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원 가는 길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237
존 버닝햄 글.그림, 이상희 옮김 / 시공주니어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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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426



‘동물원’에 갇힌 꿈 없는 아이들

― 동물원 가는 길

 존 버닝햄 글·그림

 이상희 옮김

 시공주니어 펴냄, 2014.6.20.



  언제부터인가 이 나라 어른들은 ‘아이 방’을 따로 마련하면서 저녁에 아이가 따로 잠들도록 합니다. 고작 두어 살밖에 안 된 아이들조차 요즈음에는 어버이와 떨어져 따로 자기 일쑤입니다. 대여섯 살쯤 되면 아주 마땅히 어버이와 따로 자야 하는 듯 여기기까지 합니다.


  아이들은 왜 따로 자야 할까요? 아이들은 어버이와 같은 방에서 자면 안 될까요? 열 살뿐 아니라 열다섯 살이나 스무 살에도 어버이와 같은 방에서 지낼 수 있지 않을까요?


  먼 옛날을 돌아보면 조그마한 집에서 온 식구가 함께 잠을 잤습니다. 이불 하나를 함께 덮고 잠들기도 했습니다. 아이가 많이 커서 제금을 나기까지는 조그마한 방에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다가 스르르 잠들었습니다.


  가만히 보면, 아이와 어른이 다른 방에서 잠들면서 아이와 어른 사이에 이야기가 끊어집니다. 아이와 어른이 다른 방에서 잠들기에 어른은 아이가 어떤 숨결인지 헤아리지 못하고, 아이는 어른한테서 따스한 사랑을 물려받지 못합니다.




.. 시간이 한참 흘렀어요. 실비는 이제 그만 자기 방으로 돌아가 잠들어야 했어요. 아침엔 다시 학교에 가야 하니까요. 실비는 아기 곰에게 함께 방으로 가겠냐고 물었어요. 그리고 아기 곰을 데려가 자기 침대에 재웠지요 ..  (11쪽)



  존 버닝햄 님 그림책 《동물원 가는 길》(시공주니어,2014)을 읽습니다. 이 그림책에는 가시내 하나, 어머니 하나, 이렇게 두 사람이 나옵니다. 다른 사람은 더 안 나옵니다. 아마 가시내는 집에서 혼자인 듯합니다. 아버지가 있는지 없는지 알 길은 없지만, 아버지가 있더라도 아이와 보내는 겨를은 없지 싶습니다. 그러니까, 그림책에 나오는 아이는 집에서 ‘말을 나눌 사람’이 없습니다. 아이 어머니는 아침에 아이를 깨워 학교로 보냅니다. 아이 어머니는 저녁에 집에 들어와서도 아이하고 말을 섞지 않습니다.


  아이는 이런 집에서 무엇을 배울까요? 아이는 이와 같은 집에서 ‘왜 살’까요? 아침과 저녁을 먹고 잠을 자기는 하지만, 이밖에 다른 아무런 삶이 없는 집이란 어떤 곳일까요?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기만 하면 ‘아이 가르치기’는 끝인 셈일까 궁금합니다. 아이가 배울 이야기는 학교에서 다 가르치는 셈인지 궁금합니다. 이웃을 사랑하는 삶을 학교에서 배우는지 궁금합니다. 사람으로서 이웃을 서로 아끼고 믿고 돌보고 사랑하는 숨결을 학교에서 얼마나 잘 가르칠는지 궁금합니다.




.. 거실에는 동물들이 그득했어요. 실비가 펄쩍 뛰며 화를 내자 동물들은 모두 가 버렸어요 ..  (31∼33쪽)



  그림책에 나오는 아이는 집에서 심심합니다. 아니, 심심함을 넘어서지요. 날마다 똑같은 하루가 되풀이될 뿐이니, 아이는 지겹습니다. 날마다 신나게 뛰놀아야 할 아이가 활짝 웃을 일이 없습니다. 이야기를 속삭일 일조차 없습니다. 말을 할 줄 알 테지만, 입을 벙긋할 일이 없습니다.


  아이는 마음속으로 새로운 길을 짓습니다. 아이가 잠드는 방 한쪽에 문을 만들어서, 이 문을 열고 어떤 길로 들어서면 무엇이 나오도록 마음속으로 무엇인가 짓습니다.


  아이가 지은 것은 동물원입니다. 왜 동물원일까요? 동물원에 있는 짐승은 사람을 고분고분 따릅니다. 사람이 시키는 대로 따릅니다. 게다가 범이든 코끼리이든 사자이든 코뿔소이든, ‘어린 사람이 소리를 지르거나 윽박질러’도 꼼짝을 못 합니다. 아이는 귀여운 짐승을 제 방으로 데리고 와서 함께 잠들기도 한다는데, 동물원 짐승들은 마치 꼭둑각시나 인형과 같습니다. 아이하고 놀지 않아요. 아이도 놀 줄 몰라요. 짐승들은 그저 아이 곁에 머물 뿐입니다. 아이도 짐승들을 어떻게 보살피거나 함께 살아야 하는가를 모릅니다.


