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에 사슴벌레가 사나



  밥상을 차리려고 마당에 돋은 싱그러운 풀을 뜯는다. 이곳저곳 돌아가면서 조금씩 뜯는다. 한참 풀을 뜯다가 마당에 떨어진 조각을 본다. 조각이라기보다 ‘사슴벌레 뿔’이 아닌가 하고 느낀다. 네가 여기에 왜 있지? 다른 몸통은 없이 왜 이렇게 뿔조각만 있지? 설마 우리 집 나무에 사슴벌레가 사나? 아니면 우리 집을 뻔질나게 드나드는 수많은 멧새가 다른 나무에서 사슴벌레를 잡아서 우리 집 후박나무 가지에 앉아서 먹다가 뿔조각을 톡 떨어뜨렸을까. 우리 집에서 사는 마을고양이가 나무를 타고 올라가 사슴벌레를 잡아먹고는 뿔조각을 남겼을까.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다만, 사슴벌레가 이 둘레 어디에선가 누군가한테 잡아먹힌 뒤 뿔조각만 달랑 남겼지 싶다. 4347.7.29.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손님 마중하기



  멀리서 찾아오는 손님을 마중한다. 아이들과 서재도서관에서 아침에 놀다가 마을 어귀로 간다. 읍내에서 군내버스가 들어오는 때에 맞추어 간다. 빗방울이 조금 듣는다. 두 아이더러 손과 낯을 샘터에 가서 씻으라 얘기한다. 다른 날보다 5분쯤 늦게 버스가 들어온다. 아이들은 군내버스에서 내리는 손님이 누구인지 아직 알아보지 못한다. 이렇게 마을 어귀에서 마중을 나온 일이 드물기 때문일까. 앞으로 여러 손님을 마중하고 보면, 버스에서 내리는 사람이 누구인지 차츰 알아보거나 알아챌 수 있겠지. 4347.7.29.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버지 육아일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빨랫줄 새로 엮기



  아이들이 마당에서 놀며 빨랫줄을 잡아당기곤 했다. 평상에 올라서면 빨랫줄에 손이 닿기도 했고, 평상에 올라서지 않더라도 폴짝폴짝 뛰면 손에 닿곤 해서, 자꾸 줄을 잡아당겼다. 하도 잡아당기고 놀아 여러 차례 끊어졌는데, 잇고 다시 잇다가 열흘쯤 그대로 두는데, 빨래를 널 적마다 성가시다. 빨랫줄을 다시 잇지 않으면 안 되겠다고 느껴 새로 잇는다. 예전처럼 외가닥으로 이을까 하다가 처마 밑에 못이 박힌 자리가 있는지 헤아려 본다. 곳곳에 있다. 아마 예전에 빨랫줄을 잇던 자리이지 싶다. 집 왼쪽 처마 밑에 있는 못자리 한 곳에서 줄을 새로 잇는다. 광에서 잇는 줄이랑, 집 오른쪽 처마 밑에 있는 못자리에서 잇는 줄하고 함께 잇는다. 세가닥 빨랫줄이 된다. 어른이 위로 팔을 뻗어야 닿을 만한 높이가 되고, 평상에서 퍽 떨어진 자리에 드리운다. 아이들도 이제 빨랫줄은 잊고 다른 놀이를 할까. 세가닥 빨랫줄로 하니, 옷가지나 얇은 이불을 더 널 수 있다. 그래, 진작에 이렇게 했어야지. 4347.7.29.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빨래순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바람이 놀이 1 - 마당 헤엄



  골짜기에서 바람이를 갖고 한 번 놀았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바람을 뺄까 하다가 그대로 가지고 온다. 아이들은 집에서도 바람이랑 논다. 마루에 바람이를 놓고 드러눕기도 하지만, 몸통에 끼고 마당에서 헤엄을 치기라도 하는 듯이 휘휘 걸어다닌다. 깊은 바다를 가로지르며 걷는단다. 한참 한참 노래하면서 논다. 4347.7.29.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놀이하는 아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시로 읽는 책 156] 말빛



  입에서 흐르는 빛은

  꽃도 되고 구름도 되며

  해나 별도 된다.

 


  입으로 읊는 말도 다 ‘빛’이라고 느낍니다. 아이들하고 주고받는 가벼운 말이든, 이웃하고 나누는 짤막한 말이든, 언제나 내 빛을 이웃한테 건네고 이웃이 베푸는 빛을 내가 받아들인다고 느낍니다. 그래서 내가 나한테 날마다 새로운 이름을 들려줍니다. 내 몸과 마음을 가장 잘 살릴 수 있으리라 여기는 낱말로 이름을 짓습니다. 내 넋을 가장 곱게 북돋울 수 있으리라 여기는 낱말로 글을 쓰고 이야기를 펼칩니다. 4347.7.28.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