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몸으로 읽는다



  어떤 책을 읽든, 눈으로 훑고 끝낼 마음은 아니지 싶습니다. 눈을 거쳐 이야기를 받아들이고, 마음으로 삭혀 몸을 즐겁게 움직일 기운을 얻으려고 책을 읽지 싶습니다. 저마다 ‘내 삶’을 ‘내 자리’에서 슬기롭게 되찾고 싶기에 책을 읽지 싶습니다. 하루를 즐겁게 열어서 누리는 힘을 스스로 길어올리려고 책을 손에 쥐지 싶습니다.


  책으로 배우거나 말로 배우거나 몸을 써서 움직인 삶에서 배우거나, 우리는 늘 내 몸을 이끄는 숨결을 마음으로 받아들여 삭힐 때에 ‘배운다’고 할 수 있다고 느낍니다.


  책을 읽고 사람을 읽습니다. 나무를 읽고 이웃을 읽습니다. 하늘을 읽고 흙을 읽습니다. 날씨를 읽고 마음을 읽습니다. 사랑을 읽고 노래를 읽습니다. 아이들 눈빛을 읽고, 어른들 생각을 읽습니다. 우리는 틈틈이 종이책을 손에 쥐어 읽을 뿐 아니라, 언제나 ‘넋으로 빚은 삶책’을 읽으며 마음을 살찌우겠지요. 4347.9.4.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삶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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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163] 글빛



  읽는 사람 스스로

  빛을 만들어서

  누리는 글.



  쓰는 사람이 아름다운 사랑을 담아 내놓을 때에 아름다운 글이 태어납니다. 그리고, 읽는 사람이 아름다운 사랑을 실어 맞아들일 적에 아름다운 글이 퍼집니다. 쓰는 사람 곁에 읽는 사람이 함께 있어야 아름다움이 이루어집니다. 건네는 사람과 받는 사람이 같이 있어야 사랑이 환하게 빛납니다. 4347.9.4.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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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리지 않은 무지개



  시외버스를 아홉 시간 즈음 탔을까. 지칠 만큼 지친 몸으로 고흥읍에서 비로소 마지막 시외버스를 내린다. 그런데 우리 마을로 들어가는 군내버스는 십 분쯤 앞서 떠났다. 이웃마을로 지나가는 버스도 없고, 두 시간을 기다리면 막차 하나는 있다. 한참 망설인 끝에 택시를 타기로 하고, 읍내에서 먹을거리를 장만하자고 생각한다. 이런 마음으로 가게로 걸어가는데, 누군가 나를 부른다. 읍내 택시 아재이다. 우리 식구가 단골로 타는 택시 아재이다. 이따가 타기로 하고 인사를 한 뒤 가게로 다시 걸으려는데, 택시 아재가 지나가는 모습을 보다가 문득 내 뒤쪽에 드리운 무지개를 알아차린다. 어어. 무지개네. 어마어마하게 큰 무지개네.


  군내버스가 바로 있어서 탔다면 무지개를 못 봤으리라. 다른 쪽으로 갔어도 하늘에 무지개가 걸린 줄 알아채지 못했으리라.


  거의 뒷걸음을 걷다시피 하면서 무지개를 바라본다. 가만히 보니 외무지개 아닌 겹무지개이다. 이 얼마나 오랜만에 만난 무지개인가. 이 얼마나 오랜만에 제대로 만난 무지개인가. 집에 전화를 건다. 아이들이 무지개를 볼 수 있기를 바라며 전화를 거니, 마당에서 벌써 봤단다. 얼마나 크게 걸린 무지개일까. 내가 선 곳에서 십오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도 보았다면, 그곳에서는 어떤 모습으로 보였을까.


  무지개가 걸렸으나 아랑곳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무지개가 걸렸기에 하던 일을 멈추고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많다. 읍내 하나로마트 일꾼들도 무지개를 보고는 일손을 멈추고 사진 찍기에 바쁘다. 고등학교 아이도, 아이를 데리고 가게에 온 아주머니도, 모두 하던 일을 멈추고 무지개를 사진으로 담는다. 무지개를 사진으로 담는 사람들 얼굴을 보는데, 몹시 맑다.


