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추꽃이 피는 늦여름



  늦여름에 부추꽃이 핀다. 부추꽃이 필 무렵 바람이 선선하게 바뀐다. 부추꽃이 한창 피어 하얀잔치를 이루면, 바야흐로 가을이라 할 만하다. 올해에는 모든 꽃이 지난해보다 이레나 보름쯤 일렀는데, 부추꽃도 꽤 일찌감치 꽃대를 올렸고, 꽃송이를 벌렸다. 마을 어귀 샘터에도 부추꽃이 가득가득 피었다.


  눈밝은 이가 있어 부추꽃으로 날과 철을 읽는다면, 오늘날 지구별 흐름이 이대로 갈 때에 어떻게 되는지 느끼리라. 눈맑은 이가 있어 부추꽃으로 삶과 꿈을 읽는다면, 오늘날 지구별 모습이 이렇게 갈 적에 어떤 벼랑으로 치닫는가를 느끼리라.


  온통 푸른 늦여름 밭자락에 작고 하얀 무늬를 그리는 부추꽃은 새삼스럽다. 가느다란 꽃대에서 자그마한 꽃이 벌어지지만, 천천히 소담스레 벌어지면서 눈부시다. 4347.8.23.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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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14-08-23 11:26   좋아요 0 | URL
부추꽃 정말 간만에 봅니다.^^
예쁩니다!!!

파란놀 2014-08-23 15:40   좋아요 0 | URL
맛으로도 좋고
눈으로 보아도 좋은
부추랍니다~
 
화성인 지구 정복
존 카펜터 감독, 로디 파이퍼 외 출연 / 클레버컴퍼니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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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인 지구 정복

They Live, 1988



  영화 〈화성인 지구 정복(They Live)〉을 보면서 문득 한 가지 영화가 떠오른다. 바로 〈록키 호러 픽쳐 쇼(Rocky Horror Picture Show)〉이다. 〈록키 호러 픽쳐 쇼〉는 1975년에 나왔고, 〈화성인 지구 정복〉은 1988년에 나온다. 〈록키 호러 픽쳐 쇼〉는 이 지구별에서 정치와 경제와 문화와 산업과 스포츠와 영화와 방송과 신문과 출판 따위를 모두 거느리면서 주무르는 ‘록펠러·JP모건’ 속내를 곳곳에 짙게 깔면서 넌지시 보여준다. 여느 사람들이 으레 아는 대로 흘러가는 사회나 역사가 아니라, 누군가 억지로 꾸미거나 만드는 틀대로 사람들이 바보스레 휩쓸리거나 따라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다만 이를 알아보자면 그만큼 공부를 해야 알아본다. 공부를 하지 않고 영화만 본다면, 이 영화가 무엇을 말하려 하는지 하나도 모르는 채 ‘컬트’라느니 ‘뮤지컬’이라느니 하는 엉뚱한 소리만 늘어놓는다.


  영화 〈화성인 지구 정복〉에서는 이러한 이야기를 ‘화성인’을 빗대어 말한다. 그러나, 지구별을 뒤에 숨어서 움직이는 이들이 ‘화성인’인지 ‘외계인’인지 영화에서 제대로 다루지는 않는다. 무엇보다 ‘어느 별 사람’이 지구사람을 뒤에서 노예로 부리는지는 그리 대수롭지 않다. 영화에 붙인 이름처럼 “그들은 살고(깬 사람 They Live)”이고, “우리는 잠들었다(We Sleep)”는 이야기를 밝힌다. “They Live We Sleep”이라는 이야기는 아주 살짝 담벼락에 적은 글을 비추면서 지나가는데, 살짝 스치듯이 지나가는 모습처럼, 우리는 우리 참모습이 무엇인가를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고 느끼지 못한다. 제대로 바라보려 하지 않고, 참답게 느끼려 하지 않는다. 우리 삶을 얼마든지 바꿀 수 있으니 바꾸려 하지 않는다. 돈을 더 벌려 하고, 자리를 더 지키려 한다. 왜 그럴까? 왜 바꾸지 못할까? 우리는 노예로 아주 기나긴 나날을 살아오면서 ‘스스로 노예인 줄 모르는’ 채 길들었기 때문이다. 노예인 줄 모르는 채 길든 탓에, 노예에서 풀려나더라도 무엇을 스스로 새로 빚을 줄 모른다. 스스로 무엇을 좋아해야 하는지 모른다. 스스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모른다.


