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량한 말 바로잡기

 (1076) 필요 8 : 지레 짐작할 필요


그러나 어제 일이 어떻게 될지 지레 짐작할 필요는 없어

《페스탈로찌/홍순명 옮김-린하르트와 겔트루트》(광개토,1987) 23쪽


 지레 짐작할 필요는 없어

→ 지레 걱정할 까닭은 없어

→ 지레 근심할 까닭은 없어

→ 지레 생각하지 마

→ 지레 걱정하지 않아도 돼

 …



  보기글에서는 한국말 ‘까닭’을 넣어야 할 자리에 한자말 ‘필요’가 끼어들었습니다. 왜 ‘필요’라는 한자말을 끼워넣었을까요? 왜 한국말 ‘까닭’을 안 넣었을까요?


  한국사람 누구나 한국말로 슬기롭게 생각할 수 있기를 빕니다. 한국사람이면 누구라도 한국말로 알맞고 바르게 글을 쓰거나 말을 할 수 있기를 빕니다. 학교에서는 제대로 가르치고, 집에서는 어버이가 아름답게 쓰며, 마을에서는 모든 어른이 서로서로 사랑스레 한국말을 주고받을 수 있기를 빕니다. 4339.4.10.달/4347.8.12.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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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어제 일이 어떻게 될지 지레 걱정할 까닭은 없어


‘짐작(斟酌)할’은 ‘어림할’이나 ‘생각할’로 다듬습니다. 보기글에서는 ‘지레’라는 낱말이 앞에 나오니 “지레 생각할”이나 “지레 헤아릴”이나 “지레 걱정할”이나 “지레 근심할”로 다듬으면 한결 낫습니다.


..



 알량한 말 바로잡기

 (1079) 필요 9 : 기름을 짤 필요가 없었을


그래서 산에 있는 나무 열매를 따서 기름을 짤 필요가 없었을 것이고, 따라서 분디나무 같은 것은 그 이름조차

《이오덕-나무처럼 산처럼 2》(산처럼,2004) 38쪽


 기름을 짤 필요가 없었을 것이고

→ 기름을 짜지 않아도 되었을 테고

→ 기름을 안 짜도 되었을 테고

→ 기름을 짤 까닭이 없었을 테고

→ 기름을 짤 일이 없었을 테고

 …



  예전에는 등불을 켜려고 분디나무 열매를 모아서 기름을 짜서 썼다고 합니다. 그다지 아득한 옛날이 아니라 고작 마흔 해나 쉰 해 앞서 이렇게 했다고 해요. 앞으로도 이렇게 분디나무에서 열매를 얻어 기름을 쓸 사람이 있을까 모르겠는데, 석유로 굴러가는 문명이 막다른 골목에 치닫는다면 다시 이 분디나무 열매로 기름을 쓸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필요가 없다”는 말을 입에서 떼어내지 못하는 어른들 때문에, 아이들도 이 말에 익숙합니다. 꼭 이런 말을 써야 할까 궁금합니다. 굳이 이런 말을 쓸 일이 있을는지 궁금합니다. 없어도 되는 ‘필요’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참말로 쓸 만한지 곰곰이 살피면 좋겠습니다.


  그러나, 이 한자말을 써야겠다고 하면 어쩔 수 없습니다. 다만, 얼마든지 안 쓸 수 있는 한자말입니다. 아니, 옛날 분들은 이런 한자말을 안 썼으며, 저마다 제 삶을 밝히면서 알맞고 바르게 말을 했습니다. 책이나 글이 아닌 입으로 말을 하며 살던 지난날 시골사람은 ‘필요’ 같은 한자말을 쓸 일이 없었다면, 책과 글로 살아가는 오늘날 도시사람은 아무래도 ‘필요’ 같은 한자말이 꼭 있어야 할는지 모릅니다. 4339.4.18.불/4347.8.12.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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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산에 있는 나무 열매를 따서 기름을 짜지 않아도 되었을 테고, 따라서 분디나무 같은 나무는 그 이름조차


“없었을 것이고”는 “없었을 테고”로 다듬고, “분디나무 같은 것”은 “분디나무 같은 나무”로 다듬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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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59) 필요 7 : 약간의 설명이 필요할지도


마지막 지적에는 약간의 설명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카또오 노리히로/서은혜 옮김-사죄와 망언 사이에서》(창작과비평사,1998) 4쪽


