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레이] 천하장사 마돈나 : 초회 한정판
CJ 엔터테인먼트 / 2013년 2월
평점 :
품절


천하장사 마돈나

2006



  영화 〈천하장사 마돈나〉를 2008년 무렵에 보았다. 처음에는 시큰둥하게 여겨서 극장에서 안 보았다. 뒤늦게 디브이디로 이 영화를 보면서 깜짝 놀랐다. 나는 인천에서 나고 자라다가 1995년부터 인천을 떠났고, 2007년에 비로소 다시 돌아왔다. 이러다가 2010년 가을에 다시 인천을 떠나 시골에서 지내는데, 2008년은 한창 인천 골목동네를 돌아다니던 무렵이다. 어릴 적에는 그리 눈여겨보지 않았으나 어른이 되어 새롭게 돌아보는 고향 골목이라고 할까.


  영화 〈천하장사 마돈나〉는 ‘사내로 태어났으나 가시내로 살고 싶은 아이’가 나온다. 그런데, 이 아이가 지내는 골목동네라든지, 이 아이가 운동부 연습을 하며 달리는 동네라든지, 이 아이가 머리를 움켜쥐면서 달음박질을 치다가 주저앉는 동인천 한복판이라든지, 하나같이 애틋하면서 아련한 빛이 흘렀다. 영화 줄거리는 줄거리대로 아기자기하게 잘 짰구나 싶은 한편, 영화를 이루는 온갖 무대와 모습은 더할 나위 없이 잘 살리면서 보여준다고 느꼈다. 아버지와 아이가 한판 붙은 그 골목 한켠은 얼마나 사랑스러운가.


  영화를 볼 적에 누군가는 줄거리를 따진다. 누군가는 연기 솜씨를 따진다. 누군가는 웃음이나 눈물을 따진다. 누군가는 아름다운 그림을 따진다. 나는 여기에 한 가지를 더 따질 수 있다고 깨달았다. 바로 ‘영화를 찍은 무대가 내 고향’이라고 한다면, ‘내 고향을 영화가 어떻게 바라보고 마주하면서 담아내느냐’ 하는 몸짓과 눈썰미를 따질 수 있구나 싶다.


  인천사람한테 〈천하장사 마돈나〉는 오래도록 마음에 남을 만한 작품이라고 느낀다. 다른 고장에서 나고 자란 사람한테는 그 다른 고장을 잘 그리거나 나타낸 애틋한 작품을 헤아릴 수 있으리라 느낀다. 이를테면, 〈집으로〉 같은 영화도 어느 시골마을 삶터를 애틋하게 잘 나타낸다고 느낀다. 영화는 영화대로 아름답고, 영화로 찍은 무대도 무대대로 아름답다고 할까. 인천을 잘 모른다거나 인천을 알고 싶다는 이웃이 있으면, 나는 서슴지 않고 〈천하장사 마돈나〉를 꼽는다. 잘 헤아려 보면, ‘사내로 태어났으나 가시내로 살고 싶은 아이’ 모습이란 바로 ‘인천이라는 도시가 오늘날 놓인 모습’하고 꼭 닮았다. 4347.7.18.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영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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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4-07-19 09:58   좋아요 0 | URL
저도 이 영화를 즐겁게 보았어요~
이야기의 얼거리도 재미있었지만 저는
류덕환,이라는 배우를 인상깊게 만나게 된 영화였어요.^^

파란놀 2014-07-19 10:47   좋아요 0 | URL
영화에 나오는 배역들 연기도 좋았고
여러모로 마음에 많이 남은 영화예요~
 

책 하나 아름답게



  아름다운 지식과 함께, 아름다운 웃음·노래·이야기가 고루 어우러질 때에 비로소 천천히 새로운 하루가 태어난다고 느낍니다. 천천히 새로운 하루가 태어나고, 또 태어나고, 다시 태어나면서, 어느새 삶을 이루지 싶습니다.


  아름다운 지식은 있어야 합니다. 책이나 도서관이나 학교에 갇힌 지식이 아니라, 삶을 밝히는 아름다운 지식은 있어야 합니다. 종교나 예배당이나 성경에 갇힌 지식이 아니라, 사랑을 빛내는 아름다운 지식은 있어야 합니다. 권력이나 전쟁이나 정치에 갇힌 지식이 아니라, 꿈을 드리우는 아름다운 지식은 있어야 합니다.


