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더러 노래를 부르라 하면 아이들은 스스로 가장 즐거운 마음이 되는 노래를 부른다. 아이들한테 시를 쓰라 하면 아이들은 스스로 가장 맑은 생각이 피어나는 글을 시로 엮는다. 어른들은 어떤 노래를 부를까. 어른들은 어떤 시를 쓸까. 어른들은 어떤 노래를 듣고 싶을까. 어른들은 어떤 시를 읽고 싶을까. 하루가 흐르면서 삶이 흐른다. 삶이 흐르면서 사랑이 흐른다. 사랑이 흐르면서 이야기가 흐른다. 시집 하나를 가방에 넣는다. 아이들과 마실을 다니다가 한 줄 두 줄 읽는다. 이러면서 나는 내 삶을 내 공책에 내 연필로 천천히 적는다. 내가 쓴 시는 내가 읽는다. 내가 읽는 시는 내가 걸어온 길을 돌아보도록 이끄는 빛이 된다. 《아버지가 세운 허수아비》라는 시집을 내놓은 김혜순 님은 이녁이 내놓은 이 시집을 스스로 되읽으면서 이녁 삶을 곱게 되새기는 빛을 누릴 수 있기를 빈다. 4347.7.19.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한 줄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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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세운 허수아비
김혜순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8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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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카코 4
쿄우 마치코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12년 1월
평점 :
절판





만화책 즐겨읽기 354



어디로든 날아가고 싶어

― 미카코 4

 쿄우 마치코 글·그림

 한나리 옮김

 미우 펴냄, 2012.1.15.



  보름 넘게 이어지던 비가 드디어 그칩니다. 비가 그치자마자 해가 살짝 고개를 내밉니다. 이러다가 구름 사이로 해가 다시 숨어드는데, 비가 그치니 잠자리가 온 하늘을 채웁니다. 비가 그치기를 참말 오랫동안 기다렸겠다고 느낍니다.


  보름 넘게 비가 내리고 또 내리니 온 집이 축축합니다. 우리 집 옆밭에서 자라는 복숭아나무는 기나긴 비에 해롱거리기까지 합니다. 아직 나무가 어린 탓에 모진 비에는 어쩔 줄 몰라 하는구나 싶습니다. 지난해에는 달포 남짓 빗줄기가 듣지 않아 가문 날씨에 애를 먹었는데, 올해에는 지난해와 사뭇 다른 여름입니다.


  비가 없이 땡볕만 내리쬐어도 고단하지만, 비만 줄줄 퍼붓기만 해도 고달픕니다. 지구별은 해와 비와 바람이 골고루 어우러질 때에 아름답습니다. 해나 비나 바람 가운데 한 가지만 드세게 찾아오면 몹시 힘들면서 팍팍합니다.



- “손. 잡으면 좋은 일이 있을 거야!” (13쪽)

- ‘나오에 대해 알고 있는 것. 미도리카와가 금세 나를 앞지를 것이다.’ (18쪽)






  한국 정부는 곧 ‘쌀 수입 완전 자유’를 한다고 밝힙니다. 스무 해 앞서 미리 밝힌 일이라고 합니다. 이 나라 시골은 여러 가지 곡식이나 열매를 키우더라도 쌀농사가 가장 큰데, 그나마 시골사람 삶을 온통 무너뜨리는 정책입니다. 그런데, 한국 정부가 펼친 정책을 살피면, 예나 이제나 시골사람을 생각하는 정책은 한 가지조차 없었습니다. 경제개발 가운데 시골사람을 헤아린 정책은 없습니다. 새마을운동은 오랜 시골빛을 짓밟는 정책이었습니다. 현대문명이나 산업사회 또한 시골마을을 흔들어 도시를 키우는 흐름입니다.


  오늘날 한국에서 학교교육은 시골을 더 빨리 무너뜨리기만 합니다. 한국에 있는 학교 가운데 시골아이가 시골에서 씩씩하게 뿌리를 내리며 살아가는 길을 가르치는 곳은 없습니다. 시골에서도 도시에서도 온통 도시바라기로 나아가는 교육뿐입니다.


