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아이 179. 2014.7.23.ㄴ 내 책상이야



  누나가 책상과 걸상을 하나씩 차지하며 앉는 모습을 본 산들보라는, 저도 책상과 걸상을 하나씩 차지해야 한단다. 누나가 앉던 자리를 밀치고 빼앗은 산들보라는 “내 자리야!” 하면서 웃는다. 얘야, 우리 서재도서관에 책걸상이 수두룩하게 많은데, 굳이 누나 자리를 빼앗고 좋아라 해야겠니. 다음에는 이러지 말자.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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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 2014-07-31 16:11   좋아요 0 | URL
ㅎㅎ 정말 기분 좋은 표정이네요.
동생들은 늘 누나(언니,형) 것이 좋아보이나 봐요.

파란놀 2014-07-31 18:10   좋아요 0 | URL
저렇게 빼앗고서
누나가 핑 하고 다른 데 가면
또 울면서
누나더러 저 자리에 앉으라고 하지요.
ㅋㅋㅋ
 

책아이 178. 2014.7.22. 손목 사진기랑



  노란 띠로 사진기 끈을 삼은 사름벼리가 손목에 사진기를 건 채 그림책을 펼친다. 예전에 어머니 아버지 동생하고 즐겁게 읽은 그림책을 하나하나 알아본다. 아이들이 나이를 먹으면서 눈이 밝아지는 모습을 날마다 새롭게 느낀다. 이제는 내가 굳이 아이한테 이 책 읽으라 저 책 읽으라 건네지 않아도 된다. 아이 스스로 제 마음을 사로잡으면서 밝히는 책이 무엇인지 하나하나 잘 느끼는구나 싶다. 아름다운 책순이라고 느낀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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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숲이 되려는 도서관 (사진책도서관 2014.7.23.)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사진책도서관 함께살기’


  아이들과 함께 도서관에 와서 책을 갈무리한다. 요즈음은 날마다 아침에 밥을 차려서 함께 먹고 나서, 글을 쓴 뒤, 자전거를 몰아 도서관에 나온다. 도서관에서 두 시간 남짓 책을 갈무리하고 나서 아이들과 함께 골짝마실을 하거나 면소재지 초등학교 놀이터로 간다.

  오늘도 여느 날과 같이 도서관에서 땀을 쏟으면서 책을 갈무리한다. 도서관 문간에 만화책이 돋보이도록 자리를 바꾼다. 우리 도서관은 ‘사진책도서관’이면서 여러 갈래 책을 골고루 갖춘다. 만화책을 도서관 문간에 잘 보이도록 자리를 바꾸는 까닭은, 한국 사회에서 만화책이 너무 푸대접을 받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만화책이 제대로 알려지고 읽혀서, 사람들 마음에 아름다운 빛으로 드리울 수 있기를 빈다.

  한창 책을 갈무리하는데 윙윙 소리가 난다. 아, 항공방제 헬리콥터 소리로구나. 항공방제 헬리콥터 때문에 오늘은 다른 날보다 일찍 집에서 나왔다. 저 끔찍한 ‘농약 헬기’에서 뿌리는 농약이 우리 집으로 퍼지기 때문이다. 지난해까지 마을에서는 ‘친환경농약’을 뿌린다고 했으나, 올해부터 ‘그냥 농약’을 헬리콥터로 뿌린다. 지난해까지 우리 마을은 ‘친환경농업단지’ 이름을 내걸었지만, 마을 어른들은 남몰래 ‘그냥 농약’을 엄청나게 뿌렸다. 그러니, 허울만 좋은 ‘친환경농업단지 쌀’이었고, 이 쌀을 비싸게 사들인 서울 강남에 있는 초등학교에서 농약검사를 하니 두 해 동안 잇달아 농약이 나와서, 올해부터는 ‘친환경농업단지 면허가 취소’되었단다.

  모르는 노릇인데, 친환경농업단지 면허가 취소된 일을 모두 반기리라 느낀다. 왜냐하면, 이제는 농약을 마음 놓고 뿌릴 수 있으니까. 지난해에는 눈치를 보면서 새벽이나 밤에 몰래 치는 분이 참 많았다. 올해에는 거리낌없이 마음껏 농약물결을 이룬다.

  4대강사업도 말썽이요, 밀양 송전탑도 말썽이며, 제주 해군기지도 말썽이다. 그런데, 우리 삶에서 농약처럼 커다란 말썽이 또 있을까? 농약 말썽에 눈길을 두는 지식인은 몇이나 되는가. 농약 말썽을 풀려는 과학자는 얼마나 있는가. 농약 말썽을 꾸준히 밝히고 글로 쓰거나 책으로 펴내어 도시사람과 시골사람 모두 일깨울 슬기로운 사람은 어디에 있는가.

  우리 도서관은 책으로 아름다운 도서관으로 나아갈 생각이다. 그리고, 책을 이루는 바탕인 나무가 아름답게 푸른 빛깔로 노래할 수 있기를 바란다. 책과 빛과 숲이 하나인 삶으로 나아가는 도서관이 되려 한다. 우리 살림살이도 책과 빛과 숲 하나가 되는 길로 나아가야 아름다우리라 느낀다. 책이란 배움이다. 빛이란 사랑이다. 숲이란 삶이다. 그러니까, 슬기롭게 배우고 사랑을 나누며 삶을 밝히는 길이 우리들 꿈이다.

