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아이 185. 2014.8.3.ㄴ 작은 아이 책돌이



  누나가 신을 벗고 책상에 걸터앉은 모습을 본 산들보라는, 저도 책상에 올라앉아서 책을 보겠단다. 큼지막한 그림책을 책상에 펼친 뒤 엉금엉금 올라간다. 책상 끄트머리에 쪼그려앉는다. 참 용하구나. 네가 이렇게 작은 아이인 터라 그 작은 책상에도 올라가서 쪼그려앉을 수 있네. 몸집 큰 어른은 못 하지만, 작으면서 예쁜 아이들은 이렇게 책상놀이를 할 수 있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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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아이 184. 2014.8.3.ㄱ 긴신 벗고 책상에



  비가 퍼붓는 날 긴신을 신고 도서관에 온다. 신에는 물이 찼고 발은 물에 붓는다. 그래서 맨발로 책상에 걸터앉는다. 신에 찬 물을 빼고 발을 말린다. 느긋하면서 조용한 한때가 흐른다. 고즈넉하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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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포시 사외보 <책이 열리는 나무>에 싣는 글입니다.
여름호가 진작에 나왔는데
글은 이제야 올리는군요~

..

말넋 33. 제빛을 읽고 제말을 합니다
― 여름에 먹고 마시는 숨결


  글에 눈을 뜬 일곱 살 아이는 글이 보일 때마다 읽으려고 합니다. 글을 읽는 아이는 그저 읽습니다. 지식이나 사상이나 철학으로 읽지 않습니다. 아이 눈에 보이는 대로 글을 읽습니다. “2시 20분”이라 적힌 글이 있으면 일곱 살 아이는 “두 시 스무 분” 하고 읽습니다. 아마 여느 어른이라면 모두 “두 시 이십 분”이라 읽겠지요. 일곱 살 아이가 어린이집을 다녔다면, 또 앞으로 학교를 다닌다면, 이렇게 읽을 수 없으리라 느낍니다. 사회에서는 “2시”를 “두 시”로 읽고 “20분”을 “이십 분”으로 읽을 뿐이기 때문입니다. 때를 가리키는 숫자를 왜 ‘하나 둘 셋’과 ‘일 이 삼’으로 갈라서 읽을까요? 우리는 왜 이처럼 읽을까요?

  요즈음은 어떠한지 모르겠으나, 중국과 일본에서 살아가는 한겨레는 예전에 “두 시 스무 분”처럼 읽었고, 돈을 셀 적에도 “1달러”를 “한 달러”로 읽었습니다. “2달러”라면? 마땅히 “두 달러”로 읽었어요. 그렇지만 이제 중국과 일본에서도 “두 시 스무 분”이나 “두 달러”처럼 읽는 사람이 많이 사라졌어요. 왜냐하면 중국에도 일본에도 ‘남녘 연속극과 영화’가 많이 퍼졌어요. 남녘에서 쓰는 말투가 중국과 일본에서 살아가는 한겨레 말투에 스며듭니다.

  저는 여덟 살에 처음 들어간 학교에서 때를 “두 시 이십 분”처럼 읽도록 가르칠 적에 고개를 갸우뚱하며 여쭈었습니다. 왜 그렇게 읽느냐고 여쭈었어요. 1980년대 첫무렵입니다. 그무렵 학교에서 교사는 이런 물음을 바보스러운 말로 여겼습니다. 대꾸할 값어치가 없다고 여기며, 시키는 대로 따르라고만 했어요. 오늘날 학교는 어떠할까 궁금합니다. 오늘날 초등학교와 유치원에서 아이들한테 숫자읽기를 가르치면서 어떤 낱말과 말투를 보여주거나 알려줄는지 궁금합니다.

  노정임·안경자 님이 쓴 《파브르에게 배우는 식물 이야기》(철수와영희,2014)라는 책을 읽다가 “잎의 모양은 식물마다 다 달라. 우리나라에는 600여 종의 식물이 산다고 알려져 있는데(96쪽).”와 같은 글을 봅니다. 곰곰이 생각합니다. 우리 어른들 말투가 이렇습니다. 우리 어른들은 “잎의 모양은 식물마다 다 달라”처럼 말합니다. 어느새 이런 말투로 딱딱하게 굳습니다. 이러한 글은 틀림없이 한글입니다. 다만, 겉보기로는 한글이요, 속보기로는 한국말은 아니에요.

  한국말로 옳게 쓰거나 말하려면 “잎은 식물마다 모양이 다 달라”처럼 다듬어야 합니다. 토씨 ‘-의’를 넣어 “잎의 모양은”처럼 쓰는 글은 한국말이 아니에요. 여기에서 더 살핀다면, “잎은 풀과 나무마다 모양이 다 달라”처럼 다듬을 만하고, “잎은 풀과 나무마다 다 달라”처럼 더 다듬을 만해요.

