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와 통하는 독립운동가 이야기 10대를 위한 책도둑 시리즈 15
김삼웅 지음 / 철수와영희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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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삶읽기, 인문책 81



올곧은 나라로 나아가는 길

― 10대와 통하는 독립운동가 이야기

 김삼웅 글

 철수와영희 펴냄, 2014.8.15.



  우리 마을에 들고양이가 여럿 살아갑니다. 들고양이가 여럿 살아가기에 이 아이들은 쥐를 바지런히 잡아서 먹습니다. 마을 할매 몇 분이 먹이를 주기도 하지만, 들고양이는 들쥐를 가장 맛나게 잡아서 먹지 싶습니다.


  그러께에 들고양이는 우리 집 광에서 새끼를 낳았습니다. 이때 태어난 새끼는 무럭무럭 자라 어른이 되었습니다. 올해에 우리 집 광에서 또 새끼 고양이 세 마리가 태어납니다. 달포 남짓 지났지 싶은데, 새끼 고양이는 아직 몸이 작습니다. 그래도 잘 뛰고 잘 달립니다. 처음에는 낯가림을 하는가 싶더니, 요사이는 낮이고 밤이고 새끼 고양이 세 마리가 섬돌 언저리와 부엌 앞까지 볼볼볼 걸어옵니다. 한참 눈을 마주쳐도 내빼지 않습니다. 들고양이는 사람 손을 안 타기 마련인데, 우리 집 광에서 태어나 광에서 지내는 이 아이들은 어쩌면 우리 식구 손을 탈는지 모르겠다고 느낍니다.



.. 한국을 병탄한 일제는 그 공으로 이완용 등 매국노 75명에게 일본 작위와 거액의 보상금을 안겨 줍니다. 반대하는 사람들은 투옥하거나 고문하는 등 악행을 저질렀지요. 그러고는 비판의 목소리를 틀어막는 데 열중합니다 … 일제 협력자들과 일본군 출신들이 장기간 권력을 장악하면서 독립운동가와 그 후손들은 궁핍한 생활을 면치 못합니다. 독립운동을 하느라 자식들을 가르치지 못하고, 물려줄 유산도 없다 보니 후손들 대부분이 어려운 생활을 하게 돼요 ..  (16, 21쪽)



  간밤에 마당에서 달과 구름을 올려다보다가 하늘 한쪽에서 반짝 하는 불빛을 보앗습니다. 별똥인가 반딧불이인가 하고 갸우뚱하며 다시 그쪽을 바라보는데 반짝 하는 불빛이 더 보이지 않습니다. 별똥 같지는 않고 반딧불이로구나 싶은데, 살짝 나타났다가 이내 멀리 간 듯합니다.


  마을 샘터에 다슬기가 삽니다. 다슬기가 있으니 반딧불이도 몇 마리 있을 수 있습니다. 마을 논에는 농약을 하도 치기에 다슬기가 살아남기 어렵습니다만, 마을을 뒤로 포근히 감싸는 천등산 골짜기에 가면 곳곳에서 다슬기를 봅니다. 그곳까지 농약을 쳐댈 사람은 없을 테니, 틀림없이 마을과 멀찍이 떨어진 데에서는 반딧불이가 불춤을 추리라 생각합니다.


  들고양이와 반딧불이를 떠올리면서 삶을 그립니다. 평화로운 나날이란 무엇이고, 씩씩하게 홀로서기를 할 수 있는 나날이란 무엇일까요. 정치란 무엇이고 사회란 무엇일까요. 밥과 옷과 집을 스스로 마련해서 스스로 건사할 수 있을 때에, ‘제금’을 나던 우리 삶입니다. 오늘날에는 시골집을 떠나 도시로 가서 대학생이 된다든지, 대학교를 마치고 도시에서 일자리를 얻는다든지 하면, 으레 방을 따로 얻어서 살기 마련입니다. 예전처럼 밥·옷·집을 스스로 건사할 수 있는 ‘제금나기’가 아니라, 그냥 ‘어버이한테서 떨어져 따로 살기’입니다. 왜냐하면, 요즈음 젊은이는 밥짓기나 옷짓기나 집짓기를 하나도 못 합니다. 회사원이나 공무원이 되어 돈을 벌 줄 알 뿐입니다.