  영화 〈화성인 지구 정복〉에 나오는 검은이 ‘프랭크’는 하얀이 ‘나다’한테 너 스스로 좋아하는 일을 하라고 넌지시 한 마디를 하고 아주 빠르게 다음 대목으로 지나간다. 참말 이 대목처럼 우리는 제 길을 찾으려고 애쓰기는 하지만, 아주 살짝 생각하다가 그만둔다. 제 길을 찾기보다는 쳇바퀴를 도는 노예 부속품으로 지내는 데에 익숙하다. 회사원이 되는 데에 익숙하고, 학생이 되는 데에 익숙하다. 나이를 먹으면 웃사람이 되어 지시와 명령을 내리는 데에 익숙하고, 교사가 되어 가르치는 데에 익숙하다. 다만, 이것과 저것을 하지만, ‘삶을 스스로 새로 짓지’는 못한다.


  그나저나, 한국에서는 왜 영화이름을 ‘화성인 지구 정복’으로 붙였을까? 왜 이런 뚱딴지 같은 이름을 붙였는가? “그들은 살아서 우리를 다스린다”는 이야기를 알지 못하도록 왜 이런 이름을 붙였는지 아리송하지만, 한국 사회는 아직 어둡고 갑갑하니까, 이런 이름을 붙일밖에 없구나 싶기도 하다. 그러니, 이 영화를 ‘비급 판타지나 에스에프 영화’로 갈래를 넣을 테지. 차라리 “록키 호러 픽쳐 쇼”처럼 영어 이름을 그대로 쓸 노릇이다. 1975년에 나온 영화가 이름에서 알려주듯, 우리는 ‘픽쳐 쇼’에 휘둘리는 바보 노예 부속품으로 살면서도 이를 하나도 안 깨닫는다. 4347.8.23.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영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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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놀이 6 - 동생과 마주보면서



  마룻바닥에 동생과 마주보며 앉은 사름벼리 인형을 손에 들고 말을 건다. 아니, 인형 마음을 사름벼리가 읽으면서 말을 한다. 두 아이는 둘뿐 아니라 인형까지 쳐서 여럿이 함께 숨바꼭질을 하고 술래잡기를 한다. 기차놀이를 하고 하늘을 난다. 인형마다 목숨 하나씩 있다고 여기는 아이들은 인형놀이를 하면서 복닥복닥 왁자지껄 신난다. 4347.8.22.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놀이하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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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들보라 참 잘 달리네



  날이 갈수록 산들보라 다리에 힘살이 찰싹찰싹 붙는다. 산들보라를 볼 적마다 사름벼리가 서너 살일 무렵 이렇게 달리면서 스스로 얼마나 기뻐했는지 새롭게 떠오른다. 나도 곁님도 어린 나날 이렇게 달리면서 노래하고 웃고 춤추고 이야기했겠지. 우리 어머니와 아버지도, 곁님 어머니와 아버지도 모두 어린 나날 신나게 달리고 노래하면서 하늘숨을 쉬었겠지. 4347.8.22.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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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멀리건과 증기 삽차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57
버지니아 리 버튼 글, 그림 | 서애경 옮김 / 시공주니어 / 1996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421



무엇이 새로울까

― 마이크 멀리건과 증기 삽차

 버지니아 리 버튼 글·그림

 시공사 펴냄, 1996.9.23.



  새로운 전화기가 나오면서 낡은 전화기는 뒤로 밀립니다. 감쪽같이 사라집니다. 새로운 디지털사진기가 나오면서 낡은 디지털사진기는 가뭇없이 사라집니다. 새로운 컴퓨터가 나오면서 낡은 컴퓨터는 몽땅 사라집니다. 아무렴, 그렇겠지요.


  그런데, 새로운 전화기가 나와서 낡은 전화기를 못 쓴다고 할 적에 아쉽다고 여기는 사람은 없습니다. 낡은 컴퓨터를 버리고 새로운 컴퓨터를 장만할 적에 낡은 컴퓨터를 집에 고이 모시는 사람은 없습니다.