  인문책 가운데 시골살이를 밝히는 지식이 있을까요? 인문학을 말하는 지식인 가운데 스스로 시골에서 조용히 살면서 ‘아름다운 지식’을 들려주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요? 도시에만 머물지 않고 시골을 두루 찾아다니면서 소식과 이야기를 알리는 신문이나 방송은 얼마나 있는가요?


  직업교육을 보면, 100% 도시 직업을 알려주는 교육입니다. 도시에서도 시골에서도 그저 ‘도시에서만 살아야 한다’고 알려주거나 가르칩니다.



- “오랜만에 이불을 널었거든. 맡아 봐. 해님 냄새!” ‘미안해. 사실은 카토가 아니라 (안아 주는 사람이) 엄마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35∼36쪽)

- “미도리카와는 어느 쪽이 예뻐 보여?” “뭐가 다른지 모르겠어.” “전혀 다르잖아! 꽃과 폼폼인걸!” …… “역시 안 할래! 둘 다 갖고 싶은 건, 둘 다 필요없다는 걸 거야!” (50쪽)





  고들빼기와 부추와 젓가락나물 잎을 뜯어 아침을 차립니다. 호박과 양파와 감자를 끓여 호박감자국을 올립니다. 물고기 한 마리를 구우면서 가지를 두껍게 썰어서 함께 굽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아침을 먹습니다.


  아이들은 마루에서 놀다가 방에서 놉니다. 마당에서 우산을 쓰며 놀기도 하다가 피아노를 친다든지 바이올린을 켠다든지 피리를 붑니다. 아이들은 그림책이나 만화책을 손에 쥐어도 놀듯이 종이를 넘깁니다.


  생각해 보면 그렇습니다. 책을 읽을 적에는 시험점수를 따져야 하지 않습니다. 학교에서 교과서를 배우더라도 시험경쟁을 생각해야 하지 않습니다. 저마다 스스로 삶을 밝힐 만한 지식을 얻을 때에 즐겁습니다. 동무를 아끼고 이웃을 사랑하면서 한식구와 오순도순 살림을 가꾸는 빛을 배울 수 있어야 비로소 교육입니다.


  사랑을 담아 차린 밥을 먹는 하루입니다. 사랑을 실어 부르는 노래를 함께 듣는 하루입니다. 사랑스레 가꾸거나 돌보는 숲에서 푸른 바람을 마시는 하루입니다. 사랑스레 짓는 논밭에서 파랗게 빛나는 하늘을 올려다보는 하루입니다.



- “인상파 같은 건 관심 없어. 예술일지도 모르지만 아트는 아냐.” “그럼 미도리카와는 뭐가 좋아?” “팀폼이나 코스모라운지. 그리고 …….” (61쪽)

- ‘돈도 있고, 탈것도 있고, 어디든지 갈 수 있어야 하는데, 나의 빨간 구두는 땅에 붙어 있었다.’ (74쪽)





  쿄우 마치코 님 만화책 《미카코》(미우 펴냄,2012) 넷째 권을 읽으면서 곰곰이 생각합니다. 물빛그림이 맑은 만화책 《미카코》 넷째 권에서는 어디로든 날아가고 싶은 아이들 마음이 흐릅니다. 아이들은 저마다 어디로든 날아가려고 합니다. 그런데, 아이들 날개는 둘레에서 꺾기도 하고, 스스로 꺾기도 합니다. 스스로 날아오르고 싶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스스로 머뭇거립니다. 스스로 망설이다가 스스로 제풀을 꺾으면서 쳇쳇 하면서 한숨을 쉽니다.


  아이들은 왜 스스로 생각한 대로 훨훨 날아가지 않을까요. 아이들은 왜 스스로 생각하는 마음을 곱게 펼치지 못할까요.


  남 눈치를 볼 일이 없습니다. 사랑은 사랑 그대로 풀면 됩니다. 내가 너를 사랑하는데, 남 눈치를 보면서 ‘너를 사랑해’ 하고 말할 일이 없습니다. 어머니가 나를 안아 주기를 바라면, 이러한 바람을 스스럼없이 말하면 됩니다. 괜히 마음에만 담다가 오래도록 힘들게 보내야 하지 않습니다.


