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랑 놀자 54] 여름 성경 학교



  온 나라에 예배당이 아주 많습니다. 큰 예배당이 있고 작은 예배당이 있습니다. 예배당마다 여름에는 ‘여름 수련회’를 마련하고, 여름 수련회를 할 적에 어린이나 푸름이한테는 ‘여름 성경 학교’를 연다고 이야기합니다. 예전에는 이런 이름을 들었어요. 그런데 엊그제 아이들을 자전거에 태우고 면소재지로 나들이를 갔다가, 면소재지 문방구와 빵집과 몇 군데 가게에 붙은 알림종이를 보고 깜짝 놀랐어요. 요즈음은 ‘여름 성경 학교’를 안 하더군요. 이러면서 ‘썸머 바이블 엑스포 미션탐험대’를 한다고 해요. 멍하니 알림종이를 들여다보다가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렇지요. 요즈음 이 나라는 온통 영어로 이야기를 하니까요. 어른도 어린이도, 지식인과 전문가와 공무원도, 시골사람도 도시사람도, 너도 나도 그냥 영어로 이야기를 하지요. 4347.8.2.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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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교를 마친 젊은이는 모두 취업을 걱정해야 할는지 모르겠다. 고등학교를 마친 젊은이는 모두 대학교에 가거나 공장에 가거나 도시에서 일자리를 얻어야만 할는지 모르겠다. 왜 젊은이는 취직 걱정을 해야 할까. 왜 젊은이는 도시에서 돈을 벌어야 하는가. 젊은이한테 삶을 짓는 길을 밝히거나 보여주는 어른은 없는가. 젊은이한테 꿈과 사랑을 알려주거나 이야기하는 어른은 없는가. 이와아키 히토시 님 만화책 《칠석의 나라》 첫째 권을 읽으면서 생각한다. 이 만화에 나오는 주인공 머스마는 대학교 4학년이다. 둘레에서는 취업을 걱정하라고 말한다. 이 머스마는 할아버지한테서 물려받은 초능력으로 무언가 할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남이 시키는 대로, 사회에서 바라는 대로, 그저 톱니바퀴나 부속품처럼 쳇바퀴를 도는 삶에 갇히는 흐름을 탄다. 아직 눈을 뜨지 않았기 때문인데, 이 아이가 앞으로 스스로 눈을 밝게 뜰 수 있으면, 새로운 길을 열 수 있겠지. 초능력을 아름답게 쓰는 길, 초능력을 살려서 삶을 사랑하고 꿈을 펼치는 길, 초능력이란 누구한테나 있을 뿐 아니라 아름답게 가꿀 때에 모두 즐겁게 노래하는 마을(지구별)이 이루어질 수 있는 길, 이런 길을 열겠지. 4347.8.2.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한 줄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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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석의 나라 1- 애장판
이와아키 히토시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4년 3월
9,000원 → 8,100원(10%할인) / 마일리지 450원(5% 적립)
2014년 08월 02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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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2년에 처음 나와 엄청나게 많이 팔린 책을 2014년 여름이 되어 비로소 장만해서 읽는다. 지나치게 많이 팔린 책은 내 눈길을 사로잡지 못한다. 누가 이런 책을 선물해 준다 한들 읽지도 않는다. 《야생초 편지》는 ‘풀’을 이야기하는 책이지 싶어 언젠가 읽을까 하고 생각했다. 고흥 시골집에서 아이들과 지내며 틈틈이 몇 쪽씩 읽는다. 이 책은 황대권 님이 옥살이를 하면서 만난 풀하고 어떤 눈빛을 주고받았는가 하는 이야기를 담는데, 곳곳에 ‘풀’이라는 낱말을 쓰지만, 이와 함께 ‘야초’나 ‘야생초’ 같은 일본 한자말을 자꾸 쓴다. 책이름도 “풀 편지”나 “들풀 편지”가 아닌 “야생초 편지” 아닌가. 그러고 보면, 1998년에 윤구병 님이 《잡초는 없다》라는 책을 선보인 적 있는데, 이분도 ‘풀’이라는 낱말보다 ‘잡초’라는 낱말을 즐겨쓴다. 참말 왜 그럴까. 늘 풀을 보고 만지고 밟고 뜯고 베고 하면서 왜 ‘풀’을 ‘풀’이라 하지 못할까. 아직 풀을 풀 그대로 바라보는 눈길이나 눈빛이 되지 못했기 때문일까. 들에서 자라는 들풀이고, 숲에서 자라니 들풀이며, 멧골에서 자라니 멧풀이다. 그뿐이다. 황대권 님이 쓴 《야생초 편지》를 천천히 조금씩 읽으며 생각해 본다. 이 책 하나는 ‘완성품’이 아니다. 옥살이에서 빛이 되어 준 풀과 천천히 동무가 되면서, 황대권 님 스스로 새로운 삶에 눈을 뜨는 실마리를 찾아가는 첫걸음이라 할 만하다. 요즈음 황대권 님은 영광 숲속에서 흙을 만지는데, 요즈음은 어떤 이름을 쓸는지 궁금하다. ‘풀김치’라고 말할까, ‘야생초김치’라고 말할까? 4347.8.2.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한 줄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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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초 편지- 출간10주년 개정판
황대권 글.그림 / 도솔 / 2012년 9월
13,000원 → 11,700원(10%할인) / 마일리지 650원(5% 적립)
2014년 08월 02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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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이 어때서 내인생의책 그림책 31
사토 신 글, 니시무라 도시오 그림, 양선하 옮김 / 내인생의책 / 2012년 10월
평점 :
절판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416