 약간의 설명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 이야기를 조금 붙여야 할지도 모르겠다

→ 조금 이야기를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 조금 덧붙여야 할지도 모르겠다

→ 좀 말해야 할 듯하다

→ 덧붙여 말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 조금 덧붙일 말이 있다

 …



  일본사람이 쓴 책을 한국말로 옮기면서 “약간의 설명이 필요”와 같은 글월이 나옵니다. 아주 마땅한 소리입니다만, 이 글월은 일본 말투입니다. 일본사람이 쓰는 말입니다. 이런 말투를 한국말로 옮기려 한다면 한국 말투를 써야 올바르겠지요. 무늬로만 한글인 글이 아니라, 알맹이가 오롯하게 한국사람 말투가 되도록 가다듬고 갈고닦으며 손질해야 합니다. 4339.3.5.해/4347.8.12.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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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말에는 조금 덧붙여 말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마지막 지적(指摘)”은 “마지막 말”이나 “마지막 이야기”로 다듬습니다. 그런데, “약간(若干)의 설명(說明)’이란 무엇일까요? 이런 말도 있을까요? 그런데 이런 말을 쓰는 분들이 제법 많고, 이런 말을 들어도 아무렇지 않게 여기는 분이 대단히 많습니다. 이런 말을 쓰는 사람이나 아무렇지 않게 느끼는 사람이 자꾸자꾸 늘어납니다. 이 글월은 “조금 덧붙여”로 손봅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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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02) 필요 1 : 빛을 필요로 한다


그들도 빛을 필요로 한다. 물론 인간보다는 빛을 훨씬 덜 필요로 하기는 하겠지만 여하튼 그들 역시 어느 정도의 빛은 반드시 있어야 한다

《시튼/장석봉 옮김-회색곰 왑의 삶》(지호,2002) 208쪽


 빛을 필요로 한다

→ 빛을 바란다

→ 빛이 있어야 한다

→ 빛을 쬐어야 한다

 덜 필요로 하기는 하겠지만

→ 덜 바라기는 하겠지만

→ 덜 있어도 되겠지만

→ 덜 쬐어도 되겠지만

 …



  보기글을 살피면 첫머리와 사이에 ‘필요’가 한 차례씩 나오지만, 끝자락에는 “반드시 있어야 한다”로 나옵니다. 한국말사전에서 한자말 ‘필요(必要)’를 찾아봅니다. 말뜻은 “반드시 요구되는 바가 있음”으로 나옵니다. 다시 한국말사전을 펼쳐서 ‘요구(要求)’를 찾아봅니다. 이 한자말은 “받아야 할 것을 필요에 의하여 달라고 청함”을 뜻한다고 합니다.


  고개를 갸우뚱합니다. ‘필요’라는 한자말은 ‘요구’라는 한자말을 써서 풀이하고, ‘요구’라는 한자말은 ‘필요’라는 한자말을 써서 풀이하는군요. 뒤죽박죽 말풀이입니다.


 필요 물품

→ 있어야 할 물품

→ 가져야 할 물품

→ 챙길 물품

 알아야 할 필요가 생겼다

→ 알아야 할 까닭이 생겼다

→ 알아야겠다

 필요 이상 몸을 움츠리며

→ 쓸데없이 몸을 움츠리며

→ 몸을 너무 움츠리며

 전차를 탈 필요도 없지만

→ 전차를 안 타도 되지만

→ 전차를 탈 까닭도 없지만


  한국사람은 얼마나 ‘필요 이상’으로, 그러니까 ‘쓸데없이’ 한자말 ‘필요’를 쓰는지 궁금합니다. 정작 ‘쓸 만하’지 않은 한자말을 자꾸 쓰고 또 쓰다가 어느새 길들지는 않았을까요. 안 써도 될 만한 한자말인데, 한 번 쓰고 두 번 쓰다가 어느덧 손과 입에 익어서 못 털지는 않는가요.


 대출에 필요한 서류

→ 대출할 때 갖출 서류

→ 대출에 있어야 할 서류

 사업을 하는 데 필요한 비용은

→ 일할 때 드는 돈

→ 일을 하며 쓸 돈

→ 일하는 동안 들어가는 돈

 네게 필요한 것은 휴식이다

→ 너는 쉬어야 한다

→ 네게는 쉴 틈이 있어야 한다

 내 도움이 필요하면

→ 내가 도울 일 있으면

 무슨 돈이 필요하겠습니까?

