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읽는 책 163] 글빛



  읽는 사람 스스로

  빛을 만들어서

  누리는 글.



  쓰는 사람이 아름다운 사랑을 담아 내놓을 때에 아름다운 글이 태어납니다. 그리고, 읽는 사람이 아름다운 사랑을 실어 맞아들일 적에 아름다운 글이 퍼집니다. 쓰는 사람 곁에 읽는 사람이 함께 있어야 아름다움이 이루어집니다. 건네는 사람과 받는 사람이 같이 있어야 사랑이 환하게 빛납니다. 4347.9.4.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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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리지 않은 무지개



  시외버스를 아홉 시간 즈음 탔을까. 지칠 만큼 지친 몸으로 고흥읍에서 비로소 마지막 시외버스를 내린다. 그런데 우리 마을로 들어가는 군내버스는 십 분쯤 앞서 떠났다. 이웃마을로 지나가는 버스도 없고, 두 시간을 기다리면 막차 하나는 있다. 한참 망설인 끝에 택시를 타기로 하고, 읍내에서 먹을거리를 장만하자고 생각한다. 이런 마음으로 가게로 걸어가는데, 누군가 나를 부른다. 읍내 택시 아재이다. 우리 식구가 단골로 타는 택시 아재이다. 이따가 타기로 하고 인사를 한 뒤 가게로 다시 걸으려는데, 택시 아재가 지나가는 모습을 보다가 문득 내 뒤쪽에 드리운 무지개를 알아차린다. 어어. 무지개네. 어마어마하게 큰 무지개네.


  군내버스가 바로 있어서 탔다면 무지개를 못 봤으리라. 다른 쪽으로 갔어도 하늘에 무지개가 걸린 줄 알아채지 못했으리라.


  거의 뒷걸음을 걷다시피 하면서 무지개를 바라본다. 가만히 보니 외무지개 아닌 겹무지개이다. 이 얼마나 오랜만에 만난 무지개인가. 이 얼마나 오랜만에 제대로 만난 무지개인가. 집에 전화를 건다. 아이들이 무지개를 볼 수 있기를 바라며 전화를 거니, 마당에서 벌써 봤단다. 얼마나 크게 걸린 무지개일까. 내가 선 곳에서 십오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도 보았다면, 그곳에서는 어떤 모습으로 보였을까.


  무지개가 걸렸으나 아랑곳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무지개가 걸렸기에 하던 일을 멈추고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많다. 읍내 하나로마트 일꾼들도 무지개를 보고는 일손을 멈추고 사진 찍기에 바쁘다. 고등학교 아이도, 아이를 데리고 가게에 온 아주머니도, 모두 하던 일을 멈추고 무지개를 사진으로 담는다. 무지개를 사진으로 담는 사람들 얼굴을 보는데, 몹시 맑다.


  일곱 가지 빛깔이란 무엇일까. 일곱 가지 별빛이란 무엇일까. 일곱 가지 삶자리란 무엇일까.


  내가 무지개를 마지막으로 본 날을 어림해 본다. 2008년 무렵 인천에서 꼭 한 번 아주 흐릿한 무지개를 아주 먼 데에서 본 적이 있고, 이에 앞서는 국민학교 다닐 적에 보았지 싶다. 이렇게 또렷한 무지개는 처음 보았으며, 이처럼 무지개를 가까이 두고 보기도 처음이요, 겹무지개는 서른 해만에 보았지 싶다.