.. 유관순은 재판 중에도 당당했습니다. 일본인 검사가 “너희 조선인이 무슨 힘으로 독립을 하느냐”고 모욕적인 발언을 하자, 앉아 있던 의자를 들어 검사를 내리칩니다. 재판정은 소란해지고 4년이 추가 선고되어 7년형을 받아요 … 김창숙은 전쟁 중 이승만 정권이 민간인 학살과 각종 비민주적인 행위를 자행하자 ‘이승만 대통령 하야 경고문’을 발표합니다 ..  (49, 62쪽)



  한국은 식량자급율이 30퍼센트조차 안 됩니다. 대통령이라든지 시장이나 군수가 있으나, 주한미군도 한국에 또아리를 틉니다. 남·북녘은 서로 온갖 전쟁무기를 갖추어 평화를 지키려 한다지만, 군대에서 터지는 일은 갖가지 폭력과 살인과 가혹행위입니다. 군 간부는 군대에서 돈을 많이 빼돌리곤 합니다. 군대가 있으면 평화를 지키거나 독립을 할까요? 정치와 사회 조직이 있으면 독립된 나라라고 할 수 있을까요?


  한국 사회나 정치를 살피면, 일제강점기 같은 식민지살이는 안 하는 듯합니다. 그러나 한국사람이 쓰는 말을 돌아보면 일본 말투나 일본 한자말이 아주 많습니다. 한국사람이 먹는 온갖 과자나 가공식품은 일본 것 이름이나 모양을 많이 베끼거나 훔쳤습니다. 국제저작권법 조약을 받아들이기 앞서까지 한국에서는 일본 책을 많이 훔치거나 베껴서 해적판을 펴내기 일쑤였습니다. 한국은 참말 독립된 나라가 맞을까요?


  한국에는 주한미군이 있으며 국가보안법이 있습니다. 미국이 바라는 대로 한미자유무역협정을 맺습니다. 스무 해쯤 앞서는 미국이 바라는 대로 쌀개방을 했습니다. 한국에서는 온 나라가 영어교육 바람에 휩쓸립니다. 삶을 배우고 갈고닦으려고 하는 영어교육이 아니라, 자격증과 돈벌이 때문에 아이들을 닦달하는 입시지옥 영어교육입니다.



.. 조선의 기독권 세력, 왕족이나 대신들 대부분이 매국하거나 친일파가 될 때 그(이회영)와 그의 일족은 모든 기득권을 버리고 해외로 망명하여 무관학교를 세웁니다 … 홍범도 장군은 머슴 출신입니다. 그러나 나라가 망하고 왕족과 고관대작의 벼슬아치들이 국가와 민족을 배반할 때, 산포수였던 그는 의병이 되고 빨치산 대장이 되고 대한독립군 총사령관이 되어 일본 침략군과 싸웁니다 ..  (114, 116쪽)



  김상웅 님이 쓴 《10대와 통하는 독립운동가 이야기》(철수와영희,2014)를 읽습니다. 올곧은 나라로 나아가는 길을 바라던 사람들 이야기를 책 한 권으로 읽습니다. 자그마한 책에 열아홉 사람 이야기를 간추리려니, 그야말로 간추린 삶조각을 읽습니다. 아주 마땅한 노릇인데, 이 책에 실린 열아홉 사람만 독립운동가이지 않습니다. 이 책에 실린 열아홉 사람이 만난 수많은 이웃과 동무가 있습니다. 이 책에 실린 열아홉 사람이 독립운동 자금을 모으려고 할 적에 도와준 이웃과 동무가 있습니다.


  식민지였던 조선에서 땅을 일구고 옷을 짓던 수수한 시골사람이 있습니다. 물고기를 낚고 나무를 베던 시골사람이 있습니다. 이들은 남다르게 도드라진 모습이 없다 할 수 있고, 역사책에 이름 몇 글자 남기지 못합니다. 그렇지만, 독립운동을 하던 이들이 먹은 밥과 입은 옷과 살던 집은 바로 이런 수수한 시골사람이 지어서 마련했습니다. 아름다운 삶을 바라던 이들은 수수하면서 아름답게 삶을 짓던 사람들 사랑을 받아서 씩씩하게 이녁 한길을 걸을 수 있었습니다.



