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아이 165. 2014.6.29. 여름이 온 책읽기



  여름은 풀내음으로 느낀다. 풀빛이 짙푸를 때에 비로소 여름이로구나 하고 느낀다. 햇볕이 따가우면서 바람이 시원할 적에 참말 여름이네 하고 느낀다. 그리고, 우리 집 큰아이가 어깨를 다 드러내는 치마를 즐겨입는 모습을 보면서, 아하 그야말로 여름이군 하고 깨닫는다. 여름아이가 여름빛을 물씬 풍기면서 마루에 앉아 시원하게 책을 누린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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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아이 164. 2014.6.6. 읽어 준다



  네 살 동생이 그림책을 하나 집어 무릎에 펼친다. ‘할머니’ 이야기가 흐르는 그림책이다. 일곱 살 누나가 이를 알아보고는 동생한테 다가앉는다. 동생은 그림만 거꾸로 펼친 채 휙휙 넘기지만, 누나는 “보라야, 누나가 책 읽어 줄게.” 하면서 글을 하나하나 또박또박 읽어 준다. 동생은 누나가 한 장씩 넘기며 들려주는 목소리를 가만히 귀를 기울여 듣는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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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찍는 눈빛 22. 더 나은 곳은 꼭 있다


  요즈음 여러모로 떠도는 사진을 볼 적마다 으레 고개를 갸우뚱하곤 합니다. 구도나 노출이나 작품성이나 예술성 같은 대목에서 보자면 그야말로 빈틈이 없습니다. 그렇지만 내 마음을 사로잡거나 움직이는 빛은 좀처럼 모르겠습니다. 중견이나 원로라는 분이 내놓은 작품이든, 새내기이거나 나라밖에서 뛰는 분이 내놓은 작품이든, ‘모양’을 잡고 ‘빛깔’을 맞추기는 하는구나 싶으면서도, ‘이야기’를 엮거나 ‘빛’을 담지는 않는구나 싶습니다.

  생각해 보면 실마리는 쉽게 찾을 만합니다. 사진이란 ‘대단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사진처럼, 그림이나 글이나 노래나 춤도 ‘대단한 것’이 아닙니다. 도시와 문화와 문명과 예술도 ‘대단한 것’이 아닙니다. 대학교와 학문과 이론도 ‘대단한 것’이 아닙니다. 사람들이 자꾸 잊는구나 싶어요. ‘대단한 것’을 잊거나 잃는 채, ‘안 대단한 것’을 대단하게 여긴다든지 ‘안 대단한 것’에 대단히 크게 얽매이는구나 싶어요.

  사진을 찍기에 더 나은 곳은 꼭 있습니다. 이를테면, ‘어머니’를 사진감으로 삼겠다고 한다면, 내 어머니를 느낄 만한 곳이나 내 어머니가 지내는 곳이나 내 어머니가 태어난 곳이 ‘사진을 찍기에 더 나은 곳’입니다. 그리고, 어머니는 내 어머니만 있지 않아요. 너희 어머니가 있고 저분 어머니가 있습니다. 이웃 어머니와 지구별 어머니가 있어요. 하나하나 따진다면, 지구별 어디에나 어머니가 있으니, 지구별 어디에서나 찍는 사진이라 하더라도 ‘어머니를 찍는 사진’이 됩니다.

  ‘풍경’을 사진감으로 삼겠다고 한다면, 풍경을 느낄 만한 곳에 있어야 합니다. 그러면 어떤 풍경을 느끼면 될까요. 어떤 풍경을 담으면 될까요.

  풍경은 스튜디오에서 만들 수도 있습니다. 풍경은 골목동네에서 만날 수도 있습니다. 풍경은 도시 한복판에서 마주칠 수도 있습니다. 풍경은 내 마음속에서 태어날 수도 있습니다.

  더 나은 곳은 꼭 있습니다. 더 나은 곳은 바로 내가 살아가는 곳입니다. 더 나은 곳은 어디에나 있습니다. 더 나은 곳은 바로 나 스스로 사랑을 느끼면서 삶을 누리는 곳입니다.