  곁님은 이곳에 ‘새로운 학교’를 만들고 싶어 한다. 새로운 학교를 아름답고 사랑스러우면서 즐겁게 열려는 꿈을 품고 미국에 ‘람타 공부’를 하러 갔다. 지난해에는 석 달, 올해에는 한 달 머문다. 곁님 배움삯은 카드빚으로 긁는다. 카드빚을 걱정하지 않는다. 곧 멋진 ‘도서관 평생 지킴이’ 한 분이 나타나 주리라 믿는다. 얘들아, 우리 도서관에서 신나게 논 뒤 골짜기로 놀러가자. ㅎㄲㅅㄱ


* 사진책도서관(서재도서관)을 씩씩하게 잇도록 사랑스러운 손길 보태 주셔요 *
* 도서관 지킴이 되기 : 우체국 012625-02-025891 최종규 *
* 도서관 지킴이 되어 주는 분들은 쪽글로 주소를 알려주셔요 (010.5341.7125.) *
* 도서관 나들이 오시려면 먼저 전화하고 찾아와 주셔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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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랑 놀자 53] 흙빛



  흙은 흙빛입니다. 흙은 흙이기에 흙빛입니다. 그런데, 흙빛을 두고 ‘황토색(黃土色)’이라 말하는 사람이 있고, ‘황갈색(黃褐色)’이나 ‘갈색(褐色)’이나 ‘황색(黃色)’을 말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나도 어릴 적에는 ‘황색’이나 ‘갈색’이란 낱말을 자주 썼어요. 크레파스나 물감에는 이런 낱말만 적혔거든요. 그림을 그리면서 나뭇줄기에 빛깔을 입힐 때에는 으레 ‘갈색’을 쓰라 했고, 흙에 빛깔을 입힐 적에도 ‘갈색’이나 ‘황색’을 쓰라 했어요. 도시에서 태어나 자라는 동안 흙을 흙빛으로 마주한 일이 드물었기에, 어른들이 말하는 대로 따랐습니다. 나는 이제 마흔 살이 넘는 어른이 되어 아이들을 낳고 시골에서 지냅니다. 시골집에서 지내며 우리 집 흙을 바라보고, 숲이나 멧골에 있는 흙을 바라보며, 농약과 비료를 듬뿍 치는 이웃 논밭에 있는 흙을 바라봅니다. 흙은 자리마다 빛깔이 다릅니다. 농약과 비료를 듬뿍 치는 논밭에 있는 흙은 허여멀건 기운이 감도는 옅누른 빛깔입니다. 풀이 우거진 밭이나 숲에 있는 흙은 까무잡잡한 빛깔입니다. 거칠거나 메마른 흙은 누런 빛깔이지만, 풀이 잘 돋고 나무가 우거지는 데에 있는 흙은 차츰 거무스름한 빛깔로 달라집니다. 시골에서 살며 바라보니, 나뭇줄기라든지 가랑잎 빛깔은 꼭 흙빛을 닮는구나 하고 깨닫습니다. 시골에서 흙을 밟거나 만지며 살아가는 사람은 낯이나 손발이나 살갗이 흙빛을 닮는구나 하고 느낍니다. 도시이든 시골이든 학교에서 아이들한테 그림을 가르치는 어른들은 한겨레 살빛을 ‘살구알 빛깔’로 그리라고 하는데, 오랜 나날 우리 겨레뿐 아니라 이웃 겨레는 모두 흙빛 살갗이요 얼굴로 시골빛을 가꾸었으리라 생각합니다. 4347.7.31.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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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책 이야기를 내가 쓰기



  〈아침독서신문〉에서 연락이 와서 글을 하나 쓴다. 마무리를 즐겁게 짓고 보낸다. 얼마 앞서 내놓은 《책빛숲》을 글쓴이 스스로 소개하는 글을 써 달라고 했는데, 매체와 만나서 이야기를 해야 할 때면, 으레 나한테 ‘스스로 내 책을 말해 달라’는 소리를 듣는다.


  곰곰이 돌아보면 꽤 많은 작가들이 이녁 스스로 이녁 책을 소개하는 글을 쓰거나 말을 하지 싶다. 그런데, 작가 스스로 이녁 책을 소개하거나 말하는 글은 막상 ‘서평’이나 ‘보도자료’가 되어 널리 알려지지는 않는 듯하다. 내가 내 책을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일까. 이른바 ‘객관성’이 떨어지는 노릇일까. 그러나, ‘자서전’과 마찬가지로, 내가 쓴 책을 내가 이야기할 때에 어떤 넋으로 어떤 빛을 밝혀서 글을 썼는지 제대로 알릴 수 있으리라 본다. 남이 읽고 평가하는 서평이나 보도자료가 아닌, 글쓴이 스스로 어떤 사랑과 꿈으로 글을 써서 이웃한테 선물로 주고 싶었나 하는 이야기가 바로 ‘스스로 내 책 이야기하기’라고 본다.


  글쓴이 스스로 이녁 책을 이야기하려 할 때에는 외려 더 ‘객관성’을 지킬 수밖에 없다. 내가 나를 칭찬할 수 있고, 내가 나를 나무랄 수 있다. 스스로 마음에 들어 빙그레 웃음지으면서 글을 쓴 대목을 밝힐 수 있고, 스스로 아직 아쉽거나 모자라다고 여기면서 고개를 숙이는 대목을 밝힐 수 있다. 어찌 보면, 책마다 붙는 머리말이나 꼬리말은, 글쓴이 스스로 밝히는 ‘내 책 이야기’이지 싶다. 머리말만 모아도 따로 책이 될 수 있다. 머리말을 그러모아 새로운 이야기빛을 열 수 있다. 4347.7.31.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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