.. 우선 청소년들을 깨우쳐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안중근은 진남포 천주교 교당에서 운영하던 돈의학교를 인수해서 교장이 됩니다. 거기서 천주교 신앙과 군사 훈련 그리고 우리 역사 교육에 중점을 둡니다 … 박열이 국무총리가 될 것이라는 항간의 소문에 대해 묻는 기자에 박열은 “국무총리가 되는 것도 좋으나 조국을 통일시킬 수 있어야 그 자리를 하지, 그럴 가망이 보이지 않는 국무총리는 해서 뭐 하나.” 하고 말합니다 ..  (140, 175쪽)



  식민지에서 벗어나기만 한대서 독립이 아닙니다. 한국은 일본강점기에서 벗어나기는 했으나 ‘얄궂거나 뒤틀린 일본말 굴레’에서 아직 안 벗어났거나 못 벗어났습니다. 주한미군과 국가보안법뿐 아니라 자유무역협정이나 경제조약 수렁에 갇혔습니다. 식량자급율이 50퍼센트도 아닌 30퍼센트조차 안 되는데, 시골에서 흙을 일구면서 ‘홀로서기(독립)’를 힘차게 하겠노라 나서는 젊은이를 찾아보기 아주 어렵습니다.


  깨끗한 밥과 맑은 물과 싱그러운 바람을 누리지 못하면서 ‘독립’을 할 수 있을까요? 높이 때려짓는 아파트가 아닌, 우리 보금자리를 우리 손으로 즐겁게 짓지 못하면서 ‘홀로서기’를 할 수 있을까요?


  돈이 있거나 힘이 있어야 하는 독립이 아닙니다. 독립운동은 식민지 정치 굴레를 벗어나는 데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삶을 아름답게 되찾고, 사랑을 아름답게 가꿀 때에 비로소 홀로서기를 이룹니다. 이 나라 어린이와 푸름이뿐 아니라, 어른들도 다 같이 어깨동무를 하면서 아름다운 삶길을 씩씩하게 걸어갈 수 있기를 빕니다. 4347.8.9.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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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1465) 감탄의 1 : 감탄의 눈초리


세상의 그 어떤 현대 미술관에 갖다 놔도 손색이 없을 게 분명했다. 톨로키와 노리아는 뒤로 물러서서 감탄의 눈초리로 집을 바라보았다

《자케스 음다/윤철희 옮김-곡쟁이 톨로키》(검둥소,2008) 88쪽


 감탄의 눈초리로

→ 놀랍다는 눈초리로

→ 훌륭하다는 눈초리로

→ 흐뭇해 하는 눈초리로

 …


  한자말‘감탄’은 “마음속 깊이 느끼어 탄복함”을 뜻한다 합니다. 한자말 ‘탄복(歎服)’을 한국말사전에서 다시 찾아봅니다. 뜻풀이는 “매우 감탄하여 마음으로 따름”이라고 나옵니다. 이렇게 되면 ‘감탄’이고 ‘탄복’이고 무엇을 뜻하는지 알 길이 없습니다. 뒤죽박죽이 됩니다.


  뜻풀이가 왜 이 모양인가 싶어 곰곰이 생각에 잠기지만, 뾰족한 수는 없습니다. 다만 한 가지, 뜻풀이가 이처럼 뒤죽박죽인 ‘감탄’이나 ‘탄복’이라는 낱말은, 처음부터 우리가 쓸 만하지 않았겠구나 싶습니다. 널리 쓸 만했을 뿐 아니라 두루두루 쓰던 낱말이라 한다면, 뒤죽박죽 뜻풀이나 엉터리 뜻풀이를 달 수 없어요. 널리 쓰는 만큼 또렷하고, 두루 쓴 만큼 환하니까요.