  무지개를 잃어버리지 않았구나. 무지개는 늘 우리 곁에 있구나. 내가 마음속에서 늘 그리고 생각하면, 무지개는 조용히 우리한테 찾아오는구나. 4347.9.4.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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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흰둥이 나라에서 검둥이가 돌을 맞는 일은 올바른가? 검둥이 나라에서 흰둥이가 돌을 맞는 일은 올바른가? 한국에서 민주와 평화와 통일을 바라는 이들이 돌을 맞거나 감옥에 갇히는 일은 올바른가? 어느 누구도 돌에 맞아야 하지 않다. 나도 너도 돌을 맞아야 하지 않다. 때리는 사람도 맞는 사람도 없어야 한다. 그런데, 어느 사회이든 때리는 사람과 맞는 사람이 있다. 왜 그럴까? 어린이문학 《커피우유와 소보로빵》을 읽으면서 생각한다. 누군가를 따돌리거나 괴롭히는 아이는 옳지 않다. 그런데 누군가를 따돌리거나 괴롭히던 아이들도 똑같이 ‘따돌림을 받거나 괴롭힘을 받아야 하지’는 않다. 이 대목을 생각할 수 있겠는가? 저 사람들이 우리한테 총질을 해댔대서 우리가 저 사람들한테 총질을 해대는 일이 올바르지 않은 줄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네가 나를 때렸으니 나도 너를 때리는 일이 올바르지 않은 줄 고개를 끄덕이며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사랑을 바라고, 평화와 민주를 바라며, 통일과 어깨동무를 바란다면, 우리가 나아갈 길은 오직 사랑·평화·민주·통일·어깨동무일 뿐이다. 이 길에 조금도 전쟁이나 폭력이나 따돌림이 깃들어서는 안 된다. 함께 손을 잡고 나아가야 한다. 두 아이가 나란히 앉아 피아노를 치듯이 우리는 함께 길을 걸어야 한다. 4347.9.4.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한 줄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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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우유와 소보로빵
카롤린 필립스 지음, 전은경 옮김, 허구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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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에 따라 말이 달라진다. 지난날에는 오래된 숲과 오래된 삶을 바탕으로 삼아 오래된 말을 ‘오래되지 않은 새로운 숨결’로 늘 주고받으면서 노래를 불렀다면, 오늘날에는 하루아침에 무엇이든 바뀌거나 없어지거나 잊혀지는 삶을 바탕으로 삼아 새로운 말을 ‘새롭다 하지만 하나도 새롭지 않은 숨결’로 살짝 주고받다가 이내 파묻혀 없어지는 노래 아닌 노래를 부른다. 오늘날 사람들이 쓰는 시를 앞으로 열 해나 스무 해 뒤에도 읽을 만할까 궁금하다. 오늘날 사람들이 쓰는 시를 앞으로 쉰 해나 백 해 뒤에는 어떻게 읽을 만할까 궁금하다. 이백 해나 오백 해 뒤쯤에 이 땅에서 살아갈 사람들은 오늘날 시와 문학을 어떻게 바라볼까 궁금하다. 오늘날 쏟아지는 시는 아름다운 선물이나 노래가 될까. 오늘날 쏟아지는 시는 말 그대로 ‘쏟아지는 시’일 뿐일까. 오늘은 웃는다지만, 모레나 글피에는 어떤 낯빛이 될는지. 4347.9.4.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한 줄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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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웃는다
유홍준 지음 / 창비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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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체온 - 뷰티플 라이프 스토리 1
요시나가 후미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2년 5월
평점 :
품절


만화책 즐겨읽기 372



아이를 어루만지는 손길

― 아이의 체온

 요시나가 후미 글·그림

 장수연 옮김

 서울문화사 펴냄, 2002.4.15.



  아이들은 어버이가 물려주는 사랑을 먹고 자랍니다. 어버이는 아이들한테 사랑을 먹이면서 즐겁습니다. 아이들은 어버이가 쓰다듬는 손길을 타면서 자랍니다. 어버이는 아이들을 곱게 어루만지면서 기쁩니다. 아이들은 어버이가 품는 꿈을 지켜보면서 자랍니다. 어버이는 아이들하고 함께 꿈을 키우면서 아름답게 살림을 가꿉니다.


  숲이 푸릅니다. 나무가 우거진 숲이 푸릅니다. 나무는 우리한테 고운 바람을 일으키고, 나무는 우리한테 집을 지을 기둥을 선물하며, 나무는 우리가 먹을 맛난 열매를 나누어 줍니다. 숲이 없으면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요. 사람들이 숲을 가꾸거나 사랑하거나 아끼지 않는다면, 이 지구별은 어떤 모습이 될까요.



- “아빠! 나 어떡해.” “뭐냐.” “나, 우리 반 애 임신시켰을지도 몰라.” (5쪽)

- “집안일 같은 건 역시 혼자 하세요?” “엉? 아아, 그렇지. 덜렁, 아빠에 아들뿐이니까. 코이치도 꽤 거들어 주긴 한다만.” “왠지 아주 친한 것 같아요.” “흠, 확실히 둘밖에 없으니 다른 집보다야 그렇지만, 아직 중1이니까 앞으로 반항기 같은 것도 오지 않을까?” “그럴 리 없어요. 계속 사이좋게 지내실 거예요. 우리 집이랑은 완전 딴판이니까. 우리 아빠랑 아주 다르세요.” (18∼19쪽)



  요시나가 후미 님이 빚은 만화책 《아이의 체온》(서울문화사,2002)을 읽습니다. 아이를 바라보는 어버이 눈길이 그윽하게 흐르는 만화책입니다. 책이름에서 줄거리가 환하게 드러납니다. 아이 몸에서 흐르는 따스함이라니, 아이를 마주하며 따스한 기운을 느끼는 어버이라니, 얼마나 사랑스러울까요. 얼마나 즐겁고, 얼마나 아름다우며, 얼마나 참다울까요.


  어버이와 아이는 사랑으로 맺는 사이입니다. 어버이와 아이는 사랑으로 이어진 삶입니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서로를 사랑하기에 한집을 이루고, 아이들도 서로 아끼고 돌보는 따사로운 사랑이 있기에 씩씩하게 어깨동무를 하면서 놉니다.