  책에 나온 글을 더 들여다보면 “600여 종의 식물이 산다고 알려져 있는데”와 같은 글도 “식물이 600여 종이 산다고”로 다듬어야 알맞습니다. “한 권의 책”이나 “한 잔의 커피”는 한국말이 아니에요. 영어 번역 말투입니다. 한국말로 바르게 가다듬으면 “책 한 권”이고 “커피 한 잔”입니다. “600여 종의 식물”은 한국말이 될 수 없어요. 껍데기만 한글일 뿐입니다. “식물 600여 종”이라 적어야 올발라요. 더 살필 수 있으면 “풀과 나무가 600여 가지”로 다듬고, “풀과 나무가 600가지 남짓”으로 다듬습니다. 이 글월을 통째로 다듬어 “우리나라에는 풀과 나무가 600가지 남짓 있다고 알려졌는데”로 적을 수 있으면, 비로소 옹글다 싶은 한국말이 됩니다.

  유월 문턱에 감꽃을 바라봅니다. 감꽃은 오월에 피고 유월에 집니다. 유월에 지는 감꽃은 칠월에 무르익어요. 팔월에는 감알이 어떤 빛이 될까요? 집에 감나무가 한 그루 있으면 날마다 새롭게 감잎과 감꽃과 감알을 살필 수 있어요. 감을 잎과 꽃과 알로 헤아릴 만합니다. 감나무에서 감알을 하나 톡 따서 먹으면, 단단한 씨앗을 봅니다. 감씨예요. 그러니까, 풀과 나무는 네 가지로 묶어서 살펴볼 수 있습니다. 잎과 꽃과 알과 씨예요. 더 들여다보면, 잎이 돋기 앞서 싹이 터요. 싹은 씨앗이 흙에 드리운 뒤 바깥으로 내놓는 첫 잎사귀나 줄기입니다. 나무라면 한해살이 아닌 여러해살이인 터라, 싹이 튼다기보다 눈이 터져요. 나무에 있는 눈은 겨울눈이라고 합니다. 이리하여, 풀이라면 ‘싹·잎·꽃·알·씨’로 흐르는 삶이고, 나무라면 ‘눈·잎·꽃·알·씨’로 흐르는 삶입니다.

  여름이면 우리들은 밭에서 나는 오이를 먹고 토마토를 먹습니다. 매화알도 살구알도 복숭아알도 노르스름하거나 발그스름하게 영급니다. 오얏알은 아예 빨갛디빨갛게, 빨갛다 못해 검붉게 익습니다. 매화알은 으레 푸른 빛깔일 때에 따서 효소를 많이 담지만, 매화알을 매화나무에 그대로 둔 채 바라보면 노르스름하면서 바알간 빛이 도는 열매로 익습니다. 잘 익은 매화알을 먹으면 ‘매화알이 푸를 적에 따서 효소로 담가 먹는 까닭’을 알 수 있는데, 그렇다 하더라도 매화알은 매화알대로 맛이 있어요. 다만, 매화알은 살구맛도 오얏맛도 아닙니다.

  곧, 매화알은 매화빛과 매화내음으로 매화맛입니다. 살구알은 살구빛과 살구내음으로 살구맛입니다. 눈썰미가 밝은 분이라면, 매화잎과 살구잎과 복숭아잎이 어떻게 다른지 쉬 알아챕니다. 능금잎과 배잎이 어떻게 다른지 곧 알아챌 테고요. 눈썰미가 어둡다면 감잎과 모과잎과 뽕잎을 못 알아봐요. 무화과잎을 못 알아보는 분도 있어요. 다 다른 나무에서 다 다른 잎을 알아본다면, 잎빛과 잎무늬와 잎결을 모두 다르게 읽을 수 있어요. 나무마다 다른 빛과 무늬와 결을 읽는다면, 말을 하거나 글을 쓸 적에 ‘오동잎빛’과 ‘마삭줄꽃빛’을 말하거나 ‘능금꽃내음’과 ‘멧딸내음’을 말할 수 있어요. 나무마다 다른 빛과 무늬와 결을 못 읽으면, 숲에서 들려주는 빛을 말이나 글로 담아서 나타내지 못해요.

  그나저나 수박은 언제 익을까요? 참외는 언제 익나요? 모두 여름에 익어요. 비닐집에서 키우면 봄에도 수박과 참외를 맛보는데, 해와 바람과 비를 머금는 수박과 참외는 여름빛이 무르익을 때에 제맛입니다. 여름에 여름을 먹는 제맛을 안다면, ‘제빛’을 찾고 ‘제말’을 하며 ‘제삶’을 가꾸는 ‘제길’을 걷겠지요. 우리는 누구나 스스로 읽는 만큼 스스로 말하고, 스스로 사랑하는 만큼 스스로 살아갑니다. 4347.5.26.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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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허리 결린 나날 (사진책도서관 2014.8.3.)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사진책도서관 함께살기’