  왜 그럴까요? 배운 적도 본 적도 없거든요. 아이 어머니는 아이가 무언가 잘못했을 적에 소리를 지르거나 윽박지르기는 했겠지요. 차근차근 타이르거나 함께 더 어지르면서 논 적이 없겠지요. 아이 어머니뿐 아니라 아버지도 똑같이 아이하고 말을 제대로 섞은 적이 없을 테니, 아이도 이웃이나 동무하고 어떻게 말을 섞으면서 이야기를 나눌 때에 즐거운지 모릅니다.


  그저, 마음속 동물원에서 ‘새로운 짐승’을 끝없이 데려올 뿐입니다. 날마다 아침에 일어나서 학교에 갔다가, 교과서 수업을 받은 뒤, 집으로 돌아와서 얌전히 지내다가 잠드는 하루처럼, 마음속 동물원에서도 ‘새로운 짐승’만 끝없이 데리고 와서 침대맡에 잠자리를 마련해 주고는 하룻밤을 보낼 뿐입니다.


  더구나, ‘동물원 짐승’들이 조그마한 방에서 벗어나 넓은 데에서 놀고 싶어 마루로 나왔는데, ‘그림책 아이’는 이 짐승들하고 놀 줄 몰라요. 함께 놀지 않고 그저 윽박지르지요. ‘아이 방’에서 한 발자국도 밖으로 나오지 못하도록 다그칩니다. 아이 어머니는 아이한테 ‘시키기’만 하고, 아이는 짐승들한테 ‘시키기’만 합니다. 아이 어머니는 아이를 ‘아이 방’에 가두기만 하고, 아이도 짐승들을 ‘제 방’에 가두기만 합니다. 놀이도 삶도 꿈도 이야기도 아무것도 없습니다.




.. 실비가 이제 막 방을 다 치웠을 때 엄마가 도착했어요. “이런, 실비야!” 엄마가 소리쳤어요. “온갖 동물들이 몰려와 놀다 간 것처럼 어질러 놓았네. 내가 집을 비울 때는 실비 너도 나가 노는 게 좋겠어.” ..  (37쪽)



  새로운 삶을 배운 적 없기에 새로운 삶을 누리지 못합니다. 즐거운 사랑을 물려받은 적 없으니 즐거운 사랑을 누리지 못합니다.


  그림책에 나오는 아이가 ‘동물원’이 아닌 ‘숲’을 그릴 수 있었다면 이야기가 사뭇 달라졌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존 버밍햄 님은 이 그림책에서 ‘숲’을 그릴 수는 없었으리라 느낍니다. 날마다 쳇바퀴처럼 지내는 아이라면, 숲에 가 본 적이 없을 테니까요. 고작 동물원에 몇 차례 다녀온 적이 있겠지요. 아이가 그릴 수 있는 꿈은 아이가 누린 삶입니다. 아이 스스로 겪은 적이 없는 삶을 아이가 꿈꾸지 못해요.


  어른도 이와 똑같습니다. 어른도 스스로 겪은 적이 없는 삶을 꿈꾸지 못합니다. 평화를 겪은 적이 없으면 평화를 꿈꾸지 못합니다. 사랑과 아름다움을 겪은 적이 없으니 사랑과 아름다움을 꿈꾸지 못합니다.


  그림책에 나오는 어버이(어른)부터 아름다운 삶과 이야기와 사랑을 겪고 누려야 합니다. 그러지 않고서야 아이한테 아름다움도 이야기도 물려주지 못하지요.


