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에 전화하고 나서



  팔월 팔일은 아이들 이를 고치러 치과에 가야 하던 날이다. 두 차례 진료를 받았고 두 차례 진료가 더 남았다. 그런데, 앞서 진료를 받을 적에 치른 카드값을 아직 내지 못한 터라, 이번 치료는 미루기로 한다. 치과에 갈 돈부터 모아야 한다. 요 며칠 몸이나 마음이 힘든 까닭은 이 때문이었을까. 아이들과 한식구로 지낸 지 일곱 해째인데 아직 살림을 제대로 펴지 못한다. 살림을 펴지 못했어도 돈으로 헤아릴 수 없는 즐거움을 언제나 누린다고 느끼는데, 앞으로는 살림도 펼 노릇이라고 생각한다. 큰아이는 씻긴 뒤 밥을 먹이고 재웠으나, 작은아이는 이른저녁에 곯아떨어진 바람에 씻기지도 밥을 먹이지도 못했다. 밤이나 새벽에 일찍 일어나서 칭얼댈는지 모르겠다. 우리 집 광에서 태어난 어린 들고양이 세 마리가 이 밤에 마당에 나와 신나게 뛰어논다. 섬돌에 놓은 아이들 신을 만지거나 깨물기도 하면서 노네. 4347.8.9.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버지 육아일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세밀화로 그린 곤충도감 도토리 어린이 도감 2
도토리 기획, 권혁도 그림, 김진일 외 감수 / 보리 / 2002년 1월
평점 :
절판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419



풀벌레 한 마리도 우리 이웃

― 세밀화로 그린 곤충도감

 도토리 기획

 권혁도 그림

 보리 펴냄, 2002.1.4.



  온누리에 얼마나 많은 벌레가 살아가는지 제대로 아는 사람이 없습니다. 온갖 벌레는 가짓수가 아주 많습니다. 크기가 저마다 다릅니다. 숫자는 지구별 사람 숫자하고 댈 수조차 없습니다. 그러나 벌레를 눈여겨보는 사람은 매우 드뭅니다. 왜냐하면, 오늘날 사람들은 벌레를 끔찍하게 싫어하는 한편, 저마다 일이 아주 많아서 벌레를 들여다볼 겨를이 없습니다. 도시에서는 만날 만한 벌레가 몇 가지 없기도 합니다. 흙바닥을 시멘트나 아스팔트로 덮는데다가, 숲을 밀고 들을 없애고 냇바닥에도 시멘트를 씌우거든요. 오늘날 문명 사회는 개미도 거미도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오늘날 문명 사회는 어떠한 벌레도 깃들지 못하도록 꽁꽁 틀어막습니다.



.. 농약을 치며 농사를 짓기 전에는 논이나 시냇물에 물방개나 물장군 같은 곤충이 무척 흔했다. 산에 길을 내고 큰 음식점이 들어서기 전에는 산골짜기 물 속에도 날도래가 살고 물가에는 반딧물이가 날아다녔다 ..  (19쪽)




  꽤 지난 옛일이 되었는데, 스님 한 분이 도룡뇽을 살리려는 마음을 담아 고속철도 공사를 막으려고 한 적이 있습니다. 이때 아주 많은 사람들은 ‘그깟 도룡뇽’이라고 말했습니다. 어느새 아주 많은 사람들은 ‘사람 아닌 목숨’한테는 ‘그깟 것’이라 말합니다. 새롭게 길을 낸다면서 나무를 아무렇지 않게 베지요. 새롭게 아파트를 짓는다면서 숲과 들을 아무렇게나 무너뜨리지요.


  참 웃기는 노릇이라 할 텐데, 옛날 유물이나 유적이 나오면 공사를 멈춥니다. 멀쩡히 있던 아름다운 숲이나 들은 무너지든 말든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사슴벌레나 하늘소를 지키려고 고속도로 공사를 안 하는 일이 없습니다. 감나무나 은행나무 한 그루를 지키려고 건물을 안 짓는 일이 없습니다. 개구리와 맹꽁이와 두꺼비를 살리려고 도시를 안 넓히는 일이 없습니다. 꾀꼬리와 소쩍새와 제비를 헤아려서 도시를 줄이거나 아파트를 없애려고 하는 일이 없습니다.



