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아이 183. 2014.7.26.ㅁ 책을 읽는 빛



  책을 읽는 빛이란 무엇일까 하고 한참 생각해 본다. 나는 우리 아이들이 책을 읽는 빛을 늘 마주하면서 놀라는데, 우리 어머니와 아버지는 이녁 아이가 어릴 적에 책을 손에 쥐어 읽는 빛을 어느 만큼 만나셨을까. 우리 어머니는 곧잘 보셨겠으나 우리 아버지는 얼마나 느끼거나 만나셨을까.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댓글(2)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꿈꾸는잎싹 2014-08-03 23:30   좋아요 0 | URL
포스팅 제목이 무슨 도서관 분류기호처럼 보이네요.ㅎㅎ
책을 읽는 빛이란 말이 참 고와요~~

국어사전 만드시는 분의 서재에 댓글을 다니까 조심이 많이 됩니다.
혹시 틀린 글자가 없을까 하고요. 혹 틀리면 그 때 그 때 지적해주세요.
늦은 밤 평안하세요~~

파란놀 2014-08-04 07:36   좋아요 0 | URL
사진 분류랍니다.
아이들 사진을
'한 갈래'로만 찍을 수 없구나 싶어서,
주제(이야기)에 따라 하나하나 나누거든요.

나중에 아이들한테 고스란히 물려줄 선물이라서
아버지로서는 좀 멋없게 분류 번호를 붙여요 ^^;;

틀린 글자는 얼마든지 괜찮답니다.
그리고,
글을 어떻게 쓰든
우리 마음을 즐겁고 아름답게 담을 때에
살아서 숨쉬는 예쁜 글이 되어요 ^^
 


 알량한 말 바로잡기

 (1616) 사료


이들 중 ‘마루카미 고을’을 지나는 길이 가장 허술하므로, 조속한 방어책이 필요하다고 사료됩니다

《이와아키 히토시/서현아 옮김-칠석의 나라 1》(학산문화사,2014) 7쪽


 방어책이 필요하다고 사료됩니다

→ 방어책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방어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봅니다

→ 방어책을 갖추어야 합니다

 …



  한자말 ‘사료(思料)’는 “깊이 생각하여 헤아림”을 뜻합니다. 그러니까, “깊이 생각함”이나 “깊이 헤아림”으로 고쳐써야 올바른 셈입니다. 생각을 깊이 할 적에는 “깊이 생각한다”처럼 말하면 돼요.


  이밖에 ‘史料’나 ‘使料’나 ‘飼料’ 같은 한자말이 한국말사전에 나오는데, 이 한자말들은 ‘역사 자료’나 ‘삯’이나 ‘먹이’로 고쳐써야 알맞습니다. 한국말사전에 이런저런 한자말을 꽤 싣지만, 쓰임새를 살피면 막상 그리 쓸 만하지 않습니다. 아니, 한국말로 알맞고 올바르면서 아름답게 쓰면 넉넉합니다. 저마다 생각을 깊이 가다듬어 맑으면서 밝은 말길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4347.8.3.해.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이들 가운데 ‘마루카미 고을’을 지나는 길이 가장 허술하므로, 하루 빨리 방어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이들 중(中)”은 “이들 가운데”로 다듬고, “조속(早速)한 방어책(防禦策)이 필요(必要)하다고”는 “하루 빨리 방어책을 마련해야 한다고”나 “막을 길을 하루 빨리 찾아야 한다고”로 다듬어 봅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쉬운 언어 정책과 자국어 보호 정책의 만남
피터 로드니 외 지음 / 피어나 / 2013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따뜻한 삶읽기, 인문책 80



쉽게 안 쓰면 말이 아니다

― 쉬운 언어 정책과 자국어 보호 정책의 만남

 피터 로드니·에바 올롭손·베네딕트 마디니에

 이건범·이상규·김슬옹·김혜정·이현주·김영명

 피어나 펴냄, 2013.12.16.



  쉽게 쓰는 말이 말입니다. 쉽게 안 쓰는 말은 말이 아닙니다. 그러면, 무엇일까요? 쉽게 안 쓰는 말도 그냥 말이라 할 수 없는 까닭이 있을까요?


  쉽게 안 쓰는 말은 폭력이나 권력입니다. 쉽게 안 쓰는 말은 이웃이나 동무를 헤아리지 않습니다.


