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이 들지 않은 사람은 나이를 먹어도 어른이 아니다. 철이 든 사람은 나이가 어려도 어른이다. ‘어른’은 나이로 따지지 않는다. ‘철’로 따진다. 철이 들 무렵부터 비로소 슬기를 깨우친다. 철이 들지 않으면 슬기를 가꾸지 못한다. 철이 들어 스스로 생각을 깊고 넓게 다스릴 때에 슬기롭게 삶을 보듬는다. 그러니까, 나이를 먹어 혼인을 한 뒤 아이를 낳는대서 어른이 되지 않는다. 철이 안 들면, 나이를 먹어 혼인을 하고 아이를 낳더라도 ‘철없는 사람’으로 지낸다. 철이 들면, 혼인을 하지 않거나 아이를 낳지 않더라도 ‘철든 사람’이기에 슬기로운 어른으로 삶을 빛낸다. 시집 《코끼리 주파수》를 읽는다. 이 시집을 쓴 사람은 어른일까 아닐까. 이 시집을 쓴 사람은 철이 들었을까 안 들었을까. 시를 쓸 수 있는 마음은 어떤 마음일까. 철이 들지 않을 적에도 시를 쓸 수 있을까. 철들지 않은 채 쓰는 시와 철이 들고 나서 쓰는 시는 어떻게 다를까. 철없는 눈으로 이 땅을 바라본다면 어떤 시를 쓰고, 철든 눈으로 온누리를 헤아린다면 어떤 시를 쓸 수 있을까. 4347.8.19.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한 줄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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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 주파수
김태형 지음 / 창비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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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1328) 분하다扮


여기 걸린 그림은 〈로빈 후드로 분한 페인 씨〉이며, 제작 연도는 1839년이다

《수전 데니어/강수정 옮김-베아트릭스 포터의 집》(갈라파고스,2010) 117쪽


 로빈 후드로 분한 페인 씨

→ 로빈 후드로 꾸민 페인 씨

→ 로빈 후드로 차린 페인 씨

 …



  외마디 한자말 ‘扮하다’는 ‘분장(扮裝)하다’를 뜻한다고 합니다. 한국말사전에서 ‘분장하다’를 찾아보면 “배우를 꾸미다”를 뜻한다고 나옵니다. 그러니까, ‘분하다’이든 ‘분장하다’이든 한국말로는 ‘꾸미다’라는 뜻입니다.


  한국말이 따로 있는데 굳이 외마디 한자말을 끌여들여서 써야 할까 궁금합니다. 옛날부터 쓰던 대로 쓰면 되고, 아이들한테는 한국말을 알맞게 가르치면서 물려주면 됩니다. 한국말사전에 나온 보기글 “이십 대의 아가씨이지만 분장이 잘되어 사십 대의 여자처럼 보였다”는 “이십 대 아가씨이지만 잘 꾸며서 사십 대 여자처럼 보였다”나 “스물 남짓한 아가씨이지만 잘 꾸며서 마흔 남짓한 여자처럼 보였다”로 손질해 줍니다. 4347.8.19.불.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여기 걸린 그림은 〈로빈 후드로 꾸민 페인 씨〉이며, 그린 해는 1839년이다


“제작(製作) 연도(年度)”는 “만든 해”로 고쳐써야 올바르지만, 이 글월에서는 “그린 해”나 “그린 때”로 손질해 줍니다.



 분하다(扮-) = 분장하다

 분장(扮裝)하다 : 등장인물의 성격, 나이, 특징 따위에 맞게 배우를 꾸미다

   - 이십 대의 아가씨이지만 분장이 잘되어 사십 대의 여자처럼 보였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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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아트릭스 포터의 집 - 피터 래빗의 어머니
수전 데니어 지음, 강수정 옮김 / 갈라파고스 / 2010년 5월
평점 :
품절


환경책 읽기 64



삶을 짓는 길이 푸른 꿈

― 베아트릭스 포터의 집

 수전 데니어 글

 강수정 옮김

 갈라파고스 펴냄, 2010.5.7.