나는 예쁜 빨강이

― 빨강이 어때서

 사토 신 글

 니시무라 도시오 그림

 양선하 옮김

 내인생의책 펴냄, 2012.10.31.



  “わたしは あか ねこ”라는 이름으로 일본에서 2011년에 처음 나온 그림책이 있습니다. 한국말로 옮기면 “나는 빨강 고양이”입니다. 우리 둘레에서 만날 수 있는 고양이가 가운데 빨강 빛깔 털이 있는 고양이는 없지 싶습니다. 뭐라고 해야 할까, 꿈속에서나 볼 수 있는 고양이인 “빨강 고양이”라고 할 만합니다. 그런데, 그림책에서는 빨강 고양이가 태어납니다. 하양 고양이와 까망 고양이 사이에서 뜻밖에 빨강 털이 가득한 고양이가 태어나요.


  어쩐 일일까요. 어찌된 셈일까요. 하양과 까망 사이에서 빨강이 태어날 수 있을까요?



.. 난 빨강이야. 우리 엄마는 하얗고, 우리 아빠는 까맣지. 난 하양이랑 까망이랑 줄무늬랑 얼룩이랑 함께 태어났어 ..  (2쪽)



  그림책 《빨강이 어때서》를 읽으면, 어미 고양이는 ‘우리한테서 저런 고양이가 나올 수는 없다’고 여기지 않습니다. 그러나, 어미 고양이는 걱정합니다. 틀림없이 저희가 낳았으니 저희 고양이로 여기지만, 앞으로 ‘고양이 사회’에서는 ‘빨강 털’로 살아갈 수 없으리라 여깁니다.


  어미 고양이는 새끼 고양이 털빛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어떻게든 하양 털빛이나 까망 털빛이 되기를 바랍니다. 다른 고양이들도 ‘빨강이’가 ‘하양이’나 ‘까망이’가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어느 날 빨강이는 아주 슬픈 일을 마주합니다. 하양 털인 고양이들은 하양 털빛 암고양이(어미니)한테 살근살근 달라붙고, 까망 털인 고양이들은 까망 털빛 수고양이(아버지)한테 가만가만 다가갑니다. 빨강 털빛 고양이는 혼자 갈 데가 없습니다. 혼자 어디에든 끼지 못합니다.