  일곱 가지 빛깔이란 무엇일까. 일곱 가지 별빛이란 무엇일까. 일곱 가지 삶자리란 무엇일까.


  내가 무지개를 마지막으로 본 날을 어림해 본다. 2008년 무렵 인천에서 꼭 한 번 아주 흐릿한 무지개를 아주 먼 데에서 본 적이 있고, 이에 앞서는 국민학교 다닐 적에 보았지 싶다. 이렇게 또렷한 무지개는 처음 보았으며, 이처럼 무지개를 가까이 두고 보기도 처음이요, 겹무지개는 서른 해만에 보았지 싶다.


  무지개를 잃어버리지 않았구나. 무지개는 늘 우리 곁에 있구나. 내가 마음속에서 늘 그리고 생각하면, 무지개는 조용히 우리한테 찾아오는구나. 4347.9.4.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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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흰둥이 나라에서 검둥이가 돌을 맞는 일은 올바른가? 검둥이 나라에서 흰둥이가 돌을 맞는 일은 올바른가? 한국에서 민주와 평화와 통일을 바라는 이들이 돌을 맞거나 감옥에 갇히는 일은 올바른가? 어느 누구도 돌에 맞아야 하지 않다. 나도 너도 돌을 맞아야 하지 않다. 때리는 사람도 맞는 사람도 없어야 한다. 그런데, 어느 사회이든 때리는 사람과 맞는 사람이 있다. 왜 그럴까? 어린이문학 《커피우유와 소보로빵》을 읽으면서 생각한다. 누군가를 따돌리거나 괴롭히는 아이는 옳지 않다. 그런데 누군가를 따돌리거나 괴롭히던 아이들도 똑같이 ‘따돌림을 받거나 괴롭힘을 받아야 하지’는 않다. 이 대목을 생각할 수 있겠는가? 저 사람들이 우리한테 총질을 해댔대서 우리가 저 사람들한테 총질을 해대는 일이 올바르지 않은 줄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네가 나를 때렸으니 나도 너를 때리는 일이 올바르지 않은 줄 고개를 끄덕이며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사랑을 바라고, 평화와 민주를 바라며, 통일과 어깨동무를 바란다면, 우리가 나아갈 길은 오직 사랑·평화·민주·통일·어깨동무일 뿐이다. 이 길에 조금도 전쟁이나 폭력이나 따돌림이 깃들어서는 안 된다. 함께 손을 잡고 나아가야 한다. 두 아이가 나란히 앉아 피아노를 치듯이 우리는 함께 길을 걸어야 한다. 4347.9.4.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한 줄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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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우유와 소보로빵
카롤린 필립스 지음, 전은경 옮김, 허구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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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에 따라 말이 달라진다. 지난날에는 오래된 숲과 오래된 삶을 바탕으로 삼아 오래된 말을 ‘오래되지 않은 새로운 숨결’로 늘 주고받으면서 노래를 불렀다면, 오늘날에는 하루아침에 무엇이든 바뀌거나 없어지거나 잊혀지는 삶을 바탕으로 삼아 새로운 말을 ‘새롭다 하지만 하나도 새롭지 않은 숨결’로 살짝 주고받다가 이내 파묻혀 없어지는 노래 아닌 노래를 부른다. 오늘날 사람들이 쓰는 시를 앞으로 열 해나 스무 해 뒤에도 읽을 만할까 궁금하다. 오늘날 사람들이 쓰는 시를 앞으로 쉰 해나 백 해 뒤에는 어떻게 읽을 만할까 궁금하다. 이백 해나 오백 해 뒤쯤에 이 땅에서 살아갈 사람들은 오늘날 시와 문학을 어떻게 바라볼까 궁금하다. 오늘날 쏟아지는 시는 아름다운 선물이나 노래가 될까. 오늘날 쏟아지는 시는 말 그대로 ‘쏟아지는 시’일 뿐일까. 오늘은 웃는다지만, 모레나 글피에는 어떤 낯빛이 될는지. 4347.9.4.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한 줄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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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웃는다
유홍준 지음 / 창비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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