  나는 도시에서 살 적에 그리 푸른 꿈을 꾸지 못했습니다. 도시에서는 그저 ‘우리 서재도서관(사진책도서관)’을 잘 건사하는 길만 생각했습니다. 이러한 길도 아름다운 꿈이라 할 만하지만, 늘 이 언저리에서 맴돌았습니다. 작은아이가 태어날 무렵 시골로 삶자리를 옮겨 한 해 두 해 세 해 네 해, 이렇게 살면서 꿈이란 무엇인지 새롭게 돌아봅니다. 돈을 얻거나 이름을 거머쥐는 일도 꿈이라면 꿈이 되지만, 이러한 꿈에서 머물 때에는 꿈이 아니요, 날마다 새롭게 이야기를 지어 즐겁고 노래할 수 있는 삶이 될 때에 비로소 꿈이로구나 하고 느껴요.



.. 시골의 친척집을 찾을 때마다 베아트릭스는 느낌을 기록하고, 집안의 공간 중에서 마음에 드는 곳을  스케치에 담았으며, 동식물과 화석의 세밀화를 그렸다 … 사람들은 벽장 위에 있는 할아버지의 결혼예복에도 관심을 갖지 않았다. 그녀는 “액면 가치가 없다고 해서 낡은 것들을 하찮게 여기는 사람들의 태도가 어처구니없다”고 생각했다 ..  (14, 19쪽)



  시골에서 지내는 사람한테 도시에 있는 사람들이 묻습니다. 이녁은 ‘옛날로 돌아가자’ 하고 말하느냐고. 나는 ‘옛날로 돌아갈’ 생각이 없습니다. 나는 늘 ‘새로운 앞날로 나아갈’ 뿐입니다. 다만, 옛날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는지 곰곰이 되짚습니다. 옛날 사람들은 날마다 노래를 불렀어요. 옛날 사람들은 밥과 옷과 집을 스스로 날마다 지었어요. 수출이나 수입이 없어도 옛날 사람들은 잘 살았습니다. 임금이나 땀임자가 없어도 옛날 사람들은 잘 살았습니다. 지식인이나 양반이 없어도, 이름 높은 학자나 관리가 없어도, 빼어난 싸울아비나 전쟁무기가 없어도, 참말 옛날 사람들은 잘 살았을 뿐 아니라, 무슨 일을 하든 늘 노래였어요.


  이와 달리, 오늘날 사람들한테는 노래가 없습니다. 대중노래는 있으나, 스스로 제 삶에서 짓는 노래가 없습니다. 오늘날에는 밥이나 옷이나 집을 스스로 짓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오늘날에는 날마다 새로운 하루로 맞아들여 날마다 새롭게 노래를 부르는 사람은 거의 없어요. 오늘날에는 누구나 으레 쳇바퀴를 돌듯이 똑같은 일을 날마다 되풀이할 뿐입니다. 출퇴근 지옥이요, 월급바라기이며, 세금정산에 머리가 아플 뿐인 오늘날입니다.



.. 1893년에 스코틀랜드에 머물던 베아트릭스는 노엘이라는 아이에게 편지를 썼다. 노엘은 베아트릭스의 가정교사였던 애니 무어의 어린 아들이었다. 베아트릭스는 건강이 좋지 않다는 노엘에게 그림편지를 보내기로 했고, 이것은 결국 베아트릭스의 운명을 바꿔 놓았다 … 책 속에서 동물들에게 안락함과 평온함을 주던 인테리어는 이제 그 작은 공간을 멋지게 가꾼 주인에게 안온함과 소속감을 주었다 ..  (31, 54쪽)



  나는 옛날로 돌아가자고 말하려는 뜻에서 시골에서 살지 않습니다. 나는 옛날 사람들이 시골에서 부르던 푸른 노래를 새롭게 배워서 즐겁게 누리고 싶기에 시골에서 삽니다. 풀을 뜯을 적에는 풀노래를 불러요. 구름바라기를 할 적에는 구름노래를 불러요. 자전거마실을 하면 자전거노래를 부르고, 군내버스를 타고 읍내로 가면 버스노래를 부르지요.