→ 무슨 돈이 있어야겠습니까?

→ 무슨 돈이 쓸모가 있습니까?

→ 돈 없어도 됩니다


  한국사람은 한국말을 쓰면 됩니다. 한국사람은 알맞고 바르면서 사랑스럽게 한국말을 쓰면 됩니다. 쓸모있는 낱말을 살핍니다. 쓸모없는 한자말은 털어냅니다. 아름다운 낱말을 살피고, 아름답지 않은 낱말을 떨굽니다. 한국말사전에 쓸모가 많은 한국말을 제대로 담고, 한국말사전에 쓸모가 없는 한자말은 찬찬히 솎아냅니다. 4338.2.20.해/4347.8.12.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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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도 빛을 바란다. 다만 사람보다는 빛을 훨씬 덜 바라기는 하겠지만 아무튼 그들도 어느 만큼 빛은 반드시 있어야 한다


‘물론(勿論)’은 ‘다만’으로 다듬고, ‘인간(人間)’은 ‘사람으로 다듬습니다. ‘여하튼(如何-)’은 ‘아무튼’이나 ‘어쨌든’으로 손보고, “그들 역시(亦是)”는 “그들도”나 “그들 또한”으로 손보며, “어느 정도(程度)의 빛은”은 “어느 만큼 빛은”이나 “빛은 어느 만큼”으로 손봅니다.



 필요(必要) : 반드시 요구되는 바가 있음

   - 필요 물품 / 동정을 정확하게 알아야 할 필요가 생겼다 /

     사내는 필요 이상 몸을 움츠리며 연방 고개를 주억거렸다 / 

     진고개로 올라가는 길이니 전차를 탈 필요도 없지만

   - 은행 대출에 필요한 서류 / 사업을 하는 데 필요한 비용은 내가 대마 /

     네게 필요한 것은 무엇보다도 휴식이다 / 내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

     산에서 무슨 돈이 필요하겠습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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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91) 필요 11 : 손길이 필요한 아이


정작 손길이 필요한 아이는 그렇게 잃고, 왜 이리 바쁜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동동거리며 하루 해를 저물리는 공립 학교의 선생이다

《최은숙-미안, 네가 천사인 줄 몰랐어》(샨티,2006) 12쪽


 손길이 필요한 아이

→ 손길이 가야 할 아이

→ 손길이 닿아야 할 아이

→ 손길을 받아야 할 아이

 …



  손길이나 눈길은 어느 곳으로 ‘간다’고 말합니다. ‘닿는다’고도 하고 ‘받아야’ 하기도 합니다. ‘필요하다’고는 말하지 않아요. 요즘에는 ‘필요’란 한자말을 참 이곳저곳에 자주 쓰니까, 이 자리에서도 쓸 수 있다고 말할 분이 있겠지요. 그렇지만 “사랑이 가야 하”듯이 “손길이 가야 합”니다. 사랑을 받아야 하듯이 손길을 받아야 합니다. 사랑이 닿아야 하듯이 손길이 닿아야 합니다. 4339.5.22.달/4347.8.12.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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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작 손길이 닿아야 할 아이는 그렇게 잃고, 왜 이리 바쁜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동동거리며 하루 해를 저물리는 공립 학교 교사이다


“왜 이리 바쁜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동동거리며”라고 쓴 말이 좋습니다. 참 쉽고 부드럽습니다. 이렇게 쓰면 누구나 무엇을 말하는지, 어떤 모습을 가리키는지 알기 좋습니다. 다만, “공립 학교의 선생이다”는 “공립 학교 교사이다”로 손질합니다. 교사가 스스로 ‘선생’이라 가리키는 대목은 좀 안 어울립니다. 아이들은 교사를 바라보며 ‘선생님’이라 부를 수 있을 테지만, 교사인 어른은 스스로 ‘교사’라고 밝혀야 알맞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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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88) 필요 10 : 길게 설명할 필요가 없이