  책 하나 아름답게 태어납니다. 날마다 새로운 눈빛으로 즐겁게 삶을 가꾼 사람들이 엮은 책 하나 아름답게 태어납니다. 처음에는 한 사람이 아름다운 책을 알아봅니다. 나중에는 열 사람이 알아보고, 차근차근 백 사람 천 사람이 알아봅니다.


  아름답게 태어난 밝은 책을 알아본 사람들은 스스로 이녁 삶을 밝게 가꾸면서 즐겁게 아름다운 길을 걸어갑니다. 아름답게 걷는 길에는 누구나 이웃입니다. 아름답게 걷는 길에는 서로서로 사랑입니다. 아름답게 걷는 길에는 다 같이 어깨동무를 합니다.


  사람과 사람은 같은 자리에 있습니다. 사람과 풀과 나무도 같은 자리에 있습니다. 사람과 별과 온누리도 같은 자리에 있습니다. 책 하나 아름답게 읽는 눈길로 환하게 웃으면 지구별이 깊은 잠에서 깨어납니다. 4347.7.18.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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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름벼리는 고운 그림순이


  졸음과 씩씩하게 맞서면서 늦도록 놀고 싶은 사름벼리를 보다가 문득 한 가지를 떠올린다. 그래, 그림을 그려서 재우자. 책상을 함께 치운다. 큰 그림종이를 반으로 자른다. 한 장씩 나눈다. 그런 뒤 책상맡에 함께 앉아서 서로 그림을 그린다. 사름벼리는 네 식구를 모두 그린다. 나는 두 아이만 그린 뒤, 두 어버이는 어디엔가 숨긴다. 어디에 숨었을까. 사십 분 남짓 그림을 그렸구나 싶다. 시계를 보니 시간이 참 빨리 흘렀다. 엄청나게 마음을 쏟아서 그림을 그려도 이만큼 흐른다면, 학교에서 그림을 그리라고 주는 오십 분으로는 제대로 그림을 마치기 어렵겠구나 싶다. 그림순이는 그림을 먼저 다 그린 뒤, 아버지가 그림을 마무리짓는 모습을 보고는 곧바로 새근새근 잠든다. 4347.7.18.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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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4-07-19 10:07   좋아요 0 | URL
저희집 아이도 어렸을 때, 미술시간 때마다 그림을 늘 완성하지 못하곤 했어요.
너무 생각할 게 많았고 그릴 게 많은데, 미술시간이 끝나버려서요~

반원형 책상위에 놓인, 아버지의 그림종이를 보니 참 좋습니다.
요즘 아이들 가운데 이렇게 아버지와 나란히 앉아 그림을 그리는 아이들이
얼마나 있을까, 해서요~*^^*

파란놀 2014-07-19 10:48   좋아요 0 | URL
그냥 같이 그리면서 놀면 되는 일이라
어려울 것이 없는데,
다들
학교를 다니며 '길든 버릇'이 많아서
가만히 그림놀이를 한다든지
다른 놀이를 못 하는구나 싶기도 해요...

함께 그림을 그리다 보면 한두 시간은
그야말로 훌쩍 지나가더라구요~
 


한국말사전 연구실 (사진책도서관 2014.7.17.)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사진책도서관 함께살기’


  사진책도서관 둘째 칸을 ‘한국말사전 연구실’로 꾸미려 한다. 상자에 담은 책을 다시 꺼낸다. 자주 들출 사전과 자료를 손에 닿기 좋은 자리에 꽂으려 한다. 이러면서, 도서관 문간을 치우기로 한다. 도서관 문간에 동그란 책상을 놓았는데, 책상 옆에 꽂은 곁님 책들을 셋째 칸으로 옮기려 한다. 이 자리에는 도서관 소식지와 내 책들을 두고, 여러 가지 엽서와 홍보물을 둘 생각이다.

  아버지가 땀을 뻘뻘 흘리면서 책꽂이를 옮기고 책을 나르는 동안, 큰아이는 만화책에 폭 빠진다. 작은아이는 이리 달리고 저리 뛴다. 누나가 함께 놀아 주지 않아도, 이제 작은아이 스스로 뛰고 달리고 누우면서 잘 논다.