  밥을 차리며 밥노래입니다. 설거지를 하며 설거지노래입니다. 빨래를 하며 빨래노래이고, 가끔 아이들한테 골을 부리면 골노래입니다. 골짜기로 나들이를 하면 골짝노래예요.


  바닷가에서 바다노래입니다. 들에서 들노래입니다. 손에 책을 쥐고 책노래예요. 종이를 마룻바닥에 펼쳐 아이와 함께 그림을 그리면 그림노래예요.


  노래가 안 되는 삶은 없습니다. 삶이기에 언제 어디에서나 늘 노래예요. 노래가 되는 삶이기에 즐겁습니다. 노래가 되는 삶이기에 날마다 새롭게 부르고, 날마다 즐겁게 맞아들입니다.



.. 힐 탑을 구입하고도 윌리엄과 결혼을 할 때까지는 어쩌다 한 번씩 머물렀을 뿐이지만, 그런 사실도 이 방에 가구를 더하고 재배치하며 마음에 들 때까지 이리저리 손보는 걸 막지 못했다. 그런 과정을 거쳐 이 방이 지금과 같은 모습을 갖추게 된 건 집을 구입하고 35년이 지난 1940년 무렵이었다 … 베아트릭스는 집 뒤편에 날개를 증축하면서 농가 부엌 위쪽의 방 하나를 자신이 쓸 용도로 꾸몄다. 처음에는 이곳을 서가라고 부르며, 남동생인 버트램의 유화를 걸어놨었다. 베아트릭스보다 여섯 살 아래인 버트램도 누나처럼 숨 막히는 런던 생활을 탈피해서 농부가 되었다 ..  (105, 128쪽)



  수전 데니어 님이 빚은 이야기책 《베아트릭스 포터의 집》(갈라파고스,2010)을 읽습니다. 수전 데니어 님은 ‘내셔널 트러스트’ 일을 한다고 해요. 베아트릭스 포터 님이 숨을 거두면서, 또 숨을 거두기 앞서, 수없이 ‘내셔널 트러스트’에 내놓아, 시골마을과 시골숲을 그대로 건사하기를 바란 땅을 돌본 일을 맡기도 했다고 해요.



.. 베아트릭스의 공간 배치에 직접적이고도 강력한 영향을 미친 것이라면 단연 그웨이니노그의 정원을 꼽을 수 있다 … “꽃이 만발했다. 내 정원이 너무나 마음에 든다. 형식을 탈피한 옛날 스타일의 농가 정원, 꽃밭 주변에 상자 모양의 산울타리를 두르고 채송화와 팬지와 까치밥나무와 딸기와 완두콩, 그리고 제미마를 위한 큼직한 세이지도 있다 … 야생으로 자라난 것이 정원과 과수원을 전부 뒤덮었고, 숲 속에도 보인다.” ..  (152, 157쪽)



  베아트릭스 포터 님은 이녁 삶을 스스로 천천히 지었습니다. 그림을 그리는 삶도, 시골살이도, 시골에서 그림을 그리는 삶도, 시골에서 그림을 그려 얻은 돈으로 아름다운 땅과 집을 사들여 아름다운 마을이 이어지도록 가꾸는 삶도, 모두 스스로 지었습니다.


  차근차근 지었어요. 무엇보다, 베아트릭스 포터 님은 이녁이 그린 그림을 알뜰히 아끼고 사랑한 이웃들이 한 푼 두 푼 ‘책을 사 주는 일 때문에 번 돈’을 차곡차곡 그러모아서 땅을 장만합니다. 땅을 장만하는 삶을 스스로 지었고, 땅을 장만한 뒤 아름다운 터로 이어갈 수 있도록 새로운 빛과 슬기를 스스로 지었습니다.