어디서 와서 어디로 무엇을 하러 가고 있는가 하는 것까지 길게 설명할 필요가 없이 저절로 알게 된다

《이오덕-우리 문장 쓰기》(한길사,1992) 36쪽


 길게 설명할 필요가 없이

→ 길게 말할 까닭이 없이

→ 길게 늘어놓지 않아도

→ 길게 말 안 해도

 …


  ‘필요’를 꼭 써야겠다면 하는 수 없이 써야겠지요. 그렇지만 굳이 쓰지 않아도 되며, 안 쓴다고 해서 우리가 하고픈 말이나 나타내고픈 뜻을 못 보여주거나 못 펼치지 않습니다. 이런 말 한 마디에 매달리기보다는 살갑고 산뜻하며 손쉽게 나눌 말을 쓰도록 마음을 기울이면 좋겠어요. 4339.5.19.쇠/4347.8.12.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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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와서 어디로 무엇을 하러 가는가 하는 데까지 길게 말할 까닭이 없이 저절로 알 수 있다


“가고 있는가 하는 것까지”는 “가는가 하는 데까지”로 손질하고, ‘설명(說明)할’은 ‘말할’이나 ‘이야기할’이나 ‘들려줄’이나 ‘알려줄’이나 ‘늘어놓을’로 손질합니다. “알게 된다”는 “알 수 있다”로 손봅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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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67) 퇴색


사랑은 그 자체 안에 뜻을 지니고 있다. 그것이 그 무엇의 방편이 된다 해도 그것 때문에 그 자체의 뜻이 퇴색하지는 않는다. 그것이 즐거우면 좋겠지만 괴로와도 좋다

《김재준-인간이기에》(향린사,1968) 28쪽


 그 자체의 뜻이 퇴색하지는 않는다

→ 스스로 뜻이 바래지는 않는다

→ 스스로 뜻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 스스로 뜻이 바뀌지는 않는다

→ 스스로 뜻이 빛을 바래지는 않는다

→ 스스로 뜻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



  한국말 ‘바래다’를 가만히 헤아려 봅니다. 한국말 ‘바래다’는 “(1) 볕이나 물기를 받아 빛깔이 바뀌다 (2) 볕에 쬐거나 약물을 써서 빛깔을 희게 하다”처럼 두 가지 뜻으로 씁니다. 그리고, ‘빛바래다’라는 낱말이 있어요. 이 낱말은 “낡거나 오래되다”를 뜻합니다.


  한자말 ‘退色’이나 ‘褪色’을 쓰고 싶다면, 이런 낱말도 써야겠지요. 그러나, 한국말 ‘바래다’와 ‘빛바래다’가 있습니다. 사랑스레 쓸 수 있는 한국말을 젖히고서 한자말을 불러들여야 할 까닭은 없다고 느낍니다. 아름답게 쓸 수 있는 한국말을 자꾸 뒤로 밀치니, 한국말사전은 나날이 빛바래리라 느낍니다.


 그 사진은 퇴색의 정도가 심하다

→ 그 사진은 빛이 많이 바랬다

 수채화는 퇴색이 되어

→ 수채화는 빛이 바래어

 이념의 퇴색으로

→ 이념이 빛이 바래

→ 이념이 빛바래면서


  사랑해 주어야 빛이 납니다. 사랑하고 아끼면서 돌보아야 빛이 날 한국말이요 한국말사전입니다. 우리 스스로 한국말과 한국말사전을 알뜰히 보듬고 보살필 수 있기를 빕니다. 4336.6.8.해/4347.8.12.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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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스스로 뜻이 있다. 사랑이 그 무엇에 쓰인다 해도 그 무엇 때문에 스스로 뜻이 바래지는 않는다. 사랑이 즐거우면 좋겠지만 괴로와도 좋다


“그 자체(自體) 안에”는 “스스로”로 다듬고, “지니고 있다”는 “있다”로 다듬습니다. ‘그것’이라는 낱말이 자주 나오는데, 서양말에서는 대이름씨로 자주 쓸 테지만, 한국말에서는 제 말을 밝히면 됩니다. 보기글에서는 ‘사랑’으로 고쳐씁니다. “그 무엇의 방편(方便)이 된다 해도”는 “그 무엇에 쓰인다 해도”로 손보고, “그 자체의 뜻이”는 “스스로 뜻이”로 손봅니다.