  대학입시 때문에 그림을 그려야 하지 않아요.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빛을 그리면 됩니다.


  바라봅니다. 느낍니다. 생각합니다. 움직입니다. 노래합니다. 춤을 추고 이야기꽃을 피웁니다.



- ‘1년에 한 번 오는 카드. 항상 조금 앞을 비추어 준다.’ (124쪽)

- “미도리카와는 잘 그리는데 담백해서 문제야. 수험 점수가 동점이었을 때 의지가 부족하다고 떨어질 것 같다고 할까. 콘크리트 블록을 좋아하는 거야! 좋아하게 되면 알고 싶어질 거고! 알고 싶어지면 상상해! 여기에 부딪히면 아프겠다라든지.” (134쪽)



  하늘을 나는 아이들이 귀엽습니다. 하늘을 나는 어른들이 사랑스럽습니다. 하늘을 날며 노래하는 아이들이 어여쁩니다. 하늘을 날며 춤추는 어른들이 멋스럽습니다.


  다른 데를 보지 말아요. 내 마음을 보아요. 다른 데에 눈길을 빼앗기지 말고, 내 마음에 온 눈길을 모아 내 길을 씩씩하게 걸어요. 우리는 모두 이 삶을 저마다 가장 기쁘게 누릴 푸른 숨결입니다. 4347.7.19.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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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찍는 눈빛 23. 얼음과자 막대기



  곧 사진잔치를 엽니다. 사진잔치를 앞두고 사진을 뽑아서 ‘사진판’을 한창 만듭니다. 사진틀 쓰기를 그리 즐기지 않아서 이제껏 사진틀은 거의 안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사진잔치를 열 곳에서는 사진틀을 안 쓰면 느낌이 살아나기 어렵겠다고 느낍니다. 처음으로 사진틀을 만들자고 생각해 보는데, 살림돈이 아직 넉넉하지 않아 사진관에 맡기지 못합니다. 사진을 붙일 나무판을 알맞다 싶은 크기로 먼저 장만합니다. 나무풀을 장만해서 사진마다 뒤에 풀을 발라서 나무판에 붙이기로 합니다.


  나무풀을 사진 뒤에 발라서 나무판에 붙이자면 나무막대기가 있으면 쓰기에 좋습니다. 아이들이 얼음과자를 먹고 싶다 해서 사 줄 적에 으레 나무막대기를 건사해 놓곤 했는데, 마침 이 나무막대기를 쓰려고 찾아보니 집에서 안 보입니다. 다 버렸을까요. 어디에 잘 모셨는데 못 볼 뿐일까요.


  어떻게 풀을 발라야 하나 생각하다가 나무젓가락을 쓰기로 합니다. 나무젓가락은 뭉툭하니 풀을 바르기에 그리 알맞지 않습니다. 그래도 나무막대기가 없으니 이럭저럭 씁니다. 우리 집과 면소재지는 가깝지 않은데다가 보름 넘게 장마라 비가 그치지 않으니 자전거를 몰고 다녀오지 못합니다. 아이들한테 얼음과자 하나 사 주면 예쁘장한 나무막대기를 얻고, 이 나무막대기로 한결 수월하게 일할 수 있습니다만, 퍽 어렵게 나무풀을 바릅니다.


  사진잔치를 열 적에 사진틀을 만드는 길은 여럿입니다. 다른 일로 바쁘다면 사진관이나 액자집에 사진틀을 만들어 달라 맡길 수 있습니다. 다 만들어진 사진틀에 사진을 끼우거나 붙일 수 있습니다. 나무판을 스스로 장만해서 톱질을 한 뒤 쓸 수 있습니다. 틀을 손수 만들어서 사진을 붙이자면 품과 겨를이 꽤 많이 듭니다. 그러나 이때에는 내가 바라는 대로 내 느낌을 오롯이 살릴 수 있습니다.