.. 하루살이는 알이나 애벌레 때에는 물 속에서 살다가 어른벌레가 되면 물 밖으로 나온다. 애벌레는 물 속에 떨어진 썩은 나뭇조각이나 물풀을 먹고 산다. 애벌레가 맑은 물에서 사는 하루살이도 있고 더러운 물에서 사는 하루살이도 있다. 그래서 어떤 하루살이 애벌레가 사는지를 보고, 물이 깨끗한지 더러운지 가늠할 수 있다 ..  (50쪽)





  한두 대통령 때문에 4대강사업이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꽤 많은 이 나라 여느 사람들이 이 일에 손을 들어주었기에 4대강사업이 이루어졌습니다. 4대강사업은 온 나라 물줄기를 끊고 망가뜨리는 짓이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적잖은 한국사람한테는 이런 토목공사가 돈벌이가 되고 일자리가 됩니다. 까부수는 일자리와 돈벌이 때문에 참말 한국에서는 까부수는 일만 생깁니다. 토목건설이 없다면 아마 도시에서 꽤 많은 사람들이 일도 없고 돈도 못 벌 테지요. 그리고, 직업군인 제도가 없으면 참으로 많은 사람들이 일도 없고 돈도 못 법니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군대는 평화를 지켜 주지 않습니다. 군대가 전쟁을 막지 못하기도 합니다만, 군대도 ‘직업’ 가운데 하나입니다.


  여러모로 아리송한 사회요 나라이며 정치라 할 만하지요. 일자리와 돈벌이를 바란다면, 숲과 들을 아름답게 지키면서 일자리를 마련하고 돈을 벌어야지요. 토목건설을 벌이거나 군부대를 거느리려면 누군가 돈을 내야 합니다. 돈은 어디에서 나올까요? 땅에서 샘솟을까요? 숲과 들을 지키면, 우리는 숲과 들에서 먹을거리를 넉넉하게 얻습니다. 먹을거리를 넉넉하게 해마다 꾸준하게 얻으면, 이동안 일자리가 있고 돈이 되지요. 너른 숲과 들에서 얻는 먹을거리를 혼자 못 먹으니 저잣거리에 내다 팔면 돈이 돼요.


  나라에서 4대강사업을 꾀한 까닭은, 도시에서는 더 토목건설로 돈이 될 만한 길이 안 보였기 때문입니다. 나라에서 발전소와 송전탑을 자꾸 밀어붙이는 까닭도 오직 하나입니다. 자꾸 새로운 발전소를 짓고 송전탑을 박아야 일거리가 생기고 돈벌이가 나옵다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그저 이 한 가지뿐입니다.


  생각을 넓히지 않습니다. 마음을 기울이지 않습니다. 이웃을 바라보지 않습니다. 서로 어깨동무를 하면서 삶을 지으려 하지 않습니다. 경제발전과 돈만 헤아리기 때문에 이 나라에서 수많은 목숨들이 애꿎게 죽습니다. 이러면서 사람살이도 메마르지요. 이웃 풀벌레와 숲짐승을 헤아리지 않는 마음씨로는, 같은 사람끼리도 서로 돕거나 아끼는 길하고 어긋나요. 사람살이에서도 따돌림과 괴롭힘이 흔히 벌어집니다. 이웃을 밟고 올라서려는 사람이 득시글거립니다. 동무를 속이거나 등치는 짓도 잦습니다.



.. 게아재비가 물풀 사이에 가만히 있으면 눈에 잘 띄지 않는다. 그러다가 먹이가 다가오면 낫처럼 생긴 날카로운 앞다리로 재빠르게 잡는다. 작은 물고기나 올챙이나 장구벌레같아 살아 있는 물벌레를 잡아서 침처럼 뾰족한 입을 찔러서 즙을 빨아먹는다. 봄이 오면 물 밑 진흙 속이나 썩은 나무 틈에 알을 낳는다 ..  (98쪽)





  《세밀화로 그린 곤충도감》(보리,2002)을 읽습니다. 이 책이 나올 무렵이나 요즈음이나 거의 비슷한데, 한국사람 스스로 한국땅 풀벌레와 물벌레와 숲벌레를 살펴서 하나하나 그림으로 담아 엮은 책은 드뭅니다. 경제와 정치와 사회와 교육이 이러저러하다는 목소리는 많지만, 정작 한국사람은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거나 어떤 빛이 있는가를 헤아리지 않습니다.