  이웃을 사랑하는 사람이 말을 어렵게 쓸 일이 없습니다. 사랑하는 마음을 어렵게 비비 꼬아서 못 알아듣도록 할 까닭이 없습니다. 사랑을 담는 노래를 내 이웃이 곧바로 느끼고 알아차릴 수 있도록 부르지, 아무도 못 알아듣도록 사랑노래를 부를 일이 없습니다.


  동무를 해코지하거나 따돌리려 하기에 어렵게 말을 합니다. 지식으로 권력을 쌓기에 어렵게 말을 합니다. 한편, 어렵게 쓰는 말은 폭력일 뿐입니다. 한자를 부려서 쓰든 영어를 섞어서 쓰든, 한자나 영어를 모르는 사람한테 한자나 영어를 함부로 쓰는 말은 그저 폭력입니다. 왜냐하면, 한자나 영어를 모르는 사람한테 이런 말을 자꾸 쓰는 일은 사랑이 아니니까요.



.. 한국의 근대 지식인들은 일본을 거쳐 번역된 서양의 근대 학문을 받아들였으므로 일상생활 용어와 전문용어는 전통적인 한자어 낱말과도 달랐다. 일본식 한자어 낱말이 지식과 정보의 주류를 이루게 된 것이다 … 이 한자어 낱말이 일상의 삶과 동떨어진 어려운 말이었기에 지식인층과 일반 국민의 거리는 좁혀지지 않았다. 이런 까닭으로 한자를 배워야 한다는 주장이 아직까지 기세를 떨치고 있다 ..  (8∼9쪽)



  아직 한국 사회에서 공문서가 무척 어렵습니다. 정치꾼은 언제나 ‘서민’을 읊지만, ‘서민’이란 낱말부터 흐리멍덩합니다. ‘서민인 사람’이 ‘서민’이라는 한자말을 알까요? ‘서민이 아닌 사람’이 ‘서민’이라는 한자말을 쓰면서 자꾸자꾸 더 울타리를 높게 쌓지 않는가요?


  동사무소나 면사무소에 가서 등본을 하나 뗄 적에 써야 하는 문서를 보아도, 무척 딱딱하고 까다롭습니다. 출생신고서나 혼인신고서 서식은 아직도 많이 어렵습니다. ‘차상위계층인 사람’이 ‘차상위계층’이 무슨 소리인지 알 수 있을까요? ‘기초생활수급자인 사람’이 ‘기초생활수급자’라는 이름이 무엇을 가리키는지 알 만할까요? 기초연금이든 복지기금이든 신청할 사람들이 쉽게 알아들어서 쉽게 서류를 낼 수 있도록 쉬운 글로 서식이 있는지 무척 궁금해요.


  공무원들은 ‘비수급 빈곤층’이라는 말을 쓰고, 지식인은 ‘하우스 푸어’라는 말을 쓰는데, 이런 말은 누구를 어떻게 생각하면서 쓰는 말인지 궁금합니다. ‘가난한 이웃’을 얼마나 헤아리기에 이런 말을 지을까요. ‘집 없는 이웃’을 얼마나 생각하기에 이런 말을 지을까요. ‘시각 장애인’이나 ‘청각 장애인’ 같은 낱말은 어떤 지식인이나 공무원이 어떤 마음으로 지었을는지 무척 궁금하기도 해요. 왜 이렇게밖에 말을 쓸 줄 모를는지 참으로 궁금한 노릇입니다.



.. 1970년대 영국에서는 공공정보를 전달받아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너무 많은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져 갔다 … 이들 기관이 보내는 정보는 무척 중요했으나 읽어도 무슨 뜻인지 불분명하기 일쑤였다 … 국민에게 전해져야 하는 정보 대부분은 애매한 말과 전문용어 범벅이었고 관료적 표현 천지였다 많은 사람이 이런 상황을 개혁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며 팔을 걷어부치고 나섰다가 단념하고 말았다. 정부와 대기업에게 국민과 소통하는 방법을 바꾸라고 설득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뼈저리게 느끼고서 물러섰던 것이다 … 법률 문서는 수백 년 동안 전통이라는 미명 하에 난해하기 이를 데 없는 낡은 문체를 하나도 손대지 않고 유지해 왔다 … 법률가에게 왜 아무도 알아듣지 못할 특정 법률용어를 고집하는가라고 캐물으면 법정에서 ‘무수히 사용되었고 검증되었다’는 변명을 듣게 된다. 달리 말해, 판사는 너무나 오랫동안 특정 법률용어에 특정 의미가 담겼다고 믿어 왔기에 거기서 벗어나는 용어는 다른 의미를 내포한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  (17, 18, 19, 37, 46쪽)



  말은 언제나 내 삶에 따라 흐릅니다. 내 삶이 포근하거나 따사롭다면 내 말은 포근하거나 따사롭습니다. 내 삶이 고단하거나 힘들다면 내 말은 고단하거나 힘듭니다. 나 스스로 삶을 넓고 깊게 바라본다면 내 말은 넓고 깊을 테지요. 내 삶이 쳇바퀴 돌듯이 얽매인 굴레라 한다면 내 말도 쳇바퀴 돌듯이 얽매인 굴레입니다.