  이와 달리 두고두고 건사하려는 물건이 있기도 합니다. 우리가 손수 만든 물건은 오랫동안 건사합니다. 어버이한테서 물려받거나 언니한테서 이어받은 자전거는 알뜰살뜰 간직합니다.



.. 기차가 지나다닐 수 있도록 높다란 산을 깎은 이들이 누구겠니? 바로 마이크 멀리건 아저씨와 메리 앤이야. 물론 다른 사람들도 함께 일을 거들었지 ..  (7쪽)





  현대문명이 있기 앞서까지, 사람들이 집을 지을 적에는 차근차근 지었습니다. 하루아침에 우지끈 뚝딱 하고 집을 지은 사람은 없습니다. 며칠 만에 얼렁뚱땅 집을 짓지 않았습니다. 오래오래 살 집은 천천히 생각하여 지었습니다. 아이들을 낳아서 물려줄 만한 집으로 튼튼하면서 아름답게 지었습니다. 열 해나 스무 해쯤만 살다가 남한테 내다 팔 집을 짓지 않았습니다. 돈을 모으려고 살던 집이 아니었습니다.


  지난날에 사람들이 이룬 마을은 천천히 태어났습니다. 한 집이 생기고 두 집이 생겼습니다. 석 집과 넉 집은 차근차근 모였습니다. 높다란 건물을 세운다든지 널따란 찻길을 내려 하지 않았습니다. 모든 일은 집안에서 이루어졌습니다. 모든 이야기는 마을에서 태어났습니다. 한집 사람들 스스로 밥과 집과 옷을 일구어 누렸습니다. 한마을 사람들 스스로 두레와 품앗이와 울력을 했습니다.


  이와 달리 오늘날에는 우지끈 뚝딱 하면서 동네 하나를 척척 만들어 냅니다. 어마어마하게 크고 많은 장비를 써서 커다란 건물과 아파트를 수없이 세웁니다. 수만이나 수십만 사람이 한 곳에 얽혀서 복닥거리는 거미줄을 만듭니다. 그런데 오늘날 동네는, 그러니까 오늘날에 도시에 만드는 동네는, 밥과 집과 옷을 스스로 만들거나 일구지 않습니다. 모두 돈을 벌어서 돈으로 사서 쓰도록 합니다.



.. 새 가솔린 삽차가 나타나더니, 그 다음엔 새 전기 삽차가 나타났고, 그 다음엔 새 디젤 삽차가 나타나서, 증기 삽차들이 하던 일을 몽땅 앗아가 버렸어 ..  (14쪽)





  버지니아 리 버튼 님이 빚은 멋진 그림책 《마이크 멀리건과 증기 삽차》(시공사,1996)를 읽습니다. 1939년에 태어난 이 그림책은 ‘증기 삽차’가 다른 물질문명에 밀려서 사라지는 이야기를 애틋하게 보여줍니다. 어쩔 수 없겠지요. 더 적은 연료를 써서 더 많이 일을 해내는 기계가 나온다면, 더 많은 연료를 써서 덜 많이 일을 해내는 기계는 사라질밖에 없습니다.


  그린이는 ‘증기 삽차’를 애틋하게 여기는 마음을 그림책에 담습니다. 여기에 덧붙여, ‘증기 삽차’를 빌어 ‘우리 손길이 깃든 이야기’가 무엇인가를 밝히려고 합니다. 한 번 쓰고 버리는 물건이 아닌, 새 것이 나왔으니 몽땅 사라져야 하는 헌 것이 아닌, 삶을 가꾸는 아름다운 빛이란 무엇인가 하고 밝히려 합니다.



