ..  (27쪽)




  기타무라 사토시 님이 빚은 그림책 《나야? 고양이야?》(베틀북,2000)를 아이와 읽으면서 생각합니다. 학교에 가기 싫어 날마다 늦잠을 자는 아이가 나옵니다. 아이 어머니는 날마다 아침에 아이를 깨우느라 바쁩니다. 아이 어머니는 아이한테 그저 밥을 먹여 얼른 학교로 보냅니다. 아이가 학교에서 무엇을 하는지 모릅니다. 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온 뒤에도 집에서 무엇을 하는지 들여다보지 않습니다.


  학교에서 교사도 아이가 저마다 어떤 삶을 누리는지 살피지 않습니다. 학교에서 교사 노릇을 하는 어른도 지치거나 고단합니다. 아이도 어른도 학교에 가기 싫습니다. 그렇지만, 아이도 어른도 억지로 학교에 갑니다.


  학교란 어떤 곳일까요. 학교는 왜 세웠을까요. 어른들한테 일자리를 주려고 만든 학교일까요. 아이들한테 입시지옥을 겪게 하려고 만든 학교일까요. 학교에서는 어떤 지식을 어떤 교과서로 아이들 머릿속에 집어넣고 싶을까요. 학교를 마친 아이들은 어떤 마음가짐으로 어떤 삶을 가꾸는 어른으로 지내는가요.


  아이들 눈망울을 바라볼 수 있기를 빌어요. 어른들은 서로서로 눈빛이 어떠한지 들여다볼 수 있기를 빌어요. 아이들이 눈망울이 초롱초롱 빛나는가요? 어른들은 눈빛이 해맑게 빛나는가요?


  교육을 학교에 맡기지 말아요. 아이들이 배울 것은 어른들이 먼저 스스로 배운 뒤, 아이한테 기쁘게 물려주어요. 삶을 사회나 복지나 문화에 맡기지 말아요. 스스로 삶을 가꾸면서 날마다 새롭게 노래를 불러요. 그리고, 노래 하나만 놓고 보더라도, 텔레비전으로 아이한테 노래를 가르치지 말아요. 어버이 스스로 즐겁게 삶을 노래하면서 이 노래를 아이들이 물려받을 수 있도록 해요.


  아이가 어떤 숨결인지 바라볼 수 있기를 빌어요. 아이로 지내면서 어른이 된 우리들은 서로서로 어떤 넋인지 깨달을 수 있기를 빌어요. 무엇을 먹을 때에 우리 몸이 기쁘고, 어떤 일을 할 때에 웃음이 솟으며, 어느 곳을 보금자리로 삼아 어떤 마을로 일굴 때에 다 같이 어깨동무하면서 아름다울 수 있는지 생각하기를 빌어요. 4347.7.14.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할머니 도시락



  일산 할머니한테서 받은 도시락을 고흥집에 와서 비로소 끌른다. 시외버스에서 먹일까 하다가 그만둔다. 시외버스에서는 고속도로 쉼터에서 장만한 마실거리와 호두과자만 먹인다. 과자 몇 점 집어먹기는 했지만, 아이들은 시외버스에서 그동안 많이 시달려 본 탓인지 좀처럼 이것저것 먹을 생각을 않는다. 처음에는 큰아이가 아버지 어깨와 무릎에 기대어 잠들고, 나중에는 작은아이가 아버지 어깨와 무릎에 기대어 잠든다.