  오늘날 초등학교 교과서를 살피면, 중·고등학교 교과서에서 쓰는 낱말하고 거의 비슷합니다. 1990년대로 접어들기 앞서까지는 초등학교 교과서에서 쓰는 낱말은 되도록 ‘쉽고 바르며 아름답게’ 손보려고 했다고 느낍니다. 다만, 이렇게 했다고 하더라도 많이 모자라거나 아쉬웠지만, 적어도 초등학교 교과서만큼은 이 나라 아이들이 쉬우면서 바르고 아름답게 한국말을 익히도록 이끌려고 했어요.


  이제 오늘날 초등학교 교과서는 아이들한테 한국말을 제대로 가르치거나 보여주지 않습니다. 초등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한자 지식을 외우도록 내몰 즈음부터 한국말은 그야말로 뒤죽박죽 엉터리로 지나칩니다. 한국말이 어떤 말인지 보여주지 못하고, 한국 말법과 말투와 말씨와 말결이 어떠한가를 슬기롭게 밝히지 않습니다. 대학입시지옥인 중·고등학교와 발을 맞추려는 초등학교 교육입니다. 쉬운 말도 바른 말도 아름다운 말도 아닌, 오직 시험문제와 얽힌 지식으로 가득한 얼거리에 갇히는 교과서요 학교이며 교육이고 문화입니다.



.. 스웨덴 정부가 언어학자와 협력하여 이 캠페인을 이끌었다. 이 캠페인이 추구한 분명하고 이해하기 쉬운 언어는 당시에 한창 진행 중이던 민주화 과정에 부응하는 것이었다 … 자국어의 포기는 비영어권 국가들의 교육의 질을 위협하는 요소로 작용할 뿐 아니라 별도의 매개 수단이 없이는 과학 언어를 이해할 수 없는 일반 대중들의 지식 접근을 차단하는 결과를 낳는다 ..  (125, 185쪽)



  《쉬운 언어 정책과 자국어 보호 정책의 만남》(피어나,2013)이라는 책을 읽으면서 곰곰이 생각합니다. 한글문화연대에서 무척 힘을 써서 뜻있는 모임자리를 한국에서 마련했고, 영국와 스웨덴과 프랑스에서 뜻있는 이들이 찾아와서 뜻있는 이야기를 이녁 나라 말로 들려주었습니다.


  나라에서 말을 쉽게 쓰려고 할 때에 비로소 민주와 평화와 복지가 살아난다는 대목을 읽습니다. 사람들 스스로 말을 쉽게 쓰도록 북돋우고 애쓰면서 어깨동무를 할 때에 비로소 평등과 사랑과 두레가 이루어진다는 대목을 엿봅니다.


  생각해 볼 노릇입니다. 나라에서 어려운 말을 쓰면 어찌 될까요? 나라에서 일제강점기 찌꺼기 한자말을 자꾸 쓰면 어찌 될까요? 공공기관과 여느 회사와 학교에서 올바르지 않고 알맞지 않으며 아름답지 않은데다가 슬기롭지도 않은 말을 자꾸 쓰면 어찌 될까요?


  말을 제대로 배우지 못한 사람은 생각을 제대로 하지 못합니다. 생각을 담아낼 말을 모르기 때문입니다. 말을 슬기롭게 가꾸지 못하는 사람은 삶을 슬기롭게 가꾸지 못합니다. 말과 넋과 삶이 서로 맞물리지 못하면서 엇갈리는데, 어느 하나 제대로 엮지 못합니다.


  그러면, 한국이라는 나라는 어떤 모습일까요. 예전에 국립국어원 원장으로 있던 이상규 님은 스스로 국립국어원을 나무라는 말을 합니다.