  참말 우리한테 있어야 할 한 가지란 오직 사랑입니다. 돈도 이름도 힘도 아닙니다. 즐거운 사랑, 맑은 사랑, 아름다운 사랑, 착한 사람, 꿈꾸는 사랑, 노래하는 사랑, 온갖 사랑이 있어야 합니다.



- “아저씨 같은 분이 아빠였음 하나도 안 창피했을 텐데.” (21쪽)

- ‘요즘 어린 아이들은 어른스럽긴 하지만, 세상 물정을 모르고, 비밀이 많지만 무책임하다. 뭐야. 우리 어렸을 때랑 똑같잖아?’ (29∼31쪽)



  시골자락에 골프장을 지으려는 어른들한테도 사랑이 있을까 궁금합니다. 시골마을에 핵발전소나 화력발전소를 함부로 지으려는 어른들한테도 사랑이 있을까 궁금합니다. 시골과 숲과 들을 온통 송전탑으로 망가뜨리려는 어른들한테도 사랑이 있을까 궁금합니다. 전쟁무기를 끝없이 만들 뿐 아니라, 군대와 경찰을 자꾸 늘려서 건사하려는 어른들한테도 사랑이 있을까 궁금합니다.


  논밭에 농약을 뿌리는 어른한테는 어떤 사랑이 있을까요. 농약을 듬뿍 마시고 자란 푸성귀나 열매를 아이들한테 줄 수 있나요? 농약내음 맡으면서 능금알을 깨물면 맛날까요? 농약에 푹 절은 포도를 아이 입에 넣을 만한가요? 농약에 절디전 쌀로 지은 밥이 고소한가요?


  핵무기도 무시무시하고, 핵발전소도 무시무시하며, 핵쓰레기도 무시무시하지만, 농약과 비닐도 무시무시합니다. 그리고, 아이들을 옥죄는 입시지옥도 무시무시합니다. 왜 이 나라 어른들은 아이들을 옥죄는 것만 잔뜩 만들까요? 왜 이 나라 어른들은 아이들을 괴롭히거나 들볶는 것만 잔뜩 지을까요?



- “이건 네 숙제.” “엉? 뭐야. ‘여성의 신체구조-부모와 아이가 함께 대화하는 피임과 섹스’?” “그거 읽고, 일주일 후에 리포트를 제출하도록.” “에이, 관두자. 이런 개방적인 가족 흉내내는 거, 우리같이 스마트한 집엔 너무 창피하다구!” “아야카는 그 100배는 더 창피했어!” (33쪽)

- “내 손으로 끝까지 해 본 적이 없었는데, 이렇게 하는 거였구먼.” “예예. 이 미네스트로네는 아마 장모님이 늘 만드시는 거랑 조리법이 같을 겁니다.” (46쪽)

- “오늘 만든 요리는 모두 그 사람이 가르쳐 준 겁니다.” “알고 있었네. 이 케이크도 예전에 자주 만들던 거지. 어떻게 잊을 수 있겠나. 이제사 겨우 카나코 얘길 꺼낼 수 있게 됐구먼.” “­네에, 떠나 보내고 1년 만에 겨우.” (54∼55쪽)



  만화책 《아이의 체온》에 나오는 어버이는 수수합니다. 흔히 볼 만한 어버이입니다. 이 만화책에 나오는 아이도 수수합니다. 둘레에서 익히 볼 만한 아이입니다. 두 사람이 맺는 사랑도 수수합니다. 우리들 누구나 누리거나 나누는 사랑이라 할 만합니다.


  그러니까, 여느 자리에서 수수하게 살아가는 우리들이라면 누구나 사랑을 속삭이고 사랑을 키우며 사랑을 나눈다고 하겠지요. 날마다 즐겁게 웃고 노래할 수 있는 삶에서 아름다운 이야기가 태어날 테지요.


  극장이나 텔레비전에 있는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삶에 있는 이야기입니다. 책이나 인터넷에 있는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살림살이에서 샘솟는 이야기입니다.



- “뭐야. 너네 집에선 부모 자식 간에 손도 잡냐?” “어어. 우리 집은 아빠랑 나뿐이거든. 식구가 딱 둘이야. 그건 핑계가 안 되나? 암튼 스킨십이 좀 많긴 해. 왜?” “왜 넌 그게 되지?” “크큭, 아하하하하하! 무슨 소릴 하는 거야. 너두 돼. 절대 된다구.” (151∼153쪽)

- ‘코이치가 울고 있다. 내가 야단쳤기 때문이다.’ (187쪽)



  아이를 어루만지는 손길로 삶을 짓습니다. 아이를 어루만지는 손길로 지구별을 보듬습니다. 아이를 어루만지는 손길로 꿈을 키웁니다. 아이를 어루만지는 손길로 숲을 보살피며 하루를 새롭게 일굽니다. 4347.9.3.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에서 만화읽기)


..


아아... 겉그림과 속그림을 사진으로 한 장도 안 찍어 놨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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