 퇴색(退色/褪色)

  (1) 빛이나 색이 바램

   - 그 사진은 퇴색의 정도가 심하다 / 수채화는 퇴색이 되어 / 낙엽이 퇴색되다

  (2) 무엇이 낡거나 몰락하면서 그 존재가 희미해지거나 볼품없이 됨

   - 공산주의 이념의 퇴색으로 동구 공산 국가들이 붕괴되었다 /

     그 책의 뚜껑 빛보다도 내용이 앞서 퇴색해 버리고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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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10) 형용


그리고는 지금의 내가 무척 건강하고 형용할 수 없는 즐거움으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가 있었다

《아스트리드 린드그랜/이정애 옮김-레이온 야이따 형제》(건아사,1987) 23쪽


 형용할 수 없는 즐거움으로

→ 이루 말할 수 없는 즐거움으로

→ 더할 수 없는 즐거움으로

→ 뭐라 할 수 없는 즐거움으로

→ 아주 대단한 즐거움으로

→ 말로 나타낼 수 없는 즐거움으로

→ 넘치는 즐거움으로

 …



  “생긴 모습”을 한자로 적을 때에 ‘形容’이 됩니다. 그래서 “비행기 형용”은 “비행기 모습”으로 다듬을 수 있어요. “눈을 감아도 그 모친의 형용이요”는 “눈을 감아도 그 어머니 모습이요”나 “눈을 감아도 그 어머니 얼굴이요”로 다듬을 수 있습니다. “소리만 들리고 형용은 보이지 아니할”이라면 ’소리만 들리고 모습은 보이지 아니할“로 다듬으면 되겠지요.


 물건을 집는 형용을 하다

→ 물건을 집는 모습을 하다

→ 물건을 집는 시늉을 하다

 꽃봉오리가 형용 못할 만큼 탐스럽게 피었다

→ 꽃봉오리가 말도 못할 만큼 소담스레 피었다

→ 꽃봉오리가 더할 나위 없이 소담스레 피었다


  말을 살필 적에 ‘형용사(形容詞)’가 있습니다. 이 낱말을 한자말인데, 한국말로 옮기면 ‘그림씨’입니다. 왜 형용사가 그림씨인가 하면, ‘모습을 나타내는 품사’가 형용사이기 때문입니다. ‘모습을 나타내기’란 바로 ‘그리기’이거든요. ‘그린다’는 뜻을 담아서 ‘그림씨’예요.


  두 눈으로 보는 모습을 그립니다. 마음으로 담는 모습을 그립니다. 사랑을 그리고, 꿈을 그립니다. 이야기를 그리고, 노래를 그려요. 그리는 마음이란, 새롭게 빚어서 함께 나누려는 아름다운 빛이로구나 싶습니다. 4336.1.5.해/4347.8.12.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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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는 이제 내가 무척 튼튼하고 더할 수 없는 즐거움으로 가득 찼다고 깨달을 수가 있었다


‘그리고는’은 ‘그러고는’으로 바로잡습니다. “지금(只今)의 내가”는 “이제 내가”로 다듬고, ‘건강(健康)하고’는 ‘튼튼하고’로 다듬습니다. “가득 차 있다는 것을 깨달을”은 “가득 찬 줄 깨달을”이나 “가득 찼다고 깨달을”로 손봅니다.



 형용(形容)

  (1) 사물이 생긴 모습

   - 비행기 형용을 본뜨기도 하고

  (2) 사람이 생긴 모습

   - 눈을 감아도 그 모친의 형용이요 / 소리만 들리고 형용은 보이지 아니할 때

  (3) 말이나 글, 몸짓 들로 사물이나 사람 모습을 나타냄

   - 물건을 집는 형용을 하다 / 꽃봉오리가 형용 못할 만큼 탐스럽게 피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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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85) 수학


콜롬비아 대학교에서 수학하면서 1968년 학생시위에 적극 가담했다

《데이비드 바사미언-시대의 양심 20인, 세상의 진실을 말하다》(시대의창,2006) 186쪽


 대학교에서 수학하면서

→ 대학교에서 배우면서

→ 대학교에서 공부하면서

→ 대학교를 다니면서

 …



 물을 다루는 학문이라면 ‘물 학문’이라 하면 됩니다., 학문을 배운다면 ‘배운다’고 하면 됩니다. 학문을 닦는다면 ‘닦는다’고 말하면 됩니다. 순수한 학문을 ‘粹學’이라고 한다는데, 이런 말을 알아듣는 사람이 있을까요? 이런 말을 쓰는 사람은 있을까요? 한국말사전을 살피니 “여윈 학”을 ‘瘦鶴’이라 한다고 나오는데, 여윈 학이면 말 그대로 “여윈 학”일 뿐입니다. “먹이를 찾지 못한 수학 한 마리”라고 말할 때, 어느 누가 이 말을 알아들을까요. 새를 살피는 학자들도 이런 말은 못 알아들으리라 봅니다.