  종이상자나 두꺼운종이에 사진을 붙여서 쓸 수 있습니다. 줄을 드리운 뒤 빨래집게로 사진을 집을 수 있습니다. 슈파핀으로 사진을 박을 수 있습니다. 사진첩에 사진을 붙인 뒤 사진첩을 놓는 사진잔치를 열 수 있습니다.


  사진을 찍을 적에 ‘꼭 이런 모습을 찍어야 한다’는 법이 없습니다. 사진틀을 만들 적에 ‘꼭 이런 틀에 사진을 넣어야 한다’는 법이 없습니다. 스스로 가장 즐거우면서 사랑스러운 마음으로 찍는 사진입니다. 스스로 가장 즐거우면서 사랑스러운 손길로 빚는 사진틀입니다. 비가 내리는 날에도 아이들은 빗길을 걷거나 달리면서 깔깔대고 노래합니다. 4347.7.19.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사진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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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꽃 이름



  인천에서 살며 골목마실을 하는 동안 꽃을 아주 자주 많이 보았습니다. 이 조그마한 골목에, 이 조그마한 집에, 이 조그마한 틈에 골목사람은 손수 씨앗을 뿌리거나 심기도 하지만, 그대로 두는데 어느새 꽃씨가 날려 자라기도 합니다. 골목마실을 하다가 곧잘 말씀을 여쭙니다. “아주머니, 이 예쁜 꽃은 이름이 무엇인가요?” “그 꽃? 나도 몰라. 처음에 지가 혼자 나서 자랐는데, 그냥 예뻐서 씨앗을 받아서 그렇게 키워요.”


  꽃이름을 알면서 꽃을 키우는 분이 있고, 꽃이름을 모르면서 꽃을 키우는 분이 있습니다. 꽃이름을 누군가 알려주어서 알기는 알지만 막상 얘기를 하자면 안 떠오른다고 하는 분이 있고, 꽃이름을 알거나 모르거나 ‘예쁜 꽃’이라고 부르면서 돌본다고 하는 분이 있습니다.


  골목에서 만나는 꽃을 바라보면서 생각합니다. 꽃학자가 붙인 이름을 알아도 좋겠지요. 그러나, 꽃학자가 붙인 이름을 몰라도 좋아요. 이름은 우리가 스스로 붙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골목꽃’이라는 이름을 써도 돼요.


  인천에서 지낼 적에 인천으로 놀러온 손님이 있으면 함께 골목마실을 합니다. 함께 골목마실을 하면서 골목꽃을 들여다보는 손님이 저한테 묻습니다. “어머나, 이 예쁜 꽃은 이름이 뭐예요?” “네, 골목꽃입니다.”


  골목꽃은 ‘골목꽃’입니다. 시골꽃은 ‘시골꽃’입니다. 우리 마음속에는 ‘사랑꽃’과 ‘꿈꽃’이 자랍니다. 우리 입에서는 ‘노래꽃’이 흘러나오고, 우리 얼굴에서는 ‘웃음꽃’이 피어납니다.


  인천 내동에서였는데, 소담스럽게 한 송이씩 피어나는 꽃 세 송이를 한참 물끄러미 바라보자니, 이 꽃을 키우는 할배가 골목으로 나와서 한 마디 하셨습니다. “그 꽃 예쁘제? 함박꽃이라고 하는 것이오.” 4347.7.19.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골목길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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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4-07-19 10:13   좋아요 0 | URL
아~ 함박꽃이었군요~
사진을 보는 순간, 예뻐서 '이 꽃이 무엇일까? 목단꽃일까?' 했거든요.
이 골목꽃, 참 예쁩니다!

파란놀 2014-07-19 10:47   좋아요 0 | URL
키우는 사람도
지나가며 보는 사람도
마음을 환하게 밝히는
멋스러운 꽃이더라구요.

이 꽃이 피는 골목에
그 뒤로 꾸준히 가 보는데
이해에 이렇게 필 적처럼
곱다라니 피지는 않았어요.

꽃이 피는 때와
꽃이 피는 모습도
늘 달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