 감탄과 경의를 표하다 → 놀라면서 우러러보다

 감탄이 나오다 → 아, 하는 소리가 나오다

 감탄의 눈으로 바라보다 → 놀란 눈으로 바라보다


  한국말사전에서 ‘놀라다’를 찾아봅니다. 모두 다섯 가지 뜻풀이가 달립니다. 첫째 뜻은 “뜻밖에 겪는 일로 가슴이 두근거리다”입니다. “뒤에서 소리치는 바람에 깜짝 놀랐다”가 바로 ‘놀라다 (1)’입니다. 둘째 뜻은 “갑자기 무서움을 느끼다”입니다. “먹구름이 몰려들고 벼락이 수없이 내리쳐서 놀랐다”고 말할 때가 ‘놀라다 (2)’입니다. 셋째 뜻은 “뛰어나거나 좋은 무엇인가를 보고 마음이 매우 움직이다”입니다. “이웃집 할머니가 그동안 그려 온 그림을 보고는 크게 놀랐습니다.” 하고 말하는 자리가 곧 ‘놀라다 (3)’입니다. 넷째 뜻은 “어처구니가 없거나 기가 막히다”입니다. 때때로 “대학교까지 마친 녀석이 편지 한 장 제대로 못 쓰니 놀랄 노릇이다” 하는 이야기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이때가 ‘놀라다 (4)’입니다. 다섯째 뜻은 “여느 때와 다르게 크게 반응을 보이다”입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시면, “안 먹던 고기를 먹어서 배가 놀랐나 보다” 하고 말하던 일이 떠오르리라 봅니다. 이 자리가 ‘놀라다 (5)’입니다.


  사람들이 뜻풀이를 제대로 살피면서 말을 하지 않아서 그렇지, 한국말 ‘놀라다’는 여러모로 쓰임새가 많을 뿐더러, 나날이 새로운 쓰임새가 생길 만합니다. 한국말사전에는 실리지 않았습니다만, “아무개 선수가 요즈음 놀라운 기록을 이어 나갑니다”처럼 쓰는 자리는 ‘대단하다’나 ‘훌륭하다’를 뜻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말뜻으로 ‘놀라다’는 여섯째 말풀이와 일곱째 말풀이를 이어 나가리라 봅니다.


 놀라다 ← 감탄하다 / 탄복하다


  한국사람 스스로 자꾸만 한국말을 업신여기거나 내동댕이쳐서 그렇습니다만, 한국사람 스스로 한국말을 차분히 사랑하거나 꾸준히 다독인다면, 우리네 말살림은 하루가 다르게 늘어날 수 있습니다. 우리네 말살림이 늘어나는 동안에는, 우리 스스로 말씨와 글씨와 나아지고 말빛과 글빛이 거듭납니다. 때에 알맞고 곳에 걸맞는 낱말과 말투가 무엇인가를 찬찬히 헤아리면서 한결 아름다이 말하거나 글을 쓸 수 있습니다.


  날마다 사랑하고 아끼며 돌보는 꽃이 더욱 싱싱하고 곱게 자라듯, 날마다 사랑하고 아끼며 돌보는 말과 글이 되어야, 참 아름다움과 넉넉함을 담뿍 뽐내는 말과 글로 무럭무럭 자랍니다. 4341.7.11.쇠/4347.8.9.흙.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온누리 그 어떤 현대 미술관에 갖다 놔도 빛이 나리라. 톨로키와 노리아는 뒤로 물러서서 놀랍다는 눈초리로 집을 바라보았다


“세상(世上)의 그 어떤”은 “온누리 그 어떤”이나 “지구별 그 어떤”으로 고쳐 주고, “손색(遜色)이 없을 게 분명(分明)했다”는 “부끄럽지 않으리라”나 “빠지지 않으리라 보였다”나 “넉넉하다고 느꼈다”나 “빛이 나리라”로 고칩니다.


..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153) 감탄의 2 : 감탄의 말


윌리엄 어니스트가 종이비행기를 날렸고 질리는 지켜보면서 때때로 감탄의 말을 던지곤 했다

《캐서린 패터슨/이다희 옮김-위풍당당 질리 홉킨스》(비룡소,2006) 90쪽


 감탄의 말을 던지곤 했다

→ 이야 멋져 하고 말하곤 했다

→ 우와 멋진걸 하고 말했다

→ 좋았어 하고 외쳤다

→ 훌륭해 하고 소리쳤다

 …



  종이비행기를 잘 날리면 멋집니다. 멋진 모습을 보면서 저절로 “이야 멋지다!”와 같은 말이 튀어나옵니다. 저절로 튀어나오는 말이라면 “말이 튀어나왔다”라 적으면 됩니다. 멋진 모습을 바라볼 적에는 “훌륭해!”라든지 “대단해!” 하고 말하곤 합니다. “훌륭해 하고 외쳤다”라든지 “대단해 하고 소리쳤다”처럼 적을 수 있습니다. 놀란 느낌을 살피고, 기뻐하는 눈빛을 헤아려 줍니다. 4347.8.9.흙.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윌리엄 어니스트가 종이비행기를 날렸고 질리는 지켜보면서 때때로 이야 멋져 하고 말하곤 했다