  《동물원 가는 길》을 아이한테 읽히는 어버이는 무엇을 느낄까요? 아이가 그저 재미나게 ‘꿈놀이’를 한다고만 여길까요? 그렇게 여기고 재미난 여러 짐승들 그림을 보며 재미나다고 여길까요? 짐승들 이름 알아맞히기 놀이를 하면서 좋아할까요? 4347.9.5.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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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이 마음속에 담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어른은 어디에 있을까. 한집에서 함께 사는 어른들은 아이들과 날마다 어떤 이야기를 얼마나 나눌까. 아이들은 어버이와 이야기하고 싶다. 아이들은 동무들을 사귀고 싶다. 아이들은 즐겁게 놀고 싶다. 아이들은 사랑을 속삭이면서 삶을 꿈꾸고 싶다.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아이들은 무척 답답한데, 답답한 곳에 있는 아이들은 스스로 생각을 지어 제 길을 걷는다. 참말 아무것이 없는 곳에서 모든 것을 짓는다. 그런데 왜 ‘동물원’일까? 존 버닝햄 님은 왜 ‘동물원’을 아이들이 짓는다고 그렸을까? 동물원이 아름답거나 사랑스러운 곳일까? 아이들은 온갖 짐승을 좋아할 뿐이니 그냥 이름만 ‘동물원’일까? “동물원 가는 길”이 아닌 “숲으로 가는 길”이 되어, 아이가 숲에서 온갖 벗(숲짐승)을 만나도록 했으면 훨씬 아름다운 이야기가 되었으리라 느낀다. 4347.9.5.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한 줄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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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원 가는 길
존 버닝햄 글.그림, 이상희 옮김 / 시공주니어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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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Way to the Zoo (Hardcover)
John Burningham / Candlewick Pr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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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들이 흔히 마시는 커피 한 잔이란 무엇일까 하고 생각하면서 이야기가 하나 흐른다. 사람들은 왜 커피를 마실까. 한국에서는 남녘 바닷가나 제주섬에서 비닐집으로 키워야 겨우 자라는 커피나무인데, 어떻게 이다지도 커피를 마시는 사람이 많을까. 맑고 시원한 물을 마실 수 없기에 커피를 마시는 셈일까. 매캐한 바람과 고단한 하루를 잊거나 털면서 즐거운 마음이 되고 싶어서 커피를 마실까. 마음을 차분히 다스리면서 새롭게 기운을 내려는 뜻에서 커피를 마실까. 커피 한 잔을 끓이기까지 여러모로 마음을 쏟는 젊은이가 꿈꾸는 삶과 사랑을 담은 《오늘의 커피》를 읽는다. 줄거리를 너무 간추려 세 권으로 마무리지은 대목이 아쉽다. 다섯 권쯤으로는 그려야 하지 않았을까. 4347.9.5.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한 줄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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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커피 1
기선 지음 / 애니북스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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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커피 3
기선 지음 / 애니북스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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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권씩 (사진책도서관 2014.8.31.)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사진책도서관 함께살기’



  책을 한 권씩 천천히 장만했다. 한 권씩 살피면서 차근차근 장만했다. 장만한 책은 가만히 어루만지면서 책꽂이에 두었고, 곰곰이 되새겨 읽으면서 마음에 담았다. 생각해 보면, 마음에 담는 책이기에 굳이 건사하지 않아도 될 수 있다. 내 마음에 담은 책은 늘 내 마음에서 싱그럽게 흐르니, 이 책들을 알뜰히 아끼면 된다. 굳이 책들을 그러모은 까닭이라면, 내 마음에 담은 책으로 내가 새로운 이야기를 글로 쓰거나 사진으로 찍을 수 있을 텐데, 내 이웃들이 이 책들을 손수 만지면서 읽는다면, 내 이웃들도 이녁 마음에 담을 따사로운 숨결을 느끼리라 보았다.


  내가 마음으로 담은 아름다운 책을 이웃들도 마음에 담아 아름다운 꿈을 꾸면 참으로 기쁜 일이 된다. 서로 아름답게 살고, 서로 사랑스레 어깨동무를 한다. 도서관을 꾸리는 까닭은 언제나 한 가지라고 느낀다. 책으로 나누는 아름다운 삶, 바로 이러한 넋을 도서관에서 키운다. 여름이 저문 도서관은 한결 시원하다. 풀바람이 싱그럽다. ㅎㄲㅅㄱ



* 사진책도서관(서재도서관)을 씩씩하게 잇도록 사랑스러운 손길 보태 주셔요 *

* 도서관 지킴이 되기 : 우체국 012625-02-025891 최종규 *

* 도서관 지킴이 되어 주는 분들은 쪽글로 주소를 알려주셔요 (010.5341.7125.) *

* 도서관 나들이 오시려면 먼저 전화하고 찾아와 주셔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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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랑 놀자 64] 찻잔치



  아이들한테 만화영화를 하나 보여줍니다. 다른 나라에서 만든 만화영화이기에 외국말이 흐르고, 한국말은 글씨로 찍힙니다. 나는 내 일을 하면서 띄엄띄엄 만화영화를 들여다보는데, 문득 ‘찻잔치’라는 글씨가 흐릅니다. 만화영화에 나오는 사람들이 동그란 밥상에 둘러앉아서 차를 함께 마십니다. 아하, 이 모습을 한국말로 옮기려 하면서 ‘찻잔치’라 했군요. 가만히 보니, 한국에서는 차를 함께 마시는 조촐한 잔치는 거의 없지 싶어요. 서양 여러 나라에서는 이를 영어로 ‘티 파티(a tea party)’라 말합니다. 영어사전을 살피면, 이 영어를 ‘다과회’로 옮기기도 하는데, 참말 ‘차잔치(차 잔치)’라 할 만하고, ‘차모임(차 모임)’이라 해도 되겠구나 싶습니다. 밥을 나누어 밥잔치가 되고, 노래를 즐겨 노래잔치가 됩니다. 이야기를 주고받으니 이야기잔치가 되고, 춤을 신나게 추면서 춤잔치가 됩니다. 4347.9.4.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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