.. “아휴, 저렇게 털이 빨개서 어쩌지?” 엄마 아빠는 한숨 쉬며 나를 걱정했어. 하지만 난 내 빨간 털이 마음에 쏙 들었어! 참 예뻐 보였거든 ..  (7쪽)



  빨강이가 갈 곳은 한 군데입니다. 집 바깥입니다. 빨강이는 혼자 집을 떠나기로 합니다. 아무도 빨강이를 붙잡지 않습니다. 아니, 아무도 빨강이가 집을 나간 줄 알아차리지 않습니다. 빨강이는 하염없이 헤맵니다. 헤매고 헤매다가 눈물을 똑 흘립니다.


  이때, 빨강이는 삶이 너무 괴로운 나머지 스스로 목숨을 버릴 수 있습니다. 빨강이는 더는 살 마음이 들지 않아 스스로 목숨을 끊을 수 있습니다.


  어찌해야 할까요. 고양이 아닌 사람은, 이런 일에 맞닥뜨리면 어떻게 하는가요. ‘우리와 같지 않다’면서 ‘나를 혼자 따돌리’는 사회 얼거리가 있다면, 이런 사회 얼거리에서 우리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요. 그림책은 고양이를 빗대어 이야기를 하고, 그림책은 빨강 고양이를 보여주면서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고양이가 아닌 사람이라면, ‘빨간 사람’은 삶을 어떻게 다스려야 할는지요.



.. “흰 우유를 많이 마시면 하얘질지 몰라!” 엄마는 흰 우유를 듬뿍 마시게 했어. 하지만 난 하얘지고 싶지 않았어 ..  (10쪽)






  빨강 털빛 고양이는 죽지 않습니다. 아니, 죽을 마음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빨강 빛깔 고양이는 제 털빛을 몹시 사랑하거든요. 빨갛게 빛나는 털빛이 얼마나 고운가 하고 생각합니다. 비록 어머니와 아버지와 동무한테서는 모두 떨어져야 하지만, 빨강이는 혼자 씩씩하게 살아가기로 합니다. 내 삶은 내 손으로 힘차게 가꾸려고 합니다.


  그리고, 이럴 무렵, 빨강이는 놀랍도록 눈부신 동무를 만납니다. 빨강이가 만난 동무는 파랑이입니다.


  이런. 빨강 고양이에 이어 파랑 고양이라니. 파랑 고양이도 지구별에는 있을 수 없을 터이나, 그림책에는 예쁘게 나옵니다. 아마 파랑 고양이도 빨강 고양이처럼 집을 떠나 홀로 돌아다니던 길이었겠지요. 내 삶은 내가 일군다는 마음으로 씩씩하고 꿋꿋하며 힘차게 제 길을 걸었겠지요.



.. 그날부터 나랑 파랑이는 늘 함께 지냈어. 잘 때도, 놀 때도, 먹을 때도, 노래 부를 때도 말이야. 그리고, 빨간 고양이, 주황 고양이, 노란 고양이, 초록 고양이, 파란 고양이, 남빛 고양이, 보라 고양이가 태어났지 뭐야 ..  (28∼30쪽)



  빨강이는 예쁩니다. 파랑이도 예쁩니다. 하양이도 까망이도 예쁩니다. 안 예쁜 아이는 없습니다. 모두 예쁜 아이들이요, 모두 어여쁜 숨결입니다.


  나도 예쁘고 너도 예쁩니다. 우리도 예쁘고 너희도 예쁩니다. 이 나라에서 살아가는 사람도 예쁘고, 저 나라에서 살아가는 사람도 예쁩니다. 이곳에서 삶을 가꾸는 사람도 예쁘며, 저곳에서 삶을 북돋우는 사람도 예쁩니다.