“-의 말을 던지곤 했다”는 올바르지 않은 말투입니다. 한국말에서는 “말을 던지다”가 없습니다. 서양말에는 이런 말이 있을는지 모르지요. “생각을 던지다”라든지 “말을 던지다” 같은 말은 올바르지 않습니다. “말을 하다”로 바로잡아야 하는데, “말을 뱉다”라든지 “말을 터뜨리다”나 “말이 터져나왔다”처럼 쓸 수 있습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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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잡지에 실린 기사 (사진책도서관 2014.8.4.)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사진책도서관 함께살기’



  〈best baby〉라는 잡지가 있다. 어떤 잡지인지는 모른다. 언제였는지 가물거리는데, 이곳에서 취재를 왔다. 아이들과 시골에서 살며 도서관을 꾸리는 네 식구 이야기를 담고 싶다 했다. 그동안 여러 매체에서 시골 도서관 이야기를 취재하고 싶다는 연락이 왔으나, 서울에서 고흥까지 너무 멀다며 거의 안 찾아왔다. 서울에 있는 기자들이 으레 하는 말은 “서울에 오실 일 없으세요?”였다.


  네 식구가 나란히 사진에 찍히는 일이 한 해에 한 차례 있을까 말까 싶다. 이런 일이 참말 없는데, 취재기자가 찾아왔기에 모처럼 네 식구가 집과 마을과 도서관에 있는 모습을 찍히기도 한다. 잡지사에서 보내 준 책을 들여다본다. 〈best baby〉라는 잡지에 실린 다른 글을 살피니, 이 잡지는 도시에서 아이를 키우는 어버이가 많이 보는구나 싶다. 어느 모로 보든, 우리 식구 이야기는 이 잡지에 나오는 다른 모든 기사하고 참 많이 동떨어지는구나 싶다.


  도시에서 안 살고 시골에 보금자리를 마련하려는 여느 어버이는 얼마나 될까. 도시에서 멀쩡히 돈 잘 버는 길을 그만두고 시골로 가서 농약과 비료와 비닐을 안 쓰려는 여느 어버이는 얼마나 있을까. 아기 잡지라는 〈best baby〉인데, 우리 식구 이야기는 참 시골스럽다. 뭐, 시골에 사는 사람들 이야기이니 시골스러울밖에 없지만, 책이란 잡지란 신문이란 방송이란 매체란 학교란 사회란 교육이란 정치란 문화란 모조리 도시 언저리에서 맴도는 얼거리인 줄 새삼스럽게 느낀다. 사진비평을 하는 사람 가운데 시골에서 살며 글을 쓰는 사람이 있을까? 문학비평이나 예술비평이나 언론비평이나 무슨무슨 글을 쓰는 사람 가운데 시골에서 살며 시골내음이 묻어나는 글빛을 밝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요즈음 사진가로 뛰는 이들은 거의 다 ‘도시 이야기’만 찍는다. 어린이문학과 그림책도 거의 다 도시 이야기일 뿐이다. 방송에서 시골 이야기를 다룰 일이 있을까? 인문학 가운데 도시 아닌 시골에서 생각을 밝혀 이야기꽃을 피우려는 움직임이 있을까? 대학교는 도시에 지을 뿐, 시골에 짓지 않는다. 시골 어느 구석진 데에 대학교 건물을 세우더라도, 아이들이 시골에서 삶을 가꾸도록 돕는 학문은 안 한다.