.. 베아트릭스는 이 책에서 드디어 자신이 꾸민 정원의 아름다움, 엄밀히 말하자면 정원이 자리를 잡아 그렇게 무르익기를 바라는 모습을 한껏 자랑했다 … 그녀의 드로잉은 이야기의 배경이 된 시골에서 살고 싶다는 바람을 갖게 했고, 그곳에서 살다 보니 농부가 되고 싶었으며, 그건 다시 개발 앞에 취약한 자연을 파괴로부터 보호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이어졌다 … “나는 침대에 누워서도 고원과 황무지를 한 발 한 발 디디며, 내 늙은 다리로는 두 번 다시 거닐지 못할 그곳의 돌과 꽃, 습지와 황새풀을 하나도 빠짐없이 볼 수 있다는 얘기다. 뿐만 아니라 무수한 젊은 백치들보다 훨씬 현명하다는 건 기꺼운 일 아닌가.” ..  (165, 176, 203쪽)



  나는 고흥 시골집에서 살며 여러 가지로 꿈을 푸르게 꿉니다. 우리 식구가 깃든 곳을 바탕으로 둘레 땅을 차근차근 장만해서 아름답게 푸른 숲으로 이어갈 수 있기를 꿈꿉니다. 아직 우리 땅은 없으나, 내가 쓰는 글로 푼푼이 돈을 그러모아서 땅을 열 평 백 평 천 평 만 평 십만 평 백만 평 장만하기를 꿈꿉니다. 이 땅에 아름답고 푸른 꿈을 꾸는 이웃들이 찾아와서 알맞게 집을 스스로 지어서 알맞게 삶을 가꿀 수 있기를 꿈꿉니다.


  우리 이웃은 대통령 이름을 알 일이 없습니다. 우리 이웃은 사건·사고나 신문·방송을 알 일이 없습니다. 우리 이웃은 풀을 마주하면서 풀이름을 스스로 새롭게 짓습니다. 우리 이웃은 나무를 마주하면서 나무이름을 스스로 새롭게 짓습니다. 한 그루 두 그루 천천히 나무를 심습니다. 한 뙈기 두 뙈기 텃밭과 꽃밭을 찬찬히 일굽니다. 아이들은 맨발로 흙땅을 밟고,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누구나 도랑과 냇물과 개울에 몸을 담가 뛰놀 수 있기를 바랍니다. 수돗물이 아닌 샘물을 마시기를 바라고, 사냥꾼이나 약초꾼이나 난 캐는 이들이 시골숲에 함부로 깃들지 못하기를 바랍니다. 기계로 갈아엎는 땅이 아니라, 우리 식구와 이웃이 누릴 만큼 손수 흙을 보듬고 갈면서 밥을 얻기를 바랍니다. 대량생산과 대량소비가 아닌, 즐겁게 누리는 삶으로 나아가기를 바랍니다.


  꿈이 있기에 삶을 짓습니다. 꿈을 품기에 삶을 가꿉니다. 꿈이 없으면 삶을 짓지 못하고 쳇바퀴를 돕니다. 꿈이 없으면 삶뿐 아니라 사랑도 믿음도 짓지 못합니다.


  예배당에 가야 믿음이 아닙니다. 내가 나를 고스란히 바라볼 수 있어야 믿음입니다. 성경책을 들춰야 믿음이 아니고, 내가 나를 바라보듯이 이웃과 동무를 바라볼 수 있어야 믿음입니다.


  삶을 가꾸는 삶노래가 이 나라뿐 아니라 지구별 어디에서나 푸르게 피어날 수 있기를 꿈꿉니다. 슬기를 모아 사랑스럽게 살고, 사랑스레 살아가는 이웃이 가끔 서로서로 찾아가면서 새롭게 이야기꽃을 피우면 더없이 아름다우리라 생각합니다. 꿈길을 걷기에 삶길이 홀가분하면서 즐겁습니다. 4347.8.19.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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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아이 188. 2014.8.8. 맨바닥이 시원



  맨바닥이 시원하다. 옛날부터 어느 집이건 맨바닥이었다. 흙이나 나무나 돌로 된 맨바닥이었다. 맨바닥에 손과 발을 대면서 지구별을 한결 깊이 느낀다. 맨바닥에 볼과 볼기를 대면서 지구별을 한결 넓게 맞아들인다. 흙바닥에서 일하고, 맨바닥에서 논다. 흙바닥을 두 발로 걷고, 맨바닥을 오가며 살림을 꾸린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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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재기자와 책손 (사진책도서관 2014.8.8.)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사진책도서관 함께살기’