  아침 열한 시부터 낮 한 시까지 여러모로 손질하고 갈무리한다. ‘한국말사전 연구실’로 제대로 꾸며서, 이곳을 앞으로 재미나면서 아름다운 이야기책을 길어올릴 터로 삼으려 한다.

  천장에서 새는 빗물이 흐르는 첫째 칸 책꽂이도 곧 자리를 옮겨야겠다. 하루에 두세 시간씩 이 일을 하면 며칠쯤 걸려 갈무리를 마칠 수 있을까. 장마가 머잖아 그치고 햇볕이 쨍쨍 나기를 기다린다. ㅎㄲㅅㄱ


* 사진책도서관(서재도서관)을 씩씩하게 잇도록 사랑스러운 손길 보태 주셔요 *
* 도서관 지킴이 되기 : 우체국 012625-02-025891 최종규 *
* 도서관 지킴이 되어 주는 분들은 쪽글로 주소를 알려주셔요 (010.5341.7125.) *
* 도서관 나들이 오시려면 먼저 전화하고 찾아와 주셔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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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훔쳐간 꼬마 도깨비들 - 별하나 그림책 3
사라 다이어 글 그림, 조은수 옮김 / 달리 / 2004년 2월
평점 :
절판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411



함께 나눌 때에 아름다운 삶

― 세상을 훔쳐간 꼬마 도깨비들

 사라 다이어 글·그림

 조은수 옮김

 달리 펴냄, 2004.2.28.



  아이들은 콩콩 뛰면서 놀 적에 즐겁습니다. 어른들은 신나게 노래하면서 일할 적에 즐겁습니다. 아이들은 깔깔 웃으면서 놀 적에 기쁩니다. 어른들은 빙그레 웃음지으면서 일할 적에 기쁩니다.


  뛰지 못하면서 놀라고 하면 아이들은 좀이 쑤십니다. 노래를 가로막으면서 일만 하라고 시키면 어른들은 죽을 맛입니다. 웃지 못하게 막으면서 놀라고 하면 아이들은 놀지 못합니다. 일할 때에는 웃지 말라고 윽박지르면 어른들은 괴롭습니다.



.. 날마다 꼬마 도깨비들은 밖으로 나와 “아, 세상이 참 아름답구나.” 하면서 놀라워했지요 ..  (7쪽)



  도시에서는 풀이나 나무가 자랄 만한 빈터가 마땅히 없습니다. 도시에서는 손바닥만 한 땅뙈기조차 엄청나게 비싸게 때문입니다. 도시에서는 풀이 자라거나 나무가 솟을 만한 땅을 그대로 두려 하지 않습니다. 가게로 쓰거나 주차장으로 삼거나 건물을 지으려 해요.


  옛날부터 어느 나라에서든 꽃그릇을 두지 않았습니다. 꽃그릇을 둘 일이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문을 열고 내다보면 어디에나 풀밭이요 숲이었기 때문입니다. 집을 둘러싸고 온통 풀밭이면서 숲인데, 굳이 집안에 그릇을 따로 두어 꽃을 보려고 하지 않았어요. 철마다 다른 꽃을 만나면서 즐거웠고, 달마다 다른 풀과 잎을 마주하면서 기뻤습니다. 철마다 다른 나물을 캐면서 즐거웠고, 달마다 다른 남새를 거두면서 기뻤습니다.


  이제 도시에서는 어느 집에서나 꽃그릇을 둡니다. 흙이 숨쉬는 빈터가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도시에서 사는 사람들 스스로 흙내음을 맡고 흙빛을 보고 싶기에 꽃그릇을 둡니다. 흙내음을 못 맡고 흙빛을 못 볼 적에는 사람다운 기운을 지키기 어렵다고 느껴, 이제 도시에서는 누구라도 꽃그릇 하나쯤 집안에 두려고 합니다.