.. 첫째, 《표준국어대사전》은 매우 조급하게 만드는 과정에서 기존에 나온 많은 사전들의 올림말과 뜻풀이를 수작업으로 조합한 사전이다. 따라서 기존의 개인이나 출판사에서 만든 사전 대부분이 일본 사전을 대거로 베껴 온 것이 그대로 《표준국어대사전》으로 이어진 악순환을 극복하지 못했다. 특히 전문용어는 일본의 《광사원》을 아무런 여과 없이 그대로 베껴 온 부분이 한두 곳이 아니다. 혹평을 하자면 ‘표절의 상징물’이라고 할 수 있다 .. (348쪽)



  이러한 이야기는 이상규 님이 국립국어원에서 원장을 맡기 앞서 여러 사람들이 꾸준히 했습니다. 그러나 지난날 국립국어원(국립국어연구원)에서는 이러한 이야기를 하나도 안 받아들였습니다. 게다가 아직도 꽤 많은 한국사람은 한국에서 나온 적잖은 ‘국어사전(한국말사전이 아닌 ‘국어’사전)’이 ‘일본사전’을 베낀 줄 모를 뿐 아니라, 일본사전을 베낀 탓에 ‘한국사람이 안 쓰는 한자말이 잔뜩 실려’서 ‘마치 한국말은 얼마 없고 한자말이 많은’ 줄 여기기까지 합니다.


  일본에서 조금 공부를 했다거나 일본책을 조금 살폈다면 알리라 생각합니다. ‘콘사이스’라는 이름을 붙인 사전은 일본사람이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한국에는 ‘콘사이스’ 사전이 있어요. 한국말 가운데 한자말이 2/3라느니 몇 퍼센트라느니 하는 통계는 모두 거짓이요 엉터리입니다. 왜냐하면, 일본사전을 베끼거나 훔쳐서 ‘국어’사전을 만들었으니 한자말이 엄청나게 많이 실릴 수밖에 없었거든요.


  무슨 소리인가 하면, 현대 사회로 접어든 뒤 한국사람은 아직 한국말을 배운 적이 없습니다. ‘제대로 배운’ 적도 없으나 ‘배운’ 적조차 없습니다. 학교에서 ‘국어 교육’은 하지만 ‘한국말을 가르치거나 배우’지는 않습니다. 입시 과목 가운데 하나로 ‘국어’만 다룰 뿐입니다. 거의 모든 한국사람은 한국말이 아닌 ‘국어’를 시험 과목으로 외운 채 이야기(의사소통)를 나누고 글을 쓰고 말을 합니다. 이리하여 온갖 일본 말투와 일본 한자말과 번역 말투와 영어가 어지럽게 뒤섞입니다. 이렇게 어지럽게 뒤섞인 어설픈 말이 어지러운 줄 모르고 어설픈 줄 깨닫지 않으면서, 그냥저냥 ‘의사소통’을 합니다. 그냥저냥 문학을 하고 그냥저냥 기사를 쓰고 책을 내며 그냥저냥 학문을 하고 과학을 합니다.



.. 이들이 낸 소원의 핵심 내용은 공문서 작성에서 한글을 전용토록 한 국어기본법이 한자 문화를 누릴 수 있는 행복 추구권을 침해하고 있으며, 교과용 도서에 한자를 싣지 못하게 함으로써 초·중고등학교 학생들의 학습권과 부모의 자녀교육권을 제한하고 있다는 것이다. 소원 청구인들 가운데 시장에서 배추를 팔고 어물전에 생선을 파는 이웃 사람이나 시골 농촌에서 열심히 일하는 평범한 분들의 이름은 눈에 띄지 않는다. 다들 이름 깨나 알려진 인사들이다. 소송 제기를 한 분들은 모두 자기의 눈높이만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분들이 아닐까? 아직 입시 지옥에서 벗어나지 못한 초·중·고 학교 아이들이 영어, 수학 등 과도한 학습 분량에 시달리고 있는 이 시점에서 다시 한자 교육을 부활함으로써 부과될 학습량은 얼마나 늘어날까? 학생들을 희생할 만한 가치가 있는가? 지난 조선조 선비들은 평행을 한문 공부를 해도 해결하지 못했는데, 한문 원전을 조금이라도 읽어 본 분이라면 한자 몇 자 가르친다고 세상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다 알 수 있는데 말이다 ..  (323쪽)



  이 나라 아이들은 앞으로 어떻게 자라면서 어떤 사람이 될 때에 아름다울까 하고 생각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 나라 아이들이 앞으로 입시지옥에 사로잡혀서 시름시름 앓다가 취업전쟁에 휘둘리면서 거듭 시름시름 앓아야 하겠습니까. 이 나라 아이들이 스스로 아름다운 꿈을 사랑스럽게 품으면서 환하게 웃고 노래할 수 있는 터를 이루어야 하겠습니까.