  〈베스트 베이비〉에 도서관 기사가 나온 뒤, 두 군데 방송국에서 전화가 온다. 여러 날에 걸쳐서 다큐방송을 찍고 싶단다. 무엇을 찍고 싶은 마음일까. 우리 도서관과 식구를 얼마나 알기에 ‘다큐’를 찍겠다는 뜻일까. 〈베스트 베이비〉에서 찾아온 취재기자는 내 책을 즐겁게 읽고 나서 취재를 오고 싶었다고 했다. 나는 글을 쓰고 책을 내며 도서관을 꾸리는 사람이니, 내 글을 꾸준히 읽거나 내 책을 사서 읽거나 우리 도서관에 책손으로 드나들고 나서 취재를 하고 싶든 말든 말을 해야 옳다고 느낀다. 이녁 스스로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과 도서관을 어떻게 ‘다큐’로 찍을 수 있겠는가. 다큐란 눈요기나 겉치레가 아니다. 다큐란 삶을 담는 이야기이다.


  글을 쓰고 책을 내며 도서관을 꾸리는 사람을 만나고 싶으면, 이 세 가지 가운데 하나를 살피고 전화를 할 노릇이다. 아무것도 모르면서 만나기만 하면 무엇이 나올까. 이 나라 방송국 피디와 작가들이 으레 이런 모습이니, 이 나라에서 흐르는 방송(텔레비전)을 볼 마음이 하나도 없다. 반짝 하고 시청율 올리는 그럴듯한 그림을 그리려 할 뿐이니, 이런 방송을 보는 사람들 마음에 무엇이 남을 수 있겠는가.


  가만히 보면, 방송뿐 아니라 책이나 영화도 엇비슷하다. 천만 사람이 보았다는 영화 가운데 열 해나 스무 해뿐 아니라 서른 해나 마흔 해를 지나도록 아름다운 이야기가 흐르는 작품은 몇 가지가 있을까 궁금하다. 백만 권이나 십만 권쯤 팔린 책이 앞으로 백 해나 이백 해쯤 뒤에, 또는 오백 해나 즈믄 해쯤 뒤에도 널리 읽힐 만할까 궁금하다. 어쩌면 널리 읽힐는지도 모르지. 그런데, 널리 읽히는 책이 아름다운 사랑이나 꿈을 밝히는 책일까.


  내가 한국말사전 만드는 길을 걷고 싶다는 꿈을 어릴 적에 품은 뒤, 지난 스무 해 남짓 이 길을 걸어온 까닭을 문득 돌아본다. 제대로 빚은 한국말사전은 언제나 책상맡에 놓고 들여다보는 책이다. 제대로 빚은 한국말사전은 꾸준히 들여다보거나 살피면서 넋을 북돋우는 책이다.


  늘 책상맡에 둘 수 있을 때에 책이라고 느낀다. 책상맡이 아닌 책시렁에 둔다면 자료라고 느낀다. 책상맡에 두는 책은 ‘이야기를 배우는 책’이라고 느낀다. 책시렁에 두는 책은 ‘이야기를 되새기는 책’이라고 느낀다.


  시골 도서관 이야기가 잡지에 나왔으니, 이 잡지를 읽은 이들 가운데, 시골살이를 마음에 품는 이웃이 나타날 수 있기를 빈다. 느긋하고 넉넉하게 시골 도서관으로 마실을 다니는 이웃이 생길 수 있기를 빈다. ㅎㄲㅅㄱ



* 사진책도서관(서재도서관)을 씩씩하게 잇도록 사랑스러운 손길 보태 주셔요 *

* 도서관 지킴이 되기 : 우체국 012625-02-025891 최종규 *

* 도서관 지킴이 되어 주는 분들은 쪽글로 주소를 알려주셔요 (010.5341.7125.) *

* 도서관 나들이 오시려면 먼저 전화하고 찾아와 주셔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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