  《곤충도감》은 어떤 책일까요? 벌레 한 마리를 이웃으로 여겨 아끼거나 사랑하려는 마음을 담는 책입니다. 《나무도감》은 어떤 책일까요? 나무 한 그루를 동무로 삼아 아끼거나 사랑하려는 넋을 싣는 책입니다.


  벌레를 지식이나 정보로 살피려는 책은 도감이 아닙니다. 아니, 벌레 한 마리를 살펴서 그림을 그리고 이야기를 붙여 책으로 엮는 사람이라면, 벌레 한 마리를 이웃이나 동무로 느낄 노릇입니다. 벌레 한 마리를 살피는 일은 과학도 생물학도 아닙니다. 삶입니다. 내가 아끼고 사랑할 이웃과 동무를 살피면서 사귀듯이 벌레 한 마리를 만나고 살피며 사귈 수 있을 때에 비로소 그림 한 장을 그리고 한살이를 헤아릴 수 있습니다.



.. 삼을 많이 심어 기를 때는 마을 근처에도 삼하늘소가 흔했다. 지금은 삼을 기르지 않아서 마을에서는 삼하늘소를 볼 수가 없다. 지금도 산 속에 집이 있던 자리는 어쩌다 삼이 남아 있는데, 이런 곳에서는 삼하늘소를 볼 수 있다. 삼하늘소는 봄부터 가을까지 나타나는데 6월에 가장 많다 ..  (196쪽)





  나는 개똥벌레와 이웃으로 지내고 싶습니다. 개똥벌레 이야기가 책 하나로, 도감 하나로, 영화 하나로 나올 수 있기를 기다립니다. 시골에서뿐 아니라 도시에서도 섣불리 시멘트를 흙땅에 들이붓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깊은 골짜기와 논도랑에 시멘트를 퍼붓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나는 사마귀하고 여치랑 이웃으로 지내고 싶습니다. 숲과 들이 제 빛을 지키면서 아름답게 우거지기를 바랍니다. 경쟁과 돈과 군대로 버티는 사회가 아니라, 아름다운 꿈과 사랑으로 서로 새롭게 짓는 하루로 밝히는 마을이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이라크나 팔레스타인에 미사일을 퍼붓는 사람하고, 풀숲에 농약을 뿌리는 사람은 서로 똑같은 마음이라고 느낍니다. 새로운 전쟁무기를 만드는 사람하고, 발전소와 고속도로와 송전탑 때문에 숲과 들을 밀어도 된다고 여기는 사람은 서로 똑같은 넋이라고 느낍니다.


  이제 허튼 짓은 그만둘 때가 아닌가요. 식량자급율 100퍼센트는커녕 30퍼센트도 안 되는 이 나라에서 언제까지 도시를 더 늘리고, 언제까지 시골을 시멘트덩이로 만들어야 할까 궁금합니다. 시골에서든 도시에서든 여름과 가을에 풀벌레 노랫소리를 들을 수 있어야 합니다. 이 나라 어디에서든 개똥벌레가 반짝반짝 밝은 춤을 출 수 있어야 합니다. 이 나라 어디에서나 나비와 잠자리가 날며, 제비와 꾀꼬리가 노래하는 삶터를 이룰 수 있어야 합니다. 자동차와 기차와 비행기는 이제 줄여야 합니다. 도시는 몸집을 줄이고, 일자리를 바란다면 도시를 떠나 시골로 가야 합니다. 내 이웃이 누구인지 제대로 바라보아야 하고, 내 동무가 어떻게 지내는지 옳게 들여다보아야 합니다.