  시골에 있는 우리 집이 외롭다는 생각을 한 적은 없는데, 아기 잡지에 난 기사를 가만히 살피다가 ‘책이라는 매체조차 더없이 쓸쓸하구나’ 하는 느낌이 짙게 든다. 참으로 어디에도 시골사람 목소리가 들어설 자리가 없다. 시골빛이 없는 책이라면, 이런 책들을 굳이 시골도서관에서 갖추어야 할까 싶은 생각마저 든다. ㅎㄲㅅㄱ



* 사진책도서관(서재도서관)을 씩씩하게 잇도록 사랑스러운 손길 보태 주셔요 *

* 도서관 지킴이 되기 : 우체국 012625-02-025891 최종규 *

* 도서관 지킴이 되어 주는 분들은 쪽글로 주소를 알려주셔요 (010.5341.7125.) *

* 도서관 나들이 오시려면 먼저 전화하고 찾아와 주셔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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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8-09 23: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파란놀 2014-08-10 07:30   좋아요 0 | URL
어디에서나 누구나
즐겁게 삶을 누리는 책을 만나고 이야기를 빚을 수 있기를 빌어요.
차근차근 아름다운 삶터로 나아갈 때에 즐거울 테니까요.

식구들이 다 함께 책방까지 나들이를 하셨군요!
아주 예쁜 그림이었으리라 생각해요~
 

책아이 186. 2014.8.4. 둘이 맨발로



  아이들은 맨발로 놀기를 즐긴다. 어디에서나 맨발로 다니고 싶다. 어른인 나도 맨발로 다니기를 즐긴다. 어디에서나 맨발로 다니고 싶다. 서재도서관 골마루에 두 아이가 신을 벗고 엎드린다. 너희가 이렇게 놀 줄 알고 골마루 바닥을 바지런히 닦기는 했는데, 아이들은 참 홀가분하게 잘 앉는다. 나뭇결을 느끼면서 엉덩이 풀썩 바닥에 앉아서 책을 들여다보는 맛이란 남다르겠지.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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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4-08-09 08:09   좋아요 0 | URL
맨발은 참 홀가분하고 시원하지요~ 저도 어느 날부턴가 맨발로 다녀요~ㅎㅎ
골마루에 맨발로 앉아 책 읽으면 한결 더 시원하고 참 좋을 것 같습니다~~

파란놀 2014-08-09 08:16   좋아요 0 | URL
예전에 우리는 모두
나무와 흙과 돌을 밟으며 살았는데,
이제는 이런 기운을 받지 못하면서
몸이 아픈 사람도 자꾸 늘어나지 싶어요..
 

전쟁·평화 책읽기



  마흔 해를 살아오며 만난 사람들을 돌아봅니다. 앞으로 마흔 해를 더 살면서 만나는 사람들한테서는 어떤 빛을 느낄까 궁금합니다. 그동안 만난 사람들 생각을 곰곰이 짚으면, 전쟁무기로 평화를 지키겠다고 말하는 사람들한테서는 ‘꿈’이 나오지 않았구나 싶습니다. 언제나 전쟁에 또 전쟁이 되풀이되기만 해요. 전쟁무기만 생각하니 전쟁만 찾아오지요.


  평화를 생각하는 사람은 ‘평화로운 삶’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기 때문에 평화로움을 지키는 아름다운 사랑을 거듭 ‘생각’하고, 이 생각이 ‘꿈’으로 새롭게 태어납니다.


  전쟁이 사라지는 날을 꿈꾸어도 나쁘지는 않습니다. 다만, 전쟁이 사라지는 날을 꿈꾸어 전쟁이 사라지면,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즐거울까요?


  우리가 처음부터 생각할 일이라면 ‘전쟁 반대’나 ‘전쟁 없애기’가 아닙니다. 우리가 즐겁게 누릴 삶, 우리가 처음부터 누릴 즐거운 삶이란 무엇인가 하고 생각해야 합니다. 평화를 누리는 삶을 꿈꿀 때에 한결 아름다운 빛이 나타납니다. 평화를 누리는 삶을 꿈꿀 때에, ‘전쟁이 사라지고 나서 이 땅에 심을 씨앗’이 무엇인지 곧바로 알아채거나 느끼면서 씩씩하게 이 길을 걸어갈 수 있습니다.


  어떤 책을 읽어야 할까요? 전쟁이 얼마나 나쁜가 하는 대목을 짚거나 다루거나 밝히는 책을 읽어도 ‘나쁘지 않’습니다. 다만, ‘무엇이 얼마나 나쁜가’ 하는 지식만 머리에 심어서는 우리 삶이 달라지지 않습니다. 사회와 정치도 달라지지 않습니다. ‘즐겁게 누릴 아름다운 삶’을 마음에 담아야 비로소 이 ‘꿈’을 사랑스럽게 이룹니다. 4347.8.9.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삶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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