.. 조그만 사내아이가 공사장에 나타났어. 꼬마는 “아저씨, 해 지기 전까지 그 일을 끝낼 수 있어요?” 하고 물었어. 아저씨는 “그럼 그렇고말고. 네가 여기 서서 우리가 일하는 것을 지켜봐 주면 좋겠다. 우리는 다른 사람이 우릴 지켜봐 주면 더 빠르게, 더 멋지게 일하지.” 했어. 그래서 꼬마는 거기 서서 아저씨와 매리 앤이 일하는 걸 지켜보았어 ..  (22쪽)





  어디를 가든 자동차가 넘칩니다. 어디에서나 자동차가 쏟아집니다. 우리 둘레에 있는 자동차는 모두 기름이나 가스를 먹습니다. 화석연료를 태워서 공해덩어리를 만드는 자동차입니다. 자동차가 달릴 길을 닦는다면서 들과 숲을 밀어 없앱니다. 자동차가 서야 한다면서 아이들 놀이터와 어른들 쉼터를 빼앗습니다. 자동차가 달리면 사람들은 멈추거나 비켜야 합니다. 자동차에 탄 사람은 권력을 뽐내고, 자동차에 안 탄 사람은 권력에 밟힙니다.


  현대문명이란 무엇일까요. 현대문명은 사람한테 얼마나 아름다울까요. 물질문명이란 무엇일까요. 물질문명은 사람한테 얼마나 사랑스러울까요.


  어디를 가든 송전탑이 가득합니다. 큰 송전탑과 작은 송전탑이 수없이 있습니다. 발전소를 세우고 전기를 보내야 하니 송전탑이 있어야 하리라 느낍니다. 도시에서 한참 떨어진 시골에 발전소를 세우니, 전기를 많이 쓰는 도시까지 송전탑을 촘촘히 많이 박아야 합니다. 그러면 생각할 노릇입니다. 왜 송전탑을 박고 발전소를 크게 지어서 전기를 보낼까요. 건물과 집마다 스스로 전기를 만들어서 쓸 수 있도록 할 수 있지 않았을까요.



.. 잠자코 있던 꼬마가 꾀를 또 하나 냈어. “이 위에다 새 시청을 지을 건데 뭐하러 메리 앤을 끌어 내요? 메리 앤은 새 시청에 쓸 난방 기구가 되면 되고, 마이크 멀리건 아저씨는 수위 아저씨가 되면 되잖아요. 그러면 우린 새 난방 기가룰 살 필요도 없고, 아저씨한테 하루 만에 지하 공사를 끝낸 돈도 드릴 수 있어요.” ..  (39쪽)





  숲을 밀어내고 만드는 문명에는 앞날이 없습니다. 숲을 밀어내고 만드는 문명은 사람을 바라보지 않습니다. 숲을 밀어내고 만드는 문명에는 꿈이 없습니다. 숲을 밀어내고 만드는 문명은 사랑을 헤아리지 않습니다.


  무엇이 새로울까요. 새로운 것은 무엇인가요. ‘업그레이드’가 새로움일까요? 돈을 들여서 더 장만하고 더 버리며 더 갖추다가 더 버리고 더 쓰다가 더 버릴 때에 ‘새롭다’고 할 수 있을까요?


  1939년에 아주 많이 지난 요즈음은 ‘증기 삽차’뿐 아니라 ‘다른 삽차’가 우습다고 할 만한 삽차가 있습니다. 이런 삽차는 우습다고 할 만한 전쟁무기가 있습니다. ‘새롭게’ 만드는 기계와 장비는 우리 삶을 어떻게 할까 궁금합니다. ‘새롭게’ 만드는 물건을 우리 둘레에 가득 늘어놓으면, 우리 삶은 어떤 모습이 될까 궁금합니다.


  그림책 《마이크 멀리건과 증기 삽차》는 빙긋 웃음지을 만한 이야기를 곁들이면서 마무리를 짓습니다. 아이들이 쉽게 헤아리면서 즐길 수 있도록 이야기를 엮었습니다. 오래되거나 헌 물건을 새롭게 쓰는 길을 가만히 밝힌다고도 할 만합니다. 그러나, 이야기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새로운 것과 헌 것을 바라보는 눈썰미뿐 아니라, 삶과 마을과 사람을 바라보는 눈길로 이어지는 이야기를 더 생각합니다. 골목집을 허물고 아파트를 올리면 새로운 동네가 될까 궁금합니다. 자유무역협정을 맺거나 새로운 도시를 자꾸 늘리면 경제발전이 될까 궁금합니다. 우리 머릿속에는 어떤 ‘새로운’ 이야기가 있을까요. 우리 마음속에는 어떤 ‘새로운’ 생각이 있을까요. 4347.8.22.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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