  《곤충도감》은 참 멋진 책입니다. 다만, 처음 나온 지 열 해가 훨씬 지난 만큼, ‘어린이한테 읽히려는 책’을 넘어서 ‘어른 누구나 읽을 책’이 되도록 더 많은 풀벌레와 물벌레와 숲벌레 이야기를 집어넣는 고침판을 선보일 수 있기를 빕니다. 4347.8.8.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말이랑 놀자 55] 점점



  일곱 살 큰아이가 어느 만화책을 보면서 노래를 합니다. 초등학교 높은학년 어린이가 보는 만화책을 일곱 살 아이가 읽는데, 이 만화책에 “점점 …….” 하는 말이 자주 나오는 듯합니다. 아마 일곱 살 아이도 열두 살 어린이도, 또 이 만화를 그린 어른도, 이 만화책을 펴낸 출판사 편집부 어른도, 이 만화책을 사 줄 수많은 여느 어버이도 ‘점점(漸漸)’이 어떤 말인지 잘 모르리라 생각합니다. 잘 모르니 섣불리 이런 낱말을 쓸 테지요. 그런데 나도 스물서너 살 언저리까지 ‘점점’이라는 일본 한자말을 멋모르고 썼어요. ‘점점’뿐 아니라 ‘점차(漸次)’도 일본 한자말이고 ‘차차(次次)’도 일본 한자말이에요. 한국말사전에서 이런 낱말을 처음 찾아보았을 때 깜짝 놀랐어요. 그리고 내 둘레 어느 어른도 이런 대목을 안 짚고 안 가르쳤네 싶어 다시 놀랐어요. 한국말은 ‘자꾸’입니다. 또, ‘차츰’이 있고 ‘조금씩’이 있으며, ‘시나브로’가 있어요. 흐름에 따라 ‘거듭’이나 ‘천천히·찬찬히’를 쓸 수 있어요. 일곱 살 아이는 아직 ‘점점’이나 ‘자꾸’가 어떻게 다른지 모를 만합니다. 어느 쪽 낱말을 쓰든 아이로서는 아이 마음을 담으리라 느낍니다. 다만, 예부터 늘 하는 말,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가 있어요. 우리 마음을 담아서 어떤 말을 쓰느냐에 따라 넋과 삶이 모두 달라집니다. 4347.8.8.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한국말로 글쓰기



  예전부터 무척 궁금했던 대목이 하나 있다. 대학교를 다닌 사람일수록 한국말을 참 엉터리로 쓴다고 느꼈다. 나라밖으로 배움길을 떠났던 사람이라든지 책을 많이 읽은 사람일수록 한국말을 여러모로 어설프게 쓴다고 느꼈다. 이와 달리, 학교 문턱을 못 밝거나 학교를 조금만 다닌 사람은 한국말을 무척 재미나거나 맛깔스럽게 쓸 뿐 아니라, 책을 적게 읽거나 못 읽은 사람은 한국말을 남다르면서 살가이 쓰는구나 하고 느꼈다.


  곰곰이 생각하면서 한국말사전 엮는 일을 스무 해 즈음 하면서 시나브로 깨닫는다. 그렇구나. 오늘날 우리 사회에 나오는 책 가운데 슬기롭거나 올바른 틀을 갖추거나 지키면서 나오는 책은 아주 드물다. 책을 많이 읽을수록 말다운 말하고는 동떨어진다. 책을 많이 읽을수록 지식은 더 쌓고 정보를 더 늘리기는 하되, 말다운 말하고는 자꾸 멀어진다. 학교를 다니면 다닐수록 전문 지식은 더 갖출 테지만, 학교에서 쓰는 말은 한국말다운 한국말이 아닌 ‘전문 지식을 더 전문으로 바라보는 말’이다. 그러니, 학교를 오래 다닌 사람이나 학교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사람들이 쓰는 말은 한국말답지 않은 한국말, 그러니까 무늬는 한글이지만 알맹이는 알쏭달쏭한 말이기 일쑤이다.


  유치원과 텔레비전과 비디오와 그림책과 만화책에 물들지 않은 아이들이 쓰는 말은 아직 고소하다. 그러나, 이런 아이들도 어버이가 오랫동안 길들거나 물든 말이 얄궂기 때문에, 머잖아 이 아이들도 고소하면서 사랑스럽고 살가운 말빛을 잃거나 잊는다.