  사진은 ‘대단한 것’이 아닙니다. ‘대단한 것’은 바로 우리 삶입니다. 우리 사랑이 대단합니다. 우리 넋이 대단합니다. 우리 마음과 꿈과 생각이 대단합니다. 사진을 찍으려 한다면, 무엇이 대단하고 무엇이 안 대단한지 알아차릴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는 누구나 ‘사진을 찍으려고 태어난 사람’이 아닙니다. 우리는 저마다 ‘삶을 누리려고 태어난 사람’입니다. 삶을 먼저 즐겁게 누리셔요. 이러면서 흐뭇하게 웃는 마음바탕으로 사진기를 손에 쥐셔요. 이론은 안 배워도 되고, 유학은 안 가도 되며, 전시회는 안 열어도 돼요. 사진을 기쁘게 사랑하고 아름답게 껴안으셔요. 4347.7.16.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사진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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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찍는 눈빛 21. 사진을 배우고 싶으면


  참 많은 사람들이 으레 스스로 말합니다. “나는 사진을 잘 못 찍어요.” 하고. 또는 “나는 사진을 찍을 줄 몰라요.” 하고. 또는 “나는 전문가가 아니라서요.” 하고.

  사진은 잘 찍어야 하지 않습니다. 찍을 줄 모르기에 사진을 못 찍지 않습니다. 사진은 전문가만 찍지 않습니다. 사진기를 다루는 사람은 전문가가 아닙니다.

  참 많은 사람들은 사진찍기처럼 글쓰기나 그림그리기나 노래부르기나 밥하기를 놓고도 이와 똑같이 말합니다. “나는 글을 잘 못 써요.”라든지 “나는 그림을 그릴 줄 몰라요.”라든지 “나는 가수가 아니라서요.”라든지 “나는 요리사가 아니라서요.”처럼.

  사진을 찍는 사람은 ‘사진 전문가’나 ‘사진 직업인’이 아닙니다. 전문가나 직업인 가운데에서도 사진을 찍는 사람이 있으나, 거의 모든 ‘사진 찍는 사람’은 ‘즐김이’입니다. 수수한 사람들이 이녁 여느 삶을 가만히 누리면서 천천히 사진을 찍습니다.

  사진을 배우고 싶으면, 참말 사진을 천천히 배우면 됩니다. 아이가 어른 곁에서 물끄러미 지켜보면서 걸레질과 빨래와 밥하기를 배우듯이, 또 아이가 어른 곁에서 말을 한 마디씩 배우듯이, 또 아이가 어른 곁에서 몸짓을 배우고 호미질과 칼질과 온갖 삶을 배우듯이, 사진으로 차근차근 나아가면 됩니다.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생각이 있을 때에 사진을 찍습니다. 작품이나 예술이 되도록 하자면서 찍기에 사진이 아닙니다. 잘 살펴보셔요. 언제 사진을 찍고 싶나요? 우리 마음에 어떤 모습이 확 와닿으니까 사진을 찍겠지요? 마음 가득 ‘아, 이 모습은 꼭 찍고 싶어!’ 하는 생각이 일어나니까 사진을 찍지요?

  언제 밥을 짓나요? 배고플 때에 밥을 짓습니다. 언제 편지를 쓰나요?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 때에 편지를 씁니다. 언제 잠을 자나요? 졸릴 적에 잠을 잡니다. 언제 여행을 떠나나요? 떠나고 싶을 때에 여행을 떠납니다. 언제 사랑을 속삭이나요? 사랑을 하고 싶을 때에 사랑을 속삭입니다.

  사진을 배우고 싶으면 사진을 배워야 합니다. 사진을 배우려면 삶을 배워야 합니다. 스스로 우러나오는 삶을 제대로 바라보면서 배울 때에, 스스로 즐기거나 누릴 사진을 배울 수 있습니다. 스스로 샘솟는 사랑과 꿈과 생각을 똑바로 마주하면서 깨달을 때에, 언제 어떻게 어디에서 사진을 찍을 수 있는지 알아차립니다. 느낌대로 찍으셔요. 마음대로 찍으셔요. 생각대로 찍으셔요. 우리 삶 그대로 찍으셔요. 4347.7.16.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사진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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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그림 읽기

2013.12.26. 큰아이―아버지 그리기



  그림공책을 척 내밀더니 저를 그려 달라고 한다. 공책에 척척 큰아이를 그려 준다. 큰아이는 저를 그려 달라 할 적에 가만히 서서 말똥말똥 나를 바라본다. 눈빛도 몸빛도 고운 아이를 슥슥 그려서 건넨다. 자, 이제 무엇을 할까 하고 기다려 본다. 큰아이는 “자, 아버지 그려 줄 테니까, 아버지도 얌전히 있어요. 움직이면 안 돼요.” 큰아이가 그림 그리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으려 하니, “움직이지 말라니까요.” 하고 말한다. 그래, 그래, 미안하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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