.. 도깨비들은 저마다 가져온 것들을 돌조각 속에 잘 간직했어요 ..  (14∼15쪽)



  공원은 흙이 싱그럽게 숨쉬는 곳이어야 아름답습니다. 공원을 두는 까닭은, 엄청나게 몰려들어 북적거리는 사람들이 ‘안 미치도록’ 할 뜻이기 때문입니다. 공원 한 뼘조차 없이 시멘트 건물만 빽빽하면 어찌 될까요? 최첨단을 달린다는 건물이라 하더라도, 빽빽한 건물만 가득한 곳은 감옥하고 같아요. 풀이 없고 나무가 자라지 않는 곳은 사람들 누구나 사람다움을 잃으면서 바보가 되도록 내모는 감옥이라고 할 만합니다.


  학교 운동장에는 플라스틱 잔디를 깔지 말아야 합니다. 아이들이 학교에서라도 ‘흙으로 된 땅’을 밟고 걷거나 달릴 수 있어야 합니다. 흙내음을 맡아야지요. 비가 올 적에는 빗물이 흙땅을 튀기는 소리를 듣고, 흙땅에 빗물이 고이면서 풍기는 흙내음을 맡아야 합니다. 그저 흙뿐인 운동장인데, 이곳에 풀씨가 날아들어 온갖 풀이 자라는 모습을 보아야 합니다. 아무도 안 심었지만, 갖가지 풀이 싱그럽게 돋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아이도 어른도 푸른 생각을 키울 수 있어야 합니다.


  생각해 보셔요. 지구별에 풀과 나무가 없으면 어떻게 될까요? 지구별에서 숲이 사라지면 어떻게 될까요? 지구별이 모두 도시가 되면 어떻게 될까요? 지구별에서 숲과 멧골을 밀어붙여 고속도로와 골프장과 발전소만 끝없이 만들면, 관광단지와 호텔과 놀이기구와 아파트만 자꾸 만들면, 이런 지구별은 얼마나 끔찍한 감옥이 될까요?


  숲이 있어야 숨을 쉽니다. 숲이 있어야 밥을 얻습니다. 숲이 있어야 집을 지을 나무를 베어서 쓸 수 있습니다.




.. 도깨비들은 곧 깨달았어요. 해는 하늘이 없으니까 떠 있을 곳이 없고, 하늘은 땅이 없으니까 있을 데가 없고 ..  (19∼21쪽)



  사라 다이어 님이 빚은 그림책 《세상을 훔쳐간 꼬마 도깨비들》(달리,2004)을 읽습니다. 꼬마 도깨비는 여느 때에는 돌조각에 깃들어 지내는데, 아침마다 돌조각 밖으로 나와서 하늘을 바라본대요. 해와 구름과 들과 숲과 바다를 바라보면서 참으로 아름답다고 노래한대요.


  어느 날 꼬마 도깨비들은 저마다 가장 좋아하는 한 가지를 돌조각으로 가져간대요. 이리하여 지구별을 꾸미던 아름다운 것은 모두 사라지는데, 돌조각에 들어온 해와 바다와 흙 모두 제 빛을 잃는다지요. 혼자만 있을 수 없다지요.




.. 도깨비들은 큰맘을 먹고, 가져온 것들을 모두 제자리에 갖다 놓았어요 ..  (26∼28쪽)



  우리는 무엇을 하는 사람일까 생각해 봅니다. 우리는 무엇을 쓰고, 무엇을 다루는 목숨일까 생각해 봅니다. 아이들은 무엇을 장난감으로 삼을까요? 어른들은 이녁 집에 무엇을 건사할까요?


  오늘날 사회에서는 돈을 아주 크게 여깁니다. 저마다 돈을 벌려고 힘씁니다. 돈을 더 벌어서 은행계좌에 꽁꽁 모셔 둡니다. 돈을 꽤 많이 벌었어도 이웃과 나누지 않습니다. 책을 꽤 많이 장만했어도 이웃과 함께 읽지 않습니다. 지식을 꽤 많이 갖추었어도 이웃과 주고받지 않습니다.


  어느 때에 아름다울까요. 어느 때에 즐거울까요. 어느 때에 사랑스러울까요. 꼬마 도깨비들은 뒤늦게 깨달은 뒤 모두 제자리에 두었대요. 꼬마 도깨비들은 뒤늦게 알아차린 뒤 두 손을 말끔히 비웠대요. 꼬마 도깨비들은 두 손에 아무것도 안 쥐었대요. 꼬마 도깨비들은 ‘내 것’을 하나도 안 두고 그저 기쁘게 웃으면서 바라본대요. 4347.7.18.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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