  요즈음도 아직 ‘구비문학 연구’를 하거나 ‘입으로 들려주는 이야기’를 녹음기에 담는 민속학자가 있으리라 본다. 이들은 어렴풋하게 느끼리라. 학교를 안 다니거나 텔레비전을 안 본 사람들 입에서 흐르는 이야기는 더없이 놀랍도록 재미나면서 ‘쓰는 말 가짓수가 아주 많’다. 이와 달리 학교를 오래 다닐수록, 텔레비전과 책을 많이 볼수록, 이런 사람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새롭지 않기 마련이고, ‘쓰는 말 가짓수가 아주 적’다. 그렇다. 그렇다. 그렇다. 4347.8.8.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삶과 글쓰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153) -의 : 프랑스어의 풍부화를 위한


프랑스어의 풍부화를 위한 제도적 장치라는 이름으로 국가가 만든 독특한 제도적 네트워크의 중심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쉬운 언어 정책과 자국어 보호 정책의 만남》(피어나,2013) 194쪽


 프랑스어의 풍부화를 위한 제도적 장치

→ 프랑스말을 살찌울 제도 장치

→ 프랑스말을 북돋울 제도 장치

→ 프랑스말을 넉넉히 키울 제도 장치

→ 프랑스말을 가꾸는 제도 장치

 …



  프랑스사람은 프랑스말을 가꾸려고 어떤 프랑스말을 쓸는지 궁금합니다. 프랑스말을 어렵게 쓸까요? 프랑스 말법이나 말투나 말결이 아닌 영어 말법이나 말투나 말결을 쓸까요?


  프랑스사람이 가꾸는 프랑스말이란 가장 프랑스다운 결과 무늬와 빛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프랑스에서 나고 자란 사람이라면 누구나 쉽고 즐거우면서 아름답게 쓸 말이리라 생각합니다.


  한국사람은 한국말을 어떻게 가꿀 수 있을까 궁금합니다. 한국사람은 어떤 한국말을 쓸까요? 일본 말투 ‘(무엇)의 (무엇)化를 爲한 (무엇)的 (무엇)’을 쓸 적에 한국말은 얼마나 빛나거나 환하거나 아름다울 수 있을까요?


  이 보기글에 나타난 말투는 일제강점기 무렵에 처음 나타납니다. 그때부터 오늘날까지 사라지지 않습니다. 아니, 그무렵부터 이 나라 지식인은 이러한 말투에 길들거나 익숙합니다. 이 나라 지식인은 이러한 말투를 학교와 책으로 이 나라 모든 사람한테 퍼뜨리고 가르칩니다. 한국말은 어디로 가야 할는지요. 한국말이 아닌 한국말을 우리 스스로 받아들여서 쓰기 때문에 한국말을 살찌우지 못하는 굴레에 갇히면서 말빛뿐 아니라 넋이 함께 뒷걸음치지 않느냐 싶습니다. 4347.8.8.쇠.ㅎㄲㅅㅅ



* 보기글 새로 쓰기

ㄱ. 프랑스말을 살찌울 제도 장치라는 이름으로 나라가 만든 남다른 제도 틀에서 가장 중심이기 때문이다

ㄴ. 프랑스말을 가꾸려고 나라에서 남다르게 만든 제도 틀에서 가장 중심이기 때문이다


“제도적(-的) 장치라는 이름으로”는 “-라는 명목(名目)으로”를 ‘이름’으로 손질한 글월입니다. 그런데 ‘-的’을 붙인 말투는 그대로 두었군요. “제도적 장치”를 “제도 장치”로 손질합니다. ‘국가(國家)’는 ‘나라’로 손보고, ‘독특(獨特)한’은 ‘남다른’이나 ‘뛰어난’으로 손봅니다. 그런데, “제도적 네트워크(network)”는 무엇을 가리킬까요? 영어 ‘네크워크’는 한자말 ‘체계(體系)’나 ‘망(網)’으로 고쳐쓰라 하는데, 이 글월에서는 ‘틀’이나 ‘얼거리’나 ‘뼈대’로 다듬습니다. “중심(中心)에 위치(位置)하고 있기 때문이다”는 “중심에 있기 때문이다”나 “한복판에 있기 때문이다”로 다듬어 줍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