  우리가 널리 알아듣거나 쓸 만한 ‘수학’은 오로지 하나, 학문이나 교과목 이름으로 쓰는 ‘數學’입니다. 이 ‘數學’도 한글로 ‘수학’이라고만 쓰면 넉넉해요. 한자로 쓰면 오히려 못 알아들을 사람이 많겠지요. 교과목 이름이 아닌 다른 ‘수학’은 한국말을 잡아먹기만 할 뿐이라고 느낍니다. 4340.5.25.쇠/4347.8.12.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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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롬비아 대학교에서 배우면서 1968년 학생시위에 힘껏 나섰다


“학생시위에 적극(積極) 가담(加擔)했다”는 “학생시위에 많이 나왔다”라든지 “학생시위에 빠지지 않았다”로 다듬어 봅니다. “학생시위에 몸바치기도 했다”나 “학생시위에 힘껏 나섰다”로 다듬을 수 있습니다.



 수학(水學) : 물의 현상에 관하여 연구하는 학문

   - 홍수가 많이 발생하는 지역에서는 치수 사업을 위하여 수학이 발달했다

 수학(受學) : 학문을 배우거나 수업을 받음

   - 학생들이 수학의 열의를 불태웠다 / 

     그는 대학 시절 김 교수에게 언어학을 수학했었다

 수학(修學) : 학문을 닦음

   - 그녀는 음악 수학을 위해 이탈리아로 떠났다

 수학(粹學) : 순수한 학문

 수학(數學)

  (1) 수량 및 공간의 성질에 관하여 연구하는 학문

  (2) 교과목의 하나. 수량 및 공간의 성질에 대하여 배운다

 수학(瘦鶴) : 여윈 학

   - 먹이를 찾지 못한 수학 한 마리가 들판을 걷고 있었다


..



 알량한 말 바로잡기

 (1554) 수학 2 : 대학에서 수학했고


부유한 유가공업자의 아들인 그는 일찍이 베를린 공과대학에서 수학했고, 유럽과 미국의 유명한 사진 콩쿠르를 휩쓸어

《최봉림-에드워드 슈타이켄, 성공신화의 셔터를 누르다》(디자인하우스,2000) 17쪽


 공과대학에서 수학했고

→ 공과대학에서 배웠고

→ 공과대학을 다녔고

→ 공과대학에서 학문을 닦았고

 …



  보기글을 쓴 분은 “대학에서 수학했고”라고도 글을 쓰지만, “사진 콩쿠르”라고도 글을 씁니다. 프랑스에서라면 ‘콩쿠르’라는 말을 쓸 텐데, 한국에서는 ‘공모전’이나 ‘대회’라는 말을 널리 씁니다.


  어느 낱말을 골라서 쓰든 잘 알아들을 수 있으면 괜찮다 여길 만한지 모릅니다. 글을 쓰는 사람은 어느 낱말이든 이녁한테 익숙한 낱말을 살펴서 쓰리라 느낍니다. 그러면, 한자말 ‘수학’은 얼마나 쓸 만할까요. ‘배우다’나 ‘익히다’ 같은 한국말을 밀어내고 넉넉히 쓸 만할까요. ‘배우다’나 ‘익히다’ 같은 한국말은 몰라도 ‘수학하다’ 같은 한자말은 알아도 될까요. 4347.8.12.불.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넉넉한 유가공업자 아들인 그는 일찍이 베를린 공과대학을 다녔고, 유럽과 미국에서 이름난 사진대회를 휩쓸어


‘부유(富裕)한’은 ‘돈 많은’이나 ‘돈 있는’으로 손질할 낱말인데, 이 자리에서는 ‘넉넉한’으로 손질합니다. “유가공업자의 아들”은 “유가공업자 아들”로 다듬고, “미국의 유명(有名)한”은 “미국에서 이름난”으로 다듬습니다. ‘사진 콩쿠르(concours)’는 ‘사진 대회’나 ‘사진 공모전’으로 고쳐씁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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