  날마다 등허리가 결리다. 책꽂이에 곰팡이가 먹지 않도록 어느덧 보름 넘게 책꽂이와 책을 나르고 옮기느라 고단하다. 도서관을 꾸릴 적에 책꽂이를 어떻게 갖추느냐 하는 대목이란 참으로 큰일이라고 새삼스레 느낀다. 도서관은 책은 책대로 알뜰히 갖출 노릇이면서, 책꽂이도 책꽂이대로 아주 좋은 나무로 짠 훌륭한 책꽂이를 두어야 한다. 참으로 좋은 나무로 책꽂이를 짜지 않으면 책이 다친다. 우리 도서관에 갖춘 책 권수를 헤아린다면, 책꽂이를 제대로 짜서 갖추는 데에 적어도 오천만 원은 써야 하는구나 하고 느낀다. 책꽂이 하나에 50만 원쯤 들일 적에 100개를 놓는 값이니 오천만 원이다.

  진땀을 빼면서 책꽂이와 책을 손질한다. 등허리가 결리고 온몸이 땀으로 젖는다. 이동안 아이들은 저희끼리 잘 놀아 준다. 곰곰이 생각한다. 참말 나는 이제껏 ‘책을 제대로 갖추는 데’에만 마음을 기울였다. ‘책꽂이를 제대로 갖추는 데’에는 마음을 못 기울였다. 스스로 마음을 기울이는 대로 도서관이 나아가지 않겠는가. 이냥저냥 값싸게 들이는 책꽂이는 오래 가지 못하니, 도서관에서는 아무 책꽂이나 쓸 수 없다. 그래, 그렇지. 예부터 집을 한 채 지을 적에 아무 나무나 베어서 기둥이나 들보로 삼지 않았다. 예부터 집 한 채는 삼백 해나 오백 해는 이어갈 수 있도록 지었다. 예부터 집뿐 아니라 옷장이든 살림이든 두고두고 쓸 만하도록 지었다. 밥상 하나를 허투루 깎거나 짠 옛사람은 없다. 옷 한 벌을 허투루 짜거나 기운 옛사람은 없다.

  책 한 권을 놓고 보아도 그렇다. 도서관은 왜 있고, 도서관은 무엇을 하는가. 도서관은 책을 건사해서 지키고 나누는 구실을 하지. 그러면 도서관은 어떤 책을 두는가. 두고두고 읽을 책을 둔다. 우리한테 길잡이와 이슬떨이가 될 책을 둔다. 아름다운 삶을 밝힐 슬기로운 이야기를 담은 책을 둔다. 책 하나부터 사랑스러우면서 아름다울 노릇이고, 사랑스러우면서 아름다운 책을 꽂는 책꽂이이니, 책꽂이도 사랑스럽고 아름다울 수 있어야 한다. 여기에 하나 더 살핀다면,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책과 책꽂이가 있는 도서관은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마을에 있어야 할 테지. 그리고,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마을에서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도서관을 가꿀 사람도 마음밭을 사랑스럽고 아름답게 보듬어야 할 테고.

  쇠걸상을 놓은 뒤 다용도장을 얹는다. 좋은 나무를 장만할 돈이나 좋은 책꽂이를 마련할 돈이 아직 없으니, 우리 도서관에 있는 것으로 머리를 짜내자. 빗물이 새거나 물기가 올라오는 바닥에서 높이 떼어놓으면 곰팡이가 안 올라오거나 덜 올라오려나. 앞으로 책꽂이 값을 장만하는 날까지 이대로 잘 버티어 줄 수 있기를 빈다. 요새는 집으로 돌아가면 등허리가 결리고 쑤셔서 아침에 일찍 못 일어난다. ㅎㄲㅅㄱ


* 사진책도서관(서재도서관)을 씩씩하게 잇도록 사랑스러운 손길 보태 주셔요 *
* 도서관 지킴이 되기 : 우체국 012625-02-025891 최종규 *
* 도서관 지킴이 되어 주는 분들은 쪽글로 주소를 알려주셔요 (010.5341.7125.) *
* 도서관 나들이 오시려면 먼저 전화하고 찾아와 주셔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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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4-08-07 1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침을 맞으셔야 할것같아요

파란놀 2014-08-07 11:52   좋아요 0 | URL
침은 안 맞아도 됩니다 ^^

시골집에서 등허리를 잘 펴고 드러누워서 쉰 뒤
맑은 바람과 물을 먹으면서
다시 기운을 차리면 되어요.

말씀 고맙습니다~~
하늘바람 님, 더운 여름 즐겁게 잘 누리셔요~
 

마감글 넷



  며칠 사이로 마감을 지어야 할 글이 넷 있다. 하나는 글삯 없이 보내는 글이고, 다른 셋은 글삯을 받는 글이다. 더운 여름에 차츰 기운이 처진다고 느끼는데, 새롭게 기운을 가다듬고 눈빛을 밝혀서 글을 써야겠다. 글 하나는 막 끝냈다. 이제 다른 글 셋을 써야지. 즐겁게 노래하듯이 글을 쓰자. 기쁘게 춤추듯이 글을 여미자. 4347.8.7.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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