  아이들을 사랑한다면 말을 쉽게 써야 합니다. 어른인 나 스스로를 사랑한다면 말을 날마다 새롭게 익히면서 삶을 새롭게 사랑하는 길을 걸어야 합니다.


  어려운 말로는 모든 일이 그저 어려울 뿐이고 가로막힙니다. 쉬운 말로는 모든 일이 술술 풀리듯이 쉬우면서 활짝 열립니다. 마음을 열고 말을 살찌우면 됩니다. 가슴을 열어젖히면서 말꽃이 피어나게 북돋우면 됩니다. 4347.8.3.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태풍과 책읽기



  태풍이 온다고 하면서 며칠 앞서부터 면사무소에서 방송을 했다. 나는 면사무소 방송을 믿지 않을 뿐더러, 날씨 방송조차 믿지 않는다. 하늘가를 바라보면서 구름결을 살피고 바람냄새를 맡아야 날씨를 알거나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올해에 온다는 태풍은 그리 세지 않다고 미리 알아차렸다. 그러께에 온 태풍과 견주면 아무 작은 바람이라고 느꼈다. 그래도 한 가지는 살피고 싶어서 위성사진으로 구름 움직임을 보았다. 생각했던 대로 그러께에 온 태풍보다 크기가 훨씬 작았고, 비도 그리 많이 머금지 않았다. 그러나, 그러께에 온 태풍보다 작다뿐, 올들어 가장 많이 비를 뿌린다. 사흘에 걸쳐 꽤 드세게 비가 내렸다. 이리하여, 어제와 오늘 아침까지 흙물이 나왔다. 우리 집은 땅밑에서 흐르는 물을 길어올려 마시는 터라, 이렇게 비가 드세게 여러 날 이어지니, 땅밑에서 흐르는 물도 흙이 꽤 섞인 물이다. 미리 받아 놓은 물을 마시고, 이 물로 밥을 짓기는 하지만, 이틀째 맑은 물을 못 쓰니 여러모로 힘들다. 이러다가 오늘 아침에 빗줄기가 가늘어지면서 그친 뒤 몇 시간이 흐르니, 낮에 이르러 비로소 맑은 물이 나온다.


  맑은 물이 나오니 얼마나 고마운지. 흙물이 나올 적에도 ‘이만 한 흙물도 다른 나라에서는 무척 고맙게 여길 테지’ 하고 생각하면서 마셨는데, 흙이 섞인 뿌연 물을 마시니 참말 입안에서도 흙알을 느낄 수 있었다.


  오늘이 지나면 비가 오롯이 가시고 구름도 많이 걷힐까. 이튿날이나 모레부터 골짝마실을 다시 하면, 골짜기에 물이 얼마나 많이 넘칠까. 요즈음 골짝물이 많이 줄어 골짝마실 물놀이를 하면서 살짝 서운하다고 생각했더니, 이런 비가 찾아왔을는지 모르겠다.


  큰비와 큰바람이 함께 찾아드니 모기도 파리도 어디론지 자취를 감춘다. 아마 모두 꽁꽁 숨겠지. 그 아이들은 작은 비바람에도 휘 날려갈 테니까. 비바람이 크게 몰아칠 적에 풀줄기를 붙잡고 안간힘을 쓰는 잠자리와 나비와 풀벌레를 제법 보았다. 비바람이 드세게 휘몰아칠 적에 우리 집 마당에 있는 후박나무와 초피나무도 엄청나게 춤을 추었다. 우리 집 나무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얘들아, 이번 비바람은 그리 안 센 줄 알지? 기운을 내렴. 앞으로 너희들이 더 우람하게 자라라고 보듬어 주는 바람결이야. 4347.8.3.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한글노래 26. 오늘 하루



어머니는 마당 한쪽에

파를 심고

아버지는 울타리 곁에

복숭아나무를 심고

할머니는 텃밭에

배추랑 무랑 오이를 심고

할아버지는 무논에

이모 삼촌 큰아버지하고

푸르게 빛나는 모를 심고

구름은 하얗게 맑은 낯으로

그늘을 베풀며 지나가고

제비가 처마 밑에서 노래하다가

하늘빛으로 물들면서

날아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하루.



2014.6.22.해.ㅎㄲㅅㄱ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