  대학교를 다니지 않아도 예쁩니다. 중학교나 초등학교조차 안 다녔어도 예쁩니다. 주머니에 돈이 그득해도 예쁘고, 주머니에 돈이 한푼조차 없어도 예쁩니다. 긴머리도 예쁘고 짧은머리도 예쁩니다. 모두 예쁘고, 저마다 예쁩니다.


  마음을 보면 돼요. 마음을 읽고, 마음을 나누며, 마음을 사랑하면 돼요. 겉모습에 홀리지 말아요. 겉차림에 휘둘리지 말아요. 우리가 바라볼 곳은 따사로우면서 아름다운 빛입니다. 우리는 따사로우면서 아름다운 빛을 가슴에 품고 사랑을 꽃피우는 이웃하고 어깨동무를 하면 됩니다. 4347.8.2.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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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152) 해갈의 1 : 해갈의 단비


그렇게도 비가 내리지 않더니 어제 해갈의 단비가 내려 주었다. 충분치는 않지만, 마침 비오기 직전에 파종을 마쳐서 얼마나 다행인지

《황대권-야생초 편지》(도솔,2002) 71쪽


 해갈의 단비가 내려

→ 시원한 단비가 내려

→ 가뭄을 씻는 단비가 내려

→ 목마름을 푸는 단비가 내려

→ 땅을 적시는 단비가 내려

 …



  한자말 ‘해갈(解渴)’은 “(1) 목마름을 해소함. ‘갈증을 풀어 버림’으로 순화 (2) 비가 내려 가뭄을 겨우 벗어남”을 뜻한다고 합니다. 우리가 안 써야 마땅한 한자말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낱말풀이를 보면 “목마름을 해소”라 적고, “갈증을 풀어”로 고쳐쓰라고 나옵니다. 알쏭달쏭합니다.


  한자말 ‘해소(解消)’는 “(1) 어려운 일이나 문제가 되는 상태를 해결하여 없애 버림 (2) 어떤 관계를 풀어서 없애 버림”을 뜻합니다. 그러니까, ‘해소하다’라는 한자말은 ‘풀다’라는 한국말하고 뜻이 같은 셈입니다. 한국말사전에 나오는 다른 한자말 ‘갈증(渴症)’은 “목이 말라 물을 마시고 싶은 느낌”을 뜻해요. 그러니까, 한국말로는 ‘목마름’이고, 이를 한자말로 옮기니 ‘갈증’입니다.


  학자가 빚은 한국말사전에 실린 낱말풀이가 영 어설픕니다. 이도 저도 아닙니다. 아무래도 이처럼 이도 저도 아닌 낱말풀이가 실린 한국말사전이 떠도는 한국이기에, 여느 사람들이 글을 쓰거나 말을 할 적에 ‘한국말이 아니라 할 수도 없지만, 또 한국말이라 할 수도 없는 알쏭달쏭한 말’을 쓰지 싶습니다.


  목마름을 푸는 단비란 “시원한 단비”입니다. 고맙지요. 목마름을 푸는 단비인 만큼, 땅을 적시고 풀잎과 나뭇줄기를 적십니다. 가뭄을 씻고 더위를 털어냅니다. 4347.8.2.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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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도 비가 내리지 않더니 어제 시원한 단비가 내려 주었다. 넉넉하지는 않지만, 마침 비오기 앞서 씨를 다 뿌려서 얼마나 고마운지


“충분(充分)치는 않지만”은 “넉넉하지는 않지만”으로 손질하고, “비오기 직전(直前)에”는 “비오기 앞서”나 “비오기 바로 앞서”로 손질하며, “파종(播種)을 마쳐서”는 “씨뿌리기를 마쳐서”나 “씨를 다 뿌려서”로 손질합니다. “얼마나 다행(多幸)인지”는 “얼마나 고마운지”나 “얼마나 잘되었는지”나 “얼마나 기쁜지”나 “얼마나 반가운지”로 다듬어 줍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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