  순천에서 시외버스를 갈아타고 고흥으로 들어올 적에는 둘 모두 기운이 났는지, 한 시간 내내 웃고 떠드느라 법석을 떤다. 군내버스를 타고 마을 어귀에서 내려 집으로 들어오니, 큰아이는 맨 먼저 만화책을 찾는다. 작은아이는 맨 먼저 ‘집에 있는 장난감 자동차’를 찾는다. 나는 맨 먼저 마당 후박나무한테 인사하고 빨랫대를 닦은 뒤 집안 바닥을 마른걸레로 훔친다. 일산에서 빨았으나 덜 마른 아이들 옷가지를 마당에 널고, 나부터 씻은 뒤 내 옷가지를 빨래해서 넌다. 아이들은 씻을 생각이 없다. 생각해 보니, 아이들은 시외버스에서 내내 ‘춥다’고만 했고, 아이들을 챙기고 짐을 짊어지느라 땀을 흘린 사람은 나 혼자이다.


  집에 닿은 뒤 ‘시골물’을 한 잔씩 마시도록 한다. 나는 석 잔 마신다. 아이들이 저마다 놀면서 한 시간쯤 지나니, 작은아이가 먼저 “배고파요.” 하고 말한다. 큰아이한테 묻는다. “벼리야, 너도 배고프니?” “응.” “그러면, 먹자.”


  일산 할머니가 마련해 준 도시락을 꺼낸다. 나도 끼어서 먹을까 하다가, 나까지 먹으면 밥이 모자라니, 아이들만 먹인다. 4347.7.14.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버지 육아일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집이 있는 곳



  고흥에도 짐승우리와 비닐집이 있다. 그러나 다른 시골과 견주면 아주 적다. 높다란 멧골은 없으나 조물조물 숲이 이루어져 푸른 바람이 흐른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마음은 사랑을 먹고, 몸은 밥을 먹는다. 마음은 따사로운 기운을 마시고, 몸은 풀바람과 나무바람을 마신다.

  두 아이 이를 고치려고 두 차례째 나선 나들이를 끝낸다. 시외버스는 곧 고흥읍에 닿는다. 푸른 시골빛이 그득한 우리 집에 곧 돌아간다. 아이들아, 우리 집에 가서 시원하게 씻고 신나게 놀자. 4347.7.14.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고속도로 버스길 책읽기


  시외버스가 고속도로를 달린다. 아직 정안까지 멀다. 고단한 큰아이는 곯아떨어지고, 아침 늦게까지 잔 작은아이는 기운이 넘친다. 시외버스는 버스길로잘 달리다가 어느 때부터 버스길로 안 달린다. 왜 이렇게 갈까? 버스길을 보니 버스 아닌 자가용이 줄줄이 달린다. 왜 이렇게 달릴까?

  나라 곳곳에 자전거길이 있으나 웬만한 자전거길은 자가용이나 짐차가 낮잠 자는 곳 구실을 한다. 더 헤아리면, 여느 거님길에 선 자가용과 오토바이가 참 많다. 사람이 걷거나 쉴 자리가 없이 자동차가 늘어난다. 늘어난 자동차는 어디이든 덥석 물어 버린다.

  고운 넋으로 삶길을 밝히는 책이 있다. 책방은 언제나 고운 책으로 넉넉할 때에 빛나지 싶다. 그런데 오늘날 책방을 보면, 책방에 책 아닌 수험서와 참고서가 훨씬 많다. 오늘날 책방에서 책이란, 수험서와 참고서 옆에서 모양으로만 꾸미는 듯하다. 꼴을 갖춘 책도 책이라기보다 베스트셀러를 노리거나 자기계발로 기울어진다. 겉모습은 책이지만 막상 책이 아니기 일쑤이다.

  책다운 책을 읽으면 공무원시험에 붙기 어려우리라 느낀다. 책다운 책으로 마음을 닦으면 경쟁사회에서 늘 처지리라 느낀다. 책다운 책을 가까이하노라면 으레 자동차와 멀어질 테고 몸을 움직여 흙을 만지면서 숲을 껴안겠지. 권력자도 책과 등을 돌리지만 여느 사람들도 수수한 빛을 멀리한다.

  숲이 사라지는 곳에서 책이 사라지고, 숲과 책이 사라지는 곳에서는 푸른 바람과 노래가 사라진다. 4